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경(44)-440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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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을 원만히 갖추고 나서도 계율을 지니는 눈[持戒眼]·계율을 깨뜨리는 눈[破戒眼]·보살의 눈, 이 세 가지 눈[三眼]을 내지 않고, 다시 계율을 지니더라도 한 가지 법도 구하지 않고 보리의 과거나 미래나 현재를 보지 않는다면, 이것을 시(尸)바라밀의 설할 수 없음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약에 보살이 모든 중생이 나지 않고 나오지 않음을 관하여 참음[忍]을 닦으며, 보리와 중생과 모든 법은 다 고요하고 중생과 허공은 성내거나 기뻐하는 마음이 없음을 관하며, 또 어떤 법이라도 원망하는 생각을 깨닫지 않고서 참음을 닦으며, 다시 어떤 법이라도 멀리 여읨을 깨닫지 않고서 참음을 닦는다면, 이것을 찬제(羼提)바라밀의 설할 수 없음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약에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여 조금이라도 몸과 입과 뜻 따위로 말미암아 어떤 법은 나고 어떤 법은 멸한다고 보지 않으며, 그러고도 정진을 닦아 법계를 헐지 않으며,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장엄을 닦고 공하고 나 없음[無我]에 있어서 착란을 일으키지 않으며, 온갖 부처님 법을 원만히 갖추기 위하여 장엄을 행하고 부처님 법은 곧 법 없는 것이라고 들어도 그 말에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며, 청정하게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였어도 허공같이 관하고, 또 장엄으로 법 바퀴를 굴리지 않는 까닭이 일체 법의 성품을 설할 수 없기 때문이라 한다면, 이것을 비리야(毘梨耶)바라밀의 설할 수 없음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약에 보살이 선(禪)바라밀을 닦되 닦고 나서 과거의 마음 성품을 보지 않고, 본 성품을 깨끗이 하고서도 머무는 곳을 보지 않으며, 또 탐내고 미워하고 어리석은 마음이나 상·중·하의 마음을 보지 않고 다시 탐내고 미워함이 없고 어리석은 마음과 슬기로운 마음을 분별하지도 않나니, 왜냐하면 탐내고 미워하고 어리석은 성품과 같이 탐냄과 미워함과 어리석음을 없애는 것도 또한 그러함이니라.
이와 같이 관하고는 선정에 들어가되, 평등함을 평등하다고 보지 않고 평등하지 않은 법을 평등하다고도 보지 않으며, 또 음(陰)과 계(界)와 제입(諸入), 착함과 악함, 깨끗함과 더러움, 번뇌[有漏]와 번뇌 없음[無漏], 세간과 출세간, 생사와 열반, 다스림[對治] 따위를 법을 분명히 안다면 이것을 선바라밀의 설할 수 없음이라고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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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자야, 어떤 것을 설할 수 없는 반야(般若)바라밀이라 하느냐 하면, 만약에 지혜의 행(行)이 없으면, 나[我]와 내 것[我所]과 중생·수명·장정과 상견(常見)·단견(斷見)과 있는 소견·없는 소견과 욕계·색계·무색계도 없음이니, 이것을 행이 없음이라 하며, 다툼[諍訟] 없고 오고 감이 없다면 이것을 지혜의 행에 따른다 하며, 무명의 어둠과 악하고 삿된 소견을 여의리라. 이러한 법을 관한다면 진실한 관찰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화재(火災)가 나면 모든 것이 다 타버려서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오직 허공만은 제외되나니, 보살이 이 설할 수 없는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도 이와 같아서 인연이 없느니라. 일체 법의 본 성품이 다 멸함을 보고는 중생을 위하여 방편으로써 열반을 연설하고, 또 중생의 명자(名字) 없음을 알리는 방편으로써 명자를 연설하며, 지혜의 힘을 지닌 까닭에 과거와 미래를 알아서 나고 멸함을 말하느니라.
