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오신채를 먹지 말라(食五辛戒)

근와(槿瓦) 2013. 6. 3. 00:10

오신채를 먹지 말라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너희 불자들이여, 다섯가지 냄새 나쁜 채소를 먹지 말지니, 마늘, 부추, 파, 달래, 흥거 이 다섯 가지 신채를 일체 음식에 넣어 먹지 말지니라. 만일 짐짓 먹는 자는 경구죄를 범하느니라.


1) 무엇이 오신채인가

생명은 없지만 먹으면 나쁜 냄새가 나고 우리의 마음을 청정하지 않게 하는 오신채(五辛菜)를 먹지 말 것을 말씀한 계입니다. 먼저 다섯가지 채소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찌하여 나쁜가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오신(五辛)이란 5종의 훈신(辛)을 가리키는 것으로 마늘, 파, 처럼 맵고 신 냄새가 나는 채소를 말합니다. 그렇다고 매운 것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신의 명칭에 대해 홍찬스님의 말씀을 살펴봅시다. 홍찬스님은 "오신은 경과 율에  각각 나오는데, 그 이름과 종별이 꼭 같지는 않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것으로는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들게 된다. 지금 범망경에서 파를 셋으로 나누어 오신을 말씀한 것도 제가(諸家)의 이름이 서로 다르고 고금에 부른 이름이 같지 않은데  말미암은 것이다"라고 하신 다음, 오신 하나하나의 명칭을 상당히 광범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마늘(大)은 일명 호(葫)라고도 하며, 장건사(張騫使)가 대원국(大苑國)에서 가지고  돌아온 것인데,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상식하고 있다. 혹은 호총(胡蔥)이라고도 하니, 오랑캐 땅(胡地)에서 가지고 왔다는 데서 유래하고 있다. 본초(本草)에 이르기를, '호총은 식용의 파이다. 줄기와 잎새는 가늘고 짧아 금등(金燈)과 같고 마늘과 같다. 그러나 형상이 작고 큰 마늘은 아니다'고 하였다.     


달래()는 일명 산파(山 : 들파)라고도 하나니 산이나 평원이나 못에 나기 때문이며, 줄기가 가늘고 잎은 크다. 자총(慈)은 겨울과 여름에는 잘 없고 봄에 많이 난다.  난총(蘭)은 곧 작은 파를 말하며, 들에 저절로 생겨나므로 야생이라고도 하고 혹은 부추라고도 한다.


흥거는 범어로 또한 흥선이라고 하는데 여기 말로는 '적다(小)'는 뜻이며, 이 쪽(중국)에는 자생하지 않는다. 잎사귀는 무청처럼 생겼고 뿌리는 무 모양을 하고 있는데, 겨울에는 싹과 잎이 다 떨어지며 땅에서 캐는 즉시 매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무릇 이와 같이 매운 냄새가 나쁘게 나는 나물은 다 먹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도가에서 예대호유(藝臺胡)를 나쁜 냄새 나는 채소로 규정하지만 그것은 잘못이다."


2) 먹지 말라고 한 까닭

경과 율에서는 이 오신채를 술이나 고기 다음의 나쁜 음식으로 간주하여 먹지 말라고 했습니다. 왜 먹지 말라고 한 것인가? 《능엄경》제8권에는 그 까닭이 비교적 자세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이 모든 중생이 삼매를 닦을 때에는 마땅히 세간의 다섯 가지 매운 채소를 끊어야 하나니, 이 다섯 가지 채소를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게 되고, 날 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더하게 하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세상의 다섯 가지 냄새나는 매운 채소를 먹는 사람은 능히 12부경을 널리 연설한다 하더라도 시방의 하늘과 신선들이 그 냄새를 싫어하여 다 멀리 떠나게 되고, 모든 아귀 등의 나쁜 귀신들이 다섯 가지 채소를 먹은 그 입술을 빨고 핥을 것이니, 항상 나쁜 귀신과 함께 살게 되어 복덕이 날로 없어져서 길이 이익될 것이 없느니라. 이 오신채를 먹는 사람은 삼매를 닦더라도 보살, 하늘, 신선 및 시방의 선신들이 와서 수호하지 않느니라. 또한 도리어 큰 힘을 가진 마왕이 그 방편의 힘을 얻어서 부처의 몸을 나투어 설법을 하면서 계율로 헐고 비방하며, 음란하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을 찬탄하리라. 그리하여 목숨을 마치고 나면 스스로 마왕의 권속이 되고, 마의 복이 다하면 무간지옥에 떨어지느니라. 아난아, 보리를 닦는 이는 다섯 가지 채소를 길이 끊을 것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점차 나아가는 힘을 더해 주는 등일증진수행(等一增進修行)이라 하느니라."


