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난타(難陀)와 라후라(羅睺羅) 94

근와(槿瓦) 2014. 10. 3. 02:29

난타(難陀)와 라후라(羅睺羅) 94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난타가 세존의 가르침을 받아 욕심을 가까이하는 생활에서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었다. 어느 날, 난타는 혼자 숲속에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담화의 꽃이 피는 일이 드물 듯이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오심은 드문 일이다. 이제 부처를 만나뵌 기쁨으로서도 수행에 힘써 열반의 즐거움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자의 마음 속에까지도 악마는 오히려 달아나지 않고 파고들려고 했다. 난타의 마음을 알게 된 악마는 가비라 성의 후궁에 나타나 손타리 난타(孫陀利難陀) 공주에게,

 

기뻐하라, 비여. 몸을 꾸미고 기악(伎樂)을 울리며 즐거워하라. 그리운 이는 집에 돌아와 그대의 품안에 안기리.

 

라고 부추겼다. 난타 공주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몸을 꾸미고 방을 장식하고 기악을 울리며 낭군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바사닉왕도 이 소문을 듣고서 크게 놀라 급히 난타가 사는 숲속으로 달려갔다.

“대왕이시여, 무슨 일로 이와 같이 급히 오셨습니까. 안색이 좋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소문에 의하면 존자는 출가를 그만 두고 집에 돌아온다든가, 돌아가리라고 한다기에 그것이 염려되어 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난타는 미소를 머금고,

“대왕은 세존으로부터 저의 일을 들으신 일이 없는가. 저는 미혹을 끊은 이상 다시 미혹이 생기는 일은 없습니다.”

“아직 그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오늘 소문에 의하면 존자께서 공주한테 환속하여 다시 돌아간다는 소식이 전해져 공주는 전같이 아름답게 꾸미고 지난 날의 방에 꽃을 장식하며 존자의 돌아옴을 기다리고 있다 합니다.”

“대왕이시여, 출가한 저에게는 정적의 즐거움, 열반의 즐거움이 있으되 탐욕은 무서운 불구덩이, 꿀을 바른 칼날입니다. 이 정적한 숲속에서 쉬며 시원한 감로(甘露)의 법수를 마시는 자가 어찌 또 검의 덤불에 들어 해로운 악을 쓰겠습니까. 저는 탐욕의 맹화가 일어나는 것을 알고 욕류(欲流)와 생사류(生死流) 무명류(無明流)를 뛰어 넘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모조리 끝마쳤고 행해야 할 일을 다 행했던 것입니다.”

“그와 같이 듣고 보니 나로선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마음 편히 돌아갑니다.”

악마는 아직도 끈질기게 난타를 꾀었다.

 

모습은 꽃인 양 향기롭고 얼굴은 달처럼 깨끗하다. 현가(絃歌)가 흐르는 춘야(春夜)에 어찌 아내 곁에 돌아가지를 않나.

 

난타는 이 목소리를 꾸짖고 노래하였다.

 

옛날 나도 이 마음이어서 싫증도 없이 욕심으로 얽히고설켜 늙음과 죽음으로 줄달음쳤네. 그랬건만 이제 난 사랑의 깊은 못을 건넜네. 더러움 없고 물드는 일이 없으니 왕의 자리도 지겹기만 한데, 참된 가르침이야말로 믿음직스럽도다. 악마여, 떠나가거라.

 

제자들은 이 일을 전해 듣고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은,

"난타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용모를 갖추고 탐욕이 강하지만 그것을 잘 제어하여 오관(五官)을 지키고 음식에 양을 알고 밤에도 눕지 않고 면려하며 지혜와 행을 완성시킨 자이다.”

라고 찬탄하였다.

 

 

어느 날 아침, 세존이 가사를 입고 바리때를 들고 사위성에서 탁발하고 계시려니까, 라후라 역시 장삼을 걸치고 바리때를 들고 수행하였다. 세존은 돌아보며 말씀하시기를,

“라후라야, 삼세(三世)의 모든 사물은 다 내 것도 아니요, 나도 아니요, 나의 자아임도 아니다. 바른 지혜에 의해 여실히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세존은 물(物)에 대해서만 그와 같이 말씀하십니까?”

“라후라야, 사물과 같이 마음도 모름지기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때 라후라는 생각하기를 ‘오늘 세존께서 친히 저에게 가르침을 주셨다. 탁발을 갈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되돌아가 어떤 나무 아래 이르러 몸을 꼿꼿히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앉아 있었다. 그것을 본 사리불(舍利弗)은 가까이 가서 말했다.

“라후라여, 염식(念息)을 닦아라. 자주 염식을 행하면 큰 이익이 있다.”

저녁때 선정에서 일어난 라후라는 세존께 나아가,

“세존이시여, 염식(念息)은 어떻게 닦아야 하옵니까. 또 어떠한 큰 이익이 있사옵니까?”

라고 물었다. 세존이 말씀하셨다.

“라후라야, 숲속이나 나무 밑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가서 몸을 꼿꼿이, 마음을 바르게 하고 앉아서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데도 마음을 하나로 하되,

 

-길게 숨을 들이쉴 때에는 길게 숨을 들이쉬는 일을 자각하고,

-짧게 숨을 들이쉴 때에는 짧게 숨을 들이쉬는 일을 자각하며,

-길게 숨을 내쉴 때에는 길게 숨을 내쉬는 일을 자각하고,

-짧게 숨을 내쉴 때에는 짧게 숨을 내쉬는 일을 자각하여, 온 몸에 자각하며,

숨을 들이쉬고 또는 내쉬도록 단련하고 몸을 진정시켜 숨을 들이쉬고서 숨을 내쉬어라.

마음을 진정시켜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쉬도록 단련하고 또 마음에 얽매임이 없이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쉬어라.

무상을 관하고 해탈을 관하고서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쉬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들고나는 숨을 염하고 되풀이하여 행하면 큰 이익이 있고 마지막의 호흡은 무의식 속이 아닌 의식의 속에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다. 라후라야, 이것이 곧 염식(念息)을 닦는 법이다.

 

라후라야, 또 지평등(地平等)의 행을 닦아라. 이 행을 닦으면 일어나는 호오(好惡)의 감정에 마음이 사로잡히는 일이 없다. 비유하면 대지는 청정한 것이 놓이거나 부정한 것이 놓이거나 싫어하지 않고 마다하지 않는 것과 같다. 또 수평등(水平等)의 행을 닦아라. 이 행을 닦으면 일어나는 감정에 마음이 사로잡히는 일이 없다. 비유컨대 물에 정갈한 것을 흘리거나 부정한 것을 흘리거나 이것들을 싫어하지 않고 마다하지 않는 것과 같다.

 

라후라야, 또 자, 비, 희, 사(捨)의 행을 닦아라. 자의 행을 닦으면 노여움을 물리칠 수 있고, 비의 행을 닦으면 고뇌를 물리칠 수 있으며, 희의 행을 닦으면 불만스러운 생각을 물리칠 수 있고, 사의 행을 닦으면 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물리칠 수가 있는 것이다.

 

라후라야, 또 부정의 상념을 닦아라. 무상의 상념을 닦아라. 부정의 상념을 닦으면 야만심이 없어진다. 라후라야, 이러한 염식을 닦으므로서 얻은 이익은 큰 것이다.”

라후라는 세존의 가르침을 기뻐했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