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없으면 안식이 없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1025. 질병경(疾病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새로 배우는 승랍이 적은 어떤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이 법과 율에 출가한 지 오래 되지 않아 친구가 적었고 혼자서 객승(客僧)으로서 아무도 돌봐주는 이가 없었다. 그 때 마침 그는 변두리 마을의 어느 객승들이 머무는 방에서 병에 걸려 위독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그 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 계신 곳에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새로 배우는 승랍이 적은 어떤 비구가……(내지)……병에 걸려 위급한 지경인데 지금 변두리 마을의 어느 객승들이 머무는 방에 있습니다. 저 병으로 인하여 많은 비구들이 많이 죽어가고 있으며 살아남는 이가 없습니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그를 가엾게 여기시어 그가 머무는 곳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고,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시어 그가 머물고 있는 곳을 찾으셨다. 그 병든 비구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평상을 붙들고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비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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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말씀하셨다. 그대로 누워 일어나지 말라. 비구여, 어떤가? 고통은 어떻게 견딜 만한가?……(이 사이의 세 가지 느낌에 대한 말에서부터 고통의 느낌이 점점 심해질 뿐 조금도 차도가 없다고 한 데까지는 앞의 차마가경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병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내게 대답하라. 너는 마음을 고쳐먹거나 후회하지 않느냐? 병든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진실로 마음이 바뀌어 후회가 됩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병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계율을 범한 일이 없느냐? 병든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진실로 계율을 범한 적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병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계율을 범하지 않았다면 왜 마음을 바꾸어 후회하느냐?
병든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승랍이 적고 출가한 지도 오래되지 않아서 사람의 법을 벗어난 뛰어난 법의 훌륭하고 묘한 지견을 아직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목숨을 마치면 어디에 가서 태어날 것인가를 알아야 하겠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바뀌고 후회가 생겼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떠냐? 비구야, 눈이 있기 때문에 안식(眼識)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병든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으셨다. 비구야, 네 생각은 어떠냐? 안식이 있기 때문에 안촉(眼觸)이 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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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촉으로 말미암아 괴로운 느낌[苦受] · 즐거운 느낌[樂受] ·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不苦不樂受]이 있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귀 · 코 · 혀 · 몸 · 뜻에 있어서도 그와 같다고 말씀하셨다. 어떠냐? 비구야, 만일 눈이 없으면 안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으셨다. 비구야, 만일 안식이 없으면 안촉도 없고, 안촉이 없으면 안촉이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괴롭거나 즐겁거나,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귀 · 코 · 혀 · 몸 · 뜻에 있어서도 그와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비구야, 이와 같은 법을 잘 생각하면 목숨을 잘 마칠 수도 있고, 다음 세상도 또한 좋을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그 병든 비구를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게 해주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 때 병든 비구는 세존께서 떠나신 뒤에 이내 목숨을 마쳤는데, 그 비구가 임종할 때에 모든 감각기관이 기쁨에 차 있었고 얼굴은 청정하며 살빛은 곱고 희었다. 그 때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승랍이 적은 비구는 병이 위독하더니 결국 그 존자는 이제 목숨을 마치고 말았습니다. 임종할 무렵에는 모든 감각기관은 기쁨이 가득 차 있었고 얼굴 모습이 청정하였으며, 살빛은 곱고 희었습니다. 어떠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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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목숨을 마친 비구는 참으로 보배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내 설법을 듣고 분명히 깨달아 알았고 법에 대해 두려움 없이 반열반(般涅槃)에 들었다. 너희들은 마땅히 그 사리를 공양하라. 그 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첫 번째 기별(記)을 주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출처 : 잡아함경(1500쪽-300번)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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