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강설

신 값을 갚을 날이 있을 것이다

근와(槿瓦) 2013. 10. 13. 01:07

임제록 강설(신 값을 갚을 날이 있을 것이다)

 

道流야  情大難이요 佛法幽玄이나 解得可可地니라

山僧竟日에 與他說破니 學者總不在意하고 千

脚底踏過하야 黑沒焌地로다 無一箇形段하야 歷歷孤明이언만

學人信不及하고 便向名句上生解하야 年登半百토록

祇管傍家負死屍行하며 擔却擔子天下走하나니 索草有日在로다

 

해석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진실한 마음을 내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고 불법은 심오하지만 알고 보면 별것이 아닌 당연한 일이다. 산승은 온 종일 그들로 더불어 설파해 주지만 공부하는 이들은 도대체 마음을 쓰지 않는다. 천 번 만 번 밟고 다니면서도 도무지 깜깜하다. 아무런 형체도 없으면서 밝고 뚜렷한 이것을 학인들은 믿지 못하고 명자와 글귀 위에서 이해하려 한다. 나이가 오십이 넘도록 단지 송장을 짊어지고 밖으로만 다니는구나. 이렇게 짐을 지고 천하를 돌아다녔으니 짚신 값을 받을 날이 있으리라."

 

강설

이 지구상에서 불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단히 많다. 그러나 불교에 대해서 진실로 발심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진실한 발심은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교란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생 최고의 가치인 도를 깨닫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소인들은 도에 대해서 설명을 들으면 비웃는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가 저런가 망설인다. 하지만 대인은 흔쾌히 받아들인다. 소인들이 비웃지 않으면 족히 도가 될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이, 더구나 대부분 소인의 성향을 가진 말세의 인간들이 도에 대해서 진정으로 마음을 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오욕락과 세상사 인간사에 홀딱 반하고 깊이 빠져서 벗어나올 길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도에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진정한 불교에 무슨 뜻이 있겠는가? 불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가치관의 문제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임제 스님은 진실한 마음을 내기가, 진정으로 발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불교는 깊고 오묘하다. 설사 깊고 오묘하더라도 알고 보면 별것이 아니다. 작은 일이다. 쉽고 간단한 일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임제 스님은 처음 대우 스님에게 가서 불법을 깨닫고 나서 "황벽의 불법이 간단하구나"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옷 입고 밥 먹고 보고 듣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인들은 그 쉬운 것을 믿지 않는다. 한 걸음도 옮기지 않은 그 자리, 곧 자기 자신이지만 문자나 이론을 따라가며 사량 분별을 하고 머리를 굴린다. 옆길로 옆길로 생명 없는 송장을 메고 천하를 돌아다닌다. 짚신은 얼마나 닳았을까? 짚신 값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출전 : 임제록 강설(저 : 임제스님   설 : 무비스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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