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대반열반경(11)-110

근와(槿瓦) 2015. 11. 14. 20:20

대반열반경(11)-110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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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한 장이라 하겠느냐.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몸이 불구가 되어 눈이 없거나 손이나 발이 없으면 부끄러워서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것인데, 사람이 보지 못하므로 비밀하게 감춘다 하겠지만, 여래는 그렇지 아니하여 가지고 있는 법을 모두 사람들로 하여금 보게 하거늘, 어찌하여 여래의 비밀한 장이라 하겠느냐.

 

선남자여, 어떤 가난한 사람이 남의 빚을 많이 지고는 빚쟁이가 무서워서 숨고 나오지 아니하므로 비밀히 숨었다 하려니와, 여래는 그렇지 아니하여 모든 중생의 세간법을 빚지지 아니하였고, 중생의 출세간법을 빚졌다 하더라도 숨지는 아니하나니, 왜냐 하면 중생을 대하여 항상 외아들이란 생각을 가지고 위없는 법을 연설하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마치 장자가 재물이 많은데 외아들을 두고는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잠시도 떠나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보배를 모두 보이나니, 여래도 그러하여 중생을 외아들같이 여기느니라.

 

선남자여, 세상 사람들은 남근(男根)과 여근이 흉하고 부끄럽다 하여 옷으로 가리므로 감춘다 하겠지만, 여래는 그렇지 아니하여 영원히 이 근(根)이 없으므로 감추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바라문들이 가지고 있는 논리(論理)는 찰리나 비사나 수타에게 듣게 하지 아니하나니, 그 까닭은 그 논리에는 허물이 있는 연고지만, 여래의 바른 법은 그렇지 아니하여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훌륭하므로 비밀한 장이라 이름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장자가 외아들을 두고 항상 사랑하고 그리워서 스승에게 보내어 공부하게 하려다가 빨리 성취하지 못할까 염려하여 도로 데려다가 밤낮으로 반쪽 글자만 가르치고 성명론(聲明論)은 가르치지 못하나니, 나이가 어려서 감당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그 장자가 반쪽 글자만 가르쳐도 그 아들이 능히 성명론을 알 수 있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장자가 아들에게 비밀히 감추는 것이 있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아들의 나이가 어려서 말하지 않았을지언정, 아끼느라고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오니, 만일 아끼고 질투하는 마음이 있으면 멈춘다 하려니와, 여래는 그렇지 아니하옵거늘, 어찌 여래의 비밀한 장이라 말하오리까?"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의 말과 같이 미워하고 질투하며 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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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마음이 있으면 감춘다 하려니와, 여래는 그런 마음이 없거늘 어찌 감춘다 하겠느냐.

 

선남자여, 장자는 여래를 비유한 것이며, 외아들은 모든 중생을 비유한 것이니, 여래가 모든 중생을 외아들처럼 생각하느니라. 외아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성문 제자를 말함이요, 반쪽 글자는 아홉 종류 경전을 말함이요, 성명론이란 것은 방등(方等) 대승경전을 말함이니, 성문들이 지혜가 없으므로 여래가 반쪽 글자인 아홉 종류 경전만을 말하고, 성명론인 방등 대승경전은 말하지 아니하였느니라. 저 장자의 아들이 자라서 글을 배울 만하여도 성명론을 가르치지 않으면 장이라 하는 것과 같이, 성문들이 대승 성명론을 배울 만한 힘이 있어도 여래가 아끼고 가르치지 않는다면 여래는 비밀한 장이 있다고 말하려니와, 여래는 그렇지 아니하므로 여래는 비밀한 장이 없느니라. 그 장자가 반쪽 글자를 가르치고 다음에 성명론을 말하듯이, 나도 그와 같이 제자들에게 반쪽 글자인 아홉 종류 경전을 말하고, 다음에 성명론을 연설하노니, 그것이 여래가 항상 머물고 변역하지 않는다 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마치 여름철에 큰 구름과 우레가 일어나고 큰비가 오면, 농부들 가운데 씨를 심은 이는 열매를 많이 거두고, 씨를 심지 않은 이는 거둘 것이 없는 것과 같으니, 거둘 것이 없음은 용왕의 허물이 아니며, 그 용왕도 감추는 것이 없느니라. 나도 그와 같아서 대열반경인 큰 법비를 내리거든, 중생들로서 선근의 씨를 심은 이는 지혜의 열매를 거두고, 선근의 씨가 없는 이는 거둘 것이 없나니, 거둘 것이 없음은 여래의 허물이 아니며, 여래는 감추는 것이 없느니라."

