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목련(目連)과 부루나(富樓那) (120)

근와(槿瓦) 2015. 5. 10. 00:03

목련(目連)과 부루나(富樓那) (120)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그 무렵 목련은 혼자서 발가국(跋伽國)의 슨스말라기리에 가까운 공포림(恐怖林)의 녹야원(鹿野苑)에 머물러 있었다. 어느 날, 악마가 노지(露地)를 조용히 걷고 있는 목련의 뱃속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는데, 목련은 뱃속에 콩과 같은 무거운 덩어리를 느끼고서 걸음을 멈추고 방에 들어와 생각을 거듭하여 악마라는 것을 알고 말하였다.

“악마야, 나오너라. 부처와 불제자를 번거롭게 해서는 안 된다. 너에게 영겁으로 불이익이 될 것이니.”

악마가 생각하기를 ‘이 출가자는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나오라 하고 있다. 이 출가자의 스승도 그렇듯 빨리 나를 발견하지 못하는데 제자로서 어떻게 나를 발견할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목련은 말하였다.

“악마야, 나는 너를 발견하고 있으며 네가 생각하는 것도 알고 있다.”

악마는 놀라 목련의 입에서 나와 문 밖 복도에 섰다.

“악마야, 너는 내가 너를 모른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너는 지금 복도에 서 있다. 먼 옛날, 나도 두시(頭尸)라고 불리는 악마였지만, 너는 나의 누이동생인 가리(迦利)의 자식이었다. 때는 각참타불(覺參陀佛)의 대(代)였는데 부처님에게 비두라(毘頭羅), 참시바(參侍婆)라는 두 훌륭한 제자가 있었다. 비두라는 지혜가 뛰어나고 설법이 교묘했으며, 참시바는 선정에 능하여 상(想)이나 감각을 멸하는 선정에 들어가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죽은 줄로 알고 장례식을 올리려고 했다. 존자는 새벽에 선정에서 나와 쌓아 올린 섶의 불을 끄고 바리때를 갖고서 탁발에 나섰으므로 비로소 그가 살아 있음을 알았을 정도였다.

 

악마 두시는 어느 날 생각하기를 ‘나는 이 계행(戒行) 바른 제자들의 오는 곳도 가는 곳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 이 제자들을 헐뜯고 괴롭히면 제자들의 마음이 흩어질 것이므로 그 기회를 노려 보자’고 하여 마을 사람들은 제자들을 욕했다. ‘머리털이 없는 더러운 출가자, 사치스럽고 건방진 검은 건달, 부엉이가 나뭇가지에 앉아 밑의 쥐를 들여다 보고 노리고 있듯이 언제나 아래를 향하여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건달’이라는 등 욕을 했다. 그러나 그 욕을 한 자는 모두 죽은 뒤 지옥에 떨어졌다.

 

부처는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기를,

‘이 같은 비방은 모두 악마 두시가 한 짓이다. 제자들이여, 자심(慈心), 비심(悲心), 희심(喜心), 평등심을 길러라.’고 이르셨다. 제자들은 이 가르침을 받아 비방을 듣더라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숲속에 들어가 그 사무량심(四無量心)을 닦았다.

 

악마 두시는 이와 같이 비방의 수를 쓰는데도 기회를 얻을 수가 없었으므로, 새삼스러이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과 공양을 올리도록 하였다. 공양과 존경을 올린 중생들은 죽은 뒤 대부분 천계에 태어났다. 부처는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기를,

‘이 같은 공양과 존경도 악마 두시가 하는 소행이다. 마음을 움직여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 너희들은 몸의 부정함을 관(觀)하고 생을 고라고 보고 무상을 생각하며 주(住)하라.’

제자들은 공양과 존경에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고공무상무아(苦空無常無我)의 가르침을 관하여 도를 닦았다.

 

악마 두시는 두 가지의 꾐이 모두 효험이 없었으므로, 어느 날 부처가 비두라를 데리고 탁발하러 마을로 가시는 것을 보고 어떤 어린이 속에 들어가 사금파리를 주워 비두라의 머리에 던졌다. 비두라는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돌보지 않고, 아픔을 참고 부처를 따라 가는데, 부처는 머리를 돌리시고 ‘악마 두시는 분수를 모른다’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두시는 땅 속에 빠져 지옥에 떨어졌다. 두시는 그로부터 한없는 동안 지옥의 괴로움을 거듭했던 것이다.

 

악마야, 부처의 제자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영겁으로 너에게 불리함이 되리라. 너의 악은 나를 해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건 잘못이다. 너는 참으로 기나긴 밤에 악을 쌓았다. 악마야, 부처에게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불제자를 번거롭게 해서는 안 된다.“

악마는 목련에게 발견되어 상심(喪心)한 자처럼 모습을 감추었다.

 

어느 날 저녁 때 부루나(富樓那)는 선정에서 나와 세존께 다가가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짤막하게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그걸 받들어 홀로 조용히 살며 방일을 버리고 면려하고 싶습니다.”

 

“부루나여, 그렇다면 잘 들어라. 눈으로 보는 형체, 귀로 듣는 소리, 코로 맡는 냄새, 혀로 맛보는 맛, 몸에 닿는 감촉은 모두 기분이 좋고 뜻에 맞고 욕을 불러일으킨다. 만일 그것을 기뻐하고 좋아하고 집착하면 즐거움이 일어난다. 부루나여, 기쁜 원인은 괴로운 원인이라고 나는 말한다. 또 만일 그것을 기뻐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면 즐거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부루나여,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음은 괴로움이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나는 말한다. 부루나여, 이 짤막한 나의 가르침을 받아 어느 나라에 살겠다는 것이냐?”

 

"세존이시여, 저는 가르침을 받아 스나파란타에 살고 싶습니다.”

“부루나여, 스나파란타의 사람들은 사납고 거칠다. 만일 그들이 그대를 욕하고 모욕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스나파란타의 사람들은 선량하므로 손으로써 저를 때리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루나여, 만일 사람들이 손으로써 때린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스나파란타의 사람들은 선량하므로 흙덩이를 던지고 몽둥이로써 치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루나여, 만약 사람들이 흙덩이를 던지고 몽둥이로써 친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스나파란타의 사람들은 선량하므로 검으로써 저를 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루나여, 만일 그 사람들이 검으로 친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스나파란타의 사람들은 선량하므로 저의 목숨을 빼앗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루나여, 그들이 그대의 목숨을 빼앗고자 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이와 같이 할 것입니다. 세존의 제자는 이 더럽혀진 몸과 생명을 싫어하여 스스로 죽고자 하는데 저는 이 이루기 어려운 죽음을 얻을 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착하도다, 착하도다, 부루나여. 그대는 이 자제(自制)와 적정(寂靜)을 갖추고 스나파란타에 살 수가 있는 자이다. 부루나여, 그렇다면 뜻대로 가거라.”

 

부루나는 세존의 거룩한 가르침을 기뻐하며 좌구(座具)를 치우고 의발(衣鉢)을 가지고 스나파란타국으로 떠났다. 이윽고 그 고장에 이르러 가르침을 펴고 그 해에 각각 오백 명의 남녀 신도를 만들었으며, 자기도 그 해에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었다. 얼마 후 부루나는 열반의 구름 속에 숨었다.

 

어느 때 많은 제자들이 세존을 찾아 뵙고 부루나의 죽음을 아뢰었다. 세존이 말씀하시기를,

“제자들이여, 부루나는 현자였다. 법을 지키고 법 때문에 나를 번거롭게 하는 일은 없었다. 부루나는 진정 열반에 든 것이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