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여러 가지의 비유(140)

근와(槿瓦) 2015. 10. 1. 01:07

여러 가지의 비유(140)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왕사성에 머무시는 동안 때때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제자들이여, 먼 옛날 늙은이를 버리는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백성들은 노인만 보면 먼 곳으로 끌고 가서 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특히 한 대신이 국법에 의하여 그의 늙은 아버지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어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기 때문에 차마 버리지를 못하였다. 그리하여 깊이 땅을 파 집을 짓고 그곳에 숨겨 효양을 다했다.

 

그때 신이 궁전에 나타나 두 마리의 뱀을 가져와 전상에 놓고 왕에게 명하기를 ‘만일 이 뱀의 자웅(雌雄)을 가리지 못한다면, 7일 후 왕을 비롯한 이 나라를 모두 멸망시키고 말겠다’고 했다. 왕은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여러 신하를 모아 그 일을 의논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를 못하였다. 나라 안에 방을 붙여 알리기를 ‘능히 그것을 식별하는 자에게는 후히 상을 주리라’고 했다.

 

그 대신은 집에 돌아와 지하에 들어가 아버지에게 물었더니, 아버지가 말하기를 ‘그것은 쉬운 일이다. 부드러운 물건 위에 그 뱀을 놓아 보고 소란스런 것은 수놈,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암놈이다’고 하셨다. 과연 말대로 하자 식별이 되었다. 왕은 심히 기뻤다.

 

신이 또 왕에게 물었다. ‘잠자는 자에 대해서는 깨었다고 일컫고 깬 자에 대해서는 잠잔다고 일컫는 것은 누구를 가리키는가?’ 여러 신하는 또 알지를 못하였다. 대신이 또 다시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것은 도를 닦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범인과 비교하면 깨어 있지만, 깨달음을 얻은 성자와 비교해서는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신이 또 왕에게 물었다. ‘큰 코끼리의 무게는 몇 근이나 되는가?’ 대신은 또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그 코끼리를 배에 싣고서 물 닿는 데에 금을 긋고, 다음에 돌을 싣고서 그 금에 이르렀을 때 돌의 무게를 계량하라’고 했다.

 

신이 또 물었다. ‘한 움큼의 물이 큰 바다보다도 많다고 함은 무엇을 말하는가?’ 대신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것은 청정한 신심을 갖고 한 움큼의 물을 삼보나 부모, 병자에게 베풀면, 그 공덕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복을 받는다. 바닷물이 많다 하더라도 일겁(一劫)을 초월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때 신은 뼈가 드러난 굶주린 사람이 되어 또 왕에게 물었다. ‘세상에 나보다도 굶주림으로 괴로워하는 자가 있을까?’ 대신이 또 아버지에게 묻자 아버지가 말하였다. ‘사람이 만일 간탐하고 질투하며 삼보를 믿지 않고 부모나 사장(師長)에게 공양하지 않는다면, 내세에 아귀도에 떨어져 백천만 겁 동안 물이나 음식의 이름조차 듣지 못하여 몸은 산처럼, 배는 골짜기처럼, 목은 바늘보다도 가늘고 머리는 바늘처럼 다리까지 미쳐, 몸에 얽히고 몸을 움직이면 마디마디가 불길마냥 불타리라. 이 사람의 괴로움은 지금 굶주린 사람보다 몇 만배일지 모른다’고 했다.

 

신은 또 수갑 족쇄에 묶이고 목도 배도 쇠사슬에 묶이어 몸 속에서 불을 뿜어 그을리고 문드러진 자를 만들어 왕에게 물었다. ‘세상에 나보다도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대신이 또 아버지에게 묻자 대신의 아버지가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만일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스승이나 웃사람을 해치며 왕에게 모반하고 삼보를 비방한다면, 내세에 지옥에 떨어져 칼산, 칼나무, 불수레 또는 염로(焰爐), 끓는 똥물강 등의 한없는 괴로움을 받음이 현세 사람보다도 몇 만배가 되리라’고 했다.

 

신은 또한 세상에 비할 데 없는 미녀가 되어 임금에게 말했다. ‘세상에 나보다도 아름다운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대신이 다시 아버지에게 묻자 대신의 아버지는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만일 부모에게 효도하고 삼보를 믿고 공경하며 보시를 좋아하고 계를 지니고 잘 참고 면려한다면, 내세에 천계에 태어나 지금 이 사람보다 몇 만배나 아름다움을 갖게 되리라’고 했다.

 

신은 또 네모진 전단(栴檀)의 나무를 꺼내어 ‘어디가 끝이고 어디가 뿌리 쪽인가?’ 하고 왕에게 물었다. 대신의 아버지가 말하였다. ‘그것을 물 속에 넣어라. 뿌리 쪽은 가라앉으리라’고 했다.

 

신은 마지막으로 모양이 같은 두 마리의 백마를 만들어 어느 것이 어미이고 새끼인가를 왕에게 물었다. 대신의 아버지가 또 그 아들에게 가르쳤다. ‘그 말에게 먹이를 주어라. 어미는 반드시 풀을 새끼에게 주리라’고 했다.

 

이렇듯 대신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남김없이 그 같은 질문을 만족케 했으므로 신은 크게 기뻐하고 왕에게 많은 보물을 주면서 ‘나는 지금부터 이 나라를 수호하고 모든 외적이 침입하지 못하게 하리라’고 약속했다. 왕은 기쁨에 춤을 추며 대신의 재지(才智)를 찬양했다. 대신이 말하기를 ‘임금님이시여, 이것은 저의 지혜가 아닙니다. 만일 대왕의 허락을 얻는다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왕이 가로되, ‘죽음을 모면하기 어려운 죄가 있더라도 불문에 붙이겠다.’ 대신이 말하기를 ‘국법에 의하면 늙은 아비를 봉양할 수가 없습니다만, 저는 제 아비를 차마 버릴 수가 없어 몰래 국법을 어기고 움 속에 모셔 두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대답은 모두 이 늙은 아비의 지혜이옵니다. 부디 대왕이시여, 오늘부터는 나라에서 노인을 봉양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왕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그 아버지를 존숭하여 국사(國師)로서 받들고 널리 나라 안에 알려 노인을 버리는 것을 금지시켜 효양을 다하게 했으며, ‘만일 부모를 가벼이 여기고 사장(師長)을 공경하지 않는 자가 있을 때에는 무거운 벌을 가하리라’고 고지했다.”

