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비구경(那先~,밀린다왕문경)

우리들의 의문을 소중히 하자

근와(槿瓦) 2018. 5. 18. 02:27

우리들의 의문을 소중히 하자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우리는 어릴적부터 서구적인 교양을 몸에 익혀 왔으므로 그리이스인왕의 질문이 실은 우리들 자신의 질문인 것처럼 생각되는 점이 아주 많다.

이를테면, 석존은 아라한의 깨달음에 이르러 부처가 되었다. 일반 수행자도 석존과 똑같은 깨달음을 얻으면 아라한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아라한이라든가 부처님이라 불리는 분들은, 심신이 다 같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걸림(障礙)이 없는 궁극의 경지를 지니고 있으므로, 범인(凡人)들처럼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나 상해에서 오는 고통은 없을 것이라고, 밀린다왕은 솔직하게 질문하고 있다. 이는 우리들도 보통 생각하는 것이다. 신격화되고 절대화된 석존에 대하여, 그리이스인왕은석존도 원래 인간이 아닌가하는 의식에서, 당시 교단인이 갖고 있는 불타관에 예리한 메스를 대어 의문점을 해명해 가려고 하는 것이다.


거기서 나아가세나장로는 왕의 질문에 대해, 당시 교단 안에서 설해지고 있던 해석, 설명을 끌어내온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도저히 통하지 않으므로, 밀린다대왕이 이해할 수 있는 해답에 대하여 아주 고심한다. 우리는 장로가 고심하는 모습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잘 엿볼 수 있다.


오늘날 불교인들은 일반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고도 조금도 고심할 줄 모른다. 고심은커녕 도리어 빠져 나갈 길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옛날 불교학에서는 이 빠져 나가는 길을회통(會通)이라 했다. ,그런 것은 경전에 없다는 등으로 피해버린다. 실은 그들의 소박한 질문이 기본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을터이므로, 불교인들은 상대방의 질문을 자기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와 함께 해답해가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여기 불교의 실천적 성격이 있는 것이다.


옛날 조사(祖師)들은 모두 그렇게 노력해 온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불교인들은 선인들이 남긴 문헌에만 의지하여, 자기 자신의 해답을 얻는 데 마음 쓰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역시 불교는 그 시대의 산 현실(現實)에 대한 해답을 항상 지녀야 한다. 그 해답들의 집적(集積)이 불교문헌이 되어 불교를 살아 있게 해 왔다고 하겠다.



출전 : 밀린다왕문경 해제(남전부)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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