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2475-495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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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보를 마친 뒤에는
도로 사람의 몸을 얻어
보안(普眼)여래를 만나게 된 까닭에
친근하면서 항상 공양하였다.
이로부터 차츰차츰 80구지나 되는
그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겼으며
그런 뒤에야 정각을 이루었으니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다.
죄 없는 법사를
해치려 하였던 그 비구는
장차 오는 세상에 성불하게 되리니
바로 지금의 미륵보살이 그다.
그 때 그 왕궁 안의
8만의 모든 채녀들은
청정한 믿음으로 덕을 심으면서
한량없는 부처님을 받들어 섬겼으며
지금까지도 다시 수행하면서
큰 서원으로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므로
장차 천 억의 부처님을 받들고 나서
저마다 부처님[等正覺]을 이루게 되리라.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이르나니
온갖 것에 해를 끼치지 말라.
자비를 닦아야 부처님의 칭찬을 받고
속히 큰 보리를 증득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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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전득아, 모든 중생들의 근성과 마음에 즐거워하는 것을 잘 알지 못하면 언제나 해치려하는 마음을 내지 말 것이니라.
전득아, 비유하면 마치 모든 산에서 수미산이 으뜸인 것처럼 여래의 지혜도 역시 그와 같아서 모든 지혜 중에서 가장 높고 위없느니라. 비유하면 마치 온갖 모든 물 가운데서 바다가 가장 수승한 것처럼 여래의 지혜도 역시 그와 같아서 모든 지혜 중에서 가장 깊고 크니라. 또 마치 모든 국왕 중에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가장 높고 위인 것처럼 여래의 지혜도 역시 그와 같아서 모든 지혜 중에서 최상이니라.
전득아, 여래는 이와 같은 지혜를 성취한 까닭에 중생들의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행으로 마음과 마음이 바뀌고 변한 것을 모두 다 아나니, 한 손가락을 튀기는 동안에 모두 섭수(攝受)할 수 있느니라.
전득아, 여래가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성취함은 마치 눈이 밝은 사람이 자기 손바닥 안의 다섯 개의 암라과(菴羅果)를 볼 때에 공력을 들이지 않아도 분명히 알면서 의심할 것이 없는 것처럼, 여래도 그러하여 온갖 중생의 마음의 작용을 분명히 알아 대중 가운데서 갖가지로 설법하며, 한량없고 그지없는 부처님세계 안의 탐냄과 상응한 모든 중생들이 탐내는 뜨거운 번뇌 때문에 밤낮으로 거칠게 생각하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도 나는 모두 알고 보며, 그 탐내는 뜨거운 번뇌 때문에 몸과 입에서 일으키는 갖가지의 업도 나는 모두 알고 보느니라.
또 성을 내는 중생이 성과 분으로 마음이 가려져서 서로가 미워하고 질투하면서 죽이고 해치기 때문에 무간(無間)의 처소에 떨어지는 것도 나는 모두 알고 보며, 어리석은 행과 상응한 모든 중생들이 무명(無明)의 어둠에 미혹되고 집착하면서 삿된 소견에 따르기를 좋아하는 것도 나는 환히 알며, 감당할 수 있는 이와 감당할 수 없는 이와, 더욱 정진함이 있는 이와 물러남이 있는 이와, 여래승(如來乘)에서 선근을 심는 이와 연각승(緣覺乘)에서 선근을 심는 이와 성문승(聲聞乘)에서 선근을 심는 이 등도 나는 모두 환히 아느니라.
여래는 이와 같은 지혜를 성취한 까닭에 대중 가운데 있으면서 중생의 마음 작용의 차별을 환히 알지만, 때가 아님을 알기 때문에 잠자코 내버려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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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다만 생각하기를, '이 모든 중생들은 법에 미혹되어서 환히 알지 못하고 있다. 여래는 수승한 근기와 힘을 구족하고 때를 잘 알기 때문에 조복할 수 있는 이와 수승한 뜻으로 구하는 이와 감당할 수 있는 이와 착한 말을 받아들이는 이들을 나는 모두 분명히 안다'고 할 뿐이며, 이렇게 안 뒤에는 그 중생들을 섭수하고 이익되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전득아, 처음 업을 닦는 보살이 아직 정위(正位)에 들지 못하면 모든 중생의 수승한 뜻으로 바라는 행을 잘 알지 못할 것이므로 집에 있는 이나 출가한 이나 모두 싫어하거나 해치려는 마음을 내어서는 안 되며, 밤새도록 스스로 쇠뇌(衰惱)에 이르지 말 것이니라.
그러므로 보살은 처음 발심해서부터 대승(大乘)에 머무른 이에 대하여는 부처님이라는 생각을 내며, 그 밖의 중생에 대하여도 비록 그가 모든 악업을 짓고 있음을 본다 하더라도 역시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항상 말하기를 '만일 모든 중생이 희고 깨끗한 법[白淨法]에 조금이라도 결함이 있으면 끝내 열반에 들 수 없다'고 하였기 때문이니라.
보살은 만일 탐내는 행을 하는 중생을 보게 되면 생각하기를, '그가 탐욕의 뜨거운 번뇌에 타고 있음은 바로 나의 허물이다'라고 하여야 하고, 또 그가 성냄과 어리석음의 뜨거운 번뇌에 타고 있음을 보아도 모두 다 생각하기를, '이것은 나의 죄이다. 왜냐하면 나는 온갖 중생들이 병들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 마땅히 그들을 위하여 약을 구해주고 방편을 쓰면서 치료하여 주어야 하기 때문이니, 나는 먼저 중생의 병을 없애 주기를 서원했으면서도 지금 그대로 버려 두고 있으므로 이는 나의 허물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보살은 이와 같은 의요(意樂)를 성취하여 스스로 그의 허물을 반성하면서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깊이 인자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며, 만일 자기 몸을 살해하거나 끊고 벤다 하여 그 원수에 대하여 보복하려는 마음을 낸다면 옳지 못하느니라.
