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3055-611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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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풀을 먹으며 중생이 퍼붓는 선악(善惡)의 말을 능히 참는다 하더라도 만일 성문이나 연각과 함께 사유(思惟)하는 법을 같이 한다면, 선남자야, 이것을 가리켜 보살마하살이 중죄(重罪)를 범한다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마치 성문의 사람이 중죄를 범하면 곧 그 몸으로는 열반에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선남자야, 보살이 이와 같이 성문이나 연각과 같이하는 사유의 법을 없애지 않거나 버리지 않거나 뉘우치지 않으면 끝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없느니라. 불법을 얻는 일은 있을 수 없으리라.”
그 때 아난 존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 이른 아침에 사위성(舍衛城)으로 들어가서 차례로 걸식을 하다가 중존왕(衆尊王) 보살이 한 여인과 같은 평상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나이다.”
아난이 이런 말을 하자마자 바로 그 때에 대지(大地)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중존왕 보살은 대중 가운데서 몸을 솟구쳐 7다라수(多羅樹) 높이의 허공으로 올라가 서서 아난에게 말하였다.
“존자여, 어찌 죄를 범한 이가 허공에 설 수 있습니까? 아난이여, '어떤 것이 죄이고 어떤 것이 죄가 아니냐'라고 세존께 여쭈어 보십시오.”
그 때 아난은 근심하면서 부처님을 향하여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손으로 부처님 발을 잡고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허물을 참회하나이다. 저는 이처럼 큰 용(龍)이 죄를 범했다고 말하였사오며, 저는 이와 같은 보살의 허물을 찾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허물을 참회하오니, 허락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대승의 대사[大乘大士]에게서 그의 죄를 찾아서는 안 되느니라. 아난아, 너는 성문의 사람이라 장애가 있는 곳에서 번뇌가 고요히 사라진 선정[寂滅定]을 행하여 방해되는 것이 없이 온갖 번뇌[結]를 끊고 있어야 하느니라. 아난아, 방편을 행하는 보살은 이와 같이 일체지의 마음을 성취한지라 비록 궁중에 있으면서 채녀(婇女)들과 함께 서로 재미있게 즐긴다 하더라도 악마의 일이나 여러 방해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느니라. 왜냐 하면 아난아, 방편을 행하는 보살은 3보(寶)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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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勸化)로써가 아니면 이러한 중생의 일들은 받음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아난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대승을 배우는 선남자나 선여인이 일체지의 마음을 여의지 않고 설령 뜻에 맞는 5욕(欲)을 보고 곧 그 안에서 같이 서로 재미있게 즐긴다 하여도, 아난아, 너는 마땅히 생각하기를 '이러한 보살은 곧 여래의 근본을 이룰 수 있다'고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계속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무슨 일 때문에 중존왕 보살마하살이 이 여인과 함께 같은 평상에 앉았느냐 하면, 아난아, 그 여인은 일찍이 과거의 5백 세상 동안에 중존왕 보살의 아내였느니라. 그 여인은 본래의 습기(習氣) 때문에 중존왕 보살을 보게 되자 마음에 애착이 생기면서 그 얽매임을 버리지 못하였지만, 이 중존왕 보살의 단정한 위덕과 계율을 지니는 힘을 보고 나서 뛸듯이 기뻐하며 한 곳에 혼자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만일 중존왕 보살이 나와 함께 한 평상에 앉아 주기만 하면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리라'고 한 것이니라.
아난아, 그때 중존왕 보살은 그 여인의 생각을 알고서는 곧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사위성으로 들어가서 차례로 걸식을 하다가 그 여인의 집에 이르렀느니라. 보살은 곧 집으로 들어가서 바로 이와 같은 법문을 생각하였나니 '안의 땅 요소[內地大]와 밖의 땅 요소[外地大]는 바로 하나의 땅 요소이다'고 하고, 땅 요소의 마음으로 여인의 손을 붙잡고 같이 하나의 평상에 앉은 것이니라. 그리고는 중존왕 보살은 곧 앉은자리 위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여래께서는 범부들이
행한 음욕을 찬탄하지 않나니
욕심과 탐애(貪愛)를 여의어야
비로서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 됩니다.
