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술을 마시지 말라(飮酒戒)

근와(槿瓦) 2013. 6. 2. 10:00

술을 마시지 말라♧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너희 불자들이여, 짐짓 술을 마시지 말지니라. 술에서 생기는 허물이 한량없나니, 자기의 손으로 술잔을 들어 다른 이에게 권하여 마시게 하고서도 5백생 동안 손 없는 과보를 받았거늘, 하물며 스스로 마시리요, 모든 사람들에게 술을 마시게 하지 말며 일체 중생들에게도 술을 마시게 하지 말 것이거늘, 하물며 스스로 마시리요, 일체의 술을 마시지 말지니 스스로 마시거나 남으로 하여금 마시게 하면 경구죄를 범하느니라.

 

1) 술로 인한 허물

술로 인하여 생겨나기 쉬운 안으로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제정한 것입니다.    술은 대체로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하고 이성을 잃게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태 지자대사는 《보살계의소 菩薩戒義疏》권 하에서 "술은 사람을 방일하게 하는 문을 열어 주므로 제지한 것"이라 하셨고, 법장스닝은 이 계를 제정하신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술은 사람의 마음을 흐리게 하고 미치게 하는 독약이다. 무거운 허물들이 술로 말미암아 생기나니, 대지도론에서는 35종의 허물을 말하였다. 그리고 술로 인해 네 가지 큰 역죄(逆罪)를 짓게 된다고도 하나니, 5역죄 중 오직 승가를 깨뜨리는 허물을 제외한 것이다. 술로 인한 허물이 이렇게 심하므로 제지한 것이다."

 

그리고 술을 권하며 다른 이로 하여금 마시게 하면 "5백생 동안 손 없는 과보를 받거늘, 하물며 스스로 마시겠는가" 하신 것은, 5백생 동안 손이 없는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이 아니라 5백생 동안 축생의 몸을 받게 됨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경문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술을 마시게 하지 말며, 일체 중생들에게도 술을 마시게 하지 말라"고 하면서 모든 사람과 일체 중생을 구별하였는데, 이 때의 모든 사람은 남녀노소, 재가, 출가와 모든 나라 전인류를 지칭한 것이고, 일체 중생은 사람이 아닌 중생, 곧 귀신, 축생 등을 가리킨 것이다. 이제 술로 인해 생겨나기 쉬운 허물이 어떠한 것인가를 살펴봅시다.


<대지도론>에서는 술의 허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매우 자세하게 설하였습니다.

 

문 : 술은 능히 추위를 쫓고 몸에 힘을 주고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인데, 왜 마시지 못하게 하시나이까?

답 : 몸을 이익되게 하는 쪽은 아주 적고 손상시키는 면이 아주 많기 때문에 마시지 말라고 한 것이니, 비유하면 아름다운 음식 가운데 독을 섞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대체 어떠한 독이 있는가?  부처님께서 난제가우바새(難提伽優婆塞)에게 말씀하신 바와 같이 술에는 35종의 허물이 있다. 무엇이 35종인가?

 

1. 현세의 재물을 없애게 된다. 왜냐하면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셔 취하게 되면 마음의 절제 능력을 잃어 소비에 대한 절제 능력도 잃게 되기 때문이다.

2. 여러가지 병의 원인이 된다.

3. 싸움의 원인이 된다.

4. 옷이 흐트러지고 벗겨져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5. 추한 이름과 나쁜 명성을 얻게 되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지 못한다.

6. 지혜를 덮어 어둡게 한다.

7. 당연히 얻을 물건을 얻지 못한다.

8. 숨겨둔 비밀을 다 남에게 이야기하게 된다.

9. 여러가지 사업을 폐하여 성취하지 못한다.

10. 술은 근심의 근본이 된다. 왜냐하면 취하고 나면 잃는 것이 많아지고, 깨고 나면 부끄럽고 뉘우쳐지며 근심이 따르기 때문이다.

11. 몸의 힘이 점점 감소된다.

12. 외모와 속이 상하여 무너진 모습을 보이게 된다.

13. 아버지를 공경할 줄 모르게 된다.

14. 어머니를 공경할 줄 모르게 된다.