 

“또 먼 옛날 일이지만 베나레스(波羅奈斯)국에 자동(慈童)이란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 그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나 재물도 다 없어졌으므로 자동은 날마다 나무를 팔아 2전을 벌어서 어머니를 봉양하고, 점차 소득을 늘려 마침내 매일 4전, 8전, 16전을 벌게 되어, 더욱더 후하게 어머니를 봉양했다. 사람들은 그의 지혜가 밝고 복분(福分)을 갖추고 있음을 보고 ‘그대의 아버지는 언제나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채취했다. 그대는 왜 아버지의 업을 계승하지 않는가’라고 권했다. 자동은 이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바다에 들어갈 허락을 청했다. 어머니는 그 아들이 효순하여 바다에 들어가는 일은 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농담삼아 ‘들어가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는 어머니의 허락을 얻었으므로 동료를 모으고 갖가지 준비를 하여 새삼스레 어머니에게 작별을 고했다. 어머니는 그제서야 놀라서 슬퍼하며 ‘어찌 외아들인 그대를 놓아줄 수가 있으랴. 부디 내가 죽을 때까지 기다려다오’라고 했다. ‘어머님은 앞서 저의 소원을 허락하셨습니다. 이제 와서는 결심을 깰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뜻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서 그의 다리를 끌어안고 ‘생각을 돌려라’고 울며 애원했으나, 자동은 뜻을 정하고 어머니를 밀어젖히고서 바다에 들어갔다. 그는 그때 어머니의 머리카락 수십 올을 끊었다. 이윽고 보물의 바다에 이르러 많은 보물을 얻어 육로(陸路)로 돌아가기를 서둘렀다. 그때 그 나라의 법으로써 도둑에게 습격을 당하더라도 상주(商主)만 붙잡히지 않는다면 얻은 재물은 상주에게 돌려 주어야 했는데, 만릴 상주가 붙잡혔을 때에는 재물이 남김없이 도둑의 소유가 되도록 정해져 있었다. 때문에 그는 밤마다 동료와 떨어져 따로 숙소를 정하고, 새벽에 일찍 동료의 마중을 받아 여행을 계속했던 것이다. 하룻밤은 큰 바람이 불어와 동료는 그를 마중하는 것을 잊었다. 그는 동료와 떨어져 나아갈 길도 모르고 정처없이 걸어가며 어느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자, 그곳에 감유리(紺瑠璃)의 성이 보였다. 굶주림과 목마름에 지쳐 끝내 그곳으로 들어가자, 아름다운 네 여자가 각각 여의주를 갖고 반갑게 맞이하여 기악의 쾌락 속에 4만년을 보냈다. 그러나 그러한 쾌락도 어느덧 싫어지고 한번은 그들과 작별을 고했지만, 다시 이유도 없이 만류되어 또 4만년을 보내고 겨우 그곳을 떠나 파리성(頗梨城)에 들어가 여덟 명의 미녀와 더불어 8만년의 즐거움을 같이 하였으며, 다시 그곳을 떠나 은성(銀城)에 가서 16명의 미녀와 더불어 16만년의 즐거움을 같이 하였고, 또 황금성에 가서 32명의 미녀와 더불어 32만년의 즐거움을 같이 하고서 이윽고 그곳 마저도 싫어져 떠나려고 하자, 여자들은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곳에서 지낼 수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좋은 곳이란 없다. 언제까지라도 이곳에 있는 게 좋다’고 말렸다. 그렇지만 ‘이 여자들은 나를 연모하여 이와 같이 말함이라’ 생각하고 다시 갈길을 서둘렀다.

 

멀리 저편에 어마어마한 철성(鐵城)이 솟아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성문 곁에 한 사나이가 머리에 화륜(火輪)을 쓰고 있었는데 자동을 보더니 그 화륜을 그의 머리에 옮겨놓고 가 버렸다. 자동은 놀라 두려워하며 옥졸에게 ‘언제 이 무서운 화륜을 벗을 수가 있소’라고 물었다. ‘흡사 그대와 같은 행을 닦은 자가 그대와 같은 경로를 거쳐 이곳에 오기까지이다’라고 했다. 다시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대는 세상에 있었을 때 하루에 2전으로써 어머니에게 공양했으므로 유리성에서 네 개의 여의주와 4명의 미녀와 4만년의 즐거움을 누렸다. 하루에 4전은 파리성에서 4만년, 8전은 은성의 16만년, 16전은 황금성의 32만년의 즐거움을 얻었던 것이나 지금은 그 과보가 다 끝나고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끊었기 때문에 이 무쇠의 화륜을 머리에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다시 나 이외에 이와 같은 괴로움을 받고 있는 자가 있느냐고 묻자 ‘한량이 없을 만큼 많다’고 알려 주었다. 이에 이르러 자동은 깊이 마음에 생각하기를 ‘이제 나는 벗어날 수가 없다. 좋아 그렇다면 모든 중생의 괴로움을 나혼자 맡도록 하자’고 뜻을 정하자 이상하게도 화륜은 ‘딱’하고 땅에 떨어졌다.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 화륜이 어째서 떨어졌을까’하고 말하자, 옥졸은 성을 내며 쇠지레를 갖고 자동을 때려 죽였지만, 자동은 바로 천계에 태어났다.

 

제자들이여, 그때의 자동은 나다. 부모를 섬기는 죄와 복은 이와 같은 것이다.”

 

사위국의 어떤 장자의 집에 태어난 한 여아는 태어나자 곧,

“좋지 못한 소행, 부끄러움을 모르는 소행, 은혜를 배반하는 짓.”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복덕이 있었으므로 현(賢)이라고 이름하였다. 이 아기가 자라 가사를 몹시 공경했으며 이것이 동기가 되어 세상을 버리고 여승이 되어 면려하여 깨달음을 얻었는데, 오랫동안 세존께 가지 못했음을 생각하자 즉시 가서

 

“부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라고 말씀 드렸다. 세존은 그대의 참회는 벌써 예전에 받고 있다고 하시면서 다음의 이야기를 하셨다.

 

“옛날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는 흰 코끼리가 현(賢)과 선현(善賢)이라는 두 아내들과 함께 많은 코끼리 떼를 거느리고 숲속을 걷고 있던 중 우연히 한 그루의 연꽃을 얻어 이를 현에게 주고자 생각하고 있는데, 선현이 이를 가로채었다. 현은 꽃을 빼앗겨 투기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남편이 선현을 사랑하며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믿고서 언제나 꽃을 바치고 있는 산중의 불탑에 참배하고 원을 말했다. ‘저는 사람으로 태어나 옛날의 일을 알고 저 흰 코끼리의 어금니를 뽑으리라’고 맹세하고 스스로 산꼭대기에서 떨어져 죽어 비제혜왕(毗提醯王)의 딸로 태어났는데 장성하여 범마달왕(梵摩達王)의 왕비가 되었다. 어느 때 전생의 일을 생각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부디 저를 위해 상아의 침상을 만들어 주셔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살아 있는 보람도 없습니다.’고 했다.