또 몸과 마음이 없음을 분명히 알지만 방편으로써 몸과 마음을 말하고, 모든 법은 설할 수 없음을 알지만 중생을 위함으로써 방편으로 말하고, 베푸는 것도 없고 받는 것도 없음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베풂과 받음을 말하고, 모든 법은 본 성품이 청정함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계율[禁戒]을 말하고, 모든 법은 본래 성내는 성품이 없음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인욕을 닦고, 닦음도 없고 여읨도 없음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부지런히 정진을 닦고, 모든 법의 본 성품은 고요함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선정을 수행하고, 생사와 열반이 없음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지혜를 수행하고, 모든 법의 본 성품은 스스로 멸함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열반이 바로 지혜란 것을 말하느니라.
대저 지혜란 것은 음성과 명자가 없으므로 펴 설할 수 없고 보고 들을 수 없으며, 마음 없고 식별 없고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며, 나[我]와 내 것[我所]이 아니고 처소나 형체나 규격이 있는 것도 아니며,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고 색이 아니고 보이는 것도 아니며, 다스림이 아니고 조작이 아니고 깨달음도 아니고 생각함도 아니며, 머무는 곳이 없고 과거·미래·현재도 아니니라.
색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닿음과 법과 뜻이 아니며, 밝거나 어둠이 아니고 이 허공도 아니며, 안과 바깥이 아니고 동작이나 존재가 아니며, 비대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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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척함이 아니고 더하고 덜함이 아니며, 본 성품이 청정하여 탐내고 미워하고 어리석음이 아니며, 미치고 어지러운 것이 아니고 끝과 짬이 없어서 헤아릴 수 없음이니, 이것을 반야바라밀의 설할 수 없음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이 법을 말씀 하실 때에 마왕 파순은 얽매임에서 벗어나 기쁜 마음을 내어 말하였다.
“제가 이제 설할 수 없는 법을 듣고서 해탈하게 됨과 같이 만약에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이 법을 듣는다면 또한 나와 같이 뒤바뀜 속에서 해탈하게 될 것이며, 모든 마군의 부림[使]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모임 가운데 1만 2천의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이때 아난(阿難)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같은 바른 법을 무어라고 이름하며 어떻게 받들어 가지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전의 이름은 ?방등대집(方等大集)?이라 하고, 설할 수 없는 법이라고도 하고 또 온갖 부처님의 법에 들어가고 온갖 부처님이 지니신 명자를 끊음이라고도 하느니라. 누구든지 이러한 법을 높이고 받들어 가진다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그때 공중에서는 풍악과 향·꽃을 베풀어 불가설보살을 공양하고,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 소리로 진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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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등대집경 제14권
북량 천축 담무참 한역
이진영 번역
8. 허공장보살품(虛空菩薩藏品) ①
그때 바가바(婆伽婆)께서 여래가 다니시는 처소 묘보장엄(妙寶莊嚴) 도량에 노니시면서 여래의 위신력과 큰 공덕을 장엄하고 여러 상호를 원만히 갖추며 본래 부처자리[佛地]를 행함으로 인하여 과보를 얻으셨다. 보살의 한량없는 궁택(宮宅)은 여래의 신통력으로 만들어졌고 걸림 없는 지혜에 드시어 다니는 곳마다 수승한 기쁨을 자아내며, 정진하는 지혜를 생각하여 교묘한 말을 분별하고 뭇 공덕을 원만히 갖추어 미래의 세상에까지 찬탄하게 되었다.
