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단경(法寶壇經)

육조단경(付囑流通 제10) 끝.

근와(槿瓦) 2015. 9. 27. 00:24

육조단경(付囑流通 제10)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조사께서 태극 원년 임자년(서기 712년) 7월에 제자 문인에게 명하시어 신주 국은사에 가서 탑을 세우도록 하셨다. 이에 공장을 독촉하여 다음해 여름 늦게 낙성을 보였다. 7월 1일에 문도 대중들을 모아 이르시기를,

“내가 8월이 되면 세상을 떠나고자 하니 너희들은 의심되는 것이 있으면 일찍 물어 보도록 하라. 의심을 부수어서 너희로 하여금 어리석음이 없게 하리라. 내가 간 후에는 너희를 가르칠 사람이 없으리라.”

 

법행 등이 듣고 다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데 오직 신회가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또한 울지 않았다. 이에 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신회가 오히려 선과 불선이 평등함을 얻었고, 헐뜯고 칭찬하는데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었으며, 슬프고 즐거움을 내지 않는 마음을 얻었으나, 다른 사람은 다 얻지 못했구나. 산중에 몇 해씩 있으면서 마침내 무슨 도를 닦았는가? 너희가 이제 슬피 우는 것은 누구를 근심함인가. 만약 나의 갈 곳을 알지 못해서 슬퍼한다면 내가 스스로 갈 곳을 아니, 내가 만약 갈 곳을 알지 못한다면 너희에게 미리 알려 주지 못했으리라. 너희들이 슬피 우는 것은 나의 갈 곳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나의 갈 곳을 안다면 곧 응당히 슬피 울지 않으리라. 법의 성품에는 본래 생멸과 거래가 없으니 너희들은 다 앉으라. 내가 너희들에게 한 게송을 말할 것이니라. 그 이름은「진가동정의 게」인데 너희들이 이 게를 외워서 지니면 나와 더불어 뜻이 같을 것이니, 이에 의지하여 수행하면 종지를 잃지 않으리라.”

 

승려 대중들이 예를 올리고 조사께 게송을 설해 주시기를 청하였다. 조사께서 게송에 말씀하시기를,

 

일체법에 참다움 없는데

참이라고 보지 말지니

만약 참인줄 보는 자는

그 소견 참되지 못하리

스스로 참다움 있다면

거짓을 떠난 마음이 참됨일세.

 

마음은 거짓을 떠나지 않으므로

본래 참이 없거늘 어느 곳이 참이랴.

유정은 활동할 줄 알고

무정은 활동할 줄 모르니

움직이지 않음을 닦는다면

죽은 무정과 같으리라.

 

참으로 움직이지 않음을 찾으려면

움직이는 그 위에 움직이지 않음이니

움직이지 않음이 부동이라면

무정은 부처될 종자도 없으리.

 

모든 모습 잘 분별하되

제일의에 움직이지 말라

이같이 소견 지으면

이것이 진여의 작용인 것을.

 

도 배우는 자에게 알리리니

힘쓰고 모름지기 뜻을 두라.

대승의 문 가운데

생사의 지혜를 두지 말라.

 

만약 말 끝에 서로 맞으면

한 가지 부처를 의논하리.

만약 상응하지 않으면

합장하여 환희케 하리라.

 

이 종은 본래 다툼이 없는 것.

다투면 도의 뜻 잃어 버리고

거스름 집착하여 법문을 다투면

자성이 생사에 빠짐이로다.

 

그때에 문도들이 게송을 말씀하심을 듣고 모두 다 절하였고, 아울러 조사님의 뜻을 체득하였다. 그리고 각각 마음을 바로하여 법대로 수행하였으며 다시는 서로 다투지 않았다. 이때 대사께서 세상에 오래 계시지 않으실 것을 알고 법해상좌가 재배하고 여쭈었다.

“화상께서 입멸하신 후에 옷과 법은 마땅히 어떤 사람에게 맡기십니까?”