 

왕은 비의 간절한 소원을 받아들이고 사냥꾼을 모집하여 많은 상아를 가져오는 자에게는 백금을 주리라고 명했다. 전부터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는 흰 코끼리를 아는 사냥꾼은 거짓으로 가사를 걸치고 독화살을 갖고서 저 흰 코끼리가 사는 숲으로 향했다. 아내인 선현에게 사냥꾼이 다가왔다는 말을 듣고서도 그 코끼리는 ‘가사를 걸치고 있다’고 듣고 ‘그렇다면 나쁜 짓을 할 리가 없으리라’고 마음을 놓고 있으려니까 사냥꾼이 쉽사리 접근하여 독화살을 깊이 쏘아 맞추었다. ‘가사를 걸치고 있으면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것은 어찌된 일입니까’하고 선현이 우는 것을 위로하며 ‘그것은 가사의 허물이 아니다. 마음의 번뇌의 허물이다’고 대답하고서 선현이 사냥꾼을 죽이고자 하는 것을 막고, 다시 오백 마리의 코끼리 떼가 성내어 사냥꾼을 죽일 것을 두려워하며 다리 사이에 사냥꾼을 숨기어 코끼리 떼를 물러가게 한 뒤 ‘무엇 때문에 나를 쏘았냐’고 물었다. ‘대왕이 어금니를 구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듣고서 ‘빨리 이 어금니를 뽑아 가라’고 말하며 이를 허락했다. 그렇지만 이름 있는 사냥꾼도 이 코끼리의 자애에 감동되어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을 보고서, 그 코끼리는 커다란 나무에 대고 스스로 어금니를 뽑아 사냥꾼에게 주었고 ‘나는 내세에 모든 중생의 삼독(三毒)인 어금니를 뽑으리라’고 맹세를 하였다.

 

한편 상아를 얻은 비는 그제야 뉘우침을 갖고서 ‘제가 어찌 지금 이 수승한 계를 지닌 자의 어금니를 가질 수가 있으랴’하고 그로부터 큰 공덕을 닦고 ‘내세에 그의 밑에서 도를 배워 깨달음을 얻으리라’고 맹세하였다.

 

현이여, 그때의 흰 코끼리는 나, 사냥꾼은 제바달다(提婆達多), 현은 지금의 그대, 그리고 선현은 야수다라(耶輸陀羅)이다.”

 

“제자들이여, 지나간 세상, 설산의 기슭에 있는 널찍한 죽림에 많은 새와 짐승이 떼지어 놀고 있었다. 그 중에 한 마리의 앵무가 있었는데, 언젠가 큰 바람이 별안간 불며 대나무와 대나무가 서로 스치고, 그 때문에 불이 일어나 대숲을 태웠다. 새와 짐승은 놀라 두려워하며 도망칠 곳을 잃고 맹화(猛火)속을 허둥거렸다. 저 앵무는 깊은 자애심이 동하여 그들의 괴로움을 가엾이 여기고 물에 두 날개를 적셔 하늘로 날아올라가 그 물방울로 맹렬한 불길 위에 뿌려 주었으며, 한없는 자애의 마음으로 쉬지 않고 이를 계속했다. 그 힘은 제석신의 궁전을 진동케 했으므로, 신은 놀라 하늘에서 내려와 앵무에게 말하기를 ‘이 죽림의 큰 불은 수천리에 뻗쳐 맹렬히 불타고 있다. 어찌 네 날개의 물방울로써 이를 끌 수가 있으랴’ 앵무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나는 넓은 마음을 갖고 있다. 면려하여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이 큰 불을 꼭 끌 수 있을 게 틀림없다. 만일 현세에서 할 수 없다면 내세에서라도 이 일을 하고 말리라’고 했다. 제석은 그 뜻에 감동되어 큰 비를 내려 주어 그 불을 꺼 주었다.

 

제자들이여, 그때의 앵무는 나이다. 지금 내가 모든 중생의 삼독인 불을 끄고자 하듯이 지나간 세상에도 똑같은 뜻을 세워 중생들을 가엾이 여겼던 것이다.”

 

“옛날 두 형제가 있었는데 함께 부처의 가르침을 즐기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형은 면려하여 선을 행하고 숲속에서 생각을 모아 깨달음을 얻었지만, 동생은 천성이 총명하여 널리 모든 경을 외우고 대신의 부탁을 받아 정사를 지었다. 이윽고 승방, 강당, 탑 등이 어마어마하게 늘어서고 그 의장(意匠)의 교묘함은 대신들로 하여금 더욱더 깊이 공경심을 갖게 했다.

 

동생은 대신에게 형의 일을 말하고 새로이 세워진 정사에 형을 맞이하고 싶다고 청하였다. 대신은 쾌히 승낙하고 사람을 보내어 간곡히 형인 성자를 맞이하여 후히 공양했다. 어느 때, 대신은 천금의 값이 나가는 양탄자를 형인 성자에게 바쳤다. 형은 부득이 이것을 받아 동생이 온갖 일을 영위하므로 재물도 필요하리라 생각하여 이내 동생에게 보내 주었다. 또 대신은 동생에게는 값이 싼 양탄자를 주었으므로, 동생은 깊이 마음에 노여움을 품었다. 그 뒤 대신은 자기가 전일에 바친 양탄자가 없는 것을 보고 다시 값비싼 양탄자를 형인 성자에게 선사하자, 형은 또 이것을 동생에게 주었다. 동생은 은근히 일어나는 시기심을 참다 못하여 그 양탄자를 갖고서 전부터 결혼을 약속한 대신의 딸을 찾아가 ‘그대의 아버지는 앞서는 나에게 후했지만, 나의 형이 오고 나서부터는 오로지 형에게만 후하게 하고 나에게는 극히 박하다. 그대는 이 양탄자로 옷을 만들고 내 형이 그대에게 선사한 거라고 아버지에게 말하시오’라고 말하였다.

 

딸은 아버지가 믿고 공경하는 사람을 나쁘게 말할 수 없다고 했으나, 동생은 ‘만일 내가 말하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길이 그대하고 의를 끊으리라’고 위협하므로 딸은 말하는 대로 행하였다. 아버지인 대신은 딸의 말하는 바를 듣고 ‘귀한 선물로 부녀자를 속이다니 얼마나 나쁜 출가자인가’하고 성을 내어 그로부터 형이 방문하더라도 여느 때처럼 일어나서 맞이하지 않고 화난 빛을 띠우고 있으므로, 그는 재빨리 누군가가 자기를 비방한 것이리라 생각하고 즉시 하늘로 올라가 갖가지 신통을 나타냈다. 이리하여 대신은 깊이 회개하였고 즉시 동생인 출가자와 딸을 나라 밖으로 추방하였다.

 

제자들이여, 남을 비방하면 보에 의해 영원히 한없는 괴로움을 받고 지금 또 손타리녀(孫陀利女) 때문에 비방 받았던 것과 같이 된다.”

 

제자들이 세존께 아뢰옵기를,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세존의 종제이건만 어찌 된 까닭으로 원한을 품고 세존을 해치고자 했던 것이옵니까?”

 

세존이 고하시기를,

“옛날 설산에 공명(共命)이라고 부르는 새가 살고 있었다. 몸은 하나이면서 머리가 두 개였는데, 머리 하나는 언제나 아름다운 열매를 먹고 몸을 평안히 하려고 했으나 다른 하나는 새암을 일으키고 나는 한번도 저와 같은 맛 있는 열매를 먹은 일이 없다 하면서 독 열매를 먹었으므로 두 개의 머리는 함께 목숨을 잃었다.