세존께서는 바른 깨달음으로서 법바퀴를 잘 굴리시며, 한량없는 중생을 조순(調順)하여 여래법에 다 자재로움을 얻고, 중생들의 마음 쏠림을 알아서 온갖 근기를 분별하시며, 저 언덕에서 번뇌의 습기를 끊되 영원하고도 남김없이 제거하며, 시행하는 불사는 다 자연스럽게 처리하면서 6백만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마음이 수련되어 번뇌의 습기를 이미 끊었으니, 다 여래 법왕(法王)의 아들로서 매우 깊은 법을 행하여 무소유법(無所有法)을 잘 이해하고 알며[解了], 가장 미묘하고 단정한 위의를 원만히 갖추었으니, 이 큰 복밭은 진실로 여래가 가르치신 법 속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큰 보살승과도 함께 계시면서 온갖 행을 건너 보살의 행을 버리지 않으며, 무생인(無生忍)을 얻어 여러 중생에게 큰 슬픔을 버리지 않으며, 온갖 세간을 거쳐도 세간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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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순하여 중생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여래가 행하는 자리에 잘 들어가고 또 보살이 행하는 자리를 여의지 않게 하셨다.
그 보살들의 이름은 보명(普明)보살마하살·무애명(無礙明)보살·어일체법자재왕(於一切法自在王)보살·무애행처(無礙行處)보살·분별변각(分別辯覺)보살·정무량망명등왕(淨無量網明燈王)보살·불염행처(不染行處)보살·괴마계방광명(壞魔界放光明)보살이라 하였는데, 이러한 따위의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의 생각할 수 없고 측량할 수 없고 제한 없고 설할 수 없는 보살마하살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여러 보살에게 생사를 벗어나는 출요(出要)의 행으로써 이른바 걸림 없는 법문 장엄 보살도를 말씀하시니, 부처님 법의 모든 힘 두려움 없음을 성취하고 여러 법의 자재로움을 얻어서 다라니 문에 들고, 여러 변론[辯]을 분별하는 문에 들고, 큰 신통의 문에 들고, 퇴전(退轉)하지 않는 바퀴, 여러 승(乘)의 평등을 말하는 문에 들고, 한 모양[一相] 법계의 분별 없는 문에 들고, 중생을 근기에 따라 이해한 차별을 말하는 문에 들고, 굳은 법으로 여러 마군의 경계를 분별하여 헐고 사유(思惟)에 잘 따르는 문에 들어갔다. 모든 번뇌와 소견[見] 끊어 걸림 없는 지혜의 문에 들고, 더할 나위없는 서원과 방편 지혜의 문에 들고, 여러 부처님 평등한 지혜의 문에 들고, 여러 법에 막히거나 걸림이 없이 진실 그대로 분별하는 문에 들고, 번함 없이 평등한 법문에 들고, 매우 깊은 12인연의 문에 들고, 공덕의 지혜로써 부처님 몸과 입과 뜻을 장엄하여 정진하는 생각을 굳게 하여 지혜 다함없는 문에 들어갔다.
4성제(聖諦)의 문에 들고, 성문을 조복하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멀리 여의는 문에 들고, 벽지불을 조복하기 위하여 온갖 지혜를 수기(授記)하는 문에 들고, 보살을 조복하기 위하여 모든 법의 자재로운 문에 들고, 부처님 공덕을 나타내기 위하여 열어 보이고 해설하고 드러내어 이해시키며 가르쳐 읽히고 시설하고 차례로 나열하고 분별하여 쉽게 바른 말에 수순(隨順)하도록 하셨다.
그때 세존께서 이렇게 큰 법의 방편을 잘 분별하시자, 이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색과 모양, 말하자면 철위산(鐵圍山)·대(大)철위산․수미산(須彌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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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여러 흑산(黑山)·사천하(四天下) 및 염부제(閻浮提)의 촌락·도시의 사택(舍宅)이며, 큰 바다·강·샘·못과 약초(藥草) 수목 및 총림이며, 여러 천·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따위의 궁전과 지신(地神)의 궁전, 허공 중 여러 귀신의 궁전이며, 사천왕천·삼십삼천·야마천·도솔천·화락천(化樂天)·타화자재천·법천의 궁전이며, 위로는 아가니타천의 궁전에 이르기까지 온갖 큰 땅과 욕계(欲界)의 색신(色身) 중생들이 다 가려져[隱蔽] 눈으로 볼 수가 없었다.
