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790-158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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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 장모는 딸에게 찾아가 물었다.
"네 남편이 도인이 되었다는 게 사실이냐?"
그 딸이 대답하였다.
"도인이 되었는지 소녀도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그 노모(老母)가 말하였다.
"너는 지금 당장 아름답게 꾸미고 좋은 옷을 입고 이 아들과 딸을 안아라. 승가마가 있는 곳으로 같이 가자."
그 어머니와 딸은 함께 승가마에게로 찾아갔다. 그 때 존자 승가마는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있었다. 그 때 그 모녀는 그의 앞에 아무 말이 없이 서 있었다.
그 노모와 딸은 승가마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라보다가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 자네는 왜 내 딸과 말을 하지 않는가? 이 아이들은 자네가 난 아들과 딸이라네. 자네의 지금 소행은 참으로 도리가 아닐세. 그 누구의 용서도 받지 못할 짓이네. 자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리네."
그러자 존자 승가마가 곧 이런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이 밖에 더 착한 일 없고
이 밖에 더 묘한 일 없으며
이 밖에 더 옳은 일 없고
이 보다 더 나은 착한 생각은 없다오.
그러자 장모가 말하였다.
"내 딸이 무슨 죄가 있고 무슨 법답지 못한 일을 하였는가? 지금 무슨 까닭으로 이 아이를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운단 말인가?"
그 때 승가마가 곧 이런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냄새나는 곳에서 더러운 짓하고
성을 잘 내고 거짓말을 좋아하며
질투하는 마음 옳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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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여래께서 하신 말씀이라오.
그 때 노모가 승가마에게 말하였다.
"유독 내 딸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여자가 다 그렇다네. 이 사위성 사람들로서 내 딸을 본 자는 모두 정신이 아득하여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고 싶어하듯 정(情)을 통하고 싶어하고 아무리 보아도 싫증을 내지 않으며 모두들 집착하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자네는 어째서 이 아이를 버리고 도를 배우며, 게다가 비방까지 하는가? 만일 네가 내 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자네가 낳은 아들과 딸이라도 자네가 보살피게."
승가마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제게는 아들도 딸도 없으며
농사도 재물도 보배도 없고
또한 사내종 계집종도 없으며
권속도 거느리는 무리도 없습니다.
홀로 거닐며 짝하는 이 없이
한적한 곳에서 즐거워하고
사문(沙門)의 법을 실천하면서
바른 부처님의 도를 구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두고 딸을 두는 것
어리석은 자들이나 하는 짓이니
저는 항상 제 몸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아들딸이 있을 수 있으리요
그 때 아내와 장모, 아들과 딸은 이 게송을 듣고 제각기 '저런 뜻을 본다면 결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다시 승가마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살펴보고는 길게 탄식하고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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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설사 저희들이 몸과 입과 뜻으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모두 용서하소서."
그들은 승가마를 세 번 돌고 돌아갔다.
그 때 존자 아난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그 모녀를 만나게 되어 물었다.
"아까 승가마를 만나보셨습니까?"
노모가 대답하였다.
"비록 만나기는 했지만 만나지 않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이야기는 나누어 보셨습니까?"
노모가 대답하였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제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존자 아난은 곧 이런 게송을 설하였다.
불로 하여금 물을 내게 하고
물로 하여금 불을 내게 하려고 하였으며
공(空)한 법을 있게 하려 하고
욕심 없는 자를 욕심내게 하려고 했네.
그 때 존자 아난은 걸식을 마치고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와 승가마에게로 가서 한쪽에 앉아 승가마에게 말하였다.
"사실 그대로의 법을 알았는가?"
승가마가 대답하였다.
"저는 이미 사실 그대로의 법을 깨달아 알았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어떻게 사실 그대로의 법을 깨달았는가?"
승가마는 대답하였다.
"색(色)은 무상(無常)한 것이고, 이 무상한 이치가 곧 괴로움입니다. 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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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에는 나[我]라고 할 것이 없으며,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 것이 곧 공(空)입니다. 통(痛)·상(想)·행(行)·식(識)도 다 무상한 것이고, 이 무상한 이치가 곧 괴로움입니다. 괴로움에는 나라고 할 것이 없으며,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 것이 곧 공입니다. 이 5성음(盛陰)은 무상한 이치요, 무상한 이치는 괴로움의 이치입니다. 나는 그것의 소유가 아니요, 그것이 나의 소유도 아닙니다."
그리고 승가마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괴로움과 괴로움이 서로를 일으키니
괴로움 벗어남도 그와 같다네.
저 현성의 8품도
그것은 열반으로 이르게 한다.
다시는 이런 삶으로 돌아가지 않고
천상과 인간을 돌아다니다
장차 괴로움의 근본 없애고
영원히 쉬어 움직임이 없으리.
내 이제 공(空)의 자취를 보니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과 같네.
이제는 아라한을 이루었으니
다시는 중생의 태(胎)에 들지 않으리.
그 때 존자 아난이 찬탄하였다.
"훌륭하다, 온갖 법을 사실 그대로 잘 깨달았구나."
아난이 다시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범행의 자취를 잘 지키고
또한 그 도를 잘 수행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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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결박을 끊어버렸으니
부처님의 참다운 제자로구나.
그 때 아난은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그 동안의 사실을 전부 세존께 아뢰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공정하게 아라한을 논하려 한다면 바로 승가마 비구가 그러한 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요, 악마의 권속을 항복 받은 이도 바로 이 승가마 비구이니라. 왜냐 하면, 승가마 비구는 일곱 번이나 가서 마군을 항복 받고 이제 비로소 도를 이루었다. 지금부터는 일곱 번째 출가까지만 받아들인다. 이 한도를 넘어서는 것은 법이 아니니라."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내 성문(聲聞) 제자 중에 능히 마(魔)를 항복 받고 지금 도를 이루게 된 비구는 바로 승가마 비구가 그 첫째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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