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개밋둑(蟻垤,141)

근와(槿瓦) 2015. 10. 2. 01:31

개밋둑(蟻垤,141)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다시 사위성으로 돌아가 기원 정사로 들어 가셨다. 그때 구마라 가섭(鳩摩羅迦葉)은 암림(闇林=서역 지명)에 머물러 계셨는데, 어느 날 밤 한 신이 그의 광채로써 숲 전체를 비추고 그 곁에 와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가섭이여, 어떤 사람이 어느 바라문에게 ‘이 개밋둑은 밤이면 아련해지고 낮이면 불탄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때 그 바라문은 ‘그렇다면 검을 가지고 깊이 파라’고 명하자, 그 명령대로 깊이 팠더니 빗장이 나왔다. 바라문은 다시 ‘빗장을 제거하고 깊이 파라’고 명했다. 이번에는 물거품이 보였다. ‘물거품을 제거하고 좀 더 깊이 파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쌍창이 보였다. ‘쌍창을 제거하고 다시 깊이 파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상자가 보였다. ‘상자를 제거하고 다시 깊이 파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거북이 보였다. ‘거북을 제거하고 더 깊이 파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백정의 칼이 보였다. ‘그것을 제거하고 좀 더 파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한 점의 고기가 보였다. ‘그 고기를 제거하고 다시 파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용이 보였다. 그때 저 바라문이 ‘어진 자여, 용은 그대로 놔두라. 용을 방해 말라. 용에게 귀의하라’고 말한 일이 있다. 그대는 세존께 나아가 이 문답에 대해서 묻되 세존이 설명하시는 대로 기억해 두면 좋다. 모든 사람들 가운데 세존과 세존의 제자 및 세존의 가르침을 들은 자를 제외하고서 이 수수께끼를 설명할 수 있는 자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서 그 신은 모습을 감추었다.

구마라 가섭은 그날 밤을 지내고 세존 앞에 나아가 그 일을 아뢰고 하나하나의 설명을 청하였다.

 

세존은 이에 대답하시기를,

“가섭이여, 개밋둑이란 이 몸뚱이를 말하는 것이다. 낮에 한 일을 밤이 되어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것을 야연(夜煙)이라 하며, 밤에 여러 가지로 생각한 일을 낮이 되어 몸과 입으로 행하는 것을 주연(晝煙)이라고 하는 것이다. 바라문이라고 함은 부처를 말하며 어떤 사람이란 수도자를 말하고 검이란 성스러운 지혜, 깊이 판다고 함은 정진을 말하고 빗장이란 무명(無明), 빗장을 제거한다고 함은 무명을 여의는 일이다. 가섭이여, 검으로써 깊이 파라고 함은 성스러운 지혜로써 크게 정진하여 무명을 제거하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물거품이란 노여움과 괴로움을 말하며 쌍창이란 호의(狐疑)와 불안을 이르며 상자라고 함은 탐욕과 진에와 나면(懶眠)과 마음의 도회(悼悔)와 의혹의 다섯 가지 마음의 부개(覆蓋)이고, 거북이란 몸과 마음이며, 백정의 칼이란 오욕(五欲)이며 한 점의 고기란 즐거움을 탐내는 욕심을 말하고, 이 분(忿)과 뇌(惱)의 다섯 가지 마음의 부개, 몸과 마음, 오욕 및 즐거움을 탐내는 욕심을 버리라고 하는 것이다.

 

가섭이여, 용이라고 함은 번뇌가 다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용을 그대로 놔둬라, 용을 방해 않고 용에게 귀위하라고 함은 번뇌가 없어졌다면 그대로 놔둬라, 번뇌 없는 사람에게 귀의하라는 뜻이다.”

이 설명을 듣고서 구마라 가섭은 크게 기뻐하였다.

 

세존은 다시금 왕사성으로 돌아가 그 서남쪽인 온천원(溫泉園)으로 들어가셨다. 좌미제(左彌提)가 아직 어두운 새벽에 온천에서 목욕하고 몸을 말리고 있으려니까 숲 일변에서 빛을 내면서 한 신이 내려 왔다.

 

“불제자여, 그대는 좋은 하룻밤의 게(偈)라는 것을 아는가?”

“벗이여, 나는 모른다. 그대는 알고 있는가?”

“나도 모르지만 그 게의 의미를 아는 것은 큰 이익이 되기 때문에 잘 기억하는 것이 좋다.”

 

좌미제는 신이 가 버리고 날이 밝자 세존께 나아가 이 일을 아뢰었고「좋은 하룻밤의 게」를 가르쳐 주십시사 하고 청하였다.

 

세존은,

과거를 좇지 말라. 미래를 기다리지 말라. 과거는 지나가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다만 오직 현재의 법을 관하라. 뺏기지 않고 움직이는 일 없고 그를 알면서 되풀이하라. 오늘 이 시간을 열심히 하라.

내일의 생사를 누가 알랴. 죽음의 군(軍)은 기다려 주는 일이 없으므로, 이리하여 애써 흔들리지 않고 낮과 밤을 보내야만 좋은 하룻밤이라고 거룩하신 성자는 설했노라.

고 게를 가르쳐 주시고 당신의 방으로 들어가셨다.

 

좌미제를 비롯하여 제자들은 이 게를 듣고서, 의미를 묻기 전에 세존이 자리에서 일어나므로 마하가전연(摩訶迦栴延)에게 나아가 이 게의 설명을 청했다. 가전연이 말하기를,

 

“벗들이여, 마치 나무의 심을 구하는 사람이 숲에 들어가 심이 있는 나무를 발견하고도 근본도 줄기도 무시하고 가지와 잎사귀에서 심을 찾는 것과 같지 않은가. 세존께 물어서 말씀하시는 대로 기억하는 것이 좋다.”

 

“가전연이여, 당신의 말과 같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세존께서 찬양받고 동학자들로부터 존숭되는 이 게의 뜻을 설하는 힘이 있는 분이니 만큼 부디 설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설명을 하겠으니 잘 들어 주십시오. 과거를 좇지 말라고 함은 지나가 버린 것을 좇아 탐욕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것. 미래를 기다리지 말라 함은 아직껏 오지 않은 것에 소원을 일으키지 말라는 것. 현재의 법을 관하라고 함은 지금 눈앞에 보고 있는 것에 마음을 두고 부처의 가르침을 잘 맛보라는 것이다. 벗들이여, 이것이 이 게에 대한 나의 설명입니다.”

제자들은 이 가전연의 설명을 듣고서 크게 기뻐하였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