마치 겁(劫)이 다하고 화재가 일어난 뒤에, 온 땅은 타버리고 큰물[大水]이 아직 나오지 않았을 때 한 색도 눈에 부딪치지 않은 것처럼, 삼천대천세계도 또한 그러하여 조그마한 색도 없었다. 이 욕계와 색계는 포섭되었으나, 오직 묘보장엄 도량에서 보는 색과 모양은 그러하지 않았다.
그때 묘보장엄 도량 위 허공에 아무런 의지한 곳 없이 자연스럽게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의 보배 층대(寶臺)가 생겼는데, 그 미묘하고 장엄함을 세상에서 즐거이 보게 되었으니, 마치 대묘장엄(大妙莊嚴) 세계의 일보장엄(一寶莊嚴) 불토에 보살이 머무르던 보배층대처럼, 이 보배 층대도 또한 그러하였다.
여러 대중이 보배층대 가운데 앉자 묘보장엄 도량 안에서 자연스럽게 청정 미묘한 진금(眞金)의 사자자리가 솟아나오는 것이 보였는데, 높이가 십천 유순인 이 사자자리에서 또한 미묘 청정한 광명이 나와 두루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니, 이 빛은 보살의 광명을 밝게 드러나지 못하게 하였다.
그때 대중들이 기뻐 뛰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여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말하였다.
“이제 여래께서 반드시 큰 법을 말씀하시려고 이 상서로운 빛을 나타내는 것이겠습니다.”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이어받아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의복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꿇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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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이시여, 어떠한 상서의 모양이기에 이 같은 훌륭한 기쁨을 자아내고 큰 신통의 변화를 나타내시나이까? 세존이시여, 이 여러 대중이 다 의혹하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어떠한 인(因)과 어떠한 연(緣)으로 이 일찍이 없었던 일을 나타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사리불아, 여기서 동방으로 여덟 부처님 세계의 가는 티끌같이 많은 부처님 국토를 지나 대장엄(大莊嚴)이라 하는 세계가 있는데, 그 나라에는 일보장엄(一寶莊嚴)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란 명호를 가진 부처님이 계서서 지금 현재 설법하고 계시느니라. 어떤 인연으로 그 세계를 대장엄이라고 하는가 하면, 아무리 그 세계의 장엄한 일을 널리 말하는 이라도 한 겁 동안에 다할 수 없으므로 국토의 이름을 대장엄이라 하느니라.
어떤 인연으로 그 부처님을 일보장엄이라고 하는가. 사리불아, 그 부처님은 한 보배로 인하여 설법하시기 때문이니, 이른바 더 없는 대승의 보배이므로 그 부처님을 일보 장엄이라 하느니라. 그 부처님은 여러 보살대중과 더불어 각각 사자자리에 올라 높이 80억 다라수의 공중에 솟아 있으면서 여러 보살을 위하여 허공인법문(虛空印法門)을 연설하시니, 그 허공인법문이란 일체 법이 다 허공으로써 문을 삼는 것과 같이 머무는 곳이 없기 때문이니라. 일체 법이 머무는 곳 없음은 문의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모양의 문 없음은 모든 행하는 곳을 지나는 때문이며, 일체 법이 행하는 곳의 문이 없음은 안팎이 청정한 때문이며, 일체 법의 청정한 문은 성품이 물들지 않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물들지 않음은 자성(自性)이 고요한 때문이며, 일체 법이 고요한 문은 마음과 뜻과 식별이 본래 없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본래 문 없음은 물질과 물질 아닌 것을 여의는 때문이며, 일체 법이 물질의 문 없음은 가르치는 모습이 없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가르치는 문 없음은 형단(形段)이 없기 때문이니라.
