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2765-553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2761 / 3476] 쪽
...보가 풍부하여 창고가 가득 차 넘쳤으며, 금·은·유리·자거·마노·산호·호박·마니 및 진주와 코끼리·말·소 및 양과 노비와 하인이며 장사꾼들을 모두 다 많이 소유하고 있었다.
그때 용맹수는 5백 명의 장자들과 함께 모여 연회를 베풀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어진 이들이여, 부처님께서는 세간에 나오시기 어렵고,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려우며, 그때를 역시 만나기 어렵습니다. 부처님의 법 안에서 믿음으로써 출가하는 이런 일도 어렵고, 비구의 성품을 이루는 것도 아주 어려우며, 법답게 수행하는 것도 어렵고, 은혜를 알아 은혜를 갚으면서 적은 은혜라도 잊지 않는 이러한 사람도 얻기 어려우며, 부처님의 법에서 믿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는 이러한 사람도 얻기 어렵고, 믿고 좋아함이 성취되는 이러한 일도 또한 어려우며, 부처님 법을 장엄하는 이러한 일도 역시 어려우며, 나고 죽음에서 해탈하는 일은 갑절 더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들은 성문승(聲聞乘)이나 벽지불승(辟支佛乘)에서 멸도(滅道)하기를 구해야 하겠습니까? 가장 으뜸가는 불승(佛乘)에 나아가야 하겠습니까?”
그러자 다함께 외쳤다.
“우리들은 차라리 위없는 부처님의 도에서 열반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論議)를 한 뒤에 모두가 앞뒤로 둘러싸여 사위성을 나와서 기다림(祇陀林)을 향하여 여래가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물러나 한쪽에 가 앉았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아시면서도 일부러 장자들에게 물으셨다.
“그대들은 무슨 일이 있기에 지금 나에게로 왔는가?”
그때 용맹수는 5백 명의 장자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여러 사람은 같이 한군데 모여서 이런 논의를 하였습니다.
'부처님의 세상은 만나기 어렵고, 사람의 몸도 얻기 어려우며, 나아가 나고 죽음에서 해탈하기란 갑절 더 어렵다. 우리들은 성문승이나 벽지불승에서 멸도를 구해야 할 것인가? 가장 으뜸가는 불승에 나아가야 할 것인가?'
[2762 / 3476] 쪽
그리고 모두가 함께 말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차라리 위없는 부처님의 도에서 열반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로써 지금 여래·응공·정등각께로 찾아온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뜻을 두고 구하는 이는 마땅히 어떻게 배워야 하고, 어떻게 머물러야 하며, 어떻게 수행하여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그대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려고 나에게로 왔으니, 자세히 듣고 이를 잘 생각해야 하느니라. 모든 보살이 마땅히 배워야 하고 머물러야 하고, 수행해야 할 것을 그대들에게 말할 것이니라.”
모든 장자들은 가르침을 받들며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수승한 뜻을 두고 좋아하는 이는 마땅히 온갖 중생들에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大悲]을 일으키면서 널리 수행하여야 하고, 부지런히 훈습(熏習)하여야 하느니라. 그러므로 보살은 몸과 목숨과 재물에 대하여, 그리고 처자와 창고와 집과 음식과 의복과 탈것과 침구류와 꽃다발과 바르는 향 등의 온갖 향락 도구에 대하여 집착함이 없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모든 중생은 몸 등을 집착함으로써 나쁜 업이 생기고, 나쁜 업으로 인하여 지옥에 떨어지기 때문이니라.
만일 중생들에게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서 몸과 목숨과 재물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는다면 곧 좋은 갈래[善趣]에 태어나게 될 것이니라. 그러므로 보살마하살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수승한 뜻을 두고 좋아하는 이라면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를 일으킨 뒤에 마땅히 크게 버림[大捨]을 닦으면서 보답을 구하지 않아야 하고, 보답을 구하지 않는 이는 계율에 머물러야 하며, 3계(戒)가 청정하면서 인욕을 갖추어야 하고, 모든 악을 참으면서 정진을 일으켜야 하며,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서 한 마음을 닦아야 하고, 선정에 편안히 머무르면서 지혜와 선교방편(善巧方便)을 닦아야 하며 나[我]와 사람[人]과 중생(衆生)과 수명(壽命)을 모두 다 버리고 여의어야 하느니라.
