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곧 물이로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삼월 초엿새 좌선 중에 바로 <무>자를 들고 있는데, 어떤 수좌가 선실에 들어와 향을 사르다가 향합을 건드려 소리가 났다. 이 소리를 듣고 「왁!」하고 외마디 소리를 치니, 드디어 자기 면목을 깨달아 마침내 조주를 깨뜨렸던 것이다. 그때 게송을 지었다.
어느덧 갈 길 다하였네
밟아 뒤집으니 파도가 곧 물이로다
천하를 뛰어넘는 늙은 조주여
그대 면목 다만 이것뿐인가
그해 가을 임안(臨安)에서 설암(雪巖) 퇴경(退耕) 석범(石帆) 허주(虛舟) 등 여러 장로를 뵈었다. 허주장로가 완산(晥山)장로께 가 뵙기를 권하시어 완산장로를 찾아 뵈었다. 그때 장로가 묻기를 「광명이 고요히 비춰 온 법계에 두루했네. 라고 한 게송은 어찌 장졸 수재(張拙秀才)가 지은 것이 아니냐」하시는데, 내가 대답하려 하자 벽력 같은 할(喝 : 선가에서 하는 일종의 지도방법으로서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도리를 표시하는 소리)로 쫓아내셨다.
이때부터 앉으나 서나 음식을 먹거나 아무 생각이 없더니 여섯 달이 지난 다음 해 봄, 하루는 성밖에서 돌아오는 길에 돌층계를 올라가다가 문득 가슴속에 뭉쳤던 의심덩어리가 눈녹듯 풀렸다. 이 몸이 길을 걷고 있는 줄도 알지 못했다. 곧 완산장로를 찾았다. 또 먼젓번 말을 하시는 것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선상(禪床)을 들어엎었고, 다시 종전부터 극히 까다로운 공안(公案)을 들어 대시는 것을 거침없이 알았던 것이다.
참선은 모름지기 자세히 해야 한다. 산승(山僧)이 만약 중경에서 병들지 않았던들 아마 평생을 헛되이 마쳤을 것이다. 참선에 요긴한 일을 말한다면, 먼저 바른 지견(知見)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옛 사람들은 조석으로 찾아가 심신을 결택하고, 쉬지 않고 간절히 이 일을 구명했던 것이다.
참고
범소유상(凡所有相) : 대저 온갖 모양은,
개시허망(皆是虛妄) : 모두 허망한 것이니,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 만약 모든 모양이 모양 아닌 줄을 본다면,
즉견여래(卽見如來) : 바로 여래를 보리라.
출전 : 불교성전(蒙山·法語)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