15. 사문을 공경할 줄 모르게 된다.

16. 바라문, 곧 수행인을 공경할 줄 모르게 된다.

17. 백부, 숙부 및 어른을 존중할 줄 모른다. 왜냐하면 취하여 정신이 황홀해져서 분별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18. 부처님을 존경할 줄 모른다.

19. 법을 존경할 줄 모른다.

20. 스님네를 존경할 줄 모른다.

21. 나쁜 사람들과 벗이 되어 무리를 짓게 된다.

22. 어질고 착한 이를 점점 멀리 여의게 된다.

23. 마침내 계를 깨뜨리게 된다.

24.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예의와 염치가 없게 된다.

25. 감정을 제대로 억제하거나 조절하지 못한다.

26. 끝없이 방일한 데에 떨어진다.

27. 사람들이 다 미워하고 싫어하여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

28. 가까운 친척들이 다 버리고 외면하여 돌아보지 않는다.

29. 착하지 못한 행위를 자꾸 하게 된다.

30. 착한 법을 점차 버리게 된다.

31. 밝은 이나 슬기로운 이가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술로 인하여 방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32. 열반법을 멀리 여의게 된다.

33. 어리석고 미치광이 같은 짓거리의 인연을 심게 된다.

34. 목숨을 마치면 삼악도에 떨어진다.

35. 내생에 설사 사람의 몸을 받더라도 그 태어나는 곳에서 항상 미치광이가 된다.

 

이와 같은 등의 갖가지 허물이 있으므로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입니다. 또 《대지도론》에서는 "술에는 3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곡식으로 만든 곡주(穀酒)요, 둘째는 과일로 만든 과주(果酒)요, 셋째는 약풀로 만드는 약초주(藥草酒)가 있다. 이 가운데 약초주는 여러가지 약초를 누룩과 같이 감자 속에 섞어서 만든 술을 말한다. 또 짐승의 젖, 우유 등을 가열하여 만든 술이 있으며, 또 청주(淸酒)와 탁주(濁酒) 등이 있는데, 이 모든 술은 사람의 마음을 방일하게 하고 방종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일체의 술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다음의 게송으로 이를 강조해 두고 있습니다.

 

술은 깨달아 아는 힘을 잃게 하며

몸과 마음을 함께 더럽히도다.

슬기로운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고

부끄러운 언동을 저지르도다.

 

바른 생각은 잃게 되고 분노심만 늘어나니

기쁨은 사라지고 집안은 괴롭도다.

듣기 좋게 술 마신다 이름하지만

실상으론 목숨 뺏는 독약이어라.

 

성내지 않아야 할 때 성을 잘 내고

웃지 말아야 할 때에 웃으며

울지 말아야 할 때 울고

때리지 않아야 할 사람을 마구 때리네.

 

말하지 않을 것을 모두 말하며

정신 없는 광인과 다름 없어서

모든 선근, 모든 공덕 빼앗기나

부끄러움 아는 이는 마시지 않네.

 

살생은 자비의 종자를 끊고

음행은 청정한 종자를 끊고

도둑질은 복덕의 종자를 끊고

거짓말은 진실의 종자를 끊고

음주는 지혜의 종자를 끊는도다.

 

이와 같이 술을 먹지 못하도록 경계하였지만, 흔히들 술 마시는 것쯤이야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는 것도 아니고 남을 직접 해롭히는 것도 아니니 어떠랴고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술을 먹는 그 자체는 직접적인 죄가 되지 않지만, 그것을 마심으로 해서 마침내는 살생, 음행, 거짓말, 도둑질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성계(性戒)와 차계(遮戒)의 도리로 구별해 봅시다.