 

“내가 대범사에서 설법한 이래 지금에 이르도록 기록한 것이 있으니 너희들은 수호하여 번갈아 서로 전해주고 모든 중생을 제도하되 다만 이 말대로만 하면 그 이름이 정법이니라.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그 옷은 전하지 않으니, 너희들의 신근이 무르익어서 결정코 의심이 없으면 큰 일을 감당할만 하지만, 선조 달마대사께서 붙이신 게송의 뜻에 의거하여 옷은 전하지 않을 것이니라.”하시고 게송을 말씀하셨다.

 

내가 본래 이 땅에 와서

법을 전하고 어리석은 중생 구하나니

한꽃에 다섯 잎 피어

열매가 저절로 이루리라.

 

다시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종지를 성취하고자 하거든 모름지기 일상삼매와 일행삼매를 통달하라. 만약 언제 어디서나 모습에 머물지 않아서 현상 가운데 있으면서 미워하고 사랑하는 생각을 내지 않고, 또 취하고 버릴 것도 없으며, 이익과 성취와 무너짐 등의 일을 생각하지 않아서 평안하고 한가롭고 고요하며 비어서 통하고 담백하면 그 이름이 일상삼매이니라. 만약 언제 어디서나 움직임, 머뭄, 앉음, 누움에 순수한 곧은 마음으로 도량에 움직이지 않고 참으로 정토를 이루면 그것을 일행삼매라고 하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두 삼매를 갖추면 마치 흙속에 종자가 있고 품어 갖추어 길러서 그 열매를 익히고 맺음과 같으니, 일상 일행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내가 이제 법을 설하는 것은 비가 대지를 두루 젖게 함과 같고, 너희들의 불성은 모든 종자가 비를 만나 적셔져서 싹이 트고 자라남과 같으니라. 나의 뜻을 이어 받는 자는 반드시 신묘한 과보를 얻을 것이니라. 나의 게송을 들으라.

 

마음의 땅이 온갖 종자를 머금어서

비 잘 내리면 싹이 트리라.

문득 깨달아 정이 다하면

깨달음의 열매 저절로 이루리.

 

조사께서 게를 설하여 마치시고 다시 말씀하셨다.

“이 법에는 둘이 없으며, 그 마음도 또한 그러하다. 그 도는 청정하며 또한 어떤 모습이 없느니라. 너희들은 고요함을 관하지도 말며, 그 마음을 비우려고 하지도 말아라. 이 마음이 본래 깨끗해서 가히 취하고 버릴 게 없으니 각각 스스로 힘써서 인연을 따라 가도록 하라.” 그때에 문도대중들이 절하고 물러갔다.

 

대사께서 7월8일 홀연히 문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신주에 돌아가고자 하니 너희들은 배 돛대를 빨리 손질하도록 하라.” 대중들이 슬퍼하며 더 계시기를 간곡히 원하므로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이 출현하심은 오직 열반을 보이시기 위함이요, 오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가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나의 이 몸뚱아리도 돌아가야 할 처소가 반드시 있느니라.”

 

대중들이 여쭈었다. “조사님께서 이제 가시면 언제 돌아 오십니까?”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는 법. 올때에는 입이 없으리라.” “정법안장은 어떤 사람에게 전하시옵니까?” “도 있는 자가 얻고, 무심한 자가 통할 것이다.” “뒷날 법난이 있겠습니까?” “내가 죽은지 오륙년 되면 어느 사람이 와서 내 머리를 가져갈 것이니 내 예언을 들으라.

 

머리 위에 어버이를 모시고

입 속에 밥을 구하는구나.

가득찬 어려움을 만날 때

양유가 관이 되리라.

 

“내가 간지 칠십여년 후대 두 보살이 동쪽으로부터 출현하는데 하나는 출가한 분이요, 다른 하나는 재가한 분이니 두 분이 동시에 교화하여 나의 종을 건립하고 가람을 크게 하고 법 이어나갈 도인들이 쏟아져 나오리라.”

 

“위로부터 불조사께서 나타나신 이래 몇 대를 전해 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원컨대 열어 보여 주십시오.”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옛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심은 그 수가 한량없어서 가히 헤아릴 수 없느니라. 이제 칠불로 처음을 삼아본다. 과거 장업겁에 비바시불, 시기불, 비사부불, 현겁의 구류손불, 구나함모니불, 가섭불과 석가모니불의 일곱 부처님이시니라.”