 

제자들이여, 그때 맛 있는 열매를 먹은 것은 나이고 독 열매를 먹은 것은 제바달다이다. 그는 옛날 나하고 몸을 함께 하고 지금 또 나와 피를 같이 하고서 이와 같이 나를 해치려고 했던 것이다.”

 

왕사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매일 세존께 나아가 가르침을 들었다. 아내는 딴 곳에 정부를 숨겨 둔 것이리라 의심하고 남편에게 그 까닭을 물었더니 ‘매일 세존께 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존은 어떻게 훌륭하신가.’라고 물었다. 남편은 갖가지로 세존의 덕을 설하여 들려주었으므로 아내도 마음으로 기뻐하고 곧 수레를 함께 타고 세존 앞에 나아갔지만, 국왕이나 대신 등 많은 사람들이 세존 앞에 모여서 자리가 비좁아 가까이 나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다만 세존을 예배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 후 아내는 이 세상을 떠나 신의 세상에 태어났다. 지난 날의 은혜를 돌이켜 생각하고 하늘에서 내려와 세존의 앞에 나아가서 법을 들어 깨달음을 얻었다.

 

“옛날 간다라국에 계나(罽那)라는 화공이 있었다. 3년 동안 나그네가 되어 타향에서 30금을 벌어 가지고 집에 돌아가려고 할 때, 다른 사람이 대중을 위해 법회를 마련하고 있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나는 아직 복업을 심은 일이 없다. 지금 다행히 이 복전을 만났다. 어찌 그대로 보아 넘길 수 있으랴’하고 법회를 주관하는 사람에게 그 비용을 묻고 ‘부디 저를 위해 목탁을 울려 스님들을 모아 주십시오. 저는 공양을 마련하고 싶습니다’고 청하여 그 30금을 내놓았다.

 

이윽고 법회가 끝나고 화공은 기쁨에 넘쳐 집으로 돌아갔다. 아내가 화공에게 묻는다. ‘3년 동안에 얼마나 재물을 얻으셨습니까?’ ‘내가 얻은 재물은 견고한 광에 저축해 두었다.’ ‘그 광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은 존귀한 승가에 있다.’ 아내는 기가 차서 친척들을 모아 남편을 묶고서 관에 고발하였다. ‘저희들 모자는 가난에 괴로워하고 옷도 식량도 없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얻은 재물을 부질없이 다 써 버리고 말았습니다.’ 소장(疏章)을 받은 사람이 그 까닭을 묻자 남편은 ‘저의 목숨은 번갯불과 같아 오래 머무르지를 못합니다. 도는 아침 이슬과 같이 잠시 동안에 사라져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전생에 복업을 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와 같은 가난한 몸이 되어 의식에 괴로워하는 것이라고 깊이 생각될 때, 불가라성(弗迦羅城)의 청정한 법화를 보니 마음은 기쁘고 믿음의 마음이 안에서 일어나 3년간 일하여 얻은 30금을 많은 스님들의 하루 공양으로 바쳤던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소장을 받은 사람은 이 말을 듣고는 크게 기뻐하며 스스로 걸치고 있는 많은 장식품인 보물을 주었고 다시 한 마을을 주었다. 그의 현세의 보는 이렇듯 풍부했었다.”

 

“옛날 계라이(罽羅夷)라는 사나이가 그 아내와 둘이서 남에게 고용되어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장자들이 절에 가서 큰 보시의 법회를 여는 것을 보고 잡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기를 ‘저 장자들은 전생에 복을 심었으므로 저러한 신분이 되었을 테지만, 나는 복분이 박하므로 지금과 같은 심한 가난의 괴로움에 허덕이고 있다’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아내가 수상히 여겨 그 까닭을 묻자, 그는 지금의 심정을 말하였다. 아내가 말하기를 ‘울더라도 소용은 없습니다. 저의 몸을 종으로 팔아 재물을 얻어 그것으로 복을 심어 주십시오.’ 남편은 ‘당신의 몸을 판다면 어찌 살아갈 수가 있으랴.’ ‘그렇다면 둘이서 몸을 팝시다’고 함께 부유한 집에 가서 ‘부디 10금을 빌려 주십시오. 만일 7일까지 돌려드릴 수가 없다면 저희들 부부를 종으로 삼아 주십시오’라고 부탁하고 그 약속에 따라 10금을 빌렸으며, 즉시 절에 가서 7일 후에 보시의 법회를 열 것을 부탁하고 두 사람은 힘을 합하여 밤을 낮삼아 가면서 방아를 찧었다. 만일 그날까지 돌려줄 돈을 얻지 못한다면 몸이 다하도록 남의 집에서 부림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열심히 일했다.

 

꼭 6일째에 국왕이 절에 참배하여 그 이튿날에 법회를 열고 싶다고 한다. 중은 가난한 사람과의 약속을 말하고서 왕의 제의를 거절했다. 왕은 곧 계라이를 불러, 다음 날에 법회를 열도록 하라고 말하자, 그는 ‘그 날을 지내면 일생 동안 노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사유를 아뢰었다. 왕은 이 사실을 듣고 깊이 가엾이 여기고 ‘참으로 흔히 있는 얘기가 아니다. 그대야말로 참으로 가난한 괴로움을 깨달았다고 하리라. 튼튼치 못한 몸을 튼튼한 몸으로, 튼튼치 못한 재물을 튼튼한 재물로, 튼튼치 못한 목숨을 튼튼한 목숨으로 바꾸었다’고 칭찬하고서 자신을 비롯한 부인의 의복과 영락을 벗어 계라이 부부에게 주었고 다시 열 마을을 나누어 주었다.”

 

“월지국(月氏國)의 왕 전단계니타(栴檀罽尼吒)는 세 명의 현인과 친히 지냈다. 그 제일은 마명 보살(馬鳴菩薩)인데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만일 저의 말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항상 편안하여 내세에도 선(善)과 더불어 영원히 악도를 여의게 됩니다.’ 다음은 마타라(摩吒羅)대신이라고 하며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만일 저의 비밀의 말을 받아들여 누설하시는 일이 없다면 천하(天下)국토를 다스릴 수가 있으시게 됩니다.’ 세 번째는 명의인 자라가(遮羅迦)라고 하며 왕에게 말하였다. ‘만일 대왕이 제가 말하는 바를 받아들이면 한평생 병에 걸리는 일이 없고 백미(百味)의 음식을 마음껏 맛볼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리하여 왕은 그 말을 지켜 작은 병에도 걸리지 않았다.