 

사람을 죽이거나 남의 재물을 훔치는 것은 직접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이므로 이를 성계라 하고,

어떤 행위 자체가 곧 직접적인 죄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대로 놓아 두면 본질적인 죄를 범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금하는 것을 차계라 합니다. 예컨대 절벽 낭떠러지 근처에서 어린이들이 노는 것을 금하도록 한 것이나, 어린이들이 많이 노는 주택가의 길이 비록 넓은 차도라 하더라도 모든 차를 서행(徐行)하도록 하는 것은 모두 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제정한 것입니다. 이것이 차계입니다. 그리고 본질적인 죄를 성죄(性罪)라 하고, 성죄를 막기 위해 미리 제지하는 것을 범하거나 어떤 행위에 의해 본질적인 성죄를 유발시키는 잘못을 차죄(遮罪)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술을 먹는 것은 차죄이고 술을 먹지 말라고 경계하는 것은 차계입니다. 

 

2) 한 가지 잘못이 온갖 악을 낳는다.

다시 술로 인해 빚어지는 허물을 살펴봅시다.《선생자경 善生子經》에는 술로 인한 여섯가지 이변(異變변해서 다른 모양이 되는 것)을 들어 음주를 경계하였습니다.

 

"술에는 여섯 가지 이변(異變)이 있으니, 재물을 소비하는 일, 병이 나는 일, 싸움을 일으키는 일, 성이 많이

 나는 일, 명예가 실추되는 일, 지혜를 손상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좋지 않은 일이 많으면 사업을

 폐(廢)하게 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지 못하고, 과거부터 지녀 오던 재물들을 탕진하여 없애게 된다."

 

《보살행변화경 菩薩行變化經》에서는, "지혜로운 사람은 응당 술을 많이 마시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술은 자제심을 잃게 하므로 그르치는 일이 많아서 바른 뜻(正義)을 얻는데 장애가 되며, 세간과 출세간의 도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만일 술을 마셔 자제심을 잃고 올바른 삶의 뜻을 잃게 된다면 타락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재물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하게 됨은 물론이요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게 되고 맙니다. 《제법집요경 諸法集要經》에는 음주의 해독을 자세히 열거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술을 가까이하면 밝은 지혜(明慧)가 생기지 않아서 해탈분(解脫分 : 順解脫分)의 준말. 해탈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어기게 된다. 그러므로 항상 멀리해야 한다.

 

음주를 즐기면 세속일 말하기를 좋아하여 많은 말 탓으로 분쟁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므로 항상 멀리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재물을 없애고 혼미하며 게으르게 된다. 이런 과실이 따르므로 항상 멀리해야 한다.

 

술로 인하여 탐심과 노여움과 적대심이 생기고 어리석음이 더욱 늘게 된다. 그러므로 항상 멀리해야 한다.

 

술은 재앙의 근본이다. 술에 취하면 감각기관들이 어지러워지기 때문에 높은 소리로 웃거나 사나운 말을 하여 선량한 삶을 해치게 된다. 그러므로 항상 멀리해야 한다. 사람이 술 때문에 어지러워지면 죽은 듯이 흠뻑 취함으로써 즐거움이 오래 지속되기를 구하게 되지만, 불행을 더하는 것일 뿐 무슨 이익이 있으랴. 이는 온갖 환란(患難)의 근본이요, 재앙의 근원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항상 멀리해야 한다.

 

술은 독 중의 독이요, 병 중의 고질이다. 그러므로 술을 마시는 것은 괴로운 상태에 다시 괴로움을 더하는 것이 된다.

 

술은 날카로운 도끼와 같아서 능히 온갖 선근(善根)을 손상시킨다. 그러므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침내 부끄러움조차 잊게 되어 남의 경멸을 받게 된다.

 

술은 금파과(金播果 : 과일의 이름)와 같아서 처음 먹을 때는 맛이 있지만 뒤에 가서는 독이 된다. 그러므로 술을 즐기는 사람은 갈대꽃과 같아서 머지않아 스스로 날려 버리게 된다. 음주는 비록 한 가지 잘못이긴 해도 온갖 악을 낳는다. 그러므로 마땅히 억제해야 한다." 

 

《분별선악소기경 分別善惡所起經》에는 술을 마셔 중독이 되면 다음의 36가지 허물을 불러오게 됨을 설하여 술을 먹지 말도록 간곡히 경계하셨습니다.

 

"사람이 세상에서 술 마시기를 즐기면 서른 여섯 가지의 허물을 얻게 되나니, 무엇이 서른 여섯 가지의 허물인가?