이 《능엄경》의 말씀처럼 오신채는 음란심을 일으키고 성냄을 더하게 할 뿐 아니라, 성현을 여의게 하고 마의 무리를 이끌어들이기 때문에 경구죄로 결죄하신 것입니다. 모름지기 보살이라면 향그럽고 깨끗하게 머물도록 스스로 마음써야 할 것이어늘, 도리어 매운 것을 먹고 더러운 음식을 먹고 나쁜 냄새를 피움으로써 현성과 하늘 신들까지 싫어하는 사람이 된다면 어찌 중생을 제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 계에도 개허(開許)의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중병이 들어서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오신채를 꼭 먹어야 한다고 했을 때는 독립된 방에 거처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신채를 먹은 지 7일이 지난 뒤에는 목욕하고 옷을 빨아 입고서야 대중과 함께 거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경요집 諸經要集》제20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병 때문에 오신채를 먹고 있는 중일 때는 대중과 함께 거처하거나 머물지 못할 뿐 아니라, 법당은 물론 강당이나 승당에도 오르지 못하며 예불 또한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멀리 법당 밖의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법당을 향해 참배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잠시 이 오신채와 관련된 설화 한 편을 살펴봅시다.


3) 선신도 멀리 달아난다

옛날 중국에 수행이 깊고 도덕이 장하신 큰스님이 계셨습니다. 어느 날 날이 저물어서 비탈길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옆에서 부축을 하여 일으켜 주었으므로 쉽게 일어나기는 하였지만, 누구인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님은 물었습니다.

"네가 누군데 산승을 부축해 일으켜 주는가?" 그러자 허공에서 소리가 나며 대답을 했습니다.

"네, 저는 사천왕궁의 왕자입니다. 법력이 장하시고 도덕과 원력이 거룩하신 큰스님을 항상 수호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러하신가? 분에 지나친 고마운 일이로구먼. 그런데 기왕 붙들어 주려면 넘어지기 전에 붙들어 줄 일이지, 왜 넘어지고 나서야 일으켜 주시는가?"

"네, 죄송한 말씀이오나 스님께서는 오신채를 잡수시와 몸에서 나쁜 냄새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냄새를 피하여 멀리 떨어져서 수호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사옵니다."

"그러하신가? 내 이제 계율에 따라 오신채를 먹지 않도록 하겠네."

그 뒤로 그 큰스님은 오신채를 끊었다고 합니다.

 

흔히들 오신채는 살생한 고기도 아니고 순수한 채소이니만큼 금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하는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시방의 중생계와 과거, 현재, 미래 삼세의 시간을 꿰뚫어보시는 불보살님의 혜안(慧眼)으로 볼 때에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비록 우리의 육안으로는 그 허물을 알 수가 없지만, 불보살님의 혜안으로 볼 때 오신채는 선신을 멀리하게 하는 나쁜 음식이고 진심과 음심을 조장하는 나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채소이므로, 불법을 깊이 믿고 철저히 수행하는 사람은 그것을 끊으라고 하신 것입니다. 

 

물론 출가승려라면 그 생활 환경과 음식 자체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마땅히 끊어야 합니다. 그러나 재가 신도는 아주 다 끊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에 오는 날, 재일(齋日), 기도하러 가기 전 같은 때만이라도 끊도록 해야 합니다. 재가 신도들 중에서는 오신채를 먹지 말라고 하였다 하여 파, 마늘 등이 들어간 김치나 반찬을 일체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만약 스스로가 만들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남이 해 주는 것을 먹거나 외식을 할 경우라면 스스로가 즐기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소의 융통성을 보여야 합니다. 굳이 내가 먹는 음식은 파, 마늘을 넣지 말아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오히려 그 음식을 해 주는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보살 정신을 희석시킬 수도 있습니다. 재가보살이라면 '나는 고기가 있어야 밥을 먹을 수 있고 파, 마늘이든 음식이라야 먹을 수 있다' 는 생각을 갖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만 재일(齋日)이나 기도하러 가기 전에는 고기나 파, 마늘 등을 먹지 말고 목욕재계하는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부처님 말씀이 이와 같으니, 그대로는 하지 못하더라도 불자인 이상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출전 : 일타스님의 범망경보살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응무소주 이생기심  (0) 2013.06.04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0) 2013.06.03
술을 마시지 말라(飮酒戒)  (0) 2013.06.02
고기를 먹지 말라  (0) 2013.05.31
대가섭(大迦葉)  (0) 201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