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단경(法寶壇經)

육조단경(法門對示 제9)

근와(槿瓦) 2015. 9. 25. 00:39

육조단경(法門對示 제9)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조사께서 어느 날 문인 범해와 지성, 범달, 신회, 지상, 지통, 지철, 지도, 법진, 법여 등을 불러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다른 사람과 달라서 내가 죽은 후에는 각각 한 지방의 스승이 될 것이니, 내가 이제 너희들에게 법을 설명해 주어서 본종을 잃지 않도록 할 것이니라. 먼저 삼과법문에 의거하여 움직이고, 작용함에는 서른여섯 가지 상대를 들 것이니, 나고 듬에 두 끝을 떠나고 일체법을 설명하여 자성을 버리지 말아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너희들에게 법을 묻거든 말을 두 가지로 하여 상대법을 취하되, 오고 감이 서로 원인이 되어도 마침내는 두 법을 다 없이 하며 다시 갈 곳이 없도록 하라.”

 

삼과법문이란 음과 계 · 입을 말한다. 음이란 곧 오음으로 색 · 수 · 상 · 행 · 식을 말하고 입은 십이입으로서 바깥의 여섯티끌인 색 · 성 · 향 · 미 · 촉 · 법과 안의 여섯문인 안 · 이 · 비 · 설 · 신 · 의가 그것이다. 계는 십팔계로서 여섯 객관, 여섯 문, 그리고 여섯 의식을 말한다.

 

자성이 만 가지 법을 머금었음을 함장식이라 하는데 만약 생각을 일으키면 곧 의식을 굴리는 것이다. 의식을 내어 여섯 문에 나아가서 여섯 객관을 보는 것이니 이와 같이 십팔계가 다 자성으로부터 작용을 일으키느니라. 자성이 삿되면 열여덟 가지 나쁜 것을 일으키고, 자성이 곧바르면 열여덟 가지 올바름을 일으킨다. 만약 악하게 작용하면 곧 중생의 작용이요, 착하게 작용하면 곧 부처의 작용이니라.

 

작용은 무엇을 근거로 하여 이루어지는가. 자성으로 말미암아 상대법이 있느니라. 바깥 경계선인 물질세계에 다섯 가지 상대원리가 있다. 하늘과 땅이 상대요, 해와 달이 상대요, 밝음과 어두움이 상대요, 음과 양이 상대이며, 물과 불이 상대이다. 이것이 다섯 가지 상대이다.

 

법상과 말에 열 두가지 상대가 있다. 말과 법이 상대요, 유와 무가 상대요, 빛깔과 빛깔 아닌 것이 상대요, 모양과 모양 아닌 것이 상대요, 번뇌와 번뇌 없음이 상대요, 물질과 허공이 상대요, 움직임과 고요함이 상대요, 맑음과 흐림이 상대요, 범부와 성인이 상대요, 승려와 속인이 상대요, 늙음과 젊음이 상대요, 작은 것과 큰 것이 상대이다. 이것이 열두 가지 상대이다.

 

자성이 작용을 일으키는데 열아홉 가지 상대가 있다. 긴 것과 짧은 것이 상대요, 삿된 것과 올바른 것이 상대요, 어리석은 것과 지혜로움이 상대요, 바보와 지혜가 상대요, 어지러움과 고요함이 상대요, 자비로움과 독한 것이 상대요, 계와 그릇됨이 상대요, 곧음과 굽음이 상대요, 참됨과 헛됨이 상대요. 험함과 평탄이 상대요, 번뇌와 보리가 상대이며 늘있음과 덧없음이 상대요, 불쌍히 여김과 해치는 것이 상대요, 기쁨과 성냄이 상대요, 주는 것과 인색한 것이 상대요, 나아감과 물러섬이 상대요, 나는 것과 없어지는 것이 상대요, 법신과 육신이 상대요, 화신과 보신이 상대이니 이것이 열아홉 가지 상대니라.”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이 삼십육 상대법을 쓸 줄 알면 곧 도가 모든 경전의 법을 꿰뚫어 출입하게 되느니라. 두 가지 극단을 버림으로써 자성이 움직이고 작용한다. 사람과 함께 말함에 있어서 밖으로 상이 있지만 상을 떠나고, 안으로 공이 있지만 공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상에 집착하면 곧 사견을 기르게 되고, 또 만약 공에 집착하면 무명을 기르느니라.

 

공에 집착한 사람은 경을 비방하여 바로 문자를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문자를 이미 쓰지 않는다면 말도 또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이런 견해는 다만 문자의 모습일 뿐이니라. 또 말하기를 곧은 도는 문자를 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세우지 않는다는 두 글자도 또한 문자이니 사람이 말하는 것을 보고 저들을 비방하기를 문자에 집착했다고 한다. 너희들은 모름지기 알아야 한다. 스스로 어리석음은 오히려 옳지만 또한 불경을 비방까지 한단 말인가? 아무쪼록 경을 비방하지 말 것이니 죄악의 업장이 헤일 수 없으리라.

 

만약 밖으로 상에 집착하여 법을 만들고 참된 것을 구하며, 혹은 도량을 많이 세워서 있고 없는 허물과 근심을 말한다면 이와 같은 사람은 몇 겁이 가더라도 가히 성불하지 못하리라. 다만 듣고 법대로 수행하고 또 백 가지를 생각지 아니하여 도의 성품을 막히게 하지 말지니라. 만약 설법을 듣고 닦지 않는다면 사람으로 하여금 도리어 삿된 생각을 내게 하는 것이니 다만 법에 의지해서 수행하여 상에 머무름이 없이 법을 베풀지어다. 너희들이 만약 깨달아서 이에 의지하여 설명하고, 이에 의지하여 쓰며, 이에 의지하여 행하고, 이에 의지하여 지으면 곧 본종을 잃지 않으리라.”

 

만약 어떤 사람이 너희들에게 뜻을 물을 때 유를 물으면 무로써 대하고 무를 묻거든 유로써 대하며 범부를 물으면 성인으로써 대하고, 성인을 묻거든 범부로써 대하여 두 도가 서로 원인이 되어 중도의 뜻을 나게 할 것이다. 한번 물으면 한번 대답하고 나머지 물음은 한결같이 이렇게만 하면 곧 이치를 잃지 않으리라.

 

설령 어떤 사람이 묻되 ‘어떤 것을 어두움이라 합니까?’ 하면 ‘밝음은 원인이 되고 어두움은 연이 되어 밝음이 없어지면 곧 어두움이다.’라고 대답하여 밝음으로써 어두움을 나타내고, 어두움으로써 밝음을 나타내서, 오고 감이 서로 원인이 되게 하여 중도의 진리를 이루게 해야 하느니라. 나머지 물음도 다 이와 같이 할 것이요, 너희들이 나중에 법을 전함에 있어서도 이렇게 하여 번갈아 서로 가르쳐 주므로서 종지를 잃지 말 것이니라.”

 

 

출전 : 육조단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