일체 법이 형단의 문 없음은 인연의 경계를 여의는 때문이며, 일체 법이 인연의 경계 문 없음은 고요한 모양이기 때문이며, 일체 법의 고요한 문은 두 가지 모양을 여의는 때문이며, 일체 법이 두 가지 문 없음은 별 다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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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때문이며, 일체 법이 별다른 문 없음은 한 모양(一相)에 들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한 모양의 문은 자체의 모양이 청정하기 때문이며, 일체 법 자체의 모양 청정한 문은 3세를 지냈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3세를 지난 문은 평등을 여의지 않기 때문이니라.
일체 법이 평등을 여의지 않는 문은 모양과 모양 아님을 허깨비(幻化)로 하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모양을 허깨비로 한 문은 체질이 견실하지 않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체질 없는 문은 조작한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조작 없는 문은 몸과 마음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멀리 여의는 문은 모양과 모양 없음을 여의는 때문이며, 일체 법의 모양 없는 문은 모양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니라.
일체 법 흔들리지 않는 모양의 문은 의지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의지하는 곳 없는 문은 짬(際) 없는데 머물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짬 없는 은 소굴(巢窟)이 없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소굴이 없는 문은 나 없고 내 것이 없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나 없고 내 것이 없는 문은 주장이 없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주장 없는 문은 성품이 나 없기 때문이며, 일체 법이 나 없는 문은 안[內]이 청정한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그 일보장엄 여래는 여러 보살을 위하여 이러한 허공인법문을 널리 말하였으며, 이 법을 말할 적에 한량없는 아승기 여러 보살은 일체 법의 성품이 허공과 더불어 평등한 것을 알아서 모든 법 가운데 무생인을 얻었느니라.
사리불아, 저 대장엄 불토의 일보장엄 부처님 계신 곳에 허공장(虛空藏)이라고 부르는 보살마하살이 있어서 대장엄으로써 스스로 장엄하며, 온갖 생각할 수 없는 원력에 가장 뛰어나 모든 공덕 중의 위덕과 걸림 없는 지견(知見)을 얻었으며, 생각할 수 없는 보살 공덕으로 스스로 장엄하매 상호로써 몸을 장엄하고, 착한 설법으로써 제도할 곳을 따라 입을 장엄하고, 선정에서 물러나지 않아서 마음을 장엄하고, 여러 다라니[總持]로써 그 염(念)함을 장엄하고, 온갖 미세(微細)한 법에 들어가 그 뜻을 장엄하고, 법의 성품을 순리로 관하여 나아감을 장엄하느니라.
또 서원을 굳게 함으로써 순지(淳至)를 장엄하고, 온갖 맺힘을 지어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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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일을 장엄하고 한 자리[一地]로부터 한 자리에 이름으로써 필경을 장엄하고, 여러 가지 소유하고 있던 것을 버려서 보시(布施)를 장엄(莊嚴)하고, 깨끗한 마음과 착한 말로써 계(戒)을 장엄하고, 중생들에게 거리끼는 마음이 없음으로써 인욕(忍辱)을 장엄하고, 모든 일을 원만히 갖춤으로써 정진(精進)을 장엄하고, 정(定)에 들고 신통에 유희하여 선(禪)을 장엄하고, 번뇌의 습기를 잘 알아서 반야(般若)를 장엄하고, 중생을 구호하기 위하여 사랑[慈]을 장엄하느니라.
또 중생을 버리지 않기 위하여 슬픔[悲]을 장엄하고, 마음에 주저함이 없어 기쁨[喜]을 장엄하고, 미움과 사랑을 여의어 평정[捨]을 장엄하고, 다함없는 보배 손[寶手]을 얻어 공덕을 장엄하고, 여러 중생의 마음의 행[心行]을 분별하여 지혜를 장엄하고, 중생에게 착한 법을 가르쳐 깨달음을 장엄하고, 슬기의 밝고 깨끗함을 얻어 슬기의 광명을 장엄하고, 이치와 법과 말과 즐거움을 얻어서 온갖 변재[辯]를 장엄하느니라.
