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360-7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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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 없으면, 그것을 일러 행의 사라짐이라고 한다." 그 때 그 악귀가 세존께 아뢰었다. "나는 지금 매우 배가 고픕니다. 무슨 까닭에 내 밥을 빼앗습니까? 이 아이는 내가 먹을 음식입니다. 사문이여, 그 아이를 내게 돌려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내가 도(道)를 이루기 전 보살로 있었던 때에 어떤 비둘기 한 마리가 내게 몸을 던지며 구원해 달라고 간청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때에도 오히려 목숨을 아끼지 않고 그 비둘기를 죽음에서 구해주었거늘, 하물며 여래가 된 오늘에 어찌 이 아이를 너에게 주어 네 밥이 되게 하겠느냐? 너는 지금 악귀로서 네가 가지고 있는 신력(神力)을 다 부리더라도 나는 결코 이 아이를 너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떠냐? 너는 일찍이 가섭(迦葉) 부처님 때에 사문이 되어 범행(梵行)을 닦아 가졌었는데, 나중에 계(戒)를 범하는 바람에 지금 그 악귀의 몸으로 태어났느니라."
그 때 악귀는 부처님의 위엄한 신력을 받들어 과거에 지은 온갖 악행(惡行)을 되살려 기억하게 되었다. 그 때 악귀는 부처님의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말하였다. "저는 지금 미련하기 그지없어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곧 여래에 대하여 그런 마음을 내었습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懺悔)를 받아주소서." 이와 같이 세 번 네 번 되풀이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허물을 용서하노라. 다시는 범하지 말라." 그 때 세존께서 비사 귀신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시어 기뻐하게 해주셨다. 그 때 그 악귀는 수천 냥 금(金)을 손에 받들고 세존께 드리면서 말하였다. "저는 지금 이 산골짜기를 초제승(招提僧)[팔리어로는 catuddisasa gha라고 한다. 번역하여 사방승(四方僧)이라고 하는데, 즉 객승(客僧)을 이르는 말이다.]들에게 보시하나이다. 원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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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께서는 저의 이 수천 냥 금을 받아 주소서."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산골짜기만 받으시고 곧 다음 게송을 말씀하셨다.
동산을 주어 시원함을 보시하고 큰 강물에는 다리를 놓아주며 커다란 배를 만들어 시설(施設)해주고 온갖 양생(養生)의 도구를 베풀어주는 등 밤이나 낮이나 게을리 하지 않으면 그가 얻는 복 헤아릴 수 없이 많으리니 법의 이치와 계율을 성취하여 마침내 후생에는 천상(天上)에 태어나리라.
그 때 그 귀신이 세존께 아뢰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혹 무슨 분부하실 일이 없으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네 본래의 형상을 버린 뒤에, 세 가지 법의(法衣)[출가 수행하는 비구가 입는 세 가지 의복(衣服). 첫째, 승가리(僧伽梨)이니, 이는 중의(重衣)·대의(大衣)·잡쇄의(雜碎衣)라고 번역한다. 9조(條)로부터 25조까지 있으며, 마을이나 궁중에 들어갈 때 입는 옷이다. 둘째, 울다라승(鬱多羅僧)이니, 이는 상의(上衣)·중가의(中價衣)·입중의(入衆衣)라고 번역한다. 7조 가사를 말하며, 예불(禮佛)·독경(讀經)·청강(聽講)·포살(布薩) 등을 할 때 입는 옷이다. 셋째, 안타회(安陀會)이니, 이는 5조 가사를 이르는 말이며, 내의(內衣)·중숙의(中宿衣)라고 번역한다. 절 안에서 작업을 하거나 잠을 잘 때 입는 옷이다.]를 입고 사문(沙門)이 되어, 발기성(拔祇城)에 들어가서 가는 곳마다 또는 네가 있는 곳마다 이렇게 외쳐라.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여래께서 이 세상에 출현(出現)하시어 항복하지 않는 이를 항복 받으시고,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시며, 해탈하지 못한 이는 해탈하는 방법을 알게 해주시고, 구호(救護)해줄 이가 없는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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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해주시며,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십니다. 그리하여 모든 하늘 · 세상 사람 · 용 · 귀신 · 마 · 천마 ·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들 중에서 가장 존귀하시고 최상(最上)이신 분이라서 그 분과 동등할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공경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하여 사람들의 좋은 복 밭이 되고 있다. 그는 오늘 어린 나우라를 구원하고 아울러 비사 악귀를 항복 받으셨다. 너희들은 거기 가서 그 분의 교화(敎化)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소리쳐 말하라."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비사 귀신은 사문으로 변화하여 세 가지 법의를 입고 마을로 들어가 이렇게 교화하며 외쳤다. "오늘 세존께서는 어린 나우라를 제도하시고 비사 악귀를 항복 받으셨다. 너희들은 가서 그 분의 가르침을 받아라." 그 때를 당해서 발기 국경 안에는 많은 백성들이 불꽃처럼 치성하게 많았다. 그 때 장자(長者) 선각(善覺)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는 8만 4천 사람을 거느리고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발기국 백성들은 혹은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기도 하고, 혹은 손을 들고 있는 이도 있었다. 