전득아, 보살이 이와 같이 바르게 수행할 때에는 과거에 있던 온갖 착하지 않은 업도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게 되고, 미래에 착하지 않은 일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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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전득아, 아주 옛날 한량없는 아승기겁의 연등부처님[然燈佛]께서 계시기 전에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으니, 명호는 승생(勝生)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 세존이었으며 그 세계의 이름은 광명(光明)인데 안온왕성(安隱王城)의 숲 속에 머물러 계셨느니라.
그 때에 가외(可畏)라는 전다라(佉陀羅)가 있었는데 흉악하고 살육을 좋아하며, 참지도 못하고 자비가 없어서 손에 피를 묻히고 다녔으므로 보는 이들은 모두가 두려워하였느니라.
그 때에 그 전다라가 그의 집에다 소를 매어 놓고 막 죽이려고 하는데 소가 놀라서 줄을 끌고 달아나면서 승생여래께서 계신 숲으로 갔느니라. 그 때에 전다라가 칼을 가지고 뒤쫓아가자 그 소는 당황하면서 엉겁결에 깊은 구덩이에 떨어졌으며, 살아날 수 없게 되자 몹시 괴로워하면서 울부짖었느니라.
전다라는 그런 소를 보고 더욱 더 성을 내면서 곧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서 칼을 들고 내리쳐 죽이려고 하였는데, 그 때 마침 승생여래께서 숲 속에서 한량없는 백천의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시면서 널리 그들을 위하여 연기(緣起)의 법문을 분별하고 계셨느니라.
이른바 무명(無明)이 있기 때문에 지어감[行]이 있고, 지어감이 있기 때문에 의식[識]이 있으며, 의식이 있기 때문에 이름과 물질[名色]이 있고, 이름과 물질이 있기 때문에 여섯 가지 감관[六入]이 있으며, 여섯 가지 감관이 있기 때문에 접촉[觸]이 있고, 접촉이 있기 때문에 느낌[受]이 있으며, 느낌이 있기 때문에 욕망[愛]이 있고, 욕망이 있기 때문에 잡음[取]이 있으며, 잡음이 있기 때문에 존재[有]가 있고, 존재가 있기 때문에 남[生]이 있으며, 남이 있기 때문에 늙고 죽고[老死],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憂悲苦惱]이 있나니, 이러한 인연은 모두가 다 순전히 큰 고통의 집합체라는 것이었느니라.
전득아, 이 인연 안에서 무명은 지어감에 대하여 생각함도 없고 깨달음도 없으며, 지어감도 무명에 대하여 역시 생각함도 없고 깨달음도 없으며,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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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나기[生]는 늙어 죽음에 대하여 생각함도 없고 깨달음도 없으며, 늙어 죽음도 나기에 대하여 역시 생각함도 없고 깨달음도 없느니라.
이와 같은 모든 법의 성품은 얻을 수 없으므로 행함도 없고 지어감도 없고 나와 내 것도 없어서 본래 성품이 청정하며 서로 알지 못하나니, 범부는 이와 같은 법을 듣지 못한 까닭에 물질[色]이 나라고 집착하여 '나는 모든 물질이 있고 물질은 나에게 속한다'고 하며, 나아가 느낌[受]·생각[想]·지어감[行]·의식[識]에서도 역시 그와 같다 하느니라.
이 나와 내 것을 집착하는 까닭에 무상한 것을 항상 있는 것이라 헤아리고, 괴로운 것을 즐거운 것이라 헤아리며, 청정하지 않은 것을 청정한 것이라 헤아리고, 나 없는 것을 나라고 헤아리면서 네 가지의 뒤바뀜을 내나니, 이 뒤바뀐 소견 때문에 무명의 미혹으로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고 마음이 물들어 집착함을 따르면서 파괴하지 못하며, 존재와 욕망[有愛]에 얽매여 생사에 윤회하면서 계속 끊이지 않지만, 지혜로운 이는 법계의 모양을 잘 관찰하기 때문에 조금도 나와 사람과 중생과 나아가 수명이며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얽매이고 살해되는 데에 얻을 만한 것이 있다고 보지 않느니라.
전득아, 그 때 가외 전다라는 그동안에 멀리서 여래의 설법하는 음성을 듣고 이내 깨달으면서 즉시 죽이려는 마음을 멈추고 가졌던 칼을 버리고 구덩이로부터 나와서 부처님께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두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 법 안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싶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느니라.
'그렇게 하여라. 어서 오너라, 비구야.'
그러자 곧 사문이 되면서 구족계(具足戒)를 얻었느니라.
그 때에 승생여래는 그의 의요가 점점 벌써 성숙한 것을 아시고 널리 그에게 모든 보살의 행을 말씀하시자, 가외는 듣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였으며, 불법 중에서 영원히 물러나지 않았느니라.
그 소도 여래께서 말씀하신 연기의 법문을 듣고 그 음성의 미묘함에 마음이 기뻐지면서 목숨을 마치고는 도솔천(兜率天)에 나서 미륵(彌勒)을 만나 바른 믿음을 성취하였느니라.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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