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365-73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61 / 1393] 쪽
얻은 뒤에는 다시 잃게 되지만
이 법왕의 자리는 가장 훌륭하여
끝도 없고 또한 시작도 없다.
훌륭하기에 빼앗을 수 없으니
이 훌륭함이야말로 가장 뛰어나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한량없는 행(行)은
자취도 없거니 누가 그 자취를 따르랴.
"그러므로 모든 구담(瞿曇)들아, 마땅히 방편을 구해 바른 법의 왕이 되어 다스려야 하느니라. 모든 석씨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석씨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그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혹시라도 이 색(色)은 영원히 존재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것입니까?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여 이동(移動)하지 않기도 합니까? 혹 통(痛 : 受)·상(想)·행(行)·식(識)도 영원히 존재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것입니까?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여 이동하지 않기도 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비구들아, 어떤 색도 영원히 존재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것은 없고,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는 것도 없다. 또한 어떤 통·상·행·식도 영원히 존재하여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것은 없고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는 것도 없다.
또 비구들아, 만일 어떤 색이 영원히 존재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거나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한다면,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이 분별할 수 없을 것이
[362 / 1393] 쪽
요, 통·상·행·식이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고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면, 범행을 닦는 사람이 분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색으로써 분별하지 않고 세상에 오래도록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범행을 닦는 사람은 곧 그것을 분별하여 괴로움의 근본[苦本]을 다 없앤다. 또한 통·상·행·식은 오랫동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범행을 닦는 사람은 그것을 분별하여 괴로움의 근본을 다 없애는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흙을 조금 집어 손톱 위에 얹어놓고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어떤가? 비구야, 이 손톱 위의 흙이 보이는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예, 보입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마땅히 요만큼이라도 색이 이 세상에 항상 존재한다면, 범행을 닦는 사람은 그것을 분별하여 괴로움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그만큼이라도 색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곧 범행을 닦아 괴로움의 근본을 없애는 것이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비구들아, 나는 옛날에 대왕이 되어 사방 천하를 다스릴 때에 법으로 백성들을 다스렸고 7보인, 윤보(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주보(珠寶)·옥녀보(玉女寶)·거사보(居士寶)·전병보(典兵寶)를 완전하게 갖추었었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그 때 전륜성왕이 되어 온 천하를 다스릴 때에 8만 4천 마리의 신령한 코끼리가 있었는데, 그 코끼리의 이름은 보호(菩呼)라고 하였었다. 다시 8만 4천 대의 우보(羽寶)로 꾸민 수레가 있었는데, 혹은 사자 가죽으로 뚜껑을 덮기도 했고, 혹은 이리나 개가죽으로 뚜껑을 덮기도 하였으며, 모두 당기를 달고 높은 일산을 씌웠었다. 다시 8만 4천 개의 높고 넓은 누각이 있었는데, 마치 천제(天帝)가 살고 있는 궁전 같았고, 또 8만 4천 개의 강당(講堂)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법강당(法講堂)과 비슷했다.
[363 / 1393] 쪽
또 8만 4천 명의 미녀(美女)가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은 천녀(天女)와 같았고, 다시 8만 4천 개의 높고 넓은 자리가 있었는데, 모두 금(金)과 은(銀) 등 7보를 가지고 사이사이를 꾸몄으며, 또 8만 4천 벌의 의복(衣服)이 있었는데, 모두 화려한 문채(文彩)로 수를 놓았고 매우 부드러웠으며, 또 8만 4천 가지 음식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맛을 골고루 갖추었었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나는 그 때 큰 코끼리를 타고 다녔는데, 빛깔이 매우 희고 좋았다. 입에는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었으며, 금과 은으로 장식하였고 몸은 능히 날아다녔으며, 또한 몸을 숨기기도 하였고, 혹은 크게도 했다가 혹은 작게도 하곤 하였었다. 그 코끼리의 이름은 보호라고 하였다.
또 나는 그 때 신령스런 말을 타고 다녔는데, 그 말의 꼬리털은 붉은 색이고 걸을 때에도 몸을 흔들지 않았으며, 금과 은으로 장식하였고 몸은 능히 날아다녔으며, 또한 몸을 숨기기도 하였고, 혹은 크게도 했다가 혹은 작게도 하곤 하였었다. 그 말의 이름은 모왕(毛王)이라고 하였다.