 

1. 사람이 술에 취하고 보면 자식은 부모를 존경하지 않고, 신하는 임금을 존경하지 않아서 군신과 부자의 상하를 구별하지 못한다.

2. 말이 어지러워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3. 양설(兩舌 : 이간시키는 말)과 다구(多口 : 말이 많은 것)를 범하게 된다.

4. 남이 숨기는 일을 드러낸다.

5. 하늘을 욕하고 신사(神社)에 오줌 누기를 꺼릴 줄 모른다.

6. 길가에 누워 돌아가지 못하거나 혹은 소지품을 잃어버린다.

7. 스스로의 몸을 바르게 가누지 못한다.

8. 상체를 숙이거나 제치면서 비틀대고 걸어 때로는 도랑이나 구덩이에 떨어진다.

9. 넘어졌다가 겨우 일어나거나 얼굴을 상하게 된다.

10. 팔고 사는 일을 그르치고 공연히 남에게 시비를 걸게 된다.

11. 생업을 잃고도 살아가는 치생(治生)을 걱정할 줄 모른다.

12. 재물을 다 소모한다.

13. 처자의 배 고프고 추움을 생각지 않는다.

14. 시끄럽게 욕설을 퍼붓다가 마침내는 나라의 무거운 법을 꺼리지 않게 된다.

15. 옷을 벗고 함부로 나체가 되어 달린다.

16.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 타인의 여인을 잡아 끌며, 말이 도리를 벗어나 무례하기 그지없다.

17. 남이 그 옆을 지나갈 때 공연히 싸우고자 한다.

18. 발을 구르며 외쳐대어 이웃을 놀라게 한다.

19. 벌레를 함부로 죽인다.

20. 집안의 도구와 집기를 부순다.

21. 집안 식구를 죄수같이 다루고 폭언이 입에서 막 튀어나온다.

22. 악인과 한 패거리가 된다.

23. 현명한 사람을 멀리한다.

24. 취해서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몸이 병난 것처럼 아프게 된다.

25. 토하여 추한 것을 뱉으므로 처자가 그 꼴을 미워한다.

26. 성질이 들끓어서 코끼리나 이리도 피하지 않는다.

27. 경(經)에 통달한 현자(賢者)를 존경하지 않으며, 도사(道士)나 바라문을 존경하지 않으며, 사문을 존경하지 않는다.

28. 취하면 음욕을 일으켜 꺼림이 없게 된다.

29. 취하여 미친 사람같이 굴면 보는 사람이 다 도망간다.

30. 취하여 죽은 사람같이 되면 남을 알아보지 못한다.

31. 혹은 곰보가 되며 혹은 술병에 걸려 얼굴이 여위고 혈색이 없어진다.

32. 술 때문에 천룡귀신(天龍鬼神)이 다 미워한다.

33. 친한 벗들이 날로 멀리한다.

34. 취하여 웅크리고 앉아 관리를 오만하게 대하다가 때로는 매를 맞게 된다.

35. 죽은 후에 당연히 태산지옥(泰山地獄)에 들어가 살려고 해도 살 수 없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조차 못하게 된다. 

36. 요행히 지옥에서 벗어나 사람이 된다 하여도 항상 어리석어 사리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함이니, 지금 어리석어 무지한 사람들은 다 전생으로부터 술을 즐겨 마셨기 때문에 그와 같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는 음주 때문에 생겨나는 허물을 자세히 설하셨습니다. 특히 인도는 더운 나라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게 되면 빨리 취하게 되고, 또 술을 마시고 병이 걸리게 되면 쉽사리 죽기까지 합니다. 따라서 술에 대한 허물을 온대지방인 우리보다 더 철저하게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부처님께서는 만약 출가승려에게 술을 먹여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게 되었을 때 어떤 과보를 받게 되는가를 《정법염처경 正法念處經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술을 스님 대중과 계받은 사람에게 주거나 고요한 경계에 있는 이, 번뇌를 끊은 이, 곧 선정을 얻은 이에게 주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면 규환지옥(叫喚地獄 : 뜨거운 쇠집, 또는 가마솥에 들어가 울부짖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라."

