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2745-549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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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적경 제95권
대당 삼장 보리류지 한역
송성수 번역
27. 선순보살회(善順菩薩會)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모든 대중 5백 명의 성문과 1만 명의 보살들에게 공경을 받아 빙 둘러싸여 계셨다.
그때에 사위성에 선순(善順)이라는 한 보살이 있었는데 이미 과거 세상에 한량없는 부처님의 처소에서 모든 선근을 심었고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에서 물러나지 않음[不退轉]을 얻었고, 대자(大慈)에 머물러서 마음에 성을 내지 않았으며, 대비(大悲)에 머물러서 널리 구제하되 게을리 하지 않았고, 대희(大喜)에 머물러서 법의 세계를 잘 안위시켰으며, 대사(大捨)에 머물러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평등하게 하였고, 양을 조절하여 때맞추어 먹고 욕심을 적게 하고 만족할 줄 알았으며, 언제나 중생들이 보기를 좋아하게 하였고, 항상 오계(五戒)와 팔재(八齋)의 법을 가지고 그 성 안에서 사람들을 가엾이 여겨 교화하였다. 그런 뒤에는 다시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지혜(智慧) 및 자(慈)·비(悲)·희(喜)·사(捨) 등의 청정한 범행을 권유하였다.
그때에 선순 보살은 중생들이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게 하기 위하여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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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부처님께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마침 제석천왕(帝釋天王)이 청정한 천안(天眼)으로써 이 보살이 최상의 정진에 머물러서 두타행(頭陀行)을 실천하고 청정한 시라(尸羅)를 갖추어 널리 구제함이 견고한 것을 보고 곧 생각하였다.
'지금 이 선순은 모든 범행(梵行)에 있어서 일찍이 게을리 함이 없었는데, 장차 제석(帝釋)의 자리를 구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닐까? 또는 왕위와 욕락(欲樂)을 탐해서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는 곧 변화로 네 남자의 몸을 만들어서 보살 앞에 가서 갖가지 나쁜 말로 보살을 헐뜯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또 칼·몽둥이·기와 조각·돌 따위로 때리고 던지고 하면서 해를 끼쳤다.
그때에 보살은 자비와 인욕의 힘에 머물러서 모두 참고 받았으며, 조금도 성을 내거나 원망하는 일이 없었다.
그때 제석천왕은 다시 네 남자의 몸을 변화로 만들어서 보살에게 가서 말하게 하였다.
“애달프구나. 선순이여, 저 나쁜 사람들이 좋지 못한 말로써 당신에게 욕설을 퍼붓고 그것도 모자라서 기와 조각·칼·몽둥이로 마구 당신을 때리고 있는데, 어찌 우리들이 당신을 위하여 원수를 갚아 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이 지금 당신을 위하여 저 사람들을 죽여버리겠습니다.”
그때 보살이 그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들이여,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만일 저들을 살해하게 되면 나쁜 업이 성취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나의 이 몸을 마치 대추나무의 잎사귀처럼 갈가리 찢는다 해도 나는 끝내 살해하겠다는 마음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남을 살해하는 사람은 지옥·아귀·축생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비록 사람의 몸이 된다 하더라도 그를 낳은 부모조차도 오히려 사랑하지 않을뿐더러 항상 여러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남자들이여, 모든 법에는 무릇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착한 법이요, 다른 하나는 착하지 않은 법입니다. 착하지 않은 법은 나쁜 길[惡趣]에 떨어지게 되지만, 만일 착한 법에 의지한다면 복과 이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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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선순 보살은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선과 악은 마치 종자를 심는 것과 같아서
모두가 업(業)을 따라 나게 되는 것이라네.
어찌 쓴 종자의 씨[因]를 가지고서
단 열매가 달려 익기를 바라겠는가?
실제로 나타나는 법이 이러하므로
지혜로운 이는 마땅히 생각해야 한다.
고통의 과보는 나쁜 인연으로 받고
착한 일을 하면 항상 안락해지느니라.
그때 제석천왕이 변화로 만든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저 보살로 하여금 살해하는 업을 짓게 할 수는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는 홀연히 없어져 버렸다.
그때 제석천왕은 다시 금(金)과 은(銀)의 보배 덩어리를 변화로 만들어서 여러 장부들을 시켜 보살에게 가져가게 하고는 이런 말을 하게 하였다.
“당신이 방법만 있다면 이 값진 보배들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십시오.”
그때에 보살은 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들이여,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도둑질하는 업을 지으면 중생으로서 가난하고 못난 사람이 되며, 의지할 데도 없고 믿을 데도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설령 내가 가난하여 살아갈 수 없다고 해도 끝내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不與取]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 범부는 어리석어서 탐내고 구하는 일에 가려지겠지만 어찌 지혜 있는 사람이 도둑질을 하겠습니까?”
그때 선순 보살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쌓인 재물이 비록 천억이라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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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착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지혜 있는 사람은 이 사람을 말하여
세상에서 항상 가난한 고통을 받는 이라 합니다.
그가 비록 한 물건도 없다고 해도
버리고 여의는 마음에 머물러 있으면
지혜 있는 사람은 이 사람을 말하여
세간에서 가장 부귀한 이라고 합니다.
지혜 있는 사람은 모든 악을 여읜지라
모두가 단정하고 엄숙하지만
어리석은 범부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온몸이 누추하게 됩니다.
지혜 있는 이는 선(善)을 닦으라 권하는데
어리석은 범부는 항상 악을 짓습니다.
차라리 지혜있는 이의 욕설을 받을지언정
어리석은 이의 칭찬은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제석천왕이 변화로 만든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창연(悵然)한 빛을 띠면서 떠나갔다.
그때 제석천왕은 다시 자신이 직접 가서 시험하여 보려고 억만의 금을 가지고서 보살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먼저 이 사위대성(舍衛大城)에서 바사닉왕(波斯匿王)과 그 밖의 장부들과 함께 다투던 일이 있었으므로 나를 위하여 거짓으로 증언하여 줄 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나를 위하여 증인이 되어 주신다면 이 금을 모두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그때에 보살이 제석천왕에게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착하지 못한 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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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는 것입니다. 이미 제 자신을 속였을 뿐더러 하늘·용·야차(夜叉)·건달바(乾闥婆)·아수라(阿修羅)·가루라(迦樓羅)·긴나라(緊那羅)·마후라가(摩睺羅伽)까지도 속이는 것입니다. 거짓말을 함으로 말미암아 온갖 악의 근본이 되고 착하지 않는 길에 나가게 되며, 청정한 계율을 허물고 육신을 무너뜨리게 되며 입에서는 항상 악취가 나고 말을 하면 남들이 미워하게 됩니다.”
그때 보살은 거듭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입에서는 항상 악취가 나며
고통 받는 악도에 들어가게 되지만
그를 구제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무릇 거짓말이란
자기 자신을 속일뿐더러
또한 하늘과 용과
마후라가 등을 속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거짓말이란
모든 악의 근본이 되고
청정한 계율을 헐어버리며
죽으면 3도(塗)에 들어가게 하는 것인 줄 알아야 하오.
당신이 설령 나에게
염부제(閻浮提)에 가득 찬 금을 준다 하여도
나는 끝내 당신을 위하여
거짓말은 할 수가 없습니다.
제석천왕이 이 말을 듣자마자 홀연히 없어져 버렸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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