또 나는 그 때 8만 4천 개의 높고 넓은 누각이 있었다. 그 중 한 누각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 누각의 이름은 수니마(須尼摩)라고 하였으며 순금(純金)으로 지었었다. 또 나는 그 때 한 강당 안에서 살았는데 그 강당의 이름은 법설(法說)이라고 하였으며, 순금으로 지어진 것이었다. 또 나는 그 때 우보로 만든 수레를 타고 다녔었는데, 그 수레의 이름은 최승(最勝)이라고 하였고 순금으로 만든 것이었다.
또 나는 그 때 한 옥녀(玉女)를 거느렸는데 그들은 좌우에서 모시기를 자매처럼 하였었다. 또 나에게는 그 때 8만 4천 개의 높고 넓은 자리가 있었다. 나는 그 중의 한 자리를 썼는데 금·은·영락(瓔珞)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배로 장식하였었다. 또 나는 그 때 미묘한 옷을 입었었는데 마치 하늘 옷[天衣]과 같았으며, 먹는 음식의 맛은 마치 감로(甘露)와 같았었다.
내가 전륜성왕이었던 그 때 8만 4천 마리의 신령한 코끼리들이 아침마다 올 때에는 문 밖에서 상해(傷害)를 당하는 사람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8만 4천 마리의 신령스런 코끼리가 아침마다 올 때에 문 밖에서 상해를 당하는 사람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는 지금 마음 속으로 그것을
[364 / 1393] 쪽
둘로 나누어, 4만 2천 마리가 아침마다 와서 축하하게 하고 싶다.'
비구들아, 나는 그 때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과거에 어떤 복을 지었고, 또 어떤 덕을 쌓았기에 지금 이런 위력(威力)을 얻어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다시 생각하였다.
'세 가지 일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나는 이런 복을 얻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은혜로 베푸는 것, 자애롭고 어진 것, 자기를 잘 지키는 것을 말한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 때 모든 행(行)이 아주 사라져 남음이 없었고, 마음대로 노닐면서도 만족할 줄을 몰랐다. 이른바 만족이란 성현(聖賢)의 계율(戒律)에 대한 만족을 말하는 것이다.
어떤가? 비구들아, 이 몸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인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는 과연 '이것은 곧 나요, 나는 곧 저의 것이다'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통(痛 : 受)·상(想)·행(行)·식(識)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가령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과연 '이것은 내 것이요. 나는 저의 것이다'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365 / 1393] 쪽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모든 존재하는 색(色)이 과거·미래·현재의 것이거나, 또는 크거나 작거나 좋거나 추하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간에 그것은 다 내 것이 아니고, 나도 또한 저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혜로운 이께서 깨달으신 것이다. 또 모든 느낌[痛]이 과거·미래·현재의 것이거나 또는 멀거나 가깝거나 간에 그것은 내 것이 아니고, 나는 저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혜로운 이가 배우신 것이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하느니라.
만일 성문(聲聞)인 사람이 눈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빛깔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안식(眼識)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눈을 연(緣)하여 생기는 괴로움과 즐거움도 또한 싫어하고 걱정하며, 또는 귀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소리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이식(耳識)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이식을 의지하여 생기는 괴로움과 즐거움도 역시 싫어하고 걱정하거나, 코·혀·몸도 그렇게 하고, 뜻에 대해 싫어하고 걱정하며, 법도 또한 싫어하고 걱정하며, 또는 뜻을 의지하여 생기는 괴로움과 즐거움도 싫어하고 걱정해야 한다.
이미 이런 것들을 싫어하고 걱정하면 그는 곧 해탈 할 것이요, 이미 해탈하고 나면 곧 해탈지혜(解脫知慧)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게 될 것이다."
그 때 저 비구들은 세존의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는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서 조용히 사유하면서 스스로 수행하였다. 좋은 집안의 자제로써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는 이유는, 곧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저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①
이와 같이 들었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增一아함경, 雜아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일아함경-375-75 (0) | 2018.02.11 |
---|---|
증일아함경-370-74 (0) | 2018.02.10 |
증일아함경-360-72 (0) | 2018.02.08 |
증일아함경-355-71 (0) | 2018.02.07 |
증일아함경-350-70 (0) | 2018.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