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백발(白髮) 93

근와(槿瓦) 2014. 9. 30. 00:39

백발(白髮) 93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이윽고 미희라국(彌稀羅國)에 들어가 마카제바(摩佉提婆)라고 불리는 침엽수 밑에 머무셨다.

어느 날, 그 숲속의 어느 곳에서 세존이 미소를 지으시는 것을 보고 아난은 생각했다. ‘세존은 까닭 없이 웃으시는 일이 없다. 무엇인가 이유가 있으리라’하고 세존께 그 까닭을 물었다. 세존은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먼 옛날 이 미희라에 마카제바라는 바른 왕이 있었다. 법에 의해 나라를 다스리고 한 달에 여섯 번 재계를 행했다. 아난이여, 왕은 몇 천년 동안 왕위를 즐긴 뒤, 어느 날 이발사를 불러 말하기를 ‘언제라도 내 머리털에서 흰 머리털을 보거든 나에게 알리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몇 천년을 지난 뒤 그 이발사는 왕의 머리에 한 가닥의 흰 머리를 찾아내고 이것을 왕에게 알렸다. ‘대왕이여, 신의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흰 머리가 생겼습니다’며 족집개로 뽑아 왕의 손바닥에 놓았다. 이것을 보고 왕은 이발사에게 포상을 내리고 태자를 불러 마지막 훈계를 하며 말하기를 ‘왕자여, 나에게 신의 사자가 나타나셨다. 인계(人界)의 즐거움을 이미 누렸으니 지금부터는 천계(天界)의 즐거움을 구할 때이다. 이제부터 출가한다. 태자여, 그대도 머리에 흰 머리를 보게 되거든 장자에게 왕위를 물려 주고 출가하는 게 좋다. 지금 나는 이 훌륭한 전통을 정하는 것이므로 길이 끊어지지 않게 계승하되, 그 전통의 마지막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난이여, 마카왕은 이렇게 출가하여 마카제바라고 불리는 침엽수 밑에 머물러 자(慈), 비(悲), 희(喜), 사(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을 닦고, 이 세상의 목숨이 끝나자 범천의 세계에 태어났던 것이다. 그후 자손은 이어 내려오며 출가를 하여 사무량심을 닦아 천계에 태어났지만, 그 마지막 왕은 니미(尼彌)라고 불리는데 법에 의해 나라를 다스리고 한 달에 여섯 번 계를 닦은 바른 왕이었다.

아난이여, 어느 날, 도리천(忉利天)의 선법당(善法堂)에서 제신들의 모임이 있었고, 그곳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니미왕은 바른 왕이므로 마카제바의 백성은 참으로 행복하다.’그러자 제석천이 말하기를 ‘신들이여, 그대들은 니미왕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가’고 말했다. 그때 니미왕은 보름날의 재계일로, 머리를 감고 재계를 지키고 높은 다락 위에 앉아 있었다. 제석천은 곧 니미왕 앞에 나타나 말했다. ‘대왕이여, 당신은 참으로 행복하시다. 도리천의 신들이 모여 당신을 찬탄하고 있었다. 신들이 당신을 보고 싶다고들 한다. 대왕이여, 나는 천 필의 말을 맨 수레를 보내겠으니 그 수레를 타고 신의 세계에 올라오도록 하오’라고 말했다. 니미왕이 제석천의 초대를 승낙하자 제석천은 곧 천계로 돌아갔다.

 

 

천계에서 제석천은 마부인 마다리(摩多利)를 불러 곧 니미왕을 맞이하도록 일렀다. 마다리는 분부를 받고 니미왕을 찾았고, 그 소청에 의해 악업을 지은 자가 악과를 받고 있는 길과 선업을 지은 자가 선과를 받고 있는 길의 중간을 통해 도리천의 선법당으로 인도되었다. 신들은 니미왕이 오는 것을 보자 맞이하였고 왕의 덕을 찬탄하며 천계의 즐거움을 맛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왕은 신들의 호위를 사절하고 미희라로 돌아가 재계의 행(行)을 지키고 법에 의해 나라를 다스렸으며, 흰 머리를 보자 장자에게 나라를 물려주고 마지막 훈계를 한 뒤 출가를 하여 사무량심을 닦아 범천계에 태어나게 되었다. 왕의 장자는 카라라자나카라 부르며 그 조상이 정한 전통을 깨고 출가치 않아 마지막의 사람이 되었다.

 

 

아난이여, 마카왕을 남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늘의 내가 바로 그 왕이었다. 그러나 그때 내가 정한 전통은 번뇌를 없애고 적정으로 이끌어 열반에 들도록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범천계에 태어나게 했을 뿐이다. 아난이여, 지금 내가 정하는 좋은 전통은 번뇌를 없애고 정적으로 이끌어 열반으로 들게 하는 것이다. 그 좋은 전통이란 무엇이냐. 즉 정견(正見), 정사(正思),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정진(正精進), 정념(正念), 정정(正定)의 팔정도(八正道)가 그것이다. 아난이여, 너희들은 이 정해진 좋은 전통을 이어받아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그 마지막의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존은 많은 제자들을 데리고 다시 교사라국을 유행했고 사라(沙羅)라는 바라문의 마을에 이르렀다. 마을 사람들은 세존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서로가 권하여 찾아 뵙고 다음과 같이 물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어떤자는 죽어 지옥에 떨어지고 어떤 자는 천계에 태어나는 것이옵니까?”

“그대들이여, 그것은 법에 맞지 않는 행, 옳지 않는 행의 인에 의해 어떤 자는 지옥에 떨어지고, 또 법에 의한 행, 바른 행의 인에 의해 어떤 자는 천계에 태어나는 것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간단한 말씀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부디 자세히 설법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너희들은 잘 들어라. 이 몸에 세 가지의 비법행(非法行)이 있다. 이 말에도 네 가지의 비법행이 있고 이 뜻에도 세 가지의 비법행이 있다.

 

 

몸의 세 가지라 함은 여기서 어떤 사람이 살생을 한다. 마음이 거칠고 피를 즐기고 생물에 대한 자애가 없다. 또 도둑질을 하며 주지 않는 것에 손을 대고 음탕한 짓을 한다. 이것이 세 가지 몸의 비법행이다.

 

말의 네 가지 비법이란 알면서 두려움이나 이득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사람의 사이를 이간하는 말을 하고, 함부로 남에게 심한 비난을 하고, 필요치 않는 수다를 부린다. 이것이 말의 네 가지 비법행이다.

 

뜻의 세 가지 비법이란 욕심장이로서 남의 이득까지 범하겠다는 뜻을 품는다. 성을 내고 사악한 마음을 품고 남의 괴로움을 통쾌하게 생각한다. 사악한 견해를 품고서 보시도 필요 없다. 공양도 필요 없다. 업보도 없다. 효행 정절(孝行貞節)등의 도덕도 없고, 깨달음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뜻의 세 가지 비법행이다. 이 몸과 입과 뜻의 비법행의 인에 의해 어떤 자는 죽어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몸의 세 가지의 비법한 행을 행하지 않음을 인으로 하여 어떤 사람은 천계에 태어나는 것이다. 이 신, 구, 의의 열 가지 비법을 피하고 법대로 행하는 자는 소망대로 어떠한 세계에도 태어날 수가 있다. 또 온갖 번뇌를 멸하여 현재에 깨달음을 얻고자 생각한다면, 그 소망대로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사라의 마을 사람들은 세존의 가르침을 기뻐하고 저마다 평생 가르침의 제자로 삼아 주실 것을 원하였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