 

"저는 지금 여래께서 비밀한 장이 없음을 알았사오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성명론에서 여래께서 항상 머물며 변역하지 않는다 함은 그렇지 않나이다. 왜냐 하면 옛적에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과 연각들과 여러 성문 제자들도 무상한 몸 버리거든 하물며 범부들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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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지금에는 항상 머물고 변역하지 않는다 하시니, 무슨 이치입니까?"

 

"선남자여, 나는 모든 성문 제자들에게 반쪽 글자를 가르치느라고 그런 게송을 말하였느니라. 또 선남자여, 바사닉왕이 어머니가 죽은 뒤에 슬프게 울고 부르짖으며 나에게 왔길래 '대왕은 어찌하여 이렇듯이 서러워합니까?' 하고 물었더니,

 

왕은 대답하기를 '나라의 태후가 돌아가셨는데 누구든지 어머니의 명을 도로 살릴 이가 있다면 나는 나라와 코끼리와 7보와 목숨까지 버려서 은혜를 갚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대왕은 그렇게 서러워하고 통곡하지 마시오. 모든 중생의 목숨이 다한 것을 죽었다 하나니, 부처님이나 연각이나 성문 제자들도 이 몸을 버리거늘 하물며 범부이겠소?' 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바사닉왕에게 반쪽 글자를 가르치느라고 이 게송을 말하였거니와, 지금은 성문 제자들에게 성명론을 말하는 터이므로 여래는 항상 머물러서 변역함이 없다고 하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여래는 무상하다고 말하면 어찌 그 사람의 혀가 빠지지 아니하랴."

 

가섭보살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것 쌓아 두지 말고 음식에 만족할 줄 알며, 새들이 허공에 날아도 자취를 찾을 수 없도록.

 

그런데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세존이시여, 이 대중 가운데 누가 쌓아 둠이 없다 이를 만하며, 누가 음식에 만족한다 이를 만하며, 누가 허공에 행하매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이를 만하며, 이렇게 가는 이는 어느 곳에 이르겠습니까?"

 

"가섭이여, 쌓아 두는 것은 재물이니라. 선남자여, 쌓아 두는 일이 두 가지니, 하나는 함이 있는 것이요, 또 하나는 함이 없는 것이니라. 함이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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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 둠은 성문의 행이요, 함이 없게 쌓아 둠은 여래의 행이니라.

 

선남자여, 스님도 두 가지니, 함이 있는 스님과 함이 없는 스님이니라. 함이 있는 스님은 성문이라 하며, 성문인 스님은 쌓아 두는 일이 없나니, 종이나 법답지 아니한 물건이나 광이나 미곡이나 소금 · 메주 · 참깨 · 콩 · 팥 따위니라.

 

어떤 이가 말하기를 여래가 종이나 하인 따위의 물건들을 쌓아 두도록 허락하셨다 하면, 혀가 말려 들어가게 될 것이니, 나의 성문 제자들은 쌓아 두는 일이 없다 할 것이며, 음식에도 만족할 줄을 안다 할 것이니, 음식을 탐하는 이는 만족한 줄을 모르는 것이요, 음식을 탐하지 않는 이라야 만족한 줄을 안다고 이름하리라.

 

자취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위없는 보리에 가까운 것이니, 이 사람은 비록 가더라도 이를 곳이 없다고 하느니라."

 

"함이 있는 스님도 쌓아 두는 일이 없거늘, 하물며 함이 없는 스님이리이까? 함이 없는 스님은 여래이오니 여래가 무슨 쌓아 둠이 있사오며, 쌓아 두는 것은 감춘다는 것이니, 여래의 말씀하심은 감추거나 아낌이 없거늘, 어찌하여 장이라 하리이까?

 

자취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열반이니, 열반 가운데는 해 · 달 · 별, 차고 더움, 바람과 비,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따위의 25유가 없으며, 모든 근심과 번뇌를 여의었으며, 이러한 열반이야말로 여래의 머무는 곳이며, 항상 변역하지 않는 것이오니, 이런 인연으로 여래께서 이 사라나무 밑에 이르러 대열반에 드시나이다."

