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수중의 잎(125)

근와(槿瓦) 2015. 6. 18. 02:09

수중의 잎(125)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또 남으로 내려가 교상미의 신사파 숲에 들어가셨고, 나뭇잎을 손에 들고서 말씀하셨다.

“제자들이여, 이 숲의 잎과 이 손아귀의 잎과 어느 것이 많다고 생각하느냐?”

“세존이시여, 그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숲속의 잎이 몇 억배나 많습니다.”

 

“제자들이여, 마치 그와 같이 내가 알되 설하지 않는 일은 숲속의 잎처럼 많고 설한 바는 손아귀의 잎새처럼 적다. 왜 설하지 않느냐 하면 이익이 되지 못하고 청정한 수행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번뇌를 없애고 수승한 지혜를 쌓아 각을 얻어 열반에 들어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한 바의 법은 고집멸도의 사성제로서 이익이 되고 청정한 수행의 도움이 되고 번뇌를 없애고 수승한 지혜를 쌓아 각을 얻어 열반에 들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자들이여, 이 사성제에 의해 부지런히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제자들이여, 향락은 즐겁게 보이되 실은 몸을 멸하는 것이다. 비유컨대 덩굴풀의 열매가 가을에 여물어 사라(沙羅)나무의 뿌리에 떨어진다. 사라나무에 사는 나무의 신은 놀라고 두려워서 몸서리를 친다. 그곳에 그 목신의 친구들이 모여서 위로한다. ‘벗이여, 두려울 것은 없다. 그 덩굴풀의 씨는 새에게 먹히든가 양에게 먹히든가 산불에 타든가 나무꾼이 베거나 개미가 물고가 버려 씨가 싹트는 일이 없으리라’고.

 

그러나 씨는 새에게도 먹히지 않고 양에게도 먹히지 않고 들불에도 타지 않고 나무꾼도 베어가지 않고 개미도 물어가지 않고서 봄이 되면 싹이 튼다. 우기가 되면 단숨에 무성하여 여리고 부드러운 덩굴손으로 사라나무를 감싼다. 사라나무의 신은 그 말랑말랑한 감촉에 기분이 좋아 ‘앞서 나의 친구들은 덩굴풀을 두렵게 생각하고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러나 보라, 이 말랑말랑한 덩굴손의 부드러운 감촉을, 오지 않을 두려움에 대기하여 몸서리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했다.

 

그 덩굴풀은 점차 사라나무를 휘감고 또 감겨 굵어지고 그 꼭대기까지 덮어 가지를 치고 덩굴이 뻗어 깊은 그늘을 만들어 사라나무 가지를 말라 죽게 한다. 사라나무의 신은 비로소 심한 고통에 잠을 깨고 친구들의 위로하는 마음을 상기하게 된다.

 

제자들이여, 요욕(樂欲)은 즐겁고 기분이 좋으나 그 몸을 이와 같이 멸하는 것이다.”

 

세존은 다시 북으로 돌아와 기원 정사에 들어가셨다.

어느 날 바사닉왕은 정사(政事) 때문에 수레를 갖추고 성 밖에 있었다.

왕의 할머니는 모후(母后)가 돌아가신 뒤에도 아직 살아 계시어 나이를 먹어 120세가 되는 노령이었으나, 왕은 효심이 깊어 늙으신 할머니를 섬기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고 있었다. 그렇건만 이 날 불행히도 태후는 가까이 모시는 사람들의 간호한 보람도 없이 고목이 쓰러지듯 별안간 돌아가셨다.

 

나라 대신인 불사밀(不奢蜜)은 생각하기를 ‘대왕께서 그렇듯 위하고 계시던 태후의 갑작스런 서거를 들으신다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이것은 어떤 방편을 써서 대왕의 받으실 슬픔을 덜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수많은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준비하고 헤아릴 수 없는 보물과 기녀(技女)를 싣고 당번(幢幡)을 세우고 음악을 연주하며 관을 둘러싸게 한 뒤 성 밖으로 나와, 왕의 일행이 귀성(歸城)하는 도중에서 만나도록 주선했다. 왕은 이것을 보고 때마침 옆에 나타난 불사밀에게 물었다.

 

“이건 누구의 공양이냐?”

“대왕이시여, 성 안 장자인 아무개의 어머니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이들 코끼리나 말이나 수레는 무엇 때문이냐?”

“코끼리도 말도 수레도 각각 5백을 셀 수 있습니다만, 이것을 염라왕에게 바쳐 어머니의 목숨을 구하겠다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일이다. 목숨은 머물게 할 수도 없거니와 사들일 수도 없다. 악어의 입에 떨어지면 반드시 목숨을 건질 수 없듯이 염라왕의 손에 들어가면 벗어날 수가 없다.”

“기녀도 5백 명이 있습니다만, 이것과 교환하여 목숨을 구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기녀도 보물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렇다면 범사(梵士)의 주술에 의해 또는 덕이 수승한 출가자의 힘에 의해 구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자 바사닉왕은 웃으며 말하였다.

“이것은 모두 어리석은 자의 생각이다. 일단 악어의 입에 들어가면 나올 수가 없다. 생이 있는 자에게 죽음이 있음은 정해진 일로써 부처가 설하신 바에 조금도 잘못이 없지 않은가?”

 

이때 불사밀은 왕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대왕이시여, 말씀하신 대로 살려고 하고, 살고 있는 자는 모두 죽은 것이옵니다. 모쪼록 과히 심히 한탄하시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왕이시여, 태후께서 오늘 붕어하셨습니다.”

 

바사닉왕은 이 말을 듣고서 비탄에 잠겨 한숨을 쉬고 있었으나,

“착하도다, 불사밀아. 그대는 교묘한 수단으로써 내 마음의 파탄을 막았다. 그대는 참으로 방편을 아는 자이다.”

라고 말하고 나서 성으로 돌아가 향이며 꽃이며 등명(燈明)을 바쳐 태후께 공양하고, 한낮이었으나 즉시 세존을 정사로 찾아가 뵈었다.

 

세존 : “대왕이여, 이 한낮에 어디로부터 오셨나요?”

“세존이시여, 제 할머니가 오늘 돌아가셨습니다. 나이가 많아 쇠약하기는 했습니다만 120세였습니다. 저는 이 할머니를 따르고 좋아하였으므로 만일 왕실을 물려주어 할머니의 죽음을 모면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왕실을 내주고 준마나 보물이나 성곽 내지 가시국(迦尸國)을 주어서라도 할머니의 목숨을 건질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그것을 내놓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참으로 세존께서 언제나 말씀하신 온갖 살려고 하는 또 살아 있는 것은 죽을 것이고 반드시 멸망에 이르는 것이옵니다. 어쩔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말한 대로 온갖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죽고 반드시 멸망합니다.

마치 도기(陶器)에 있어 질그릇이거나 유약을 발라 구은 것이거나 반드시 한번은 망가지는 것처럼.”

세존은 이렇듯 분부하시고 다시 다음과 같이 게를 송하셨다.

 

무릇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죽어 가느니라. 그것은 모두 죽음을 마지막으로 함으로서이다.

그 업에 따라 공덕의 과(果)와 죄의 보를 받느니라. 악한 짓을 한 자는 지옥으로, 덕을 쌓은 자는 천계로.

그러므로 선한 일을 행하여 후세를 대비할지어다.

실로 공덕은 중생들을 후세에 건너 주는 배(船)이니라.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