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말씀

도를 얻으려고 음경을 끊으려던 비구

근와(槿瓦) 2015. 3. 14. 01:13

도를 얻으려고 음경을 끊으려던 비구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 계실 때였다. 한 젊은 비구(比丘)가 있었는데, 그는 사람됨이 질박하고 순진했지만 한편 완고하고 어리석기 때문에 도(道)를 알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항상 탐욕을 생각하였고, 또한 양기가 왕성하여 타오르는 음욕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그는 늘 괴로워하였다.

‘이 놈의 뿌리를 끊어버려야만 청정하게 되어 도의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길로 그는 시주의 집에 가서 도끼를 빌려왔다.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옷을 벗은 다음 판자 위에 앉았다. 도끼를 들어 자신의 음경을 끊으려 하다가 잠시 생각했다.

‘이놈의 음경이 항상 괴롭히면서 무량겁을 두고 나를 생사에 헤매게 했다. 육도(六途)에 윤회하게 한 것도 모두 이 색욕 때문이었다. 이것을 잘라 없애버리지 않고서는 도를 얻을 기약이 없을 것이다.’

 

부처님은 번민하는 그 비구의 마음을 살펴 아시었다. 도는 마음을 억제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마음이 그 근본이다. 그런데 어리석은 그는 자신이 죽을 것도 모르고 스스로 해쳐 고통을 받으려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시고 부처님은 그 비구의 방 앞에 가서 물으셨다.

 

“너는 지금 방안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느냐?”

그는 깜짝 놀라 쥐었던 도끼를 놓고, 서둘러 옷을 입은 뒤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사정을 말씀드렸다.

“도를 배운지 오래 되었으나 저는 아직도 그 문을 알지 못합니다. 앉아서 선정(禪定)에 들 때에는 곧 도를 얻을 것 같다가도 그만 음욕의 구름에 가려 양기가 왕성하게 일어나므로 마음은 설레고 눈은 어두워져 천지를 깨닫지 못하게 됩니다. 스스로 꾸짖은 끝에 돌이켜 생각하니 그 까닭은 모두 색욕 때문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도끼로 음경을 끊어 버리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 그렇게 어리석어 도리를 모르느냐. 도를 얻으려면 먼저 그 어리석음부터 끊고, 그 다음에 마음을 억제해야 한다. 마음이 선악의 뿌리이니라. 음욕의 근원을 끊으려거든 우선 그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 마음이 안정되고 생각이 풀린 뒤에라야 도를 얻을 수 있으리라.”

 

부처님은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열두 가지 인연(十二因緣)은 어리석음(無明)을 근본으로 삼는다. 어리석음은 모든 죄의 근원이요, 지혜는 모든 선행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먼저 이 어리석음을 끊어버린 다음에야 생각이 안정될 것이다.”

그 비구는 몹시 부끄러워하면서 스스로 꾸짖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뜻을 굳게 지키고 생각을 다스렸다. 망상을 몰아내고 온갖 욕심을 막아 안정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부지런히 정진한 끝에 마침내 도의 눈이 열리었다.

 

성(性)과 수도는 여러 가지로 많은 문제를 지니게 된다. 하나는 쾌락의 극치를 통해 생명의 환희를 나누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쾌락에서 벗어남으로써 해탈의 기쁨을 누리려 한다. 부처님 자신 이 문제에 대해서 제자들에게 고백한 것으로 한 경전은 기록하고 있다. ‘그것(성욕)이 하나뿐이었기 망정이지 둘만 되었더라도 도 닦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수도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생식기를 끊은 예는 부처님 생존시 뿐 아니라, 그 예가 드물긴 하지만 근래에도 가끔 있는 현상이다. 물론 성에 대한 강한 욕망이 한 생각 일어나는 데서 비롯되는 것임을 모르지 않겠지만, 죄없는 생식기에 가학을 함으로써 성욕을 극복하려는 그 열의만은 이해할 것도 같다. 30여 년 전 필자가 알고 있는 한 도반(道伴)은 기도 끝에 결심한 바 있어 남근을 끊어버린 일이 있었다. 입에 올리기 쑥스러워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 후부터는 성에 대한 욕망이 말끔히 가셔졌는지 궁금한 일이다. 가톨릭 봉쇄 수도원 같은 데서도 그런 욕망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몸을 피가 나도록 회초리로 친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다. 곁가지를 칠게 아니라 그 뿌리를 다스리라는 교훈은 지혜로운 가르침이다. 이런 가르침이 하필 성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리라.

 

 

출전 : 인연이야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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