 

"가섭이여, 대(大)라는 것은 성품이 넓고 많음을 말함이니, 사람이 한량없이 오래 사는 것을 대장부라 하고, 이런 사람이 바른 법에 머물면 사람 중에 훌륭한 이라 하는 것 같으니라. 내가 말한 큰 사람이 깨달을 여덟 가지[八大人覺]는 한 사람이 가질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가질 수도 있나니, 만일 한 사람이 여덟 가지를 모두 갖춘다면 가장 훌륭한 것이니라.

 

열반이라 함은 헌 데[瘡疣]가 없다는 뜻이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고 고통을 받을 적에 좋은 의사를 만나 독화살을 빼고 약을 발라서 고통을 여의고 낙을 받게 한다. 그 의사가 다시 다른 도시나 시골로 다니면서 병환이 있고 부스럼을 앓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병을 치료하나니, 여래도 그와 같아서 등정각을 이루고 훌륭한 의사가 되어 염부제에서 괴로움 받는 중생들이 한량없는 세월에 음욕, 성내는 일, 어리석은 번뇌의 화살을 맞고 크게 고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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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보고, 이런 이를 위하여 대승 경전의 감로 법약을 말하여 병을 치료하여 마치고는, 다시 다른 곳으로 다니면서 번뇌의 화살이 있는 곳에서 부처가 되어 병을 치료하나니, 그러므로 대반열반이라 하느니라.

 

대반열반은 해탈하는 곳이니, 조복받을 중생이 있는 곳을 따라서 여래가 그곳에 나타나는 것이며, 이런 진실하고 깊은 뜻으로써 대열반이라 이름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 세상 의사들이 모든 중생의 헌 데를 치료할 수 있습니까?"

"선남자여, 이 세상의 헌 데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치료할 수 있고 하나는 치료할 수 없나니,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의사가 치료할 것이요,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의사가 고치지 못하느니라."

 

"부처님의 말씀이 여래가 염부제에서 중생의 병을 치료하였다 하시니, 만일 치료하였다면 모든 중생들 가운데 어찌하여 열반을 얻지 못한 이가 있습니까? 만일 다 열반을 얻지 못하였으면 여래께서 어찌하여 치료하여 마치고 다른 곳으로 간다 하십니까?"

 

"선남자여, 염부제의 중생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신심이 있고 다른 하나는 신심이 없느니라. 신심이 있는 이는 치료할 수 있다 하나니, 왜냐 하면 결정코 열반을 얻어 헌 데가 없는 까닭으로 염부제의 중생들을 치료하여 마쳤다는 것이요, 신심이 없는 중생은 일천제라 하나니, 일천제는 치료할 수 없느니라. 일천제를 제하고는 모두 치료하였으므로 열반에는 헌 데가 없다고 이름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열반이라 합니까?"

"선남자여, 열반은 해탈이라 하느니라."

 

"해탈이라고 말하는 것은 색(色)입니까, 색이 아닙니까?"

"선남자여, 혹은 색이기도 하고 혹은 색이 아니기도 하니, 색이 아니라 말함은 성문과 연각의 해탈이요, 색이라 말함은 부처님의 해탈이니라. 선남자여, 그러므로 해탈은 색이기도 하고 색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여래는 성문 제자들을 위하여 색이 아니라고 말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성문과 연각이 만일 색이 아니라면 어떻게 머뭅니까?"

"선남자여, 비상비비상천(非想非非想天)이 색이기도 하고 색이 아니기도 하므로, 나는 색이 아니라고 말하느니라. 어떤 이가 묻기를 '비상비비상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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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아니라면 어떻게 머물며 가고 오고 행동하느냐? 하면, 이런 이치는 부처님들의 경계요, 성문이나 연각으로는 알 바가 아니니, 해탈도 그러하여 색이기도 하고 색이 아니기도 하므로 색이 아니라 말하고, 생각이기도 하고 생각이 아니기도 하므로 생각이 아니라 말하는 것이니, 이런 이치는 부처님들의 경계요, 성문이나 연각으로는 알 바가 아니니라."

 

이 때에 가섭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저희를 어여삐 여기시어 대반열반의 행과 해탈의 뜻을 거듭 널리 말씀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을 찬탄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참 해탈은 모든 속박을 여의었다고 이름하나니, 참으로 해탈하여 모든 속박을 여의었으면 남[生]도 없고 화합함도 없느니라. 비유컨대 부모가 화합하여 아들을 낳거니와, 참 해탈은 그렇지 아니하므로 남이 없다 하느니라.

