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강설

밥값을 갚을 날이 있으리라

근와(槿瓦) 2013. 10. 12. 00:04

임제록 강설(밥값을 갚을 날이 있으리라)

 

大德아 山僧今時에 事不호已하야 話度說出許多不在淨하니

且莫錯하라 據我見處하면 實無許多般道理요 

要用便用하고 不用便休니라

 

해석

"큰스님들이여! 산승이 오늘 부득이 쓸데없는 더러운 소리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대들은 착각하지 말라. 내가 보기에는 실로 이처럼 허다한 도리는 없다. 작용하게 되면 곧 작용하고 작용하지 않으면 곧 쉰다."

 

강설

임제 스님은 자신이 부득이해서 이런저런 소리들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모두 쓸데없고 더러운 소리들이다. 그 소리들을 주워 모아 기록한 이 임제록도 역시 똥을 닦는 휴지에 불과하다. 여타의 무수한 경전 어록들이야 물어 무엇하랴? 수많은 사람들이 지껄인 말들이야 물어 무엇하랴? 왜 그런가? 그와 같은 허다한 도리가 실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떠들어대고 떠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너무 막연하지 않은가? 그것에 의지하여 참선도 하고 염불도 하고 간경도 하고 주력도 하고 기도도 하며 살아왔는데, 작용할 일이 있으면 곧 작용하고 작용할 일이 없으면 그대로 쉬면 된다. 볼 일이 있으면 보고, 들을 일이 있으면 들으라. 배가 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자라. 사람을 만나면 대화를 나누고 혼자 있으면 그대로 있으라. 해는 뜨고 지고 계절은 오고 간다. 바람은 불고 멎고, 꽃은 피고 지고 한다. 바로 지금 필요한 인연을 따라 물이 흐르듯 살면 된다.

 

이것이 임제가풍이다. 한국불교는 모두가 임제가풍을 표방하고 있다. 또 그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자랑으로 여긴다. 한국의 스님들은 목탁을 쳐서 생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그들이 하는 축원을 들어보면 "임제 스님의 문중에서 영원히 인천의 안목이 되소서(臨濟門中 永作人天之眼目)."라고 한다. 이것은 돌아가신 스님들을 빌 때 가장 요긴하고 핵심이 되는 축원문이다. 그만큼 임제 스님의 가르침과 그의 사상을 흠모하여 길이 이 세상의 눈이 되어 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모든 스님들은 이 임제록의 모든 가르침을 최상의 바른 법으로 숭상하여 따르고 실천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요용변용(要用便用)  불용변휴(不用便休). 

불교 공부란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수행이다. 이것이 참선이다. 곧 사람 사는 일이다.

 

출전 : 임제록 강설(저 : 임제스님  설 : 무비스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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