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함경(18)-180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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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니다." "현자여, 왕사성에 있는 범지 타연은 몸이 건강하고 편안하며, 무병하고 기거가 가벼우며, 기력도 한결같은가? 그리고 또 자주 부처님을 뵙고 즐거이 법을 듣고자 하던가?" "존자 사리자여, 범지 타연은 자주 부처님을 뵈려고 하며, 또한 자주 법을 들으려고 합니다. 다만 편안하지 못해 기력이 갈수록 쇠해가더이다. 왜냐 하면 존자 사리자여, 범지 타연은 지금 병을 앓아 아주 위독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칠지도 모릅니다." 존자 사리자가 이 말을 듣고는 곧 가사와 발우를 챙겨 가지고 남산에서 왕사성으로 가서 죽림가란다원(竹林迦蘭哆園)에 머물렀다. 존자 사리자는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범지 타연의 집으로 갔다. 범지 타연은 멀리서 존자 사리자가 오는 것을 보고 곧 평상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존자 사리자가 달려가 만류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범지 타연이여, 그대는 누워 있으라. 일어나지 말라. 다른 평상이 있으니, 나는 거기에 따로 앉겠노라." 그리고는 존자 사리자가 곧 그 평상에 앉은 다음 물었다. "타연이여, 병은 이제 어떤가? 음식은 얼마나 먹는가? 앓는 고통이 더 심하지나 않는가?" "나는 병 때문에 너무도 고달프고 음식도 먹히지 않으며, 앓는 고통이 날로 더할 뿐 덜한 줄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마치 역사(力士)가 잘 드는 칼로써 머리를 찔러 심한 고통을 주는 것처럼, 지금 내 머리가 아픈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마치 역사가 단단한 노끈으로 머리를 졸라매어 심한 고통을 주는 것처럼, 지금 내 머리가 아픈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마치 송아지를 잡을 때 잘 드는 칼로써 그 배를 쪼개어 지극한 고통을 주는 것처럼, 지금 내 배가 아픈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마치 두 역사가 바짝 여윈 어떤 사람을 붙잡아 불 위에 올려놓고 구워 지극한 고통을 주는 것처럼, 지금 내 몸도 그렇게 아파서 온몸에 고통이 더할 뿐 덜하지 않음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사리자가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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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연이여,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그대는 아는 대로 대답하라. 범지 타연이여, 너의 생각은 어떠한가? 지옥과 축생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대답하였다."축생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축생과 아귀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아귀가 낫습니다." "타연이여, 아귀와 사람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사람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사람과 사왕천(四王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사천왕이 났습니다.""타연이여, 사왕천과 삼십삼천(三十三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삼십삼천이 낫습니다.""타연이여, 삼십삼천과 염마천(焰摩天)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염마천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염마천과 도솔타천(兜率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도솔타천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도솔타천과 화락천(化樂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화락천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화락천과 타화락천(他化樂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타화락천이 낫습니다." "타연이여, 타화락천과 범천(梵天)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 "범천이 제일 좋습니다. 범천이 가장 좋습니다." 존자 사리자가 말했다. "타연이여, 세존(世尊) 지견(智見) 여래(如來) 무소착(無所着) 등정각(等正覺)께서 4범실(梵室)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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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성남과 족성녀가 닦아 익히고, 많이 닦아 익혀서 욕심을 끊고 욕념(欲念)을 버리게 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범천에 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타연이여,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마음이 자애[慈]와 함께하여 한 방위[方]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2 3 4방과 4유 상하의 일체에 두루한다. 마음은 자애와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랑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도록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불쌍히 여김[悲]과 기뻐함[喜]도 또한 그러하며, 마음은 평정[捨]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다.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도록 성취하여 노닌다. 이것이 이른바 세존 지견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 설하신 4범실이라는 것이다. 또 족성남과 족성녀가 닦아 익히고 많이 닦아 익혀서 욕심을 끊고 욕념을 버리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범천에 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에 존자 사리자는 타연을 교화하고, 그를 위해 범천의 법을 설하여 마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사리자가 왕사성에서 나와 미처 죽림가란다원에 이르기도 전에, 범지 타연은 사범실을 닦아 익혀 욕심을 끊고 욕념을 버리고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범천에 태어났다. 이 때 세존께서는 무량한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세존께서 멀리서 존자 사리자가 오는 것을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리자 비구는 총명한 슬기[聰慧] 빠른 슬기[速慧] 민첩한 슬기[捷 慧] 예리한 슬기[利慧] 넓은 슬기[廣慧] 깊은 슬기[深慧] 도(道)로 나아가는 슬기[出要慧] 밝게 통달한 슬기[明達慧] 변재의 슬기[辯才慧]가 있다. 사리자는 진실한 슬기를 성취했다. 사리자 비구는 범지 타연을 교화하고, 그를 위해 범천의 법을 설명해주고 오는 중이다. 만일 다시 범천법보다 더 윗단계의 법으로 교화했더라면 법다운 법을 속히 깨닫게 했을 것이다." 이에 존자 사리자는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너는 어찌하여 범지 타연에게 범천보다 더 윗단계의 법을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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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 않았느냐? 