 

가섭이여, 마치 제호의 성품이 청정함같이 여래도 그러하여 부모의 화합으로 난 것이 아니며, 성품이 청정하건만 일부러 부모가 있는 것을 보였음은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함이니라.

 

참 해탈은 곧 여래니, 여래 와 해탈은 둘이 아니요 다름도 없나니, 비유컨대 봄철에 심은 씨가 따뜻하고 축축한 기운을 얻으면 나게 되거니와, 참 해탈은 그렇지 아니하니라.

 

또 해탈은 허무(虛無)라 하나니, 허무는 곧 해탈이요 해탈은 곧 여래요 여래가 곧 허무이어서 지어서 만드는 것이 아니며, 짓는 것은 성곽이나 누각이어니와, 참 해탈은 그렇지 아니하므로 해탈이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함이 없는 법이니, 비유컨대 옹기장이는 만들었다 도로 부수거니와, 해탈은 그렇지 아니하니라. 참 해탈은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니, 그러므로 해탈이 곧 여래며, 여래도 그러하여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깨어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아니하여 함이 있는 법이 아니니, 이런 뜻으로 여래라 하느니라.

 

대열반에 들어서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함은 무슨 뜻인가. 늙은 것은 변천한다고 하나니, 머리카락이 세고 낯이 쭈그러짐이요, 죽는 것은 몸이 식고 목숨이 끊어짐이니, 해탈한 가운데는 이런 일이 없으며, 이런 일이 없으므로 해탈이라 하느니라. 여래도 머리카락이 세고 낯이 쭈그러지는 함이 있

 

                                                                                                                      [107 / 10007] 쪽

는 법이 아니므로 여래는 늙지 아니하며, 늙지 아니하므로 죽지도 않느니라.

 

또 해탈은 병이 없다고 이름하나니, 병이라 함은 404병과 밖으로부터 와서 내 몸을 침해하는 것인데, 이런 일이 없으므로 해탈이라 하느니라. 병이 없는 것은 참 해탈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며, 여래는 병이 없으므로 법신도 병이 없나니, 이렇게 병이 없는 것이 곧 여래니라. 죽는 것은 몸이 식고 목숨이 끊어짐이니, 여기에는 죽음이 없으므로 곧 감로며, 감로는 참 해탈이며, 참 해탈은 곧 여래니, 여래는 이런 공덕을 성취하였거늘, 어찌하여 여래가 무상하다고 말하겠느냐. 무상하다는 말은 옳지 못한 것이니, 금강 같은 몸이 어찌하여 무상하랴.

 

그러므로 여래는 목숨이 마친다고 이름하지 않느니라. 여래는 청정하여 때가 없으며 여래의 몸은 태(胎)에 더럽혀진 바가 아니어서 백련화의 성품이 청정한 것 같나니, 여래의 해탈도 그와 같아서 해탈이 곧 여래며, 그러므로 여래는 청정하여 때가 없느니라.

 

또 해탈은 번뇌의 헌 데가 영원히 남아 있지 않나니, 여래도 그와 같아서 온갖 번뇌의 헌 데가 없느니라.

 

또 해탈은 다툼이 없나니, 굶주린 사람은 남의 음식을 보고는 빼앗을 생각을 내지만, 해탈은 그렇지 아니하니라.

 

또 해탈은 안정(安靜)이라 이름하나니, 범부들은 안정이라 하면 마혜수라를 말하지만, 그런 말은 허망한 것이며, 참말 안정은 끝까지 해탈함이니, 끝까지 해탈한 것은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안온(安穩)이라 하나니, 마치 도둑이 많은 데는 안온치 않다 하고 청평[淸夷]한 데를 안온하다 하는 것같이, 해탈 가운데는 공포가 없으므로 안온이라 하며, 그래서 안온한 것은 참 해탈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며, 여래는 곧 법이니라.

 

또 해탈은 동무가 없음이니, 동무가 있다는 것은 마치 나라 임금이 이웃 나라가 있음 같거니와, 참 해탈은 그렇지 아니하며, 동무가 없음이 마치 전륜왕이 대등할 이가 없음 같나니, 해탈도 그와 같아서 동무가 없으며, 동무가 없음이 참 해탈이며, 참 해탈한 이는 곧 여래인 전법륜왕(轉法輪王)이니, 그러므로 여래는 동무가 없으며 동무가 있다는 것은 옳지 아니하니라.

