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605-121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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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대로 앉았는데, 어떤 이는 제 성명만 일컫고 앉기도 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장자와 8만 4천 대중들을 위해 차근히 미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그 때 논한 내용은 계론(戒論) · 시론(施論), 그리고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이었고, 탐욕과 번뇌는 더러운 것으로서 출가(出家)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장자와 수마제 여인과 8만 4천 인민(人民)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 모든 부처님들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발생[習 : 集]과 괴로움의 소멸[盡]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그들은 각각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塵垢]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비유하면 마치 지극히 깨끗하고 흰 천은 물감에 쉽게 물이 드는 것처럼, 만재 장자와 수마제 여인과 8만 4천 인민들도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법안이 깨끗해져 다시는 의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거룩한 3존(尊)[불·법·승 3보를 말한다.]께 저마다 귀의하고 5계(戒)를 받들어 가졌다. 그 때 수마제 여인은 곧 부처님의 앞에서 이 게송을 말하였다.
여래께선 귀가 맑게 트이어 내가 당한 이 고통 들어 아시고 굽어살피시어 여기에 내려와 교화하여 많은 사람들이 법안을 얻게 하셨네. 그 때 세존께서는 설법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셨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수마제 여인은 과거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부귀(富貴)한 집안에 태어났으며, 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그런 삿된 소견을 가진 집안에 떨어졌습니까? 또 어떤 좋은 공덕을 지었기에 지금은 청정한 법안을 얻었으며, 또 무슨 공덕을 지었기에 8만 4천 사람들로 하여금 법안이 깨끗해지게 하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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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구원겁(久遠劫)으로부터 이 현겁(賢劫)에 이르는 동안에 가섭(迦葉) 여래(如來) · 명행성위(明行成爲) · 선서(善逝) · 세간해(世間解) · 무상사(無上士) · 도법어(道法御) ·천인사(天人師) · 불중우(佛衆祐)라고 하는 분이 계셨다. 그는 바라내국(波羅▩國) 경계를 유행하시며 중생들을 교화(敎化)하고 대비구(大比丘)들 2만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애민(哀愍)이라고 하는 왕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수마나(須摩那)라고 하는 딸이 있었다. 그 때 그 딸은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가섭 여래에게 향하였고, 계(戒)를 받들어 가졌으며,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였고, 또 네 가지를 공양하였다. 어떤 것을 그 네 가지 공양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보시(布施)요, 둘째는 애경(愛敬)이며, 셋째는 남을 이롭게 하는 것[利人]이요, 넷째는 이익을 고루 나누는 것[等利]이다.
그는 가섭 여래의 처소에서 법구(法句)를 배우고 높은 누각 위에서 큰 목소리로 외우고 익히면서 이렇게 큰 서원(誓願)을 세웠다. '이 네 가지 받아들이는 법을 항상 가지고 여래 앞에서 법구를 외웁니다. 만일 거기에 털끝 만한 복(福)이라도 있다면, 태어나는 곳마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말고, 또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지 말며, 미래에도 역시 이런 거룩한 분을 다시 만나고, 저로 하여금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지 않게 하며, 법안을 얻게 하소서.' 그 때 그 성중에 살던 사람들은 왕녀(王女)가 이와 같은 서원을 세웠다는 말을 듣고 모두 모여들어 그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왕녀께선 지금 지극한 믿음이 독실하여 모든 공덕을 짓고 보시 · 겸애(兼愛) · 남의 이익 · 고른 이익 등 네 가지 일에 이지러짐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미래 세상에서도 이와 같은 거룩한 이를 만나게 하여 만일 저를 위해 설법하면 곧 법안이 깨끗해지게 하소서)라고 서원을 세우셨습니다. 이제 왕녀께서는 (아울러 우리나라 백성들도 저와 함께 제도 받게 하소서)라고 서원을 세워주십시오.' 그 때 왕녀가 대답하였다. '나는 이 공덕을 그대들에게 모두 베풀겠습니다. 만일 여래의 설법을 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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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면 동시(同時)에 제도를 받을 것입니다.' 너희 비구들아, 너희들은 의심하고 있느냐? 그렇게 관찰하지 말라. 