 

왕은 다시 대신의 말을 받아들여 군위(軍威)를 사해에 떨쳤지만, 다만 동쪽 나라가 귀복하지 않으므로 군비를 엄격히 하여 토벌하였다. 먼저 귀복한 오랑캐와 백상(白象)을 선두로 하여 왕은 그 뒤에 따르고, 총령(蔥嶺)에 이르러 험준한 관문을 넘으려고 하자 타고 있던 말이 갑자기 멈추었다. 왕은 놀라 말을 향해 소리쳤다. ‘너는 지금까지 나를 태우고 몇 번이나 정벌에 나섰고 지금은 삼면이 이미 평정되고 동쪽만을 남겼다. 그런데 왜 나아가지 않는거냐?’ 그때 대신이 말했다. ‘저는 앞서 대왕께 아뢴 말을 반드시 누설하지 않도록 언약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왕은 지금 그것을 누설하셨습니다. 대왕의 목숨도 멀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왕도 역시 대신의 말처럼 그 몸이 죽을 때가 가까워졌음을 알고, 오랫동안의 정벌로 한없는 사람의 목숨을 죽인 일을 생각하여 죄가 무거운 것을 깊이 뉘우치고 나라에 돌아가 절을 세우고 승려에게 공양하여 스스로 참회하는 계를 지켰다.

 

군신은 서로 말하기를 ‘대왕은 그렇듯 많은 사람을 죽이셨다. 지금 뒤늦게나마 복을 닦으시더라도 어찌 지난 날의 죄를 지울 수 있으랴.’ 대왕은 이 말을 듣고 그들의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 신들에게 명하여 큰 솥에 물을 가득 붓고 칠일 칠야(七日七夜)에 걸쳐 끓이고 나서 왕은 스스로 반지를 그 솥속에 집어넣더니 여러 신하를 돌아보며 그 반지를 꺼내라고 명하였다.

 

그들은 누구 한 사람도 명에 응하는 자가 없었다. 왕은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편을 써서 꺼내도록 하라.’

 

대신 중에서 한 사람이 아뢰기를 ‘불을 끄고 다시 냉수를 솥에 넣는다면 손을 상하지 않고 꺼낼 수가 있습니다.’ 왕은 정색하고서 여러 신하에게 말하였다. ‘내가 먼저 악을 행한 것은 말하자면 끓는 솥과 같은 것이고 지금 참괴의 염을 일으켜 선을 행함은 불을 끄고 냉수를 붓는 것과 같으니라. 이리하여 악도의 괴로움은 그치고 선국(善國)을 얻으리라.’

 

여러 신하는 이 말을 듣고 기뻐서 제일 지자의 말을 받아들인 왕의 덕을 찬양하였다.”

 

“구시미국(拘尸彌國)에 재상의 소임을 맡은 바라문이 있었는데, 천성이 포악하고 걸핏하면 무도한 짓을 하였다. 그 아내도 또한 마음이 비뚤어진 여자로서 남편과 행동이 같았다. 어느 때, 남편은 아내에게 ‘지금 교답마가 이 나라에 왔다. 만일 이 집에 오거든 문을 닫아라. 들여 보내서는 안 된다’고 명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세존은 갑자기 그 집을 방문하셨다. 바라문의 아내는 인사도 않고 잠자코 있었다. 세존은 ‘그대들은 어리석어 사견을 갖고 삼보를 믿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 여자는 이 말을 듣고 성을 내며 스스로 영락을 끊어버리더니 때묻은 옷을 입고서 땅에 앉았다. 남편은 밖에서 돌아와 이 꼴을 보고 까닭을 물으니, 교답마에게 욕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튿날 문을 열었더니 세존이 또 그 집으로 들어왔다. 이를 본 바라문은 전부터 준비한 검을 가지고 베려고 했지만, 세존은 홀연 허공에 계셨다. 그는 이 신통을 보고서 크게 뉘우치고 몸을 땅에 던지며 외쳤다. ‘세존이시여, 부디 땅에 내려오시어 저의 뉘우침을 받아 주십시오.’ 세존은 그 청을 받아들여 부부에게 법을 설하고 도에 들게 하였다.”

 

제자들이 어째서 세존은 그와 같은 악인들을 받아들였을까 수상히 여기므로, 세존은 옛날의 인연을 말씀하셨다.

 

“옛날 가시국(迦尸國)의 악수(惡受)라는 왕이 있어 온갖 비도를 행하여 백성들을 괴롭히고 사방에서 모이는 상인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진기한 물건들을 세금으로 압수했다. 그 때문에 나라 안의 보물은 모두 왕의 손에 들어갔다. 왕의 악명(惡名)은 모든 백성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때 한 마리의 앵무새가 있었는데, 숲속에서 길 가는 사람들이 왕의 악함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왕을 간하리라 생각하고서 하늘 높이 날아 왕의 동산에 내렸다. 어느 나뭇가지에 앉아 왕비가 동산으로 들어옴을 보고 날개를 퍼드득거리며 말하기를 ‘왕은 지금 무도한 짓을 하여 백성을 학대하고 그 해독이 금수에까지 미치고 있다. 분격과 한탄의 소리가 나라에 넘치고 있다. 왕비도 또한 왕과 비슷하게 가혹하다. 이를 백성의 어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왕비는 이 말을 듣고서 크게 노하고 사람을 보내어 앵무새를 붙잡게 하였으나 앵무는 두려움도 없이 붙잡혀 즉시 왕 앞에 끌려나갔다. 왕은 무엇 때문에 ‘나를 욕하느냐’고 묻자, 앵무는 왕의 여섯 가지 죄상을 말하였다.

 

‘여색에 탐닉하고, 술을 즐기고, 도박을 일삼고, 살생을 좋아하고, 악언(惡言)을 멋대로 지껄이고, 가혹한 세금을 걷어들여 백성의 재물을 무도하게 뺏는다. 이 여섯 가지의 죄가 왕의 몸을 위태롭게 한다. 또 나라를 기울게 하는 세 가지의 것이 있다. 아첨하는 악인을 가까이하고, 현자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즐겨 다른 나라를 쳐서 백성을 기르는 일을 잊고 있다. 이 세 가지의 악한 일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나라가 멸망하리라. 본디 왕자는 온 국민이 우러러보아야 하는 것으로서 만민을 건너주는 다리이며 친한 자에게도 소원(疎遠)한 자에게도 저울처럼 공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옛날의 성도(聖道)를 밟아 어김이 없고 해처럼 널리 세간을 비추고 달처럼 시원함을 주고 부모처럼 은혜를 내리고 하늘이 모든 것을 덮어 주듯이, 땅이 만물을 싣고 있듯이, 또는 불이 악을 태우고 물이 물(物)을 적시듯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나간 세상의 성왕은 모두 이와 같이 십선(十善)의 도로써 중생들을 가르치고 이끌었던 것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서 깊이 스스로의 소행을 부끄러워하고 앵무의 가르침을 받아 올바른 정사를 행하여 가르침은 나라 안에 퍼졌고 충량한 사람들이 좌우에 모였으니 백성들은 기뻐하였다.

 

제자들이여, 그때의 앵무는 나, 왕은 지금의 재상인 바라문, 왕비는 그의 아내이다.”

 

물(物)은 방편을 쓰면 구할 수가 있지만, 구해선 안 될 것을 억지로 얻으려 해도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비유하면 모래를 짜서 기름을 구하고 얼음을 잘라 젖을 구하는 것과 같다.

