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말씀

불살생의 공덕

근와(槿瓦) 2015. 3. 16. 01:35

불살생의 공덕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옛날 라자가하(王舍城)에서 5백리쯤 떨어진 산속에 백여 명의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땔나무와 사냥으로 업을 삼아 짐승의 털로 된 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면서 살았다. 그러니 처음부터 농사지을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귀신을 섬기었고, 세상에 부처님이 출현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부처님은 밝은 지혜로 그들을 구제할 수 있다고 살피시고 그곳에 가서 한 나무 밑에 앉았다. 사내들은 사냥을 나가고 여인들만 빈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부처님의 몸에서 눈부신 광명이 나오는 걸 보고 놀라면서 그를 신인(神人)으로 여겼다. 다들 그 앞에 모여 예배하고 자리를 마련해드렸다.

 

이때 부처님은 여인들을 위해, 산 목숨을 죽이는 죄와 자비를 행하는 복을 말씀하셨다. 여인들은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설법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산에서 사는 저희들은 살생을 업으로 하기 때문에 짐승의 고기만 먹고 삽니다. 변변치 않으나마 공양을 올리고자 하오니 받아주십시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여래(如來)의 법은 중생의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미 공양을 마치고 왔으니 염려마십시오. 세상에는 먹을 만한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남의 산 목숨을 죽여 그것을 먹고 살아갑니까? 그 과보(果報)를 어찌하려고. 농사를 지어 다섯 가지 곡식을 먹고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야 합니다. 아무리 미미한 곤충이라도 죽음을 좋아하는 것은 없습니다. 내 몸만을 위해 그들을 죽인다면 그 죄는 그림자처럼 나를 따를 것입니다. 자비심으로써 산 목숨을 죽이지 않으면 살아가는 세상마다 근심은 저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부처님은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자비심으로 살생하지 않고

항상 중생들을 거두어 주면

그는 흐린 세상에 살지라도

가는 곳마다 근심이 없으리

 

살생하지 않고 자비를 행하고

말을 삼가고 마음을 지키면

그는 죽음이 없는 곳에 살아

가는 곳마다 근심이 없으리

 

언제나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깨끗하기 성인의 교훈과 같고

넉넉한 줄 알고 그칠 줄 알면

그는 생사 윤회에서 벗어나리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설법하실 때 사냥 나갔던 사내들이 돌아왔다.

부인들이 여느 때처럼 마중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그들은 잔뜩 화가 나서 밖에서 온 침입자(부처님)를 해치려고 하였다. 여인들이 만류하면서 내력을 이야기했다. 사내들은 곧 허물을 뉘우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희들은 이 깊은 산중에 살면서 많은 생명을 죽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 갚음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인자한 마음으로 행하고

널리 사랑하여 중생을 구제하면

열 가지 복이 있어

그림자처럼 그 몸을 따르리라

 

누워도 편안하고 일어나도 편안하고

잘 때는 흉한 꿈 꾸지 않으며

하늘은 자비와 사랑으로 보호하고

독이나 흉기의 피해를 받지 않네

 

물이나 불에도 다치지 않고

사는 곳마다 이익 얻으며

죽은 후에는 범천에 올라가리니

이것을 열 가지 복이라 하네.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 기뻐하면서 살생하지 않을 것을 부처님께 맹세하였다. 부처님은 라자가하로 돌아와 국왕인 빔비사라를 만났다. 그들에게 농사지을 땅과 먹을 곡식을 주라고 하였다.

<법구비유경 자인품(慈仁品)>

 

‘자비심이 곧 부처’라는 말이 있다. ‘하느님은 사랑이다’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인간의 사랑이 같은 인간에게만 베풀어지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렇게 고귀할 것까지는 없다. 인간 아닌 미미한 생물에까지 그 사랑이 보편화될 때 그것은 실로 고귀하다. 사람에게 베풀 사랑도 모자란 이 판국에 다른 생물을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대들 사람에게는 같은 사람인 처지이면서도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런 일이 옳으냐 그르냐의 가치의식마저 없다면, 아무리 빳빳한 주민등록증을 소지했다 하더라도 그는 인간다운 주민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체험이지만, 산 목숨을 죽이지 않겠다는 불살생계(不殺生戒) 이 하나만으로도 불교도가 된 것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가를 느낄 때가 더러 있다.

 

「범망경(梵網經)」보살계본(菩薩戒本)에는 제 1계로 다음 같이 말하고 있다.

 

‘중생을 죽이지 말라. 목숨있는 것이면 무엇이거나 제가 죽이거나 남을 시켜 죽이거나 칭찬하여 죽게 하거나 죽이는 것을 보고 기뻐하거나 저주로써 죽여서는 안 된다. 즉 죽이는 인(因 : 직접원인)과 죽이는 연(緣 : 간접원인)과 죽이는 방법과 죽이는 업(業)으로 목숨있는 것을 죽여서는 안 된다. 보살은 항상 자비스런 마음과 공손한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구제해야 할 것인데, 도리어 방자한 생각과 통쾌한 마음으로 산 것을 죽인다면 그것은 큰 죄가 된다.’

 

 

출전 : 인연이야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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