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촬요

미혹한 만행은 윤회를 면치 못함(달마혈맥론)

근와(槿瓦) 2015. 8. 30. 00:33

미혹한 만행은 윤회를 면치 못함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어떤 이가 물었다.

“만일 분별하고 운동하는 온갖 시간이 모두가 근본 마음인데 색신(色身 : 몸)이 죽을 때엔 어찌하여 근본 마음이 보이지 않는가요?”

 

이렇게 답하였다.

“근본 마음이 항상 눈 앞에 나타났으되 그대 스스로가 보지 못할 뿐이다.”

 

다시 묻기를,

“마음이 이미 눈앞에 나타나 있으면 어찌하여 보지 못합니까?”

 

“그대는 꿈을 꾼 적이 있는가?”

답하기를,

“꾸었습니다.”

 

“그대가 꿈을 꿀 때에 그대의 근본 몸이었던가?”

“예, 근본 몸이었습니다.”

 

“그대가 말하고 분별하고 운동하던 것이 그대와 다른가 아니면 같은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부하여 말하기를,

“이미 다르지 않다면 이 몸 그대로가 그대의 근본 법신이며, 이 근본 법신 그대로가 그대의 근본 마음이니라.”

 

“이 마음이 끝없는 예부터 지금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전혀 나고 죽은 적이 없는지라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으며,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으며, 옳고 그름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의 모습도 없으며, 승려와 속인 늙은이와 젊은이의 모습도 없으며, 성인도 없고 범부도 없으며, 부처도 없고 중생도 없으며, 증득할 것도 없고 닦을 것도 없으며, 인(因)도 없고 과(果)도 없으며, 힘도 없고 모양도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아서 취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산이나 강이나 석벽이라도 장애하지 못하며, 들고 나고 가고 옴에 자재하고도 신통하다. 오온(五蘊)의 산을 벗어나며 생사의 바다를 건너서 온갖 업이 이 법신을 구속하지 못하느니라.”

 

“이 마음은 미묘하여 보기 어려운지라 이 마음은 물질의 모습과는 같지 않으며 이 마음이 곧 부처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보고자 하나 이 광명 가운데서 손을 흔들고 발을 움직이는 일이 강가의 모래알같이 많되 물어보면 전혀 대답하지 못함이 마치 허수아비 같나니, 모두가 자기의 활동이거늘 어찌하여 알지를 못하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온갖 중생은 모두가 미혹한 사람이라 이로 인하여 업을 지으므로 생사의 바다에 빠져서 나오려 하다가도 도리어 빠지나니 오직 성품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하시니 중생이 미혹하지 않았다면 어찌하여 물으면 한 사람도 아는 이가 없는가? 자기 손과 발을 움직이는 것을 어찌하여 알지를 못하는가?

 

그러므로 성인의 말씀은 틀리지 않건만 스스로가 알지 못할 뿐임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이 마음은 밝히기 어려우나 부처님 한 분만이 능히 아시고 그밖의 인간 · 하늘 등의 무리는 아무도 밝히지 못하는 줄 알지니라.

 

만일 지혜로써 이 마음을 분명히 알면 비로소 법성(法性)이라 부르며, 해탈이라고도 한다. 생사에 걸리지 않으며 일체 법도 구속하지 못하므로 대자재왕불(大自在王佛)이라 하며, 부사의(不思議)라고도 하며, 성인의 본체라고도 하며, 장생불사라고도 하며, 큰 선인(大仙)이라고도 한다.”

 

“성인들의 많은 분별이 모두가 자기의 마음을 여의지 않았나니 마음의 양이 광대하여 쓰는 데 따라 응해서 무궁하다. 눈에 응하여서는 빛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들으며, 코는 냄새를 맡으며, 혀는 맛을 알며, 더 나아가서는 온갖 활동이 모두가 자기의 마음이며 언제든지 언어의 길이 끊이고 마음으로 따질 곳이 없어졌으니 이것이 자기의 마음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부처의 몸매가 다함이 없으며 지혜도 그러하다’하니 몸매가 다함 없는 것이 곧 자기의 마음이다. 마음이 능히 모든 것을 분별하며 또한 온갖 분별과 운동이 모두가 지혜이니 마음이 형상이 없으므로 지혜도 다함이 없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몸매가 다함이 없고 지혜도 그러하다’하니 사대(四大)로 된 몸은 번뇌의 몸인지라 생멸이 있으며 법신(法身)은 항상 머무르되 머무는 바가 없어서 여래의 법신이 항상 변하지 않는다. 경에 말하기를, ‘중생이란 응당 불성이 본래 있는 몸임을 알아야 한다’하니 가섭은 다만 본성을 깨달았을 뿐이요 딴 일이 없다.

 

본 성품이 곧 마음이요 마음이 곧 성품이니, 이는 부처님들의 마음이라 앞서 깨달으신 부처와 후에 깨달으신 부처가 오직 이 마음을 전하셨을 뿐 이 마음 밖에 따로 부처를 찾을 수 없느니라.”

 

“뒤바뀐 중생이 자기의 마음이 부처인 줄 알지 못하고 밖을 향해 구하되 하루종일 설치면서 부처를 염(念)하고 부처에게 절을 하나니 부처가 어디에 있는가? 이러한 소견을 짓지 말라. 다만 자기의 마음을 알기만 하면 마음 밖에 딴 부처가 없다.

 

경에 말하기를,

‘무릇 형상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하다’하고, 또한 ‘경이 있는 곳마다 부처가 있다’하였으니, 자기의 마음이 곧 부처인지라 부처를 지니고 부처에게 절하지 말라.

 

만일 부처와 보살의 모습이 홀연히 나타나거든 절대로 예경하지 말지어다. 내 마음이 공적(空寂)하며 본래 이런 모습이 없으며 만일 형상을 취하면 곧 마귀에 포섭되어서 모두가 삿된 도에 떨어진다. 만일 허깨비가 마음에서 일어난 줄 알면 예경할 필요가 없나니, 절하는 이는 알지 못하고, 아는 이는 절하지 않느니라. 예경하면 곧 마에 포섭되리니 학인(學人)이 행여나 알지 못할까 걱정되어 이렇게 풀이하노라.”

 

“부처님들의 근본 성품 바탕 위에는 도무지 이런 모습이 없으니 명심하라. 기이한 경계가 나타나거든 결단코 캐지도 말며 또한 겁내지도 말며 또한 의혹심도 내지 말라. 내 마음이 본래 청정하거늘 어디에 이러한 모습이 있으리요?

 

나아가서는 하늘 · 용 · 야차 · 귀신 · 제석 · 범왕 등에게라도 공경할 생각을 내지 말며 두려워하지도 말라. 만일 부처라는 생각이나 법이란 생각을 일으키거나 또는 부처나 보살의 모습에 대하여 공경할 생각을 낸다면 스스로가 중생이 된다. 만일 바르게 알고자 한다면 온갖 형상에 집착하지 않으면 되나니 다시 딴 말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경에 말하기를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하다’하시니, 도무지 일정한 형상이 없으며, 환(幻)에 일정한 상이 없는지라. 이것이 무상한 법이니, 다만 형상을 취하지 않으면 거룩한 뜻에 부합되리라. 그러므로 경에 말하기를 ‘온갖 형상을 여의면 곧 부처라 한다’하시니라.”

 

 

출전 : 선문촬요(달마혈맥론)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