또 마군의 외도를 파괴시켜 여러 가지 두려움 없음을 장엄하고,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을 얻어서 스스로 장엄하고, 항상 여러 털구멍[毛孔] 설법으로써 법을 장엄하고, 여러 부처님 법의 밝음을 보고는 자신의 밝음을 장엄하고, 부처님 나라에 두루 비치어 광명을 장엄하고, 말이 그릇되지 않아서 기별(記別)을 장엄하고, 신통으로써 곳에 따라 즐거이 말하여 가르치기[敎授]를 장엄하고, 신통으로써 4신족(神足)의 저 언덕에 이르러 변화하기를 장엄하느니라.
또 신통으로써 부처님의 은밀한 곳에 들어가 여러 여래의 신통을 장엄하고, 스스로 바른 지혜를 깨달아 법의 자재로움을 장엄하고, 말과 같이 행하되 파괴할 자 없음은 온갖 견고한 착한 법을 장엄함이니, 저 허공장보살은 이러한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여 12억의 보살마하살과 함께 뜻을 모아 이 사바세계에 와서 나를 보고 예배하여 공양하고 공경히 둘러싸려고 하며, 또 대보집경(大普集經)에 조그마한 법문의 갈래를 분별하려고 하느니라.
시방에서 모여 온 이 보살들에게 큰 법의 광명을 내려고 하며, 대승법(大乘法)을 더 자라게 하려고 하며, 여래의 법을 받아 지니려고 하며, 한량없는 중생들에게 선근(善根)을 내려고 하며, 착한 법으로써 온갖 마군의 외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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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복하려고 하며, 보살이 사자(師子) 유희(遊戱)하는 신통을 나타내 보이려고 하기 때문에 저 허공장보살이 이곳에 오고자 하는 뜻을 이 상서(祥瑞)로써 응한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일을 말씀하시고 나자, 곧 허공장보살이 12억의 보살마하살과 더불어 공경하고 둘러싸면서, 일보장엄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사바세계에 나아가서 석가모니부처님을 뵈옵고 예배하며 공양하고자 합니다.”
그 부처님께서 대답하였다.
“가고자 한다면 뜻대로 하여라.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허공장보살은 곧 일보장엄여래의 발아래 엎드려 절하고 나서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돌고 부처님의 유희 조작 없는 신족(無作神足)을 이어받아 저 대장엄 국토에서 홀연히 사라져 한 찰나에 여러 보살 대중과 함께 이 사바세계의 묘보장엄 도량 보배층대 위에 이르렀다.
그때 허공장보살이 묘한 꽃과 향을 뿌려서 세존과 ?대보집경?을 공양하니, 이른바 만다라(蔓陀羅)꽃·마하(摩訶)만다라꽃·파리질다라(波利質多羅)꽃·마하파리질다라꽃·만수사(蔓殊沙)꽃·마하만수사꽃·노차나(盧遮那)꽃·마하노차나꽃 등 물과 육지의 여러 꽃들이 크기가 수레바퀴 같고 백천의 그 잎이 다 광명과 향기를 내어 미묘한 냄새를 풍기며, 뜻에 알맞게 열린 것이 선명하고 깨끗하며, 온갖 색이 찬란하여서 보기에 즐거웠다.
이러한 갖가지 한량없는 묘한 꽃을 뿌려서 묘보장엄 도량에 높이 1다라수를 가득하게 하였다. 여러 가지 하늘 음악을 일으키자, 그 음성은 다 한량없는 백천 법문의 소리이로서 말하자면 단바라밀과 서로 응하는 소리·시·찬제·비리야·선·반야 바라밀과 서로 응하는 소리, 4무량(無量)과 서로 응하는 소리[相應聲], 4섭법(攝法)과 서로 응하는 소리, 조도법(助道法)과 서로 응하는 소리, 3해탈문(解脫門)과 서로 응하는 소리, 4성제(聖諦)와 서로 응하는 소리, 12인연(因緣)과 서로 응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때 허공장보살은 부처님을 공양하고 부처님 발아래 예배하고 일곱 번 돌고 한쪽에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무 관 세 음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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