 

이와 같이 남에게 술을 많이 먹인 업보는 무섭습니다.

 

3) 중생교화를 위한 음주

그리고 이 음주계를 지킴에 있어서는 출가보살과 재가보살에게 약간의 차이를 두어야 합니다. 10중대계의 제5 고주계를 이야기할 때도 강조하였지만, 재가신도들은 사업상 또는 부득이한 일이 있어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할 때는 술을 즐겨 먹지 말고 취하도록 먹지 말 것이며, 남에게 함부로 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출가스님들은 이 계를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출가스님의 경우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홍찬스님은 대승계의 입장에서 스스로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해답을 보인 바 있습니다.

 

문 : 논(論) 가운데 보살은 단바라밀(檀波羅蜜 : 布施波羅蜜)을 행한다고 하였는데, 술을 얻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보시를 하여야 합니까?

 

답 : 대보살은 육도만행(六度萬行)을 닦을 때에 보시바라밀을 만족시키고자 한다. 무릇 술을 구하는 자가 있으면 그 뜻을 어기지 않아야 보시바라밀을 만족시키는 것이 된다. 저 최상수소문경에 "보살이 보시바라밀을 행할 때 만일 어떤 사람이 필요한 물건을 구하면 응락하고 마땅히 내가 짓는 바에 따라 베풀어 대접해야 한다. 만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바른 생각을 가지게 하고 곧 주어서 함께 마실 것이며, 마시고 난 뒤에는 다시는 먹지 않도록 끊게 할 것이니, 이와 같이 보살은 청정한 방편으로 중생을 껴안아 들여야 하느니라. 만일 그 사람이 마음 속으로 술을 좋아하여 버리지 않으면 보살은 곧 갖가지로 술의 허물을 들어 꾸짖되, 예리한 칼로 자르듯 결정코 멀리 여의게 하여 다시는 술 생각이 일어나지 못하게 해야 할것이니라. 이와 같이 베푸는 것은 곧 허물이 없는 것이니, 이것은 보살의 근기를 보고 방편을 짓는 것으로 성문의 그것과는 다르니라."한 것과 같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권하는 허물은 한량이 없지만 만일 중생을 깨우치기 위해서 함께 마셨고 또 권한 것이라면 결코 죄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허물을 면하게 되는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셨습니다.

 

파사익왕의 왕비인 말리(末利) 부인이 부처님으로부터 계를 받은 뒤의 일입니다. 어느 때 왕이 음식을 잘못 만든 조리사를 죽이려 하자, 왕비는 왕이 좋아하는 술상을 잘 차려서 주연을 베풀고 서로 권하며 마음껏 술을 마셨습니다. 왕은 부인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다가 조리사를 죽이는 일을 잊게 되었고, 이로 인해 조리사는 죽음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왕비는 부처님께 나아가 이 일을 여쭙고 참회하자, 부처님께서는 "그 같은 이유로 술을 마신 것은 큰 이익을 얻은 것이고 계를 범한 것이 아니니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말리 부인이 방편으로 베푼 이 선행을 함부로 흉내내어서는 안됩니다. 실로 방편은 지혜와 자비에 기초를 두어야 합니다. 만일 지혜롭지 못하고 자비심을 잃은 방편이라면 그 과보를 피하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고, 어리석은 범부가 방편의 선용(善用)을 빙자하여 술을 마실 기회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옛날 중국의 담현(顯)스님은 남북조시대에 북주(北周)나라의 고승으로서 삼장(三藏)을 해박하게 통달하여 지혜와 학문을 널리 떨쳤습니다. 승상(丞相) 우문태(宇文泰)가 크게 공경하였고, 대승경전에 의지해서 《보살장중경요급백천법문 菩薩藏衆經要及百千法門》을 566~577년에 저술하셨습니다. 이 스님은 취한 가운데에서도 도교의 도사들과 말술을 다루어 항복케 하고 귀의시켰는데, 이로부터 불법이 크게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일 누가 있어 담현스님처럼 술을 독채 마시고 오줌을 누어 능히 돌을 부수뜨리며, 술과 고기를 먹으면서

《화엄경》을 하룻밤 사이에 외울 수 있는 법력이 있으면 술을 마셨다고 하여 허물이 생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진정 그러한 능력이 없다면 그 해가 적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홍찬스님도 다음과 같이 말씀

하신 것입니다.