 

또 해탈은 근심이 없다고 하나니, 근심이 있는 것은 어떤 임금이 강한 이웃 나라가 무서워서 근심함과 같지만, 해탈은 그런 일이 없으며, 마치 원수를 없애 버리면 두려움이 없는 것같이, 해탈도 그러하여 두려움이 없으며, 두려움이 없는 이는 곧 여래니라.

 

                                                                                                                     [108 / 10007] 쪽

또 해탈은 근심과 기쁨이 없나니, 어떤 여인이 외아들을 부역으로 멀리 보냈을 적에 중도에서 죽었단 말을 듣고 크게 걱정하다가 다시 살았단 말을 들으면 한없이 기뻐하거니와, 해탈 가운데는 그런 일이 없으며, 근심과 기쁨이 없음이 참 해탈이며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티끌이 없나니, 마치 봄철 해가 진 뒤에 흔히 바람이 티끌을 일으키거니와, 해탈 가운데는 그런 일이 없나니, 티끌이 없는 것은 참 해탈에 비유한 것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마치 임금의 상투에 꽂는 진주 동곳에는 때가 없는 것과 같이 해탈의 본성에도 그와 같이 때가 없다. 때가 없다는 것은 참 해탈에 비유한 것이고,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순금에는 돌이 섞이지 않았으므로 참 보배라 하며, 순금을 얻은 사람은 훌륭한 재물이라 생각하나니, 해탈의 성품도 그와 같아서 참 보배라 하며, 참 보배는 참 해탈에 비유한 것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비유컨대 옹기병이 깨어지면 뎅그렁 소리가 나거니와, 금강병은 그렇지 아니하며, 해탈은 뎅그렁 깨어지지 않나니, 금강병은 참 해탈에 비유한 것이고, 참 해탈은 곧 여래니, 그러므로 여래의 몸은 깨뜨릴 수 없느니라. 뎅그렁 소리가 나는 것은 피마자를 뜨거운 데 넣으면 튀어나면서 소리를 내는 것 같거니와 해탈은 이런 일이 없나니, 마치 금강의 진실한 병은 뎅그렁 하는 이런 일이 없나니, 마치 금강의 진실한 병은 뎅그렁 하고 깨지는 소리가 없는 것 같으며, 설사 백천 명 사람들이 한꺼번에 쏘더라도 깨뜨리지 못하나니, 뎅그렁 소리가 없음은 참 해탈에 비유한 것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가난한 사람이 남의 빚을 지면 그것으로 말미암아 그들에게 얽어매이거나 매를 맞거나 하여 무수한 괴로움 을 받거니와, 해탈한 가운데는 그런 일이 없고, 빚을 지지 아니하나니, 마치 장자는 억만의 보배가 있고 세력이 자재하여 남의 빚을 지지 않는 것처럼, 해탈도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법의 보배가 있고 세력이 자재하여 빚진 것이 없나니, 빚진 것이 없음을 참 해탈에 비유하였고,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어떤 것을 핍박이다, 핍박이 아니다라하는가. 비유컨대 범부가 교만한 마음으로 내가 제일인 체하면서 생각하기를 온갖 물건 중에는 나를 해할 이가 없다 하면서 독사나 호랑이나 독한 벌레를 손으로 잡는다면, 이 사람은 명이

 

                                                                                                                       [109 / 10007] 쪽

다하기 전에 횡사할 줄을 알 것이니, 참 해탈에는 이런 일이 없느니라.

 

핍박이 아니라 함은 마치 전륜왕이 가진 신주(神珠)가 말똥구리 따위의 아흔여섯 종류의 독한 벌레들을 항복받음과 같으니, 이 진주의 향기를 맡으면 모든 독기가 소멸되느니라. 참 해탈도 그와 같아서 25유를 모두 멀리 여의나니, 독기가 소멸됨은 참 해탈에 비유한 것이고,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핍박치 않음은 허공과 같나니 해탈도 그러하며, 허공은 참 해탈에 비유한 것이고,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핍박이라 함은 마른 풀 곁에서 불을 켜는 것 같아서 가까이하면 곧 타려니와, 참 해탈에는 그런 일이 없느니라. 또 핍박하지 아니함은 마치 해와 달이 중생을 핍박하지 않는 것같이, 해탈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을 핍박함이 없나니, 핍박이 없음은 참 해탈에 비유한 것이고,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동하지 않는 법이라 하나니, 마치 원수와 친한 이와 같은 것, 참 해탈 가운데는 그런 일이 없느니라.

