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참구하는 모양(修心正路)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어떤 이가 묻되 화두를 의심하라 하니 어떻게 의심하여야 될까요?
내가 이르되, 어떤 사람이 귀중한 보배를 몸에 깊이 간수하여 애지중지하다가 홀연히 잃어버렸다. 그 사람은 모르고 있다가 손으로 보배 둔 곳을 만져보니 보배가 간 데 없으므로 의심이 나서 보배를 어디에 두었는가? 하고 찾는 것과 같이 할지어다. 또 어떤 사람이 날이 밝게 새기 전에 이상한 물건을 주거늘 자세히 보니 날은 아직 밝지 못한 때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으므로 그 사람이 의심이 바짝 난 것과 같이 화두하는 모양도 이와 같다.
혹 화두를 할 때에 어떤 때에는 나귀를 끌고 우물에 들어가는 것도 같고, 어떤 때에는 뜨거운 불과 같이 번뇌가 끓고, 어떤 때에는 찬 어름과 같이 마음이 일어나지 아니하며, 어떤 때에는 순풍에 돛단 배와 같아서 술술 잘 된다. 다만 화두만 할지어다.
또 고요히 앉아 맑고 맑은 것을 취하여 공부를 삼지 말며, 또 운동하고 능히 말하며, 능히 움직이고 능히 고요히 하는 것으로써 공부를 삼지 말며, 또 생각을 허공과 같이 하든지, 또 마음을 담벽과 같이 하여 공부를 하지 말지니 이는 공망(空亡)에 떨어진 외도(外道)며, 혼이 흩어지지 아니하여도 죽은 사람이니라.
다만 이 한 물건 모르는 것을 의심할지어다. 공부를 일심으로 하여 가면 보고 듣는 경계가 자연히 고요하고 물건과 나를 함께 잊어 산하대지가 없어지고 허공이 녹아지나니 이러한 지경에 이르면 자연히 칠통을 타파할 것이다.
또 묻되 망상이 자꾸 나니 그 망상을 어떻게 제거할까요?
내가 이르되 망상이 일어나든지 안 일어나든지 가만히 두고 망상을 없애려 하지 말라. 망상을 없애려고 하면 망상이 더 일어나는 것이다. 비유하건대 소가 달아날 때 소고삐를 단단히 잡아당기면 소가 스스로 사람을 쫓아오는 것과 같과 같아서 망상이 나든지 아니 나든지 상관말고 화두만 들어 의심하면 망상은 스스로 없어진다. 또 화두로 망상을 없애려고 하지 말며, 또 다만 화두만 들어 의심하여도 망상을 걷잡지 못하므로 화두를 즉시 놓아 버리고, 마음도 쉬어 전과 같이 한 뒤에 다시 화두를 들면 새롭게 다시 깨끗해진다.
또 화두를 들어 의심할 때에 몸과 마음을 다 놓아 항상 편안히 하고, 화두를 뚜렷이 의심할지어다. 화두를 너무 급하게 들면 심장이 움직여 가슴도 답답하며, 머리도 아프고 코에서 피도 나는데 이 병은 마음을 너무 조급하게 한 탓이다.
또 마음을 너무 방심하면 화두를 잊어버리기가 쉬운 것이니 부디 화두를 너무 극도로 하지 말고 너무 방심으로도 하지 말라. 거문고 줄은 늦추어도 소리가 나지 아니하고, 너무 팽팽하여도 소리가 나지 않나니 공부하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죽장망혜(竹杖芒鞋)로 첩첩 산중에 들어가다가 홀연히 산이 다하고, 물이 다하여 물러나거나 나아갈 곳이 없는지라 이런 때를 당하여 용단력을 다해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꽃이 불긋불긋하고 버들이 푸릇푸릇한 곳에 별천지가 있는 것이다.
세상의 다른 공부는 다 아는 마음으로 헤아려 궁구하거니와 이 공부는 단지 알지 못하는 이 한 물건을 일심으로 의심하여 참구하는 것이다. 헤아려 알고자 하면 만년을 궁구하여도 알지 못한다. 화두를 참구할 적에 무슨 재미를 찾지 말고, 모기가 쇠로 만든 소 위에 앉아 부리를 내리지 못할 곳을 향하여 신명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한번 뚫고 들어가면 몸조차 쑥 들어가리라.
화두만 일심으로 의심하여 궁구하고 추호라도 아는 마음과 구하는 마음을 두지 말지어다. 일란풍화 춘절이 돌아오면 꽃 피고 잎 피듯이 공부가 익으면 자연히 이같이 되는 것이다.
출전 : 선문촬요(著 : 西山大師, 譯 : 龍城禪師)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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