아난아, 그러자 그때에 그 여인은 이 게송을 듣자마자 마음으로 크고 한량없이 기뻐하며 곧 자리에서 일어난 중존왕 보살을 향하여 발을 잡고 공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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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예배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저는 애욕을 탐하지 않나니
탐욕은 부처님께서 꾸짖으신 것입니다.
욕심과 탐욕을 여의어야
비로소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 되십니다.
이런 게송을 말하고 나서 다시 말하였느니라.
'저는 먼저 나쁜 음욕의 마음을 이제 참회합니다. 그리고 곧 착한 욕심의 보리심을 내어서 온갖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중존왕 보살은 그 여인에게 권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한 뒤에 곧 자리에서 떠난 것이니라. 아난아, 너는 이 여인이 마음을 오로지 한군데에만 쓴 복된 과보를 자세히 살펴보라. 나는 이제 정변지(正遍知)로서 그 여인에게 수기하노니, '여기서 목숨을 다하면 여인의 몸을 바꾸어서 남자가 될 것이며, 장차 오는 세상에 99겁 동안 백천의 한량없는 아승기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온갖 불법을 두루 갖추었다가 부처님이 되시리니, 명호는 무구번뇌(無垢煩惱) 여래·응공·정변지라 하시리라.' 부처님이 성도하시고 나서 그 세상에는 한 사람도 착하지 않은 마음을 일으킨 이가 없으리라. 아난아, 알아야 하느니라. 방편을 행한 보살이 포섭한 권속이면 끝내 3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그 때 중존왕 보살은 공중에서 내려와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방편을 행하되 설령 한 사람을 위하여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착한 법을 합치고 쌓을 적에, 그가 죄를 범한 것 같거나 또는 실제로 죄를 범하여 백천 겁 동안 큰 지옥에 떨어진다 하여도, 세존이시여, 그 보살은 모든 악(惡)과 지옥의 고통을 받아 낼 수 있사오니, 이런 선근 때문에 한 사람도 버리지 않기를 원하나이다.”
그 때 세존께서 중존왕 보살을 칭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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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야, 보살은 이와 같은 대비(大悲)의 마음을 성취한지라 비록 5욕(欲)을 받는다 하더라도 중죄를 범하지 않는 것이며, 모든 죄를 여의었으며 온갖 악도에 떨어질 업을 멀리 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나는 기억하거니와, 과거 세상 아승기겁 전에 이 수보다 더 지나간 때에 수제(樹提)라는 범지(梵志)가 있었는데 그는 42억 년 동안 텅 빈 숲 속에서 항상 범행(梵行)을 닦았느니라. 그 때 범지는 이 세월을 지난 뒤에 숲 속에서 나와서 극락성(極樂城)으로 들어갔는데 그 성으로 들어가자 곧 어느 한 여인을 만났느니라. 그 때 그 여인은 이 범지의 단정한 용모를 보고 이내 음욕의 마음이 일어나 곧장 범지에게로 가서 손으로 그의 발을 붙잡고 땅에 주저앉았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범지는 그 여인에게 말하기를 '누이여, 구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하자, 그 여인은 대답하기를 '나는 범지 당신을 구합니다'라고 하였으므로 범지는 그 여인에게 말하기를 '나는 음욕을 행하지 않습니다'라고 하였으나 여인은 대답하기를 '만일 나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나는 지금 당장 죽어버리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수제 범지는 '이것은 나의 법도 아니고 또한 나의 때[時]도 아니다. 나는 42억 년 동안 청정한 범행을 닦았거늘 어떻게 이제 헐어버린단 말이냐'라고 생각한 뒤에 억지로 뿌리치고서 일곱 걸음이나 떨어져 갔느니라. 