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1600-32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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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말했으나 그만두지 않았다.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사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그런데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어떤 비구가, 걸식할 때 앞뒤의 차례를 지키지 않고, 또 음식을 거듭 받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비구들이 두 번 세 번 충고하였으나 듣지 않고 도리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상좌들께서도 차례를 지키지 않으면서 왜 나만 꾸짖는 것입니까?' 그래도 저희 모든 비구들이 세 번이나 그에게 충고했습니다만 듣지 않으므로 세존께 아뢰는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게 여기시어 법답지 않게 행동하는 일이 없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넓은 늪에 큰 호수가 있고 거기에 큰 코끼리가 살고 있는데, 그 코끼리들은 연뿌리를 뽑아 진흙을 씻어버린 뒤에 그것을 먹는다. 그렇게 먹고 나면 몸은 살찌고 기분은 유쾌하며, 힘이 세고 즐거움이 많다. 그들은 그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코끼리는 몸집이 작은 데다 바짝 말랐다. 그 코끼리는 큰 코끼리를 본받아 연뿌리를 뽑았으나 깨끗이 씻을 줄 몰라 진흙 채로 그것을 먹고는, 소화시키지 못하여 몸은 살찌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으며 갈수록 여위어만 간다. 그런 인연으로 죽거나 혹은 죽을 고생을 한다. 그와 같이, 나이 많고 덕망이 있는 비구들은 오랫동안 도를 배워 즐기고 장난질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았으므로 스승이 찬탄하는 바이고, 그밖에 밝은 지혜로 범행을 닦는 사람들도 역시 그를 칭찬한다. 이런 비구들은 도시나 시골 작은 마을에 기거하면서 이른 아침마다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할 때에도 몸과 입을 잘 단속하고, 모든 감관을 잘 단속하여 마음을 집중시켜 생각을 잡아매고,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믿게 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그 믿음을 변하지 않게 하며, 혹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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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의복 · 음식 · 침구 · 의약 따위를 얻더라도 거기에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탐하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으며, 미혹하지도 않고 그것을 좇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거기에 허물과 우환이 있는가를 보고 벗어날 길이 있는가를 본 뒤에 그것을 먹거나 쓴다. 그것을 먹거나 쓰고 나서는 몸과 마음이 유쾌하고 윤택해지며 혈색과 힘을 얻는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언제나 편안하고 즐겁다. 그러나 저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비구는 법과 율에 익숙하지 못해, 여러 장로(長老)들을 의지해 작은 마을에 기거하면서, 이른 아침마다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에 몸도 잘 보호하지 못하고 감관의 문을 지키지도 못하며, 생각을 한결같이 잡아매지도 못해서, 믿음이 없는 사람을 믿게 하지도 못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은 변하게 하며, 혹 재물 · 의복 · 음식 · 침구 · 탕약을 얻으면 곧 거기에 물들고 집착하며, 그것을 탐하고 좇아서 거기에 허물과 우환이 있는가를 보지 못하고, 벗어날 길이 있는가를 보지 못하며, 즐기고 탐하는 마음으로 먹고 쓰기 때문에 몸이 유쾌하거나 윤택하지 못하고 안온하거나 즐겁지도 못하다. 그는 이러한 음식으로 인연하기 때문에 점점 죽음[死]으로 향해 가거나 혹은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
죽음이라고 말한 것은 계를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거나 바른 법과 바른 율을 잃어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고, 죽을 고생이라는 것은 바른 법과 율을 범하고 죄의 모양을 알지 못하며, 죄를 제거해 없앨 줄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는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큰 코끼리가 연뿌리 뽑아 물에 씻어 먹을 때 다른 종류의 코끼리도 그걸 본받지만 진흙을 묻힌 채로 먹나니 진흙 채로 먹기 때문에 여위고 병들어 마침내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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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84. 장수경(長壽經)[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한림(寒林) 속의 무덤 사이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명(壽命)은 매우 촉박하여 점점 저승길[後世]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착한 법을 부지런히 닦고 모든 범행(梵行)을 닦아야 한다. 태어난 사람 치고 죽지 않는 이는 없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부지런히 방편을 세워 착한 법을 한결같이 닦지 않고, 훌륭하고 옳은 법을 닦지 않는구나. 그 때 악마 파순(波旬)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瞿曇)은 왕사성 한림 속의 무덤 사이에 머물고 있으면서 여러 성문(聲聞)들을 위해 (사람의 목숨은 매우 촉박하여……(내지)……훌륭하고 옳은 법을 닦지 않는구나) 하고 설법하고 있다.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저들을 교란하리라.'
악마 파순은 소년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게송으로 말했다. 늘 중생들을 핍박하면서도 인간 세상에서 오래도록 살 수 있고 혼미하고 취해 마음이 방일해도 죽는 곳으로 향해가지 않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는 악마가 와서 교란시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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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중생들을 핍박하고 못살게 굴면 세상에 태어나 수명이 매우 짧으리니 열심히 닦고 수행하고 정진하되 불에 타는 머리를 구원하듯 하라. 잠깐이라도 게을리 하지 말지니 죽음의 악마 갑자기 닥쳐오리라. 네가 곧 악마인 줄 나는 아나니 여기에서 어서 썩 사라지거라. 하늘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부끄럽고 근심스러워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85. 수명경(壽命經)[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있는 한림 속의 무덤 사이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행(行)은 무상(無常)한 것이다. 모든 행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편안한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내지)……모든 유위(有爲)의 행들은 마땅히 그쳐야 할 것이요 싫어해 여의어야 하며, 좋아하지도 말고 거기에서 해탈해야 하느니라. 그 때 악마 파순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왕사성에 있는 한림 속의 무덤 사이에 머물고 있으면서 여러 성문들을 위해 (이 모든 행들은 무상한 것이어서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내지)……모든 유위의 행들은 마땅히 그쳐야 할 것이요 싫어해 여의어야 하며, 좋아하지도 말고 거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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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해야 한다)고 설법하고 있다. 내가 저곳에 가서 저들을 교란하리라.' 파순은 곧 젊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했다. 수명은 낮이나 밤이나 흘러 다하여 없어질 때가 없다. 수명이 늘 오고 가는 것이 마치 저 수레바퀴 도는 것 같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는 틀림없이 악마가 교란시키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낮과 밤은 항상 흘러가고 바뀌니 목숨도 따라서 점점 줄어든다. 사람의 목숨이 줄어드는 것이 마치 작은 개울물이 잦아드는 것 같네. 네가 곧 악마인 줄 나는 아나니 여기에서 어서 썩 사라지거라.
그러자 악마 파순은 '사문 구담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부끄럽고 근심스러워하면서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1086. 마박경(魔縛經)[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있는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밤에 일어나 거니시다가[經行], 새벽이 되자 발을 씻고 방...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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