[2763 / 3476] 쪽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보시를 행하고 청정한 계율을 지녀야 하며,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인욕을 닦고 정진을 일으켜야 하며,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선정에 들어가고 지혜와 선교방편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그때 그 장자들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몸과 저 처자며 온갖 재보와 살림살이에 대하여 마음으로 항상 사랑하고 아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어떻게 관찰하면 몸과 목숨과 재물에 대하여 탐내거나 아낌이 없겠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아, 보살마하살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수승한 뜻을 두고 좋아하는 이라면 마땅히 이렇게 관찰해야 하느니라.
'이 몸은 한량없는 허물이 있으며, 작은 티끌이 쌓이고 모여 나고 머무르고 달라지고 소멸하면서 생각생각마다 옮아 흐르고 있다. 아홉 군데 문에서 새어나오는 것은 마치 독사가 살고 있는 굴과 같고, 그 안에 주인이 없음은 마치 텅 빈 마을과 같으며, 필경에 파괴됨은 마치 굽지 않은 기와병과 같고, 오로(惡露)가 가득 차서 넘침은 마치 더러운 그릇과 같다.
모든 깨끗하지 않은 것이 담겨져 있음은 마치 변소와 같고, 접촉하거나 움직일 수 없음은 마치 고약한 종기와 같으며, 좋아하고 탐내다가 환란을 당함은 마치 독이 섞인 음식과 같고, 은혜와 공덕을 모름은 마치 나기 전부터 원한을 품은 이[末生怨]와 같으며, 사람을 속임은 마치 악지식(惡知識)과 같고, 어리석어서 사랑하다가 해를 입음은 마치 원숭이를 벗한 것과 같다.
지혜의 생명을 끊음은 마치 죽이거나 해치는 이와 같고, 모든 착한 법을 빼앗음은 마치 강도와 같으며, 항상 남의 틈[便]을 구함은 마치 원수와 같고, 인자한 마음이 없음은 마치 망나니와 같으며, 받들어 섬기기 어려움은 마치 포악한 사람과도 같고, 마치 화살이 몸에 꽂혔기 때문에 닿기만 하여도 아픈 것과 같으며, 마치 썩어빠진 집을 항상 고치면서 손을 대는 것과 같고, 마치 오래되어 망가진 수레를 몰아대면서 채찍질하기가 어려운 것 같으며, 마치 독사가 있는 상자에는 가까이 할 수가 없는 것과 같고, 나그네가 쉬는 여관에는 고달픔만이 쌓인 것과 같으며, 마치 외롭게 홀로 떨어져 있는 집이
[2764 / 3476] 쪽
속한 데가 없는 것과도 같다.
마치 옥졸이 엿보고 있다가 해를 끼치는 것과 같고, 마치 왕이 나라를 근심하는 것 같으며, 마치 변두리의 성에서 경계하며 두려워하는 것과 같고, 마치 나쁜 나라에 재앙이 많은 것과 같으며, 마치 깨진 그릇을 가지기 어려운 것과 같고, 마치 사당(祠堂)에 불이 나서 한없이 타는 것과 같으며, 마치 아지랑이가 거짓인 것과 같고, 마치 허깨비가 사람을 홀리게 하는 것과도 같다.
마치 부러진 파초의 속이 견고하지 못한 것과 같고, 마치 물보라를 붙잡을 수 없는 것과 같으며, 마치 물 위에 뜬 거품이 속히 일어났다가 속히 사라지는 것과 같고, 마치 강물 언덕에 위태롭게 서 있는 나무가 흔들리는 것과 같으며, 마치 빠르게 강물이 흐르면 마침내는 죽음이 바다로 돌아가는 것과도 같다.'”