 

“옛날 베나레스 국에 범마달(梵摩達)이란 왕이 있었는데, 어느 날 밤중이 되자 먼 묘지에서, ‘임금님 임금님’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것은 하룻밤에 세 차례나 있었다. 왕은 적잖이 두려워하며 모든 바라문과 점장이를 모아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을까’하고 물었다. 그들은 ‘그것은 묘지에 있는 요괴의 짓이 틀림없다. 담력이 있는 자를 뽑아 목소리를 목표 삼아 그곳에 보내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왕은 ‘묘지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자에게 5백금을 주리라’는 방을 널리 알리도록 하였다. 그때 가난한 독신자로서 담력이 있는 사나이가 그 부름에 응하여 투구와 갑옷을 갖추고 검을 들고 묘지의 목소리를 찾아가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목소리의 주인이 대답하기를 ‘나는 대지에 숨어 있는 보물이다. 밤마다 왕을 불렀지만 왕은 두려워 대답조차 않는다. 만일 왕이 이곳에 온다면 나는 보물을 인도할 생각이었다. 그대는 참으로 용기가 있다. 이제는 보물을 그대에게 선사하리라. 나에게 7명의 수행원이 있는데 내일 아침 그들과 함께 출가하여 그대의 집에 가리라.’ 그 사나이가 물었다.’ ‘어떻게 대접하면 좋은가?’ 대답은 ‘다만 방을 깨끗이 하여 아름답게 장식하고 포도의 즙이나 젖미음을 여덟 개의 그릇에 담아 먹고 마시게 하면 된다. 식사가 끝나거든 목침으로 상좌에 앉은 출가자의 머리를 때리고 한쪽 방에 가두어 두어라. 그러면 보물을 얻으리라’고 말하였다.

 

사나이는 그대로 집에 돌아와 이튿날 왕궁으로 가 ‘목소리의 주인은 요괴였었다’고 말하고 5백금을 받아 가지고 집에 돌아와서 이발사에게 부탁하여 몸을 정제하고 방을 깨끗이 치우고 음식을 마련한 다음 8명의 출가자를 맞이하여 식사를 끝내자 상좌인 출가자를 몰아 한쪽 방에 넣었더니, 그대로 황금 항아리로 바뀌었다. 같은 방식으로 다음 7명의 출가자가 역시 똑같은 일곱 개의 황금을 담은 독으로 바뀌었다. 이발사는 이를 보고서 자기도 같은 방식으로 보물을 얻으리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앞서의 사나이처럼 준비를 한 뒤 이윽고 8명의 출가자를 초대하여 식사를 권했고 문을 닫고 상좌인 한 사람을 때렸지만, 그 머리는 깨어져 피가 흐를 뿐이었다. 이윽고 한쪽 방에 몰아 넣었더니 그는 당황하며 똥을 쌌다. 차례로 7명의 출가자 역시 번갈아 얻어맞아 바닥 위를 벌벌 기었지만, 그 중의 힘 있는 한 사람은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 ‘살인자, 살인자’하고 외쳤다. 이윽고 이발사는 관원에게 붙잡혀 일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즉시 사람을 보내어 앞서의 사나이가 얻은 황금의 독을 관에서 몰수하려고 했지만 그 독은 독사가 되어 관원에게 덤볐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앞서의 사나이에게 말하기를 ‘그 보물은 모두 그대에게 주어진 것이다. 주어진 보물은 누구라도 빼앗을 수가 없다. 마치 계를 지키고 면려하여 도를 닦으면 좋은 보를 얻지만, 어리석은 자는 그 과보(果報)만을 보고서 겉으로 계를 지키더라도 안에 참된 신심이 없어 부질없는 화락(和樂)을 구해도 얻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라고 말하였다. 교활한 자는 겉으로 정직해 보이지만 내심은 사심을 품고 있다.”

 

“옛날 나이 먹은 바라문이 나이 젊은 후처를 맞이하였지만, 그녀는 남편을 싫어하여 딴 남자와 즐기고자 생각하고 남편에게 권하여 젊은 바라문들의 모임을 열자고 했다. 그 남편은 아내를 의심하여 핑계를 내세워 그 모임을 연기시켰다.

 

어느 때 전처의 아들이 잘못하여 불 속에 떨어졌지만 아내는 이를 구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까닭을 물었더니 ‘저는 딴 사내와는 닿기조차 싫습니다’고 한다. 늙은 바라문은 이에 움직여 연기했던 젊은 바라문들의 모임을 열었다. 젊은 아내는 이 기회에 마음껏 즐거움에 잠길 수가 있었다. 남폄은 이를 알고 괴로워했고 마침내 보물을 가지고서 혼자 집을 도망쳤다. 길에서 한 바라문과 만나 동행하여 숙소를 같이했고 이튿날 그 집을 나와 꽤 멀리 걸어왔을 무렵, 동행한 바라문이 생각난 듯이 말하기를 ‘나는 지금까지 남의 물건을 티끌 하나 취한 일이 없다. 그런데 이제 보니 어젯밤 숙소에서 풀잎이 내 의복에 묻어 있었다. 나는 이를 숙소 주인에게 돌려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급히 돌아올 테니까’고 말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 갔다. 늙은 바라문은 이를 듣고 진심으로 공경의 마음을 일으켜 이 사람이야말로 공경하고 모실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앞서의 바라문은 길가에 있는 도랑 속에 들어가 배를 깔고 쉬다 얼마쯤 뒤에 늙은 바라문에게로 돌아왔다. 그때 그는 빨래감을 씻기 위해 아무런 의심도 없이 갖고 있는 보물을 동행한 바라문에게 맡겼는데, 보물은 이때 그의 손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늙은 바라문은 슬퍼하고 상심하여 넋을 잃은 사람처럼 정처없이 걸어가 어느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으려니까, 한 마리의 황새가 입에 풀을 물고 많은 새들에게 말하기를 ‘모두들 서로 도와가며 한곳에 살지 않겠는가’했다. 새들은 그가 하는 말을 믿고서 모두 그곳에 모여 들었다. 그 후 새들이 날아간 것을 엿본 황새는 새집이란 새집을 찾아 알을 쪼아 그 즙을 빨아먹고 많은 새끼를 잡아먹었다. 그러던 중 많은 어미새가 되돌아오자 그는 시치미를 땐 얼굴로 전과 같이 풀을 물고 있었다.

