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905-181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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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신덕(神德)을 가졌겠는가?"
그 때 백성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사문 구담께서 가시는 곳에는 어떤 삿된 귀신도 침범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만일 그 여래께서 이곳으로 오신다면 이 귀신들은 모두 스스로 도망쳐 흩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는 라열성에 머무시며 아사세왕의 공양을 받고 계시니, 아마도 이곳으로 와 교화하지 않으실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큰 자비로 중생을 가엾이 여겨 일체를 두루 살피시곤 제도하지 못한 이를 제도하시고,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으시기를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 하신다. 그러므로 만일 청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래께서는 곧 오실 것이요, 아사세왕도 결국 만류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저 아사세왕의 땅으로 가서 세존께 '지금 우리 성이 큰 곤욕을 당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겨 돌보아 주소서'라고 아뢸 수 있겠는가?"
그 때 최대(最大)라는 큰 장자가 그 대중 가운데 있었다. 대중들은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사문 구담께서 가시는 곳에는 어떤 나쁜 귀신도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만일 그 여래께서 이곳으로 오시기만 한다면 이 재앙을 능히 없앨 것입니다. 그대는 저 세존께 찾아가 이런 사정을 자세히 아뢰어 이 성이 영원히 존재할 수 있게 하십시오."
장자는 잠자코 대중들의 말을 따라 곧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해서는 여행 도구를 챙기고 여러 하인을 거느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장자는 세존께 아뢰었다.
"비사리성 사람들이 큰 재앙을 만나 많은 백성들이 죽어 나가는데, 줄지어 시체를 실어내는 수레를 계산해 보면 하루에도 1백여 대가 넘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고 돌보시어 저 남아 있는 사람들을 안온한 곳으로 건져 아무 일도 없게 하소서. 또 저희들은 세존께서 가시는 곳에는 하늘도 용도 귀신들도 감히 침범하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원컨대 저희를 살피시고 저희 성으로 오시어 백성들을 건져 안온하게 아무 일도 없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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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라열성 아사세왕의 청을 받아들였다. 모든 불세존은 두말하는 법이 없다. 만일 저 아사세왕이 허락한다면 여래는 가리라."
최대 장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아사세왕은 결코 저희 나라에 오시도록 여래를 놓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아사세왕은 저희 나라에 털끝만큼도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언제나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우리나라 백성들을 해치려고 합니다.
만일 아사세왕이 저를 본다면 그는 곧 저를 잡아죽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정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백성들이 귀신들에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는 한량없이 기뻐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두려워 말고 지금 왕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라.
'여래께서 왕의 신상에 대해 예언하셨는데, 그 말씀은 결코 거짓이 없고 두 말씀이 없습니다. 죄 없는 부왕을 죽였으니 왕께서는 마땅히 아비지옥(阿鼻地獄)에 태어나 그곳에서 1겁을 지내야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 그 죄를 벗어나 과거의 허물을 뉘우치고 여래의 법 안에서 믿음을 성취하였으니,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그 죄가 남김없이 소멸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목숨을 마치게 되면 박구지옥(拍毬地獄)에 태어날 것이요,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면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이며,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염천(豔天)에 태어날 것이요, 염천에서 목숨을 마치면 도술천(兜術天)·화자재천(化自在天)·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났다가 다시 차례로 내려와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입니다. 대왕께선 아셔야합니다. 그렇게 20겁 동안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인간 세상에 태어날 것이며, 최후에는 인간의 몸을 받아 견고한 믿음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제악(除惡)이라는 벽지불이 될 것입니다.'
그 왕이 이 말을 들으면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네 소원이 무엇인가? 내 어김없이 들어 주리라'고 너에게 말하리라."
장자는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세존의 위신력을 받들어 저 왕에게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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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왕에게 갔다. 그 때 아사세왕은 여러 신하들과 함께 높은 궁전 위에서 강론하고 있었다. 이 때 이 장자가 왕에게 다가갔다. 왕은 멀리서 보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만일 저 사람이 여기로 온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자 어떤 이는 "우리는 그를 잡아 다섯 동강을 내겠습니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목을 베어 나무에 매달겠습니다"고 말하였다.
왕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저자를 죽여 나를 만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너무도 두려웠지만 이내 소리를 높여 이렇게 외쳤다.
"저는 부처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왕은 부처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곧 자리에서 내려와 오른 무릎을 땅에 꿇고 여래가 계신 곳을 향하며 장자에게 물었다.
"여래께서는 어떤 분부가 계셨느냐?"
장자는 말하였다.