 

"오늘날 미치광이 선객들이 있어 계율을 상을 집착하는 것이라고 비방하면서 방자한 몸과 마음으로 밤낮 없이 마구 마시나니, 그것을 어찌 귀신이나 축생이 먹는 것과 분별할 수 있으랴, 계를 소승이라고 비방하며 술을 마셔도 허물이 없다고 일컫는다면 끓는 똥 속의 구더기가 될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침내 지혜 없는 사람들이 따라서 하게 된다면 스스로도 눈 멀고 남도 눈 멀게 하는 것이니, 죄를 얻어 과보를 받음이 어떠한지는 경에 밝힌 바와 같다. 어찌 두렵지 않으랴."

 

감히 스스로가 갖춘 조그마한 도력을 빙자하여 계율을 무시하고 함부로 술을 마신다면, 마침내 그 허물이 한없이 커져 걷잡을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되고 맙니다. 부처님께서 음주계를 제정하신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4)음주계의 제정 동기

《사분율 四分律》에 기록된 음주계의 제정 동기를 함께 살펴봅시다.

부처님께서 지타(支陀) 나라에 계실 때, 큰 비구대중 1250인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 때 사가타(沙伽陀)존자는 부처님의 공양을 맡게 되었으므로, 길을 떠나 편발범지(編髮梵志)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그대가 사는 이 곳의 제일 좋은 방에서 하룻밤 자려 하는데 되겠소?"

 

"그대가 쉬는 것을 꺼리지 않으나, 단지 그 방에는 독한 용이 있으므로 해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허락만 해 주십시오. 나를 해치지는 못할 것이요."

 

"그러시다면 마음대로 머무르시오."

 

장로 사가타 존자는 곧 그 방으로 들어가서 풀자리를 깔고 앉아 생각을 한 곳에 모으고 있었습니다. 불청객이 들어선 것을 본 독한 용은 연기를 뿜어내었습니다. 이에 사가타 존자도 신통을 일으켜 연기를 뿜어내자 성이 난 독한 용이 이번에는 불을 뿜어내었고, 사가타 존자도 불을 뿜었습니다. 삽시간에 온 집에 불이 붙어 큰 화재가 나고 말았습니다. 이 때 사가타 존자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이 용의 불을 꺼서 몸을 상하지 않게 하리라.'

 

사가타 존자는 곧 용의 불을 꺼서 몸을 상하지 않게 하자, 그 독한 용의 불은 빛을 잃었고, 사가타 존자의 불은 점점 성하여지면서 푸른 빛, 누른 빛, 붉은 빛, 흰 빛, 초록빛, 보라빛 등의 가지가지 광채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사가타 존자는 독한 용을 항복시켜 바루에 담아 두었다가 이튿날 새벽 편발범지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그대가 말한 독한 용을 내가 이미 항복시켜서 바루 안에 두었는데 보시겠소?"

그 때 카우샤암비이(拘彌)의 상주(商主)가 편발범지의 집에 와 있다가 생각하였습니다.

 

'처음 보는 일이다. 부처님의 제자들도 이와 같은 큰 신통력이 있거늘 하물며 부처님이겠는가.'

그는 곧 사가타 존자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부처님께서 카우샤암비이에 오시거든 말씀해 주십시요, 한 번 뵙기를 원합니다."

 

"대단히 좋습니다."

 

그 뒤 부처님께는 지타 나라로부터 카우샤암비이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상주는 부처님께서 1250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그 나라로 오셨다는 말을 듣고, 수레를 타고 나가 부처님을 맞이하였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니

부처님의 얼굴은 단정하고 모든 감관은 고요하며 마음은 가라앉아, 마치 잘 길든 용이나 코끼리와 같고 맑게

가라앉은 연못과 같이 보였습니다. 그는 저절로 신심이 생겨나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배하고 한 쪽으로 물러났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 무수한 방편으로 설법하시고 권고하시고 교화하시자 그는 크게 환희하였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과의 인연을 맺어준 사가타 존자를 대중들 가운데에서 찾았습니다. 그러나 사가타 존자가 보이지 않자 비구들에게 물었습니다.

