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뢰다화라(賴託惒羅)의 출가 89

근와(槿瓦) 2014. 9. 22. 01:21

뢰다화라(賴託惒羅)의 출가 89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또 구루(俱流) 나라에 도를 전하고 유로타(鍮蘆吒) 마을의 북쪽 시섭화원(尸攝惒園)에 계셨다. 그 나라의 사람들은 세존의 이름을 경모하여 사방에서 이곳에 모여 법을 듣고서 마음이 몹시 기뻤다. 사람들 가운데 마을의 장자 아들로 뢰다화라가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가 버린 뒤에 세존께 공손히 배례하며 말하였다.

"제가 만일 집에 있고 보면 번거로운 집안 일로 가르침대로 행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저의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만일 양친의 허락을 받는다면.”

하고 말씀하셨으므로, 그는 부득이 집에 돌아가 부모의 허락을 청했다. 부모는 놀라며 말하였다.

“내 아들아, 너는 우리 집 외아들로서 자나깨나 변함없는 애정을 받아 왔다. 설사 너의 목숨이 끝나더라도 우리는 너를 저버릴 수가 없다. 하물며 어찌 생이별을 견딜수가 있겠느냐?”

그러나 뢰다화라는 오직 출가를 바라마지 않았으며, 양친은 앞서의 말을 되풀이하며 이것을 만류하자 그는 땅에 누워 식음을 끊은지 이레나 되었다. 부모도 그곁에 가서 거듭 사정하기를,

“내 아들아, 너의 몸은 연약하여 앉는데도 잠자는데도 언제나 좋은 침상을 썼다.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일은 쉬운 노릇이 아니므로 집에 있으면서 시주가 되어 복을 닦는 게 좋으리라.”

뢰다화라는 입을 다물고서 대답하지 않았다. 많은 친척이나 아는 사람들이 부모의 부탁을 받고서 그에게 번갈아가며 출가의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말하여 생각을 돌이키도록 설유하였지만, 그의 마음은 비가 내릴 적마다 굳어지는 대지처럼 설득을 더 할수록 출가의 일념을 굳혔다. 친척들도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부모에게 말하기를,

“뢰다화라의 원을 들어주라. 그가 만일 그 소원처럼 출가의 도를 즐긴다 하더라도 이승에서 다시 만날 수는 있다. 만일 또 그 도를 즐길 수가 없다면 부모의 집에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이대로 그의 소원을 가로막는다면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되리라.”

양친도 이치를 좇아,

“도를 배우면 반드시 돌아와 우리들을 찾아보도록 하라.”

이렇게 말하며 아들의 출가를 허락하였다. 뢰다화라는 친척들로부터 이 허락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바로 시섭화원에 계신 세존께 나아가 출가의 허락을 받고 제자가 되었다.

 

 

그는 그뒤 기원정사로 갔으며,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채찍질하고 도를 닦아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 이윽고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는 여기서 고향에 돌아가 부모를 찾아뵈리라 마음먹고 세존의 허락을 청하자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지금 고향에 돌아간다 하더라도 계율을 버리고 욕의 도를 행하는 그러한 염려는 없다. 가서 아직 구원 받지 못한 자들을 구제하고 깨닫지 못한 자들을 구제하고 깨닫지 못한 자를 깨달음에 들도록 하라.”

그는 공손히 분부를 받아 자기 방에 들어가 침구를 꾸리고 옷을 갈아 입고 바리때를 들고서 유행(遊行)의 길에 올랐으며, 드디어 유로다 마을의 북쪽인 시섭화 동산에 이르러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튿날 마을에 들어가 집집마다 걸식을 하며 아버지의 집에 이르렀다. 이때 아버지는 뜰에서 머리를 빗고 있다가 뢰다화라의 모습을 보더니 욕하기를,

“저 대머리의 나쁜 출가자 때문에 나는 그지없이 사랑을 쏟은 외아들을 빼앗겼다. 대를 이을 자식이 없으므로 우리 집은 망하고 말았다. 그 같은 자에게 음식 따위를 줄 수 있겠는가.”

뢰다화라는 이 말을 듣고서 재빨리 문을 나왔지만 그때 하녀가 쉰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고자 나온 것을 보고서 그녀를 불러, 그 음식을 바리때에 받았다. 하녀는 뢰다화라임을 알고 급히 이것을 주인에게 알렸는데, 아버지는 놀라며 기뻐하고 왼손으로 옷자락을 여미고 바른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아들의 뒤를 쫓았다. 어떤 벽을 향해 서서 쉰 음식을 먹고 있는 아들을 발견하자 기가 막혀,

“오오 뢰다화라야, 너는 어째서 그와 같은 상한 음식을 먹게끔 되었느냐. 또 어찌 된 까닭으로 이 마을에 왔으면서도 부모의 집에 돌아오지 않느냐?”

