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강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근와(槿瓦) 2013. 10. 14. 01:21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법다운 견해를 터득하려면 남에게 미혹(속임)을 당하지 말고 안에서나 밖에서나 마주치는 대로 곧바로 죽여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아라한을 만나면 아라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속을 만나면 친속을 죽여라. 그래야 비로소 해탈하여 사물에 구애되지 않고 투철히 벗어나서 자유 자재하게 된다."

 

강설

여법한 견해나 진정 견해나 모두가 같은 것이다. 수처작주도 같다. 모두가 다른 사람에게나, 나 아닌 다른 경계에 동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온갖 경계가 앞에 오거든 무조건 다 부정하고 끌려가거나 흔들리지 말라는 것이다. 나를 욕하고 나를 때리고 모함하고 손해를 입히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를 유혹하는 순조로운 경계도 같은 것이다. 부처나 조사나 아라한이나 부모나 처자권속이나 모두가 다 나 아닌 경계고 내가 미혹을 당할 상대들이다. 다시 말해서 역경계나 순경계나 일체를 부정하고 벗어나라는 것이다. 거기에 끌려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해탈이다. 어떤 사물로부터도 구애받지 않는다. 툭 터져서 자유자재하다.

 

부처님이나 조사나 아라한이나 그 어떤 권위나 관념들로부터도 벗어나라. 인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깡그리 부정해 버리고 끌려가지 말라는 뜻에서 죽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불조에 대한 모든 잘못된 관념들을 때려 부수라는 뜻이다. 이렇게 파격적이고 강도 높은 언어를 써도 강강(强剛)한, 억세고 미련한 중생들은 아무런 감동이 없다. 깊은 사유가 없어서이다.

 

경계는 경계의 일이고 나는 나의 일이다. 남이 나에게 어떻게 하든 나는 내 할일 하면 된다. 내 자신을 굳게 지키고 타인의 잘잘못을 보지 말라. 흔들리고 따라가면 그 순간 내 생명은 벌써 상처를 입는다. 그가 부처든 조사든 부모든 칭찬이든 욕이든 마찬가지다. 자신을 자각하는 일은 그처럼 중요하다. 안에도 있지 말고 밖에도 있지 말고 중간에도 있지 말라. 참으로 수처작주(隨處作主)하고 입처개진(立處皆眞)하라. 불여물구(不與物拘)하고 투탈자재(透脫自在)하라. 제대로 사람답게 살려면 반드시 이 말대로 하라.

 

출전 : 임제록 강설(저 : 임제스님   설 : 무비스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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