 

"사가타 비구는 어디에 계십니까?"

 

"뒤에 곧 올 것입니다."

 

그 때 사가타 존자가 여섯 비구들과 함께 그 곳에 왔으므로 카우샤암비이의 상주는 머리 숙여 예배하였고,

사가타 존자는 다시 여러가지 방편으로 설법하고 교화하였습니다. 상주는 기쁨 속에서 사뢰었습니다.

 

"무엇을 구하십니까? 말씀해 보십시요." 사가타 존자가 대답했습니다.

 

"그만두시오. 이것이 곧 나에게 공양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필요하신지 말씀해 주십시요." 이 때 여섯 비구들이 말씀했습니다.

 

"당신은 알아 두시오. 비구의 의발과 니쉬이다나(尼師壇)와 바늘통 같은 것은 얻기 쉬운 것이오. 다만 비구들이 얻기 어려운 것이 있으니, 그것을 주시오."

 

"비구들이 얻기 어려운 것이 무엇입니까?"

 

"술이 필요하오."

 

"필요하시면 내일 와서 마음대로 가져 가십시요."

 

다음날 아침, 사가타 존자가 카우샤암비이의 상주 집에 가자, 상주는 맛있는 음식과 술을 대접하여 마음껏 먹었습니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사가타 존자는 술에 취해 얼마 가지 못하고 길에 쓰러져서 먹은 것을 모두 토하였으며, 뭇 새들이 냄새를 맡고 어지러이 울었습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아시면서도 짐짓 아난에게 물으셨습니다.

 

"새들이 무엇 때문에 우느냐?"

이에 아난이 그 일의 전말을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사가타 비구가 지금과 같다면 작은 용도 항복시키지 못할 것이다."

 부처님은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술 마시는 이에게는 열 가지 허물이 있다. 첫째는 얼굴빛이 나쁘고, 둘째는 힘이 적어지고, 셋째는 눈이 밝지 못하고, 넷째는 성내는 형상을 나타내고, 다섯째는 가산을 탕진하고, 여섯째는 질병이 더하고, 일곱째는 싸움이 늘고, 여덟째는 명예가 없어지고 나쁜 소문이 퍼지며, 아홉째는 지혜가 줄며, 열째는 몸과 목숨이 다하여 삼악도 (三惡道)에 떨어지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부터 나를 스승이라 하는 이는 초목이라도 술 속에 넣었던 것은 입에 넣지 말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사가타 비구를 꾸짖으신 뒤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사가타 비구, 이 어리석은 사람은 여러가지 유루(有漏 : 번뇌)의 곳에서 가장 처음으로 계를 범하였다. 지금부터 비구들에게 계를 제정해 주어 열 구절의 이치를 모으고 바른 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리니, 마땅히 계를 말하는 이는, '어떤 비구가 술을 마시면 바일제(波逸提 : 다른 이에게 참회하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지는 죄)이니라.'라고 하라.


술이라 함은 나무술(木酒), 멥쌀술, 보리술 등 만드는 재료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다. 이 술은 빛, 향기, 맛으로도 마시지 말지며, 혹 어떤 술은 빛과 향과 맛이 없는 것도 있지만 마셔서는 안되느니라. 그러나 비록 술빛, 술향기, 술맛이 있더라도 사람이 취하지 않으면 죄가 없느니라. 그리고 범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병이 있어 다른 약으로는 고치지 못하므로 술에 약을 타거나 술을 종기에 바르는 것은 모두 범하지 않는 것이니라. 또 처음 계를 제정하기 전이거나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힌 때는 범한 것이 아니니라."

 

음주계를 제정하실 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출가보살은 물론이거니와 재가보살도 함부로 술을 먹어서는 안됩니다. 좋은 결과보다 나쁜 결과가 훨씬 많은 술을 함부로 마시는 그 자체가 이미 어리석음입니다. 재가보살 또한 설혹 마시더라도 취하거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일타스님의 범망경보살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