"세존께서 성왕(聖王)의 신상에 대해 예언하셨는데, 그 말씀은 결코 거짓이 없고 두 가지 말씀이 없습니다. 여래께서는 '왕께선 부왕을 죽였으니 그 죄로 말미암아 마땅히 아비지옥에 들어가 1겁을 지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내 여래 앞에서 허물을 고쳤으니, 이제는 박구지옥에 태어나게 되었으며,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사천왕천에 태어나고 계속해서 타화자재천에 났다가 다시 차례로 내려와 사천왕천에 태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20겁 동안에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과 인간을 돌아다니다가 최후에는 인간의 몸을 받아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제악(除惡)이라는 벽지불이 되어 세상에 출현할 것입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장자에게 말하였다.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내 들어 주리라."
장자가 왕에게 아뢰었다.
"소원이 있으니 왕께선 물리치지 마소서."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만 하라. 내 물리치지 않으리라."
"비사리성 백성들이 재앙을 만나 귀신에게 피해를 입은 자들이 헤아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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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세존께서 저 나라로 가 저 귀신들을 모두 흩어 달아나게 하도록 세존을 놓아주소서. 왜냐 하면 여래께서 가시는 곳에는 하늘도 용도 귀신들도 그 틈을 엿보지 못한다고 저희는 들었기 때문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세존께서 저 나라로 가도록 허락하소서."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길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네 소원이 너무 커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만일 네가 내게 성이나 마을이나 나라의 재물·처자를 요구했다면 나는 아까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세존께서 가시도록 청할 줄은 내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그러나 나는 이미 네 소원을 들어 준다고 약속하였으니 이제 네 뜻을 따르리라."
그 때 장자는 매우 기뻐하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하직하고 물러갔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아뢰었다.
"아사세왕이 세존께서 저희 나라로 가시는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먼저 가거라. 여래는 때를 보아 가리라."
장자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가란다죽원을 나와 비사리성으로 향하셨다.
그 때 아사세왕은 일산을 든 한 사람과 함께 높은 누각 위에 있다가 세존께서 그 나라를 향해 떠나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탄식하면서 좌우에 말하였다.
"우리가 그 장자에게 속았다. 저들을 살리기 위해 여래께서 이 나라를 떠나시게 하다니."
아사세왕은 먼지로 세존의 몸이 더럽혀질까 염려해 곧 5백 개의 일산을 들고 세존을 배웅하였다. 라열성 사람들도 또 5백 개의 일산을 들고 여래의 뒤를 따랐다. 그 때 또 석제환인(釋提桓因)도 세존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먼지로 여래의 몸이 더렵혀질까 염려하여 5백 개의 보배 일산을 허공에 두었고, 여러 강의 신들도 5백 개의 일산을 들고 허공에 있었다. 또 비사리성 백성들도 세존께서 성으로 들어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5백 개의 보배 일산을 들고 나와 세존을 맞이하였다. 그래서 2,500개의 보배 일산이 허공에 떠있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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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일산들을 보고 빙그레 웃으셨다. 모든 불세존들의 상법(常法)대로 여래께서 웃으셨을 때 파랑·노랑·하양·검정·빨강의 다섯 가지 광명이 그 입에서 나왔다.
시자 아난은 그 광명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슨 까닭일까? 세존께서 웃으실 때에는 반드시 인연이 있다. 함부로 그러시는 것이 아니다.'
그 때 아난이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결코 함부로 웃지 않으십니다. 웃음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으십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여래에게 공양한 저 2,500개의 보배 일산을 보느냐?"
"예, 봅니다."
"만일 여래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지 않았다면 2,500세 동안 전륜성왕이 되어 백성들을 다스렸을 것이다. 그러나 여래는 출가하여 도를 배웠으니 다시는 저런 보배 일산 공양을 받지 않으리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아주 먼 옛날에 선화치(善化治)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밀치라국(蜜絺羅國)을 법으로 다스리며 백성들을 대하는 데에도 법이 있었다. 그래서 이 염부리(閻浮里) 땅을 통솔함에 그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들이 없었다.
그 왕에게는 8만 4천 명의 부인과 시녀가 있었는데 모두 찰리(刹利) 종족이었고, 그 첫째 부인의 이름은 일광(日光)이었다. 그러나 대를 이을 자식이 없었다. 그 때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이 염부리 땅을 통솔한다고는 하지만 자식이 없다.'
그는 곧 산신·나무신과 천지 신명에게 자식을 점지해 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부인이 아이를 배었다. 일광부인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아소서. 제가 지금 아이를 밴 것이 느껴집니다. 잘 보호해야 하겠습니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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