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식(神識)에 관하여-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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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다라파리야, 비유하면 마치 나무로 만들어진 사람[木人]이 하나의 기관(機關)으로써 모든 일을 지으면서 달리고 뛰는 등 갖가지 재주를 부리는 것과 같으니라. 발다라파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나무사람은 무슨 인연이 있기에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냐?”
발다라파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물으신 것은 저의 경계가 아닌지라 저의 지혜로는 대답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발다라파리야, 그것은 묘한 지혜의 힘으로 갖가지 일을 짓는 것이요, 그러나 그 묘한 일은 색이 없고 지혜로써 내는 것이니라.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몸을 지닌 사람도 신식의 교묘함 때문에 생기는 것이요, 그러면서 이 갖가지 몸은 신식으로 말미암아 지어졌으며, 이 신식이 몸을 만든 까닭에 생겨났지만 이 신식은 다함이 없나니 오히려 법계(法界)를 닦고 익히기[修熏] 때문에 옛날의 모든 몸의 기억과 뜻이 성취되느니라. 비유하면 햇빛과 같나니, 이 신식도 마땅히 그렇게 보아야 하느니라. 마치 햇빛이 더럽고 악취가 나는 모든 시체를 비출 때 그것에 물들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그 악취는 햇빛을 여의고서 나는 것도 아닌 것처럼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신식이 처음 생기려 할 때에 그 더러운 데 있으면서 모든 부정(不淨)한 것을 먹고 또 개나 돼지 같은 짐승의 배 안에 배어 있으면서도 그 신식은 저 더러운 데에 물들지 않는 것이니라.
또 발다라파리야, 이 신식은 몸을 버린 뒤에는 선과 악이 행한 바를 따르나니 그 뜻이 무엇인가 하면, 이 신식이 이 몸을 버리고는 곧 저 죄와 복을 받는다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바람이 산마루로부터 나와 첨파(瞻婆)나무의 숲에 이르면 그 접촉으로 인하여 미묘한 향기를 느끼게 되지만 악취가 나는 곳에 이르거나, 또는 온갖 시체가 썩는 곳에 이르기도 하는 것과 같으니라.
발다라파리야, 저 바람은 여러 곳에 이르면서 여러 가지 냄새를 취하나니, 마치 바람이 향기를 거느리고 지나가는데도 그 바람에는 빛깔[色]이 없고 그리고 향기에도 빛깔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몸을 버리고 난 뒤에 선과 악을 거느리고 옮아가면서 이와 같이 차례로 떠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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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식이 옮아가려고 함은 마치 잠을 자면서 꿈에 사람이 온갖 물건들을 알면서도 그 몸은 본래 자고 있는 자리에서 옮아가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복이 있어 다시 생겨나는 신식이 옮아가려 할 때에는 마치 꿈에서 온갖 일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니라. 그런데 이 신식은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고 또한 그 어떤 구멍으로부터도 나오지도 않으며 그 신식이 나올 때에도 역시 모든 구멍을 구하지 않느니라.”
그 때 발다라파리가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달걀이나 거위의 알은 껍질 안에 있고 그 껍질에는 구멍이 없거늘 어떻게 신식을 알게 되며 특별히 껍질이 깨져 있지 않는데 그 신식은 어떻게 옮아가게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발다라파리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첨파 등의 모든 꽃으로 쪼인[熏] 검은 깨[烏麻]가 잘 익은 뒤에 기름을 짜면 이것을 첨파꽃 등의 기름이라 하거니와, 마치 저 향기는 검은깨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그 향기가 옮아가고, 그 향기가 검은깨에 달라붙어 있지도 않으며, 깨와 꽃이 함께 화합하기 때문에 향기가 서로 달라붙은 것이니, 향기는 깨 씨에서 구멍을 구한 연후에 들어간 것도 아니요, 그 두 가지로 인하여 그 향기는 옮아온 것과 같으니라.