 

석가모니불이 처음에,

1) 마하가섭존자에게 전하셨다.

제이는 2)아난존자

제삼은 3)상나화수존자

제사는 4)우바국다존자

제오는 5)제다가존자

제육은 6)마차가존자

제칠은 7)바수밀다존자

제팔은 8)불타난제존자

제구는 9)복타밀다존자

제십은 10)협존자

제십일은 11)부나야사존자

제십이는 12)마명대사

제십삼은 13)가비마라존자

제십사는 14)용수대사

제십오는 15)가나제바존자

제십육은 16)라후라다존자

제십칠은 17)승가난재존자

제십팔은 18)가야사다존자

제십구는 19)구마라다존자

제이십은 20)사야다존자

제이십일은 21)바수반두존자

제이십이는 22)마나라존자

제이십삼은 23)학륵나존자

제이십사는 24)사자존자

제이십오는 25)바사사다존자

제이십육은 26)불여빌다존자

제이십칠은 27)반야다라존자

제이십팔은 28)보리달마존자이니,

이 땅에 초조가 되고 제이십구는 29)혜가대사

제삼십은 30)승찬대사

제삼십일은 31)도신대사

제삼십이는 32)홍인대사이며

33)혜능은 삼십삼조가 되느니라.

 

위로부터 모든 조사께서 각각 받아 이으셨으며 너희들은 이뒤에 번갈아 전하여 어겨서 그르치지 말도록 하라.

 

대사가 개원 원년 계축(서기 713년) 8월3일. 국은사(현재는 남화사)에서 재를 끝마치고 모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각각 자리에 따라 앉으라. 내가 너희들과 헤어지리라.” 법해가 여쭈었다. “화상께서는 무슨 교법을 남기시어 후대에 어리석은 사람으로 하여금 부처의 성품을 보게 하십니까?”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후대에 어리석은 사람이 만약 중생인 줄 알면 그것이 곧 불성이며, 만약 중생을 알지 못하면 부처를 찾아도 만겁에 만나기 어려우리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가르쳐서 제 마음의 중생을 알고, 제 마음의 불성을 보게 하리니, 부처를 보고자 하거든 다만 중생인 줄 알아라. 중생이 부처를 알지 못할 뿐, 부처가 중생을 알지 못한 것은 아니다. 만약 자성을 깨달으면 중생이 곧 부처요, 자성이 어리석으면 부처가 바로 중생이다. 자성이 평등하면 중생이 바로 부처요, 자성이 삿되고 험하면 부처가 바로 중생이다. 너희들의 마음이 만약 험하고 굽으면 곧 부처가 중생 가운데 있음이요, 한생각 평등하고 곧으면 중생이 바로 성불하는 것이다. 내 마음에 스스로 부처가 있으니 자기의 이 부처야말로 참 부처이니 만약 스스로 불심이 없으면 어느 곳에 참부처를 구하겠는가. 너희들의 마음이 부처이니 다시는 의심하지 말라. 밖으로 한 물건도 세울 것이 없으며, 이 본심이 만가지 법을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에 말씀하시기를「마음이 생기면 온갖 법이 생기고, 마음이 없어지면 온갖 법이 없어진다.」고 하셨느니라.

 

내 이제 한 게송을 남겨 너희들과 더불어 이별하리니「자성진불게」라 이름하라. 훗날 사람들이 이 게송의 뜻을 알면 스스로 본심을 보아서 불도를 이루리라.

 

진여자성이 참 부처요

삿된 소견 삼독은 마왕일세

삿되고 어리석을때 악마가 집에 있고

견해가 올바르면 부처가 방에 있네

성품 가운데 사견이 삼독을 내면

곧 마왕이 집에 와 살고

정견으로 삼독을 없애면

마왕이 부처되어 참일뿐 허점 없네

법신과 보신과 화신이여

삼신이 본래 한 몸이니

만약 성품을 스스로 보면

그것이 곧 부처 이루는 깨달음의 원인일세

화신에서 깨끗한 성품 나오니

깨끗한 성품 화신 가운데 있네

성품이 화신으로 하여금 정도를 행하게 하면

원만하고 참됨이 다함 없으리

음탕한 성품이 본래 깨끗한 몸일세

음란을 없애면 곧 깨끗한 몸일세

성품 중에 오욕을 없애면

찰나에 견성하여 곧 참이리라.