다시 이어서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음에는 이렇게 관찰해야 하느니라.
'이 몸이 이루어진 앞뒤의 인연은 처음 욕애(欲愛)로 화합하여서 태어나고, 이를 자라고 기르게 하기 위하여 형체가 있는 음식을 삼키면 생장(生藏)에 이르러 담음(痰陰)으로 그를 소화시키고, 그 다음에는 황장(黃藏)에 이르러서 익히려고 할 때에 곧 그것이 변하여 초(酢)가 되며, 그 다음에는 풍장(風藏)에 이르러서 바람으로 즙(汁)과 찌꺼기[滓]를 나누어 저마다 흐르게 하면서 대변·소변이 되게 한다. 그리고 즙은 변하여 피가 되고, 피가 변하여 살이 되며, 살이 있는 곳에는 비계가 생기고, 비계가 있는 곳은 뼈로 되며, 뼈 안에는 골수가 생긴다.'
그러면서 이렇게 몸이 된 인연은 앞뒤가 다 청정하지 못하다고 관찰해야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이 이런 관(觀)할 때에는 다시 생각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은 몸은 360개의 뼈 무더기로 이루어졌고, 마치 썩어빠진 집과 같아서 여러 마디로 지탱하고 있으며, 네 개의 가는 맥[細脈]이 둘레에 쭉 깔려 있고, 5백 부분으로 나누어진 살은 마치 진흙으로 발라 있는 것과 같으며, 6개의 맥이 서로 이어지고, 5백 개의 힘줄이 얽혀 있으며, 7백 개의 가는 맥
[2765 / 3476] 쪽
이 이리저리 감겨 있고, 16개의 굵은 맥은 혁대를 잠그는 단추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길이가 세 길 반[三尋半]이나 되는 두 개의 살 노끈이 속에서 얽어 매고 있다.
또 16개의 위장(胃腸)이 생장(生藏)과 숙장(熟藏)을 둘러싸고 있으며, 25개의 기맥(氣脈)은 마치 창의 틈과 같고, 107개의 관혈(關穴)은 마치 부서진 그릇과 같으며, 8만의 털구멍은 마치 어지러운 풀로 덮여 있는 것과 같고, 다섯 감관과 일곱의 구멍에는 깨끗하지 않은 것이 가득 차 있으며, 일곱 겹으로 가죽이 싸고 있고, 여섯 가지 맛으로 양육되는 것은 마치 사당의 불이 한없이 삼켜버리는 것과도 같다.'
이러한 몸이기에 온갖 더러운 냄새가 나고 제 성품이 문드러지거늘 그 누가 이것을 애지중지하면서 교만을 부리겠느냐? 마치 다른 그릇을 빌려 있는 것과 같고, 수레에 물건을 실어 놓은 것과 같은 것인데, 단지 양육하고 있는 것은 보리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관찰해야 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몸은 더러운 그릇이라
마치 똥을 담아 놓은 병과 같나니
범부는 지혜가 없으므로
빛깔을 믿으면서 교만을 부린다.
코에서는 콧물이 늘 줄줄 흐르고
입에서는 항상 악취가 풍기며
눈꼽 끼고 벌레는 몸에 두루하거늘
그 누가 깨끗하단 생각을 내겠느냐?
마치 사람이 검은 숯을 가지고
갈면서 희게 하려 하는 것과 같나니
가령 그것이 다 닳는다 하여도
몸의 빛은 끝끝내 변함이 없다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대보적경(大寶積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보적경-2775-555 (0) | 2018.04.19 |
---|---|
대보적경-2770-554 (0) | 2018.04.18 |
대보적경-2760-552 (0) | 2018.04.16 |
대보적경-2755-551 (0) | 2018.04.15 |
대보적경-2750-550 (0) | 2018.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