그 때 8만 4천 대중들이 이미 한 쪽에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 그들을 위해 점차적으로 미묘(微妙)한 법을 설명하셨다. 여기에서 설하신 논(論)은 보시론 · 계율론 ·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이었으며,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생각이요, 번뇌[漏]는 큰 걱정거리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 저 8만 4천 대중들이 마음으로 기뻐하고 있는 줄을 아시고 그들을 위하여 모든 부처님들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괴로움 · 괴로움의 발생 · 괴로움의 소멸 ·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다. 그 자리에 있던 저 8만 4천 대중들에게 이 법을 설하시자, 그들은 모두 저마다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塵垢]가 다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청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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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다. 비유하면 마치 희고 깨끗한 옷이 쉽게 빛깔에 물들여지는 것처럼, 이 8만 4천 대중들도 역시 그와 같아서 모든 번뇌가 다 없어졌고 법안이 청정하게 되어, 법을 얻고 법을 보며, 온갖 법을 분별(分別)하되 조금도 의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는 경지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부처님과 법과 성중(聖衆)에게 귀의하여 5계(戒)를 받았다. 그 때 나우라의 아버지인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의 청(請)을 받아주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이셨다. 그 때 그 장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들이신 것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자기가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는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놓고 이른 아침에 사람을 보내 아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발기성으로 들어가 장자의 집으로 가셔서 자리에 앉으셨다. 이 때 장자는 세존께서 자리에 앉으신 것을 보고 손수 짐작(斟酌)하여 갖가지 음식을 골고루 돌렸다. 세존께서 공양을 다 마치신 것을 보고 그는 깨끗한 물을 돌리고는 곧 자리를 가져다가 세존의 앞에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사부대중들이 필요로 하는 의복 · 음식 · 평상 · 침구 · 의약 등을 모두 저의 집에서 가져다 쓰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장자야, 네가 말한 대로 그렇게 하리라." 세존께서 곧 장자를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해 주시고, 설법을 마치신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만큼의 아주 짧은 시간에 발기국에서 사라져 사위국 기원정사(祇園精舍)로 돌아오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사부대중들 중에 그 누구든지 의복· 음식 · 평상 · 침구 · 의약 등이 필요하거든 마땅히 저 나우라 아버지인 장자의 집에서 가져다 쓰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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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세존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우리 우바새(優婆塞)들 중에서 물건을 아까워하지 않고 보시하기로 제일 가는 제자는 바로 나우라의 아버지이니라."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釋翅) 니구류(尼拘留) 동산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석씨의 호성(豪姓) 수천 사람들은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모든 석씨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오늘 당장 왕이 되어 이 나라를 다스리면 우리들의 종성(種姓)은 곧 썩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자리[位]가 당신에게서 끊어지지 않게 하소서. 만일 세존께서 출가(出家)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이 천하에 전륜성왕이 되어 사방 천하를 다스리고 1천 아들을 둘 것이요, 또한 우리들 종성의 이름이 멀리 퍼져서 '전륜성왕이 석씨 종족에서 나왔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마땅히 왕이 되어 천하를 다스림으로써 왕의 종자가 끊어지지 않게 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왕의 몸이니 그 이름을 법왕(法王)이라고 한다. 왜냐 하면 나는 지금 그대들에게 물으리라. 어떤가? 모든 석씨들아, 전륜성왕은 7보를 두루 갖추고 용맹스런 1천 아들을 둔다고 말했는가? 나는 지금 삼천대천찰토(三千大天刹土) 중에서 가장 높고 최상이어서 아무도 나를 따를 이가 없으며, 7각의(覺意)의 보배를 성취하였고 무수(無數) 천(千) 성문(聲聞)의 아들들이 따르고 있다." 그 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이제 만일 왕의 자리 가지면...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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