參禪警語

참선경어(31~40)

근와(槿瓦) 2013. 10. 26. 03:18

참선경어(31~40)

 

31. 알음알이를 공부로 오인하지 말라.

  참선할 때에는 알음알이를 공부로 오인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 혹 눈썹을 치켜뜨고 눈을 깜박거리며 머리를 흔들고 생각을 굴리는 것에 무엇인가 있다고 여겨서 알음알이를 붙들고 참선에 임한다면 외도(外道)의 노예조차도 되기 힘들 것이다.

 

32. 마음 갈 곳이 없도록 하라.

  참선하는 데에는 어디에고 마음 쓸 곳이 없어야(心行處滅) 한다. 그런 중에 옛사람들이 도를 묻고 대답한 기연(機緣)을 생각하는 데 마음을 쏟아서는 안된다.

동산(洞山)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갖가지 묘한 경계를 체험하고도 근본 종지(宗旨)를 잃어버려서 본말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근기가 되면 함께 도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만일 도리를 깨달았으면 하나하나가 모두 삼매(三昧)여서 자기 마음속에서 흘러 나오게 되니 이러한 깨달음은 사유 조작과는 천지차이 정도가 아니다.

 

33. 공부가 향상되지 않음을 두려워 말라.

  공부가 향상되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향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공부이다. 옛 스님께서도 "아무 방편도 쓰지 않음이 해탈에 이르는 문이고, 아무 생각도 없음이 깨달은 이의 생각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중요한 것은 깨달음에 들어가는 모든 방법을 몸소 체득하는 일이니, 공부가 향상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물러나버리면 설사 백천 겁을 태어나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34. 다급한 마음으로 생사문제에 매달려라.

  의정(疑情)이 막 일어나서 놓을래야 놓을 수 없게 되면 이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생사문제를 늘 염두에 두고 마치 호랑이에게 쫓기는 듯 다급해야 한다. 만약 죽어라고 달려서 집에 도착하지 못하면 반드시 목숨을 잃게 되는데 이래도 어정거릴 것인가?

 

35. 여러 공안을 천착하지 말라.

  참선할 때에는 하나의 공안(公案)에만 마음을 쏟아야지 여러 공안에다가 알음알이를 지어서는 안된다. 비록 많은 공안을 이해하였다고 생각하더라도 결코 깨달은 것은 아니다.

「법화경」에서는 "이 법(法)은 사량분별로는 깨달을 수 없다"라고 하였고, 「원각경(圓覺經)」에서도 "알음알이로 원만하게 깨달은 여래의 경지를 헤아려 보려는 것은 마치 반딧불로 수미산을 태우려는 것과 같아서 결코 될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동산(洞山)스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알음알이로 묘한 깨달음을 배우려 함은 서쪽으로 가려 하면서 동쪽으로 발을 내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안을 참구하는 모든 납자들은 살아서 피가 흐르는 자라면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36. 경론에서 증거를 드는 알음알이를 조심하라.

  참선할 때에는 화두를 들고서 오직 이 의정이 깨어지지 않았음을 알았으면 끝까지 딴 생각(第二念)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결코 경(經)에서 증거를 대어가며 알음알이에 끄달려가서는 안된다.

알음알이가 일단 작동하게 되면 망념이 갈래갈래 치달리게 되니, 그때 가서 말 길이 딱 끊기고 마음 쓸 곳이 없어진 경지를 얻고자 한들 되겠는가?

 

37. 잠시도 중단하지 말라.

  도(道)란 잠시라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니, 떨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공부는 잠시라도 중단해서는 안되니, 중단해도 된다면 그것은 공부가 아니다. 진정한 납자라면 마치 눈썹이나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절실하게 공부를 해야 하니, 어느 겨를에 딴 생각을 내겠는가. 옛 큰스님께서도 "마치 한 사람이 적병 만 명과 싸우듯 해야 하니 한눈을 팔 겨를이 있겠는가"라고 하셨다. 이것은 공부에 가장 요긴한 말이니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38. 깨닫지 못하고서 남을 가르치지 말라.

  공부하는 사람은 자기가 깨닫지 못하였으면 오직 자기 공부만을 힘써야지 남을 가르쳐서는 안된다. 서울에 가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서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남을 속일 뿐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속이는 일이다.

 

39. 방일과 무애를 혼돈하지 말라.

  참선할 때에는 새벽이나 밤이나 감히 게을러서는 안된다. 자명(慈明)스님 같은 분은 밤에 잠이 오면 송곳으로 자기 살을 찌르면서, "옛사람은 도를 위해서라면 밥도 안 먹고 잠도 자지 않았다고 하는데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냐?"라고 하였다 한다.

옛사람은 석회로 테두리를 그려놓고 깨치지 못하면 한 발자국도 그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제멋대로 놀아제껴 법도를 따르지 않으면서 그것을 '걸림없는 공부'라 하고 있으니 매우 가소로운 일이다.

 

40. 얻어진 경계에 집착하지 말라.

 

참선하는 중에 몸과 마음이 거뜬(輕安)해지거나 혹은 화두를 이해했을 때 그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나 참선(博山)은 당시 '뱃사공 덕성(德誠)스님은 종적이 없어졌다'는 화두를 들고 있었는데, 하루는 「전등록(傳燈錄)」을 읽다가 조주(趙州)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부탁한 말씀인 '3천리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든... 대목'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메고 있던 푸대를 끌러 천근 짐을 내려놓은 듯하였다. 그때 나는 확실하게 깨쳤다고 생각하였는데 나중에 보방(寶方)스님을 만나게 되자 나의 깨달음이란 것이 마치 네모난 나무를 둥근 구멍에 맞추려는 격으로 터무니없어 비로소 부끄러운 줄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내가 깨달았다고 생각한 다음에 큰 선지식을 만나지 않았다면 비록 경안(輕安)은 얻었을지 모르나 끝내 깨닫지는 못했을 것이다.

보방스님은 이 노래를 지어 주면서 나를 격려하였다.

공(空)으로 공(空)을 밀쳐내니 그 공(空) 더없이 크고

유(有)로 유(有)를 쫒아내니 덕이 더욱 오묘하다

가섭이 두타행에 안주했다고 하는 비난은

편안함 얻은 곳에서 편안함을 잃는다는 말이네

 

이 게송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한 걸음 더 내딛게 하는 말씀으로 선을 공부하는 납자들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나는 납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보방스님에게서 유(有)와 공(空)을 긍정하지 않는 뜻을 터득하고 나서부터는 응용(受用)이 무궁하였다."

 

출전 : 참선경어(박산무이스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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