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신식은 알 껍질을 깨뜨리지 않아도 묘한 향기는 옮아가나니, 이 신식의 옮아감도 역시 그와 같으므로 너는 그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또 이 신식이 옮아가지 않음은 마치 햇빛과 마니보배[摩尼寶]의 광명과도 같나니,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또 다시 이 신식의 옮아감은 마치 땅에 뿌리는 종자와 같아서, 그 종자를 땅 속에 던져 놓으면 싹이 나고 줄기와 잎과 열매가 생기면서 혹은 희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검기도 하며 저마다 그 자체의 맛과 힘이 성숙되지만 그 땅의 요소[地界]는 하나이니, 물·불·바람의 요소도 역시 그러하느니라.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신식은 한 법계를 가지고 모든 존재[有] 안에서 몸을 성취한 이후에야 생기나니 혹은 흑색이거나 백색이거나 적색 등이기도 하며 혹은 본래 성품이 억세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느니라. 또 발다라파리야, 목숨을 마칠 때 이 신식은 몸을 버리고 나서 후생에 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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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종자의 인(因)을 이루어 손과 발 등의 몸을 만들고자 하나, 당시에는 아직 몸뚱이[身分]는 있지 않기에 땅 부분[地分]을 버리고 법계의 부분[法界分]을 취하는데 그 모든 경계는 기억[念]과 함께 화합하느니라. 그리하여 그 기억은 믿고 공경하는 힘으로써 법계와 기억이 화합하여 신식을 취하면 신식을 여의고서 계를 볼 수 없으며 역시 법계를 여의고 신식은 인(印)을 지니지도 않느니라. 그런데 그 신식은 바람이 보조가 되어, 그 밖의 법계는 모두가 미묘하게 되나니, 이른바 기억의 요소[念界]와 느낌의 요소[受界]와 법의 요소[法界]와 색깔의 요소[色界]가 그것이니라.”
그 때 발다라파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신식은 어떻게 해서 빛깔[色]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발다라파리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두 가지 빛깔[色]이 있나니, 첫째는 안[內]이요, 둘째는 바깥[外]이니라. 안의 빛깔[內色]이라 함은, 이른바 눈을 가리키며, 바깥이라 함은 바로 그 빛깔[色]이니라. 만일 안식(眼識)이 있다면 그것은 안의 빛깔[內色]이라 하느니라. 귀는 안이요 소리는 바깥이며, 코는 안이요 냄새는 바깥이며, 혀는 안이요 맛은 바깥이며, 몸은 안이요 촉감은 바깥이며, 뜻은 안이요 법은 바깥이니라.
발다라파리야, 비유하면 태어날 때부터 눈이 먼 사람이 밤에 잠을 자다가 꿈에 갖가지 모든 하늘의 묘한 빛깔과 가장 수승하고 으뜸가는 일들을 보고 그 사람은 비할 데 없는 즐거움과 기쁨을 내었지만 잠에서 깨고 나자 이내 보이지 않았으므로 날이 샌 뒤에 다른 이에게 말하기를 '여러분, 내가 어제 밤에 꾸었던 꿈을 들어보십시오. 나는 가장 묘하고 가장 으뜸가는 단정하게 생긴 여인들의 형상을 보았고, 백천 수의 장부 대중들도 보았으며, 동산의 숲도 보았고,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나는 꿈에서 보았습니다. 혹 어떤 사람은 몸이 부드럽게 생기고 손발은 단정 엄숙하였으며 팔과 어깨는 곧고 길었으며 몸은 날씬하였고 허리와 다리도 맵시가 있었습니다'고 하면서 그 장님은 꿈속에서 보았던 모든 사람들의 신체의 형용과 장엄한 영락 등을 자세히 설명하였느니라. 그 때 그 장님은 이같이 말한 형체에서 신식이 생기는 것은 보지 못하였느니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장님이 잠을 자며 꿈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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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볼 수 있겠느냐.”
발다라파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거룩하옵신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에게 해설하여 주소서. 이 일을 어떻게 볼 수 있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발다라파리에게 말씀하셨다.
“발다라파리야, 너는 알아야 하느니라. 육안(肉眼)으로써 지혜의 힘을 인하여, 장님은 꿈속에서 본 것이요 실제로 눈으로 본 것은 아니니라. 발다라파리야, 마치 꿈속에서 사람이 빛깔[色]을 잠시 보면서 그의 죽음을 바르게 기억하는 것처럼, 사람이 안의 빛깔[內色]을 보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발다라파리야, 다시 너에게 해설하거니와 그 죽은 사람의 신식은 마치 종자가 옮아가는 것과 같으니라. 비유하면 종자가 땅 위에 뿌려지면 대(大)를 받고 취하는 것처럼 이 신식도 바른 기억을 받고 나서 그 느낌[受]을 받은 뒤에 착함과 착하지 않음을 받으며, 그런 뒤에 몸을 버리고는 옮아가는 것이니라.”