만일 더 윗단계의 법으로 교화했더라면, 그는 더 빨리 법다운 법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사리자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모든 범지들은 오랫동안 범천에 집착하고 범천을 좋아하며, 범천을 구경(究竟)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범천을 존경하며 실로 범천이 있다고 하면서 '우리 범천'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제가 그렇게 대응해 주었나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사리자와 한량없는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교화병경(敎化病經)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마침 장자 급고독(給孤獨)이 병이 들어 위독하였다. 그 때 장자 급고독이 한 심부름꾼[使者]에게 말했다."너는 부처님께 나아가 나를 위하여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거룩한 몸은 건강하시고 편안하시며, 병도 없으시고 기거하시기에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하고 문안드리거라. 또 '장자 급고독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문안드리나이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시고 편안하시며, 병도 없으시고 기거하시기에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하고 나 대신 말씀드려라. 너는 나를 대신하여 부처님께 문안을 드린 뒤에 존자 사리자에게 가서 나를 위하여 그의 발에 절하고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질병이나 없으신지, 또 기거하는 데에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하고 문안드리거라. 그리고 다시 이렇게 말씀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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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급고독은 존자 사리자 발에 머리를 조아려 문안드립니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질병이나 없으신지, 또 기거하는 데에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존자 사리자여, 장자 급고독은 병을 앓아 지극히 피곤하며 지금은 위독하게 되었습니다. 장자 급고독은 지극한 마음으로 존자 사리자를 뵙고자 합니다. 그러나 몸이 몹시 쇠약하여 존자 사리자를 찾아뵐 힘이 없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부디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시어, 장자 급고독의 집으로 와 주십시오.' "이에 심부름꾼은 장자 급고독의 분부를 받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세존이시여, 장자 급고독께서는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리옵니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시고 편안하시며, 질병이 없으시고 기거하시는 데에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심부름꾼에게 말씀하셨다."장자 급고독을 안온하고 쾌락하게 하며, 하늘과 사람 아수라(阿修羅) 건탑화(揵塔) 나찰(羅刹)과 다른 온갖 중생들의 몸까지도 안온하고 쾌락하게 해 주리라." 이에 심부름꾼은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니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떠나갔다. 다시 존자 사리자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존자 사리자여, 장자 급고독께서는 존자 사리자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문안드립니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며, 질병이 없으시고, 기거하시기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존자 사리자님이여, 장자 급고독께서는 병을 심하게 앓아 지금은 위독한 지경이 되었습니다. 장자 급고독께서는 지극한 마음으로 존자 사리자님을 뵙고자 합니다. 그러나 몸이 몹시 쇠약하여 존자 사리자를 찾아뵐 힘이 없습니다. 존자 사리자님이여, 부디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시어 장자 급고독의 집으로 와 주십시오." 존자 사리자는 곧 그를 위하여 잠자코 받아들였다. 심부름꾼은 존자 사리자가 잠자코 받아들인 것을 알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그 주위를 세 번 돌고 떠나갔다. 사리자는 그 밤을 지내고 이른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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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장자 급고독의 집으로 갔다. 장자 급고독은 멀리서 존자 사리자가 오는 것을 보고 곧 평상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사리자는 그것을 보고 곧 그를 만류하며 말하였다."장자여, 일어나지 마시오. 장자여, 일어나지 마시오. 다른 평상이 있으니 나는 거기에 따로 앉으리다." 사리자는 곧 그 평상에 앉은 뒤에 물었다."장자의 병은 지금은 어떠하오? 음식은 얼마나 먹습니까? 앓는 고통이 더하지는 않습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질병에 지극히 시달리고 음식도 잘 먹지 못하며, 앓는 고통이 날로 더할 뿐, 덜해짐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불신(不信)을 성취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태어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는 불신이 없고 오직 훌륭한 믿음만 있으니, 장자는 훌륭한 믿음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혹은 사다함과(斯陀 含果)를 증득하거나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須陀洹)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악한 계율로 인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악한 계율은 없고 오직 선한 계율만 있으니, 장자는 그 선한 계율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혹은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많이 듣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는 많이 들었으니, 장자는 많이 들음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많이 들었기 때문에 혹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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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간탐(慳貪)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간탐이 없고 오직 은혜로 보시한 일만 있으니, 장자는 은혜로써 베풀어 보시한 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은혜로써 보시한 일로 말미암아 혹은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악한 지혜[惡慧]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악한 지혜는 없고 선한 지혜만 있으니, 장자는 선한 지혜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좋은 지혜로 말미암아 혹은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소견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는 