 

또 얼마쯤 그곳에 있으려니까 한 수도자가 찢어진 옷을 걸치고,

‘벌레들아, 위험하다, 위험하다’고 하면서 조용히 걸어왔다. 늙은 바라문은 이상히 여기고서 그 까닭을 물었더니 ‘나는 무엇이고 딱해 견딜 수가 없다. 벌레들을 밟아 죽일까 하여 이렇듯 걷고 있는 것이다’고 한다. 늙은 바라문은 그 고상한 인격을 깊이 사모하고 그 뒤를 따라가 날이 저물자 그 수도자의 집에서 숙박했다. 외딴 채에 누워 있으면서 참된 도를 행하는 사람을 만난 기쁨에 잠겼다. 한밤중에 문득 나는 현가(絃歌)소리에 나그네는 잠을 깨고 말았다. 놀라 괴이하게 생각하고 소리를 좇아가 보았더니 수도자는 젊은 여자와 희롱하고 있었다. 여자가 춤추면 남자는 거문고를 타고 남자가 춤추면 여자는 음악을 연주하였다. 늙은 바라문의 마음은 얼음처럼 식어 버렸다. ‘아아, 세상에 믿을만한 자는 하나도 없다.’

 

나라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밤 많은 보물이 없어져 왕에게 고발하였다. ‘아무도 수상한 자는 없습니다. 다만 한 바라문이 드나들고 있었지만 이 사람은 풀잎을 옷삼아 청정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왕은 이 말을 듣자 즉시 그 바라문을 잡아 엄히 심문하여 마침내 그의 짓이라는 것을 자백 받았다.”

 

세존께서 기원 정사에 계셨을 때 사위성에 여원(如願)이란 사나이가 있어 남의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죽이며 사음을 일삼다 마침내 관가에 붙잡혀 거리에 조리돌리고 형장으로 끌려갔다. 이 사나이가 죽음에 임하여 세존을 만나 뵙고 자세히 자기의 죄를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죽음은 박두하고 있습니다. 부디 큰 자비를 내리시어 대왕께 청하여 저를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그렇다면 곧 죽더라도 원망할 것이 없습니다.”고 했다.

 

세존은 그 원을 받아들이고 아난을 보내어 바사닉왕에게 사유를 말하고 이 죄인을 제자들 중에 넣어 주기를 청하였다. 이윽고 왕의 허락을 얻어 그는 세존의 제자가 되고 면려하여 깨달음을 얻었다.

 

왕사성에 부해(浮海)라는 상인이 많은 사람들을 동반하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구했다. 그 아내는 젊고 아름다웠는데 밤낮으로 바다에 있는 남편을 생각하고 마침내는 신의 사당에 참배하고 소원을 빌었다.

 

“신이여, 만일 저의 원을 받아들여 남편을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신다면 금은의 영락을 바치겠으며 만일 이 원을 들어 주시지 않는다면 오물로 이 사당을 더럽히겠습니다.”

 

얼마 후 남편이 무사히 집에 돌아와 아내는 기뻐하며, 금은의 영락을 가지고 하녀를 데리고서 집을 나섰으나, 아직 사당에 이르기 전에 마침 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왕사성으로 들어오시는 세존과 만났다. 그 숭고한 모습은 하늘의 해도 부끄러워할 정도였다. 여자는 위신(威神)을 우러러보고 기뻐하며 자기도 모르게 손에 든 영락을 세존께 던졌는데, 영락은 보개(寶蓋)로 변하여 하늘에 걸려 세존의 걸음을 따라 함께 움직였다. 그녀는 이 신기한 광경을 보고 깊은 신심을 일으켜 몸을 땅에 대고,

 

“모쪼록 이 인연에 의해 저도 세존과 같은 몸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하고 서원을 세웠다. 세존은 이를 보고 미소를 짓고 마음 속에 이 여자의 소원을 허락하셨다.

 

어느 때 세존은 모든 제자들을 데리고 마갈타국을 유행하셨고, 항하강에 이르러 강변에 배를 맨 사공에게 말씀하시기를,

“부디 우리들을 저쪽 기슭으로 건네 주시오.”

 

“배삯만 주신다면.”

“사공이여, 나 또한 사공이로다. 세간의 미계(迷界)를 넘어서 사람을 건네 주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나는 지만과 같은 많은 사람을 해친 자와 마나답타(摩那答陀)처럼 부질없이 오만하여 사람들을 깔보는 자를, 모두 배삯을 받지 않고 건네 주었다. 그러므로 그대도 배삯을 받지 말고 우리들을 저쪽에 건네주기 바란다.”

 

그러나 사공은 대답하지 않았다. 강 하류에 있던 다른 사공이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꺼이 배를 대어 세존의 일행을 맞이했다. 이때 제자들 중에 신통을 나타내어 저쪽 기슭에 건너간 자, 강의 중류를 걸어가는 자도 있었다. 앞서의 사공은 이 신통을 보고서는 크게 뉘우쳐 몸을 땅에 대고 세존과 제자들에게 귀의했으며 허락을 받아 집에 세존의 일행을 초대하여 맛 있는 음식을 바치고 가르침을 받았으며 법의 기쁨을 얻기에 이르렀다.

 

왕사성의 한 장자의 계집종으로서 천성이 온순하고 불법을 믿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때때로 주인의 분부로 전단향(栴檀香)을 갈곤 했으나 언젠가 또 향을 갈은 뒤 문 밖에 나가서, 성에 들어와 탁발하는 세존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기쁨에 마음이 설레여 집에 들어가자 약간의 전단향을 꺼내어 세존의 다리에 발랐다. 세존은 그녀의 마음을 어여삐 여기시고 신통으로 이 향을 향운(香雲)으로 만드셨는데 그러자 향은 나부끼며 왕사성을 덮었다. 그녀는 이 기서(奇瑞)를 보자 더욱더 신심이 깊어져,

 

‘세존과 같이 깨달음의 몸이 되고 싶다.”

고 맹세했다. 세존은 쾌히 이 소원을 허락하셨다.

 

사위성의 부유한 사람들이 어느 날 좋은 옷으로 몸을 단정하고 향과 꽃을 손에 들고 음악을 연주하며 성 밖에 나가 하루의 향락을 마음내키는 대로 취하고자 성문에 이르렀을 때, 많은 제자들을 데리고 성으로 탁발을 나오신 세존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들은 광채가 빛나는 듯한 세존의 모습을 우러러보자 마음에 기쁨이 넘쳐 그만 발 밑에 예배하고 음악을 연주하여 일행을 위로하면서 손에 들었던 갖가지 꽃을 세존의 머리에 뿌렸더니, 세존의 신통에 의해 아름다운 화개(花蓋)가 되어 절로 퍼져서 사위성을 덮었다. 그들은 이 기서(奇瑞)를 보고서 한결같이,

 

“세존과 같이 깨달음의 몸이 되고 싶다.”

고 맹세했다. 세존은 쾌히 그들의 소원을 받아들였다.

 

“먼 옛날 선면(善面)이란 왕이 베나레스(波羅奈斯)국을 다스렸는데 나라와 백성은 풍요하고 번창했다. 왕은 지혜도 밝아 깊이 도를 구하며, 보물을 거리에 두고서 누구라도 오묘한 법을 설해 주는 자가 있다면, 이 보물을 주리라고 퍼뜨렸다. 이 지성에 마음이 움직여 신의 궁전은 모두 진동하고 제석은 왕의 마음을 시험하리라 생각하고 귀신의 형상으로 현신하여 왕의 궁문에 이르러 ‘나는 오묘한 법의 소유자이다’라고 말했다. 왕이 기뻐하며 맞이하자 칼날처럼 무서운 어금니를 악물고 있던 귀신은 ‘나는 지금 시장하기 때문에 법을 설할 수가 없다’고 말하였다. 왕이 갖가지 음식을 주었더니 ‘나는 뜨거운 피와 싱싱한 고기가 아니면 굶주린 배를 채울 수가 없다’고 고함쳤다.