이렇게 일곱 걸음을 가고 나자 불쌍한 마음이 일어나 비록 계율을 범하여 악도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나는 지옥의 고통을 참아 낼 수 있거늘 이제 이 여인이 받는 이런 고뇌는 차마 보지 못하겠구나. 이 사람이 나로 인해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범지는 이렇게 생각한 뒤에 다시 그 여인에게 가서 오른 손으로 붙잡고는 말하기를 '누이여, 일어나십시오.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범지는 12년 동안을 함께 아내로 삼아 살다가 12년이 지난 뒤에는 다시 출가하여 즉시 도로 4무량심(無量心)을 갖추었으므로 그런 뒤에 목숨을 마치고는 범천(梵天)에 났느니라. 선남자야, 너는 의심하지 말라. 그때의 범지는 바로 지금의 나요, 그 여인은 바로 지금의 구이(瞿夷)이니라. 선남자야, 나는 그때 그 여인의 욕심 때문에 잠시 가엾다는 마음을 낸 순간 바로 백만 겁의 나고 죽는 고통을 초월한 것이니라. 선남자야, '너는 그 밖의 중생이 애욕 때문에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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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떨어지니 만일 보살이 방편을 행하면 범천에 가 난다'라고 관찰할지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행한다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지승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일 사리불과 대목건련 등이 방편을 행하였다면 구가리(瞿伽離)를 지옥에 떨어지게 하지 않았으리라. 왜냐 하면 선남자야, 나는 기억하거니와 과거의 세상 구류손 부처님[鳩留孫佛] 때에 무구(無垢)라는 한 비구가 빈 숲 속의 굴 안에 살고 있었는데 그 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섯 선인(仙人)이 있었느니라. 마침 그때 갑자기 큰 구름이 뒤덮이면서 큰비가 쏟아졌느니라. 이 때에 어느 한 가난한 여인이 길을 가다가 폭우를 만나자 추위와 헐벗음에 벌벌 떨다가 곧 무구가 살고 있는 굴속으로 들어갔느니라. 한참만에 비가 그쳤으므로 무구 비구는 이 여인과 함께 굴속에서 나왔느니라. 이 때 다섯 선인이 이런 광경을 보고 나서 마음에 좋지 않은 생각을 내면서 저마다 서로가 말하기를 '무구 비구는 마음에 간사함과 아첨을 품고 있다가 부정(不淨)한 행을 저질렀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무구 비구는 그 선인들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곧 몸을 솟구쳐 일곱 다라수(多羅樹) 높이의 허공으로 올라갔었느니라.
그러자 다섯의 선인들은 무구 비구가 허공으로 올라간 것을 보고는 다시 서로 말하기를 '우리들이 보았던 서기(書記)나 경론(經論)에서는 만일 사람이 부정한 행을 지으면 이렇게 허공으로 날아오를 수가 없다고 하였으며 청정한 행을 닦았어야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라고 하고, 그때에 선인들은 곧 무구에게 가서 온몸을 땅에 던져서 합장하고 허물을 참회하면서 감히 숨기지 않았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지승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때 무구 비구가 만일 이러한 방편을 쓰면서 허공으로 날아오르지 않았다면 이 다섯의 선인은 이생의 몸으로 지옥에 들어갔을 것이니라. 선남자야, 그때의 비구가 어찌 다른 이었겠느냐. 바로 지금의 미륵보살이니라. 선남자야, 너는 알아야 하느니라. 사리불과 목건련이 만일 이러한 방편을 쓰면서 허공으로 날아올랐었다면 저 구가리(瞿伽離) 비구가 지옥에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니라. 선남자야, 너는 이제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이 행한 방편 같은 것은 성문이나 연각에게는 없느니라. 선남자야, 비유...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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