 

또 동하지 않음은 마치 전륜왕이 다른 왕으로 친구를 삼는 일이 없음 같으니, 만일 다시 친한 이가 있다면 옳지 아니한 것처럼 해탈도 그와 같아서 다시 친한 이가 없으며, 만일 친한 이가 있다면 옳지 아니하니라. 전륜왕이 친한 이가 없음은 참 해탈에 비유한 것이고, 참 해탈은 곧 여래며, 여래는 곧 법이니라.

 

또 동함이 없다 함은 비유 컨대 흰 옷이 물들기는 쉽거니와, 해탈은 그렇지 아니하며, 또 동함이 없음은 마치 바사꽃[婆師花]을 냄새가 있게 하거나 푸른 빛이 있게 할 수 없듯이 해탈도 그러하여 냄새가 있게 하거나 모든 빛이 있게 할 수가 없나니, 그러므로 해탈이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희유한 것이라 하나니, 비유컨대 물 속에서 연꽃이 남은 희유가 아니거니와, 불 속에서 연꽃이 남은 희유한 일이어서 사람들이 보고는 기뻐함같이 참 해탈도 그와 같아서 보는 이는 기쁜 마음을 내나니, 희유한 것은 참 해탈에 비유한 것이고, 참 해탈은 곧 여래며, 여래는 곧 법신이니라.

 

또 희유한 것은 비유컨대 아기가 이가 나지 않았다가 점점 자라서야 이가 나거니와, 해탈은 그렇지 아니하여 나고 나지 않음이 없느니라.

 

또 해탈은 비고 고요함이라 이름하며 결정되지 않음이 없나니, 결정되지 않은 것은 마치 일천제는 끝까지 변하지 못한다거나 중대한 계를 범한 이는

 

                                                                                                                       [110 / 10007] 쪽

불도를 이루지 못한다 함과 같아서 옳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이 사람이 부처님의 법에 대하여 깨끗한 신심을 내면 곧 일천제를 소멸할 것이요, 또 우바새가 되더라도 일천제를 없앨 것이며, 중대한 계를 범한 이도 그 죄를 멸하면 불도를 이룰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끝까지 변하지 못한다거나 불도를 이루지 못한다 함이 옳지 아니하며, 참 해탈 가운데는 이렇게 없어지는 일이 없느니라.

 

또 비고 고요함은 법계에 떨어지나니, 법계의 성품과 같은 것이 곧 참 해탈이며,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일천제가 만일 없어지면 일천제라 할 수 없느니라.

 

무엇을 일천제라 하는가? 일천제는 온갖 선근이 아주 끊어져서 마음에 모든 선한 법을 반영하지 아니하며, 한 생각도 선한 마음을 내지 아니하거니와, 참 해탈에는 그런 일이 없으므로 곧 참 해탈이니,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헤아릴 수 없음을 이름이니, 비유컨대 곡식 더미는 그 수량을 알 수 있거니와, 참 해탈은 그렇지 아니하며, 마치 바닷물은 헤아릴 수 없는 것같이, 해탈도 그러하여 헤아릴 수 없는 것이며, 헤아릴 수 없음이 참 해탈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한량없는 법이라 하나니 마치 한 중생에게 업보가 많은 것같이, 해탈도 그러하여 한량없는 과보가 있으며, 한량없는 과보는 곧 참 해탈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넓고 큼을 이름이니, 마치 큰 바다는 견줄 데가 없듯이 해탈도 그와 같아서 견줄 데가 없으며, 같을 것이 없음이 참 해탈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가장 높다 하나니 마치 허공이 가장 높아서 견줄 수 없으며, 높아서 견줄 수 없음이 참 해탈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지나갈 수 없음을 이름이니, 마치 사자가 있는 데는 모든 짐승이 지나갈 수 없듯이 해탈도 그러하여 지나갈 수 없으며, 지나갈 수 없음이 참 해탈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위가 없음을 이름이니, 마치 북쪽이 여러 방위에서 가장 위가 되듯이, 해탈도 그러하여 위가 없으며, 위가 없음이 참 해탈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위가 없는 위[無上上]를 이름이니, 마치 북쪽이 동쪽에 대하여 위가 없는 위가 되듯이, 해탈도 그와 같아서 위가 없는 위가 되며, 위가 없는 위는 참 해탈이요, 참 해탈은 곧 여래니라.

 

또 해탈은 항상한 법이라 이름하나니, 비유컨대 인간이나 천상에서 몸이 부숴지고 목숨.......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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