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세 단계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하라는 말을 줄이면 발보리심(發菩提心)이라는 넉 자로 되고 이것을 더 줄이면 발심((發心)이라는 두 자로 됩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도, 보리도 다 깨달은 마음자리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범부 중생이라도 이런 법문을 듣고「내 마음자리가 본래 생사가 없는 이렇게 위대한 존재였구나. 나도 마음을 어서 깨쳐서 생사를 해탈해야겠고 본래 내가 부처인 자리를 찾아야겠구나.」하고 결심을 했다면 이것도 중생으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것입니다. 또 수행을 해서 마음이 밝아지므로 육체가 내가 아니라는 원리를 깨닫고 주관 객관이 떨어져서 실상반야가 오롯이 드러나면 이것이 아무 생각없는 적멸(寂滅)의 본심(本心)자리를 깨달은 것이니 역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것이며 중간 발심인데 이것이 곧 견성(見性)입니다.
이렇게 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사람은 첫째 마음을 어떻게 가지고 마음을 어디다 두느냐 하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 아무리 견성을 해서 마음을 가지고 두는 법을 알았다 하더라도 다생겁(多生劫), 무량겁(無量劫)으로 남을 못살게 하고 나만 잘 살겠다고 욕심으로 살던 버릇때문에 팔만 사천 번뇌가 죽 끓듯 하므로 이것을 완전히 항복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체득합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중생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한 발심을 했고 그 다음에는 아공, 법공, 구공의 삼공을 체득해서 공리(空理)를 증득하게 되면 이것도 역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체득한 것이고 참으로 발심을 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무량겁래(無量劫來)로 오던 여습(餘習)의 제팔장식(第八藏識)으로 남아 있어서 그 뿌리까지 다 녹아 없어져야 정말 자기 정신이 완전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차츰차츰 공부가 될수록 아는 것도 많아지고 신통도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허공도 녹고 진공까지도 녹아서 근본무명(根本無明)이 다 녹아 없어지면 완전한 부처님의 불과(佛果)를 성취하게 되는데 그러면 열반이 생사고, 생사가 곧 열반이고 만법(萬法)하고 나하고 둘이 아닌 그 때는 정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완전히 체득한 때입니다.
○ 먼저 올바른 발심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자 한다면 내 마음이 본래 부처라 하는 것을 똑바로 알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니 먼저 정신(正信) 성취가 되어야 합니다. 아직 내가 법을 체득하지 않았지만 그럴 수 있겠다고 믿는 것이 신심인데 그 신심에 사신(邪信)이 있고 정신이 있습니다. 사신은 지금 우리가 어느 곳으로 향해서 견성성불한다고 하는 건지 그것도 모르고 그냥 하는 것 무엇을 하는 것인지 방향없이 마구잡이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 눈먼 장님이라도 눈밝은 사람이 앞장서서 끌고 가면 그건 틀림없이 제대로 가는 겁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런 선지식을 만나지 못한 채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이 참선하고 견성할 거라고 아무나 따라 다니면서
하다가 보면 대개 미친 사람이 되거나 도깨비 되거나 하다가 중간에 도로 불교 비방이나 하고 그럽니다.
신통 조화나 하나 얻어 볼까, 도통이나 해서 견성하고 선지식이나 한 번 되어 볼까, 선지식이 되면 신도들한테 절도 받고 공양도 좀 받으려고 하는 욕심입니다. 이런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발심이니 되는 건지 안되는 건지 남이 한다니까 해보는 것이고 한 번 해봐서 되면 다행이고 안되면 본전이다 하는 생각, 이건 다 사신(邪信)입니다.
그렇더라도 옳은 선지식을 만나 의지해 놓으면 괜찮습니다. 끝까지 믿고 이렇게 들어가면 그이가 경전이요 바로 부처님이니까 그이가 지도하는 대로 하면 글자 하나 몰라도 됩니다. 글자를 몰라도 된다는 소리는 글을 잘 아는 선지식, 공부를 잘 아시는 큰스님이 바로 팔만대장경이니까 그이한테 직접 가서 법문 듣는 것이 역시 경 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무식한 영웅은 있을 수 없고 모르고는 천하 없어도 남의 지도자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지혜가 근본인데 그러므로 먼저 발심(發心)을 똑바로 해야 하고 갈 길, 견성해서 부처되는 길을 먼저 알고서 참선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조스님 삼조스님께서도 다 이 「금강반야바라밀경」,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하는 법으로 지도하셨고 금강경에 의지하도록 법을 전하셨던 것입니다.
출전 : 마음에서 마음으로(청담스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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