 

이때 왕의 태자인 손타리(孫陀利)는 나아가서 아버지에게 아뢰옵기를 ‘법을 얻는 것은 어렵다고 듣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이 몸을 귀신에게 바칠까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왕은 목숨을 아끼지 않는 태자의 큰 뜻을 알고 ‘나는 먼 옛날부터 은애에 얽매이고 미혹에서 미혹으로 빠져 끝이 나는 일이 없었다. 이제 법을 위해 사랑하는 아들을 버릴 때이다’라고 마음으로 작정하고서 태자의 청을 허락했다.

 

태자는 기특하게도 귀신에게 나아가자, 그는 왕의 면전에서 태자를 잡아 찢어 바닥에 쓰러뜨리고 피를 마시고 고기를 먹었으나, 아직도 굶주린 배는 채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왕의 비는 용감히 법을 위해 목숨을 바친 태자의 마음에 감동되어, 왕의 허락을 받고 다시 귀신의 먹이로 몸을 바쳤다. 귀신은 다시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왕의 몸을 요구했다. 왕은 조용히 ‘나는 목숨을 아까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이 몸이 죽으면 법을 들을 수가 없다. 그대가 법을 설한다면 이 몸을 내주겠다’고 했다. 귀신은 그 진심을 알고 왕을 위해 일구의 게를 읊었다.

 

애욕에 의해 근심이 생기고 애욕에 의해 두려움이 일어난다. 능히 은애를 여의는 사람이야말로 길이길이 두려움의 뿌리를 끊으리라.

 

읊고 나자 귀신은 홀연 제석의 모습으로 변하고 태자와 부인도 본디의 모습을 나타냈다. 왕은 기쁜 나머지 그저 춤을 추었다.”

 

이와 같이 설하시고 세존은 말씀하셨다.

“그때의 선면왕은 나, 태자는 아난, 부인은 야수다라이다. 나도 또한 먼 옛날부터 이렇듯 애착을 버리고 도를 구했던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세존이 많은 제자들을 데리고서 사위성으로 들어가 탁발하시다가 어느 거리에서 한 바라문과 마주쳤다. 바라문은 손가락으로써 땅을 가리키며 세존을 가로막고 외쳤다.

 

“그대는 나에게 5백 금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세존은 그곳에 잠자코 서 계셨다. 이 일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여 바사닉왕에게 알려져, 왕은 곧 사람을 보내어 돈을 주었지만 바라문은 좀처럼 들어 주지를 않았다. 그때 수달 장자(須達長者)가 5백 금을 갖고 와서 건네자 바라문은 그것을 받아넣고 세존께 지나가기를 허락했다. 이 일에 의문을 느낀 제자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세존은 말씀하셨다.

 

“먼 옛날 베나레스(波羅奈斯)국에 선생(善生)이란 태자가 있어, 어느 날 친한 벗들과 함께 놀았다. 도중 재상의 아들이 노름꾼과 도박을 하여 5백 금의 빚을 지고도 권세를 믿고 그 돈을 치르지 않는 광경을 목격했다. 태자는 이것을 보고 ‘만일 재상의 아들이 치르지 못한다면 내가 대신 치르리라’고 했다.

 

이리하여 그 부채는 한량없는 대를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때의 태자는 나, 재상의 아들은 수달 장자, 노름꾼은 지금의 바라문이다. 그러므로 제자들이여, 부채는 반드시 갚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갚지 않는다면 깨달음을 얻더라도 그 난을 벗어날 수는 없다.”

 

세존이 기원 정사에 계실 때 사위성에 누다(樓陀)라는 도둑이 있었다. 예리한 검을 차고 궁시를 가지고 길에 출몰하여 길가는 사람들에게 위협하는 짓을 하고 있었다. 어느 때 며칠이고 며칠이고 굶주림에 시달렸는데, 멀리 한 출가자가 바리때를 들고서 나무 아래 있음을 보고 생각하기를 ‘저 바리때 속에는 음식이 있을게 틀림없다. 빼앗아 먹자. 만일 그가 먹고난 뒤라면 죽여 배를 갈라서라도 먹어야겠다’며 조용히 다가가서 멀지 않은 곳에 멈추었다. 출가자는 그의 마음을 알고서 생각하기를 ‘만일 내가 음식을 주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나를 죽이리라. 그러면 그로 하여금 무서운 죄를 범하게 한다.’ 그래서 즉시 그에게 말을 걸어 음식을 주어 굶주린 배를 채우게 하고, 그가 기쁜 마음을 일으켰을 때 갖은 방법으로 법을 설했다. 그는 즉시 신심을 일으켜 출가자가 되어 깨달음을 얻었다.

 

세존께서 왕사성의 죽림 정사에 계셨을 때, 고을의 장자들이 큰 절회(節會)를 베풀고 음악을 연주하며 즐겼다. 그중에는 남쪽에서 온 부부의 무용사가 청련화(靑蓮華)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딸을 데리고 있었다. 딸은 용색(容色)이 아리따울 뿐 아니라 여자로서 알아야 할 64종의 기예(技藝)에 있어서도 무엇하나 부족한 데가 없었다. 그 음악에 따라 춤추는 자태의 고상함은 유가 없이 희한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 고을에 있어 저처럼 춤을 잘 추는 사람, 저처럼 경론(經論)에 밝은 자가 있을까?”

하고 말하였다. 사람들이 죽림 정사에 계신 세존에 대해서 말하자, 그녀는 많은사람들을 데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요란한 꼴로 죽림 정사에 이르렀지만, 천하게 웃고 흥겨워하며 세존을 배례하려고도 않았다.

 

세존은 이를 보시고 신통으로써 그녀를 백세의 노파로 바꾸었다. 머리는 희고 얼굴은 주름이 지고 이는 빠졌으며 허리는 꼬부라지고 엉금엉금 기듯이 걷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 모습이 쇠약함에 놀라 슬퍼했으나, 세존의 힘에 생각이 미치자 깊이 뉘우치는 염에 잠기고 세존의 앞에 꿇어 엎드려 지금까지의 교만과 잘못을 뉘우치고 오직 용서를 빌었다.

 

세존은 무녀(舞女)의 마음을 알고 다시 신통으로써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 주시자, 늘어선 사람들은 늙음과 젊음의 정함 없음을 눈앞에 보고 법을 듣고 눈을 뜬 자가 적지 않았다. 그리하여 무녀와 그 부모도 세존의 허락을 얻고 제자가 되어 깨달음을 얻었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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