삿된 소견이 없고 바른 소견만이 있으니, 장자는 바른 소견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바른 소견으로 인하여 혹은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뜻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는 삿된 뜻이 없고 오직 바른 뜻만이 있으니, 장자는 바른 뜻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바른 뜻으로 인하여 혹은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깨침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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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삿된 깨침이 없고 바른 깨침만이 있으니, 장자는 바른 깨침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바른 이해로 말미암아 혹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해탈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삿된 해탈이 없고 바른 해탈만이 있으니, 장자는 바른 해탈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지혜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삿된 지혜가 없고 바른 지혜만이 있으니, 장자는 바른 지혜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바른 지혜 때문에 혹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이와 같이 말하자 장자는 병이 곧 나아 옛날처럼 회복되었다. 그는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존자 사리자를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병든 사람을 위하여 설법하시는 것이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합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병든 사람을 교화하는 법을 듣고 고통이 곧 없어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겼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이제 병이 나아 옛날처럼 회복되었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지난날 언젠가 일이 조금 있어 왕사성에 갔다가 어떤 장자 집에서 묵었었습니다. 그 때 그 장자는 다음날 부처님과 비구 스님에게 공양하기로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그 장자는 그 밤이 지나고 이튿날 새벽이 되자 아이들과 종들과 권속들에게 '너희들은 일찍 일어나 다 같이 준비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분부를 받고 주방을 만들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장자는 몸소 높은 자리를 만들고 한량없이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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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그것을 보고는 '이제 저 장자가 무슨 혼인 잔치를 하려는가, 신부를 맞이하려는가, 국왕을 청하려는가, 대신을 부르려는가, 재회(齋會)를 열어 큰 보시를 행하려는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 장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혼인 잔치를 하려는가, 신부를 맞이하는 잔치를 하려는가, 국왕을 초대하려는가, 대신을 부르려는가, 재회를 열어 큰 보시를 행하려는가?' 그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혼인 잔치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신부를 맞이하려는 것도 아니며, 국왕을 초대하거나 대신을 부르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재회를 열어 큰 보시를 행하려고 하는데, 내일은 부처님과 비구 스님에게 공양하려 한다.'존자 사리자여, 저는 일찍이 부처라는 이름을 듣지 못했었는데, 그 말을 듣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장자는 부처라 말했는데, 어떤 것을 부처라 하는가?' 장자는 저에게 답했습니다. '그대는 듣지도 못했는가? 어떤 석가(釋迦) 종족의 아들이 석가 종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가정 없는 곳에서 도를 배워 위없는 등정각을 얻으셨다. 이 분을 부처님이라 한다.' 나는 다시 물었습니다.'장자는 비구 스님이라 말했는데, 어떤 것을 스님이라 하는가?' 그 때 장자가 저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특별한 성명(姓名)을 지닌 여러 종족 출신으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가정 없이 부처님을 따라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을 스님이라 한다. 이 부처님과 스님을 오늘 내가 초대하는 것이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다시 그 장자에게 물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어디 계신가? 내가 가서 뵙고자 한다.' 그 때 그 장자가 다시 저에게 대답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이 왕사성 죽림가란다원에 계신다. 가려거든 가보라.' 존자 사리자여,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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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날이 새어라. 빨리 가서 부처님을 뵈리라.' 존자 사리자여, 저는 그 때 부처님을 찾아가 뵙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곧 날이 밝았다는 생각을 하고는 곧바로 장자의 집을 나와 성식문(城息門)으로 갔습니다. 그 때에 성식문에는 두 문지기가 있었습니다. 한 문지기는 초야(初夜)로서 바깥 손님을 걸림 없이 들게 하고, 한 문지기는 후야(後夜)로서 만일 손님이 있으면 또한 걸림 없이 나가게 하였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아직 날이 새지 않았구나. 성식문에는 두 문지기가 있다. 한 문지기는 초야로서 바깥 손님을 걸림 없이 들게 하고, 한 문지기는 후야로서 만일 손님이 있으면 걸림 없이 나가게 한다.' 존자 사리자여, 성식문을 벗어나, 밖으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밝음은 없어지고 도로 어두워졌습니다. 저는 갑자기 두려워져 온몸의 털이 곤두섰습니다. '사람인 듯 사람 아닌 것[人非人 : 긴나라]들이 저를 해치지 못하게 하소서.'그 때 성식문에 있던 한 천인(天人)이 왕사성에서 죽림가란다원까지 광명을 널리 비추면서 제게 와서 말했습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전생에 너의 친구로서 이름을 밀기(密器)라 하며, 어릴 때부터 서로 아끼는 마음이 지극했다. 장자여, 나는 옛날 마하 목건련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었다. 존자 대목건련은 나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나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한 뒤에, 세 가지 자귀(自歸)를 주고 다섯 가지 계를 주었다. 장자여, 나는 3귀의와 5계를 받아 가짐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사천왕천에 나서 이 성식문 안에 살게 되었다. 장자여, 빨리 가라. 장자여, 빨리 가라. 가는 것이 진실로 여기 있는 것보다 낫다.'그 하늘[天]은 이렇게 저를 권하고, 또 게송을 설하였습니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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