발다라파리가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이 신식이 착함과 착하지 않음을 받으며, 그런 뒤에야 옮아가나이까?”
부처님께서 발다라파리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연꽃의 색깔이 마니보(摩尼寶) 곁에 있을 때에 마니보는 연꽃 색깔에 따라 변하는 것과 같아서 만일 검은 색을 놓으면 그 그림자 형상은 이내 검게 변하고, 흰 색 안에다 놓으면 곧 변하여 흰 색이 되나니, 그 그림자의 형상은 그 있는 곳을 따르면서 마니보는 곧 그 색깔을 같이하므로 놓아두는 곳과 그 지분(地分)을 따라 색이 곧 변하나니, 이와 같이 신식도 선과 악을 받으면서 곧 옮아감이 역시 그러하느니라.”
그 때 발다라파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신식은 어떤 체(體)로서 나타나나이까?”
부처님께서 발다라파라에게 말씀하셨다.
“이 신식은 형상도 없고 모여 있는 곳도 없고 쌓아 둔 곳도 없으므로 마침내 얻을 수도 없으며 말로 할 수도 없느니라. 이 신식은 생김도 있고 멸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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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고 괴로워함도 있지만 역시 말로는 할 수 없느니라. 발다라파리야, 비유하면 마치 씨에서 싹이 생기지만 상한 씨에서는 싹이 생길 수가 없고, 부서진 씨에서도 싹은 생길 수 없으며, 좋은 씨에서라야 비로소 싹이 생길 수 있는 것과 같으니라.
발다라파리야, 너는 저 씨와 싹이 어느 곳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느냐. 혹 줄기에 있는 것이냐, 잎사귀에 있는 것이냐, 뿌리에 있는 것이냐, 아니면 그 씨는 나뭇가지에 있는 것이냐.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신식도 몸의 어디에도 의지하거나 머무른 데가 없느니라. 눈에 있지도 않고, 귀에 있지도 않으며, 코에 있지도 않고 뜻에도 있지 않나니, 마치 씨에서 싹이 생기는 것과 같으니라. 생겨난 씨와 싹은 취함[取]과 느낌[受]을 근본으로 삼아서 곧 수태하며 수태한 뒤에는 곧 촉(觸)이 있나니, 마치 싹이 생기고 나서 의지한 때에는 곧 가지와 잎과 꽃이 있고, 가지와 잎과 꽃이 있으면 곧 씨가 있게 되는 것과 같다.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신식도 먼저 신체를 이루고, 신체를 이룬 뒤에는 그 신식은 머물 만한 곳이 없으며 그렇다고 역시 신식을 여의고서 몸이 있는 것도 아니니라. 마치 저 종자가 나무에서 익은 뒤에야 씨가 있게 되는 것이요, 열매가 생기면서 바로 씨가 있는 것이 아닌 것과 같으니라. 그와 같고 그와 같아서 이 몸과 목숨을 마칠 때에는 신체 가운데서 이 신식이 드러나는 것이로되 느낌[受]으로써 화합하고, 욕망[愛]으로써 서로 속박하며, 기억[念]으로써 서로 붙잡고, 좋은 반연으로써 화합하거나 혹은 좋지 않은 반연으로써 화합하고, 바람의 경계[風界]로써 서로 유지하면서, 지혜로 훈습(薰習)하여 업의 인연을 따라 부모가 화합한 연후에야 이 신식은 드러나는 것이니라.
발다라파리야, 비유하면 마치 잘 만들어지고 좋고 밝은 거울로 얼굴의 모양을 보는 것과 같나니, 얼굴이 없는데 얼굴의 모양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또한 밝은 거울이 없는데 얼굴의 모양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라. 마치 밝은 거울과 얼굴의 두 연(椽)이 화합하여야 얼굴의 모양이 있을 수 있는 것과 같으며, 그러면서 그 얼굴의 형상에는 빛깔이 없고 느낌도 없고 또한 아는 것도 없으면서 다만 몸을 따라 움직일 뿐이니라. 그 거울 속의 형상은 역시 몸이 하는 대로 움직이므로 말하고 옮아가고 움직이고 펴고 움츠리고...
출처 : 대보적경-3120-624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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