그 때 애민왕은 바로 지금의 저 아나빈저 장자이고, 그 때의 왕녀는 바로 지금의 저 수마제 여인이며, 그 때 그 나라 백성들은 바로 지금의 저 8만 4천의 무리들이니라. 저 수마제 여인은 그 서원으로 말미암아 지금 나를 만나 법을 듣고 도를 얻게 되었고, 저 인민들도 다 깨끗한 법안을 얻게 되었다. 이것이 그 내역이니 마땅히 그렇게 생각하고 받들어 행해야 한다. 왜냐 하면 이 네 가지 일은 가장 좋은 복밭[福田]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만일 어떤 비구가 이 네 가지 일을 친근히 하면, 곧 네 가지 진리를 얻을 것이니, 부디 방편(方便)을 구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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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23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31. 증상품(增上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생루(生漏)라는 바라문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서로 문안 인사를 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바라문이 세존께 아뢰었다. "굴속에서 한가하게 사는 것은 매우 괴로울 일이요, 혼자 지내고 혼자 다니면서 마음 쓰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범지여. 네 말과 같다. 굴속에 한가하게 사는 것은 매우 괴로울 것이요, 혼자 지내고 혼자서 다니면서 마음 쓰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왜냐 하면, 나도 옛날 아직 부처가 되기 전에 보살행(菩薩行)을 닦을 때에는 항상 '굴속에 한가하게 사는 것은 매우 괴로울 것이요, 혼자 지내고 혼자서 다니면서 마음 쓰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 족성자(族姓子)들이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道)를 배운다면 사문 구담(瞿曇)께서는 가장 우두머리가 되어 많은 이익을 주시고, 저 중생들을 위하여 그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십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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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바라문아. 네가 한 말과 같다. 모든 족성자들이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나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많은 이익을 주고, 또 저 중생들을 위해 그들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러나 저들이 나를 보고 부끄러운 마음[慚愧]을 일으켜 산이나 늪지대나 한적하고 고요한 굴속으로 나갔을 때, 나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저 여러 사문이나 바라문은 몸으로 짓는 행(行)이 깨끗하지 못하다. 몸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지 못하면 사람이 없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친근히 하더라도 그것은 부질없이 수고만 더할 뿐이다. 그들은 진실한 행을 가지지 못해서 그 악하고 착하지 못한 법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몸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고, 또한 한적한 곳에서 살기를 좋아한다. 몸으로 짓는 온갖 행이 깨끗하지 못하면서 한적하고 조용한 굴속을 친근히 하는 것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 하면, 나는 지금 몸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여, 모든 아라한(阿羅漢)들로서 몸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고 굴속에서 한가히 살기를 좋아하는 이들 중에 내가 제일 우두머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바라문아, 나는 내 몸의 행이 깨끗한 것을 스스로 관찰하였고, 한적한 곳에서 살기를 좋아할 때 그 기쁨은 곱절이나 더 늘어났느니라.
그 때 나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저 여러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뜻으로 짓는 행이 깨끗하지 못하고 생활도 깨끗하지 못하면서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 살기를 친근히 한다. 그들이 아무리 그런 행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오히려 진정(眞正)한 것이 아니어서 악(惡)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그들은 모두 다 갖추고 있으므로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 하면 나는 지금 몸 · 입 · 뜻 · 생활에서 짓는 행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몸 · 입 · 뜻 · 생활이 깨끗하면서 한적하고 청정한 곳에서 살기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나와 관계가 있다. 왜냐 하면, 나는 지금 몸 · 입 · 뜻 · 생활이 깨끗하다. 몸 · 입 · 뜻 · 생활이 깨끗한 여러 아라한들로서 한적한 곳에 살기를 좋아하는 이들 중에 내가 가장 우두머리가 되기 때문이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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