 

금생에 돈교의 문 만나면

홀연히 깨달아 세존을 보네

만약 수행하여 부처를 이룬다면

어느 곳에 가서 참을 구하는가.

 

마음 가운데 참을 보면

참 이것이 성불의 원인이어라

성품을 안 보고 밖에서 부처를 찾는가

마음을 일으킴이 크게 어리석구나

돈교법문 이제 남겨 두니

세상사람 제도할 때 스스로 닦게 하라

앞으로 도 배울 이에게 알리노니

이 소견 안내면 크게 유유하리라.

 

조사께서 게송을 마치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잘 있으라. 내가 죽은 후에 세속의 정으로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거나 손님의 문상을 받고, 몸에 상복을 입지 말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나의 제자가 아니며 또한 정법이 아니니라. 다만 자기의 본심을 알고 자기의 본성을 보면 움직임도 없고, 고요함도 없고, 태어남도 없고, 멸함도 없고,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고, 옳은 것도 없고, 그름도 없으며, 머무름도 없고, 가는 것도 없느니라.

 

너희들의 마음이 어리석어서 나의 뜻을 알지 못할까 두려워서 이제 두 번 세 번 부촉하여 너희들로 하여금 견성케 하노라. 내가 죽은 후에 이에 의거하여 수행하면 내가 있음과 같겠지만, 만약 나의 가르침을 어긴다면 비록 내가 세상에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이익이 없으리라.

 

말뚝같이 선을 닦지도 않고

등등하게 악도 짓지 않아서

고요할뿐 보고 듣는게 끊어졌고

넓고 넓어 마음 걸림 없구나.

 

조사께서 게송을 마치시고 단정히 정좌하여 삼경에 이르러 홀연히 문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나는 간다.”하시고 좌복에서 앉은 자세로 숨을 거두셨다. 그때 이상한 향기가 방에 가득했고 흰 무지개가 땅에 꽂혔으며 숲의 나무들이 희어졌으며 짐승들이 슬피 울었다. 십일월에 광주, 소주, 신주 세 주의 관료와 문인 승속이 다투어 진신을 맞이하려 하여 갈 바를 결정하지 못하였다. 이에 향을 사루어 빌기를 “향의 연기가 가리키는 곳이 조사님의 돌아가실 곳으로 되어지이다.”하였는데 향 연기가 바로 조계산으로 곧게 뻗쳤다. 십일월 십삼일에 의발을 옮겨 돌아 왔다. 다음날 7월 25일에 신감을 내어서 제자 방변으로 하여금 향으로써 바르게 하고 머리를 취하려는 예언을 생각하여 먼저 철판과 옻칠한 베로 조사의 몸부분을 잘 보호하여 탑에 모셨다.

 

그때 홀연히 탑속에서 흰 빛이 나와 하늘로 뻗어 올라갔는데 사흘만에 흩어졌다. 소주가 아뢰고 칙명을 받들어 비를 세워서 조사의 도행을 기록하였다. 조사의 나이는 일흔여섯, 스물네살 때 의발을 전해 받았고, 설흔아홉 때 스님이 되었고, 설법하여 중생을 이익케 하심이 삼십칠년이었다. 종지를 얻어 법을 이은 자가 마흔세명이요, 도를 깨달아 범부를 넘어선 사람은 그 수를 헤일 수 없었다. 또 달마의 전하신 바 믿음과 옷, 중종이 하사한 마납가사와 발우 및 방변이 새긴 조사의 진영, 아울러 도구들은 탑을 주관하는 사자가 맡아서 길이 보림도량에 두게 하고, 단경을 유통시킴으로써 종지를 나타내고 삼보를 일으켜서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였다. <끝>

 

 

출전 : 육조단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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