임제록 강설

무위진인(無位眞人)

근와(槿瓦) 2013. 11. 10. 00:01

무위진인(無位眞人)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붉은 몸뚱이에 한 사람의 무위진인(無位眞人)이 있다. 항상 그대들의 얼굴을 통해서 출입한다. 아직 증거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잘 살펴보아라."

그 때에 한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어떤 것이 무위진인(無位眞人)입니까?"

임제스님이 법상에서 내려와서 그의 멱살을 꽉 움켜잡고 "말해봐라. 어떤 것이 무위진인인가."

그 스님이 머뭇거리자 임제스님은 그를 밀쳐버리며 말했다.

"무위진인이 이 무슨 마른 똥막대기인가."라고 하시고는 곧 방장실로 돌아가 버렸다.

 

강설

임제록에서 한 구절만 택하라면 바로 이 무위진인이다. 불교는 달리 표현하면 대해탈(大解脫), 대자유(大自由)를 구가하는 종교다. 그 대자유, 대해탈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바로 이 무위진인이 답이다. 이는 문자나 이론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수행하고 증득하는 것도 해당되지 않는다. 무위진인은 이 육신을 근거로 해서 존재하는 사람이다. 남녀노소와 동서남북과 재산이 있고 없고, 지위가 있고 없고에 아무런 차별이 없이 동등하게 존재하는 사람이다. 차별이 있는 사람은 가짜사람이다. 차별이 없는 사람이 참사람이다. 무위진인은 사람의 얼굴을 통해서 출입한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 하면서, 또 손과 발을 통해서도 출입한다. 그리고 이 사람의 값은 백두산 크기의 백만 개만한 다이아몬드의 값보다도 억만 배 더 나간다. 

 

그렇게 얼굴을 통해서 출입하는 모습이 분명하고 확실하건마는 스스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한 스님이 새삼스럽게 "무위진인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은 것이다. 자신이 무위진인이면서 달리 무위진인을 찾는 것이다. 종로에 서서 "서울이 어디입니까?" 하고 묻는 것이다. 안타깝다. 그래서 임제스님은 "너 무위진인아, 어디 한번 대답해 봐라." 무위진인은 무위진인만이 알 수 있으니까. 한데 어찌된 일인지 무위진인은 대답이 없다. 똥막대기 같은 무위진인을 뒤로 하고 방장실로 돌아가는 것으로써 임제스님은 대해탈, 대자유의 무위진인을 잘 보여주었다.

 

이 무위진인 말고 어디서 대해탈을 누릴 것인가. 어디서 대자유를 누릴 것인가. 불교는 이렇게 명료하다. 명명백백, 소소영령 그 자체다. 너무 밝아서 눈이 부시다. 마치 천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있는 듯하다. 지금 보고 듣고 하는 이 사실이다.

 

임제일구치천금(臨濟一句置千金). 임제록의 이 한 구절의 법문이 천금의 값을 한다. 아니 어찌 천금으로 그 값을 대신하겠는가. 만고에 빼어난 말씀이다.

 

어느 해(1971년) 겨울철 봉암사에서 서옹스님이 임제록을 강의하시면서 들려준 말씀이 있다. 일본의 어느 유명한 선사는 전쟁을 맞아 원자폭탄으로 일본열도가 불에 탈 때 "일본이 다 타도 이 임제록 한 권만 남아있으면 된다."라고 하였단다. 필자는 이 한마디로써 일본에 사람이 있음을 믿는다. 그래서 일본을 얕보지 않는다. 임제록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데 어찌 얕볼 수 있겠는가. 나는 도반의 절을 방문했을 때 그의 방에 '무위진인(無位眞人)'이나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족자가 하나만 걸려 있으면 그 도반을 달리 본다. 더 친해지고 더 존경하게 된다. 글씨야 졸필이든 말든 관계없다.

 

출전 : 임제록강설(저 : 임제스님   설 : 무비스님)

 

임제스님 : 臨濟宗祖. 당나라의 慧照禪師 義玄(중국승려. 속성은 . 조주 남화 사람. 이름은 義玄. 호는

               임제. 謚號는 慧照선사. 탑호는 澄靈이다. 黃蘗希運의 법을 이었음. 저서는 임제혜조선사어록

               1권이 있다)을 가리킴.

 

무비스님 : 부산 범어사에서 여환스님을 은사로 출가,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였으며, 해인사, 통도사 등

               여러 선원에서 10여년 동안 안거하였습니다. 그 후 오대산 월정사에서 탄허스님을 모시고 경

               전을 공부한 스님은 탄허스님의 법맥을 이은 대강백으로 통도사 · 범어사 강주, 조계종 승가

               대학원장,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범어사 승가대학장으로 후학을 지도하시면

               서 많은 집필활동과 아울러 전국 각지의 법회에서 불자들의 마음 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역저서로「화엄경 완역」을 비롯하여「금강경 오가해」「금강경강의」「화엄경강의」「지

               장경강의」「무비스님과 함께하는 불교공부」「사람이 부처님이다」「법화경 상 · 하」등

               다수가 있습니다.

               http://cafe.daum.net/yumhwasil 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스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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