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사람과 짝하지 말라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부처님이 라자가하의 영축산에 계실 때였다.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의지가 굳세고 성품이 용맹스럽고 씩씩하였다. 부처님은 그를 가르치기 위해 산 넘어 귀신 골짜기의 나무 아래 가서 앉게 하고, 자신의 들이쉬고 내쉬는 숨길을 세면서 안정을 찾도록 하였다.
“숨길을 헤아리는 수식관(數息觀)으로 생각을 쉬고 구하는 마음을 끊어 괴로움을 없애야 비로소 열반을 얻을 수 있느니라.”
비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그 골짜기에 앉아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형상은 보이지 않지만 골짜기에서 귀신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점점 겁이 났다. 숨길을 헤아릴 수도 없어 안정을 찾지 못했다. 두려워서 그만 돌아가려고 하다가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집에 있었으면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안(열반)을 얻기 위해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있다. 깊은 산중에서 아무 친구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으니 외롭다. 게다가 귀신의 소리가 나를 두렵게 하는구나.’
이때 마침 부처님께서 그의 곁에 오셔서 한 나무밑에 앉아 물으셨다.
“너는 혼자 이곳에서 정진하면서 아무 두려움도 없었느냐?”
비구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저는 일찍이 이 골짜기에 들어와 본 일이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이곳에 와 있으니 실로 무섭고 두렵습니다.”
이윽고 큰 코끼리 한 마리가 가까이 오더니 한 나무를 의지하고 앉아 고요를 즐기었다. 부처님은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코끼리가 어디서 왔는지 알겠느냐? 이 코끼리에게는 크고 작은 권속이 오백여 마리인데, 작은 코끼리들이 귀찮게 굴어 그들을 떠나 여기로 온 것이다. 코끼리는 나무밑에 앉아 ‘은정(恩情)과 애욕의 감옥을 떠나니 얼마나 유쾌한가’라고 생각한다. 이 코끼리는 짐승인데도 한적한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 하물며 너는 집을 나와 세속을 여의려고 하면서 홀로 외롭다고 친구를 구하려는가? 어리석고 어두운 친구는 도리어 손해가 많다. 홀로 있으면 맞설 이가 없고 또 번거롭게 의논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차라리 홀로 도를 닦을지언정 어리석은 사람과 짝하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은 다시 게송으로 읊으셨다.
도를 배우는 데는 친구가 필요없다
착한 벗을 만나지 못했거든
차라리 홀로 선(善)을 닦을 것이지
어리석은 자와 짝하지 말라
청정한 행을 스스로 즐기거니
친구를 사귀어 무엇하리
홀로 선에 머물면 근심 없으니
마치 빈 들의 코끼리 같으리라.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그 비구는 생각이 풀리어 마침내 아라한이 되었다.
<법구비유경 교학품(敎學品)>
수행하는 자는 홀로 있을수록 넉넉한 뜰을 지닐 수 있다. 마음에 꺼리는 사람들과 함께 있기보다는 외롭더라도 홀로 있는 게 얼마나 홀가분한 일인가를 겪어본 사람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홀로 있을 때 너는 온전한 너이지만, 친구와 같이 있을 때는 절반의 너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또한 홀로 있을수록 함께 존재한다. 수행자는 어차피 홀로 가는 사람이니까. 고독은 보랏빛 노을이 아니라 당당한 있음이다.
출전 : 인연이야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