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강설

마음은 형상이 없다

근와(槿瓦) 2013. 10. 19. 00:32

마음은 형상이 없다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마음의 작용은 형상이 없어서 시방세계를 관통하고 있다. 눈에 있을 때는 보고, 귀에 있을 때는 들으며, 코에 있을 때는 냄새를 맡고, 입에 있을 때는 말을 하며, 손에 있을 때는 잡고, 발에 있을 때는 걸어 다닌다. 본래 이 하나의 정밀하고 밝은 것(一精明 · 一心)이 나누어서 우리 몸의 여섯 가지 부분과 화합하였을 뿐이다. 한 마음마저 없는 줄 알면 어디서든지 해탈이다.

산승의 이와 같은 이야기들은 그 뜻이 어디에 있는가. 다만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일체 치구심(一切馳求心)을 쉬지 못하고 저 옛사람들의 부질없는 동작과 언어와 가리키는 것들(機境)을 숭상하고 매달리기 때문이다."

 

강설

모든 사물에 있어서 형상이 있는 것은 장애가 많아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마음은 모양이나 형상이 없어서 어디든 자유롭다. 하나의 마음이 눈에 있으면 보는 작용을 하고 귀에 있으면 듣는 작용을 한다. 코에 있을 때는 냄새를 맡는다. 이와 같이 걸림이 없다. 본래 하나의 마음이지만 육근과 화합해서 일체가 있다. 삼라만상도 마음이 육근을 통해서 존재함을 안다. 그러므로 이 한 마음이 없으면 어디에 있든지 자유로운 해탈이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모든 수행자들이 밖을 향해서 구하는 마음을 쉬지 못하고 옛사람들의 부질없는 말이나 행위들, 즉 기경(機境)들을 높이 받들고 숭상하여 그것이 무슨 실다운 법이나 되는 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꽃을 든 것이나, 가섭이 미소한 것이나, 구지화상이 손가락을 든 것이나, 할을 하고 방을 쓰는 일들을 무슨 대단한 일이나 되는 것처럼 받들어 모신다. 또 부처님이나 조사스님들의 말씀들을 귀중하게 여겨서 혹 흠이 갈까하여 애지 중지한다. 거기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으려고 머리를 처박는다. 그들은 사람들을 속이려고 한 것이 아닌데 사람들 스스로가 속고 있다.

 

기경(機境)이라는 말은 선가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또 아주 중요한 말이다. 기(機)는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어떤 사실을 보고 듣고 겪으면서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다. 사실이나 경지가 인격화, 또는 체(體)화 된 것이다. 경(境)은 밖에 있는 것이다. 보여주고 들려주고 경험하게 해주는 어떤 사실이다. 예컨대 세존이 꽃을 든 것은 경이다. 그리고 가섭이 미소한 것은 기다. 또 멀리 연기가 일어나는 것은 경이다. 연기를 보고 불이 있는 줄을 아는 것은 기다. 불자를 들거나 방을 쓰거나 할을 하거나 선문답을 던지거나 하는 따위는 모두 경이다. 그런 사실에 따라 반응하는 것, 상대의 마음의 작용에 따라 표현하고 답하는 것은 모두 기다. 모든 선문답은 흔히 일기 일경, 일언 일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기 일경, 일언 일구에서 깨닫기를 도모하는 것은 마치 아무런 탈이 없는 살갗을 긁어서 부스럼을 만드는 일이다. 또 미망의 경계에 깊이 빠져드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런 것들을 따르고 받드는 것을 임제 스님은 크게 경계하고 있다. "심법무형 통관시방(心法無形 通貫十方)", 특히 이 단락에서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구절이다.

 

출전 : 임제록 강설(저 : 임제스님  설 : 무비스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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