하고 물었다. 그는 조용히,

“거사(居士)시여, 저는 아버지의 집에 들어갔지만 시주를 받지 못하고 다만 욕설만 들었소이다. 때문에 재빨리 그곳을 나왔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사리를 좇아 아들에게 빌었고, 공경하는 마음으로써 부축하며 위로하고 정중히 집에 초대한 뒤 아내에게 그 자초지종을 말하였다. 아내는 춤추듯이 기뻐하고 즉시 음식 준비를 갖추는 한편 종에게 일러 금은이며 재보를 산더미처럼 쌓아올리고 뢰다화라에게 가서 말하였다.

“오오 내 아들아, 이 보물은 어머니의 것이다. 아버지의 것은 얼마쯤 있는지 모른다. 지금 이 보물을 남김없이 너에게 줄테니 부디 출가를 그만 두고 집에 돌아와 보시의 덕을 쌓도록 해라.”

그는 조용히 어머니를 타이르듯 말하였다.

“어머니, 저를 위해서라면 보물을 커다란 자루에 넣어 수레로 운반하여 항하의 깊은 물 속에 남김없이 집어넣어 주십시오. 왜냐하면 사람은 이 재보 때문에 수심과 슬픔에 얽매이고 참된 즐거움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마음을 재보로써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젊은 여자들을 예쁘장하게 단장시키고 그에게 시중들게 하였다. 그들은 상냥하게 그에게 다가와서 말하였다.

"당신은 왜 나이 젊은 저희들을 버리고 쓸쓸히 도를 닦고 계시나요?”

“누이들이여, 나는 색을 낚기 위해 출가한 것이 아니로다. 바야흐로 도를 얻어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마음에 구하는 바도 없다. 아름다운 누이들도 나에게는 조금도 필요치가 않다.”

그들은「누이」라고 불리우면서 경원되고 있음을 알고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울음을 터뜨렸다.

이때 뢰다화라는 부모에게,

“두 분께서는 어찌하여 저를 이렇듯 번거롭게 만드시는 겁니까. 만일 음식을 시주하실 뜻이 있으시다면 속히 시주해 주십시오.”

라고 말하는데, 부모는 몸소 일어나 물을 뿌리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바쳐 마음껏 먹도록 하였으며, 작은 자리를 그의 옆에 마련하고 거기에 앉았다.

그는 부모를 위해 부처의 법을 설했고 기쁨에 넘치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의 노래를 불렀다.

 

 

아름다운 머리 장식, 보배의 영락, 짙은 청색의 눈썹, 먹으로 그린 그림같은 초승달 눈썹도 깨달음을 얻은 사람에게는 보람이 없네.

수놓은 옷으로 냄새 풍기는 몸을 장식하고 온갖 향을 피웠지만, 모두가 거짓의 환상이어라. 사로잡힌 사슴이 그물을 끊고 그 문을 부수듯 난 이제 먹이를 버리고 떠나가리라. 어느 누가 계박을 즐기랴.

 

 

노래를 부르고 나더니 그는 곧 떠나 유로다원에 이르러 어떤 나무 밑에 앉았다. 그때 나라의 임금 구뢰바왕(拘牢婆王)이 성을 나와 숲속에서 노는데, 근시(近侍)의 알림으로 뢰다화라에 다가가자 수레에서 내려 곁에 자리를 잡고 문답을 했다. 왕이 물었다.

“만일 그대의 집이 몰락했기 때문에 출가했다고 한다면 나는 많은 재보를 그대에게 베푸리라. 출가를 그만 두고 집에 돌아가 보시를 행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는 대답하기를,

“왕이시여, 그것은 저에 대한 바른 대우가 아니다. 만일 왕이 저를 향해서 이 나라는 잘 다스려져 백성은 평안하고 오곡 또한 여물어 두려움도 다툼도 없고 음식도 빌기 쉽다. 만일 왕께서 저더러 ‘이 나라에 머무르면 나는 법을 좇고 지키리라’고 하신다면 올바른 대우라고 할 수 있으리라.”

왕은 그가 말한 대로 말하고 다시 말을 바꾸어,

“존자이시여, 출가하는 원인에 네 가지가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첫째는 오래 앓아서 욕심을 채울 수가 없기 때문에,

둘째는 나이 늙어 몸의 자유를 잃고 즐기는 바가 없기 때문에,

셋째는 재물을 잃어 의식(衣食)의 일이 중하기 때문에,

넷째는 가족과 사별(死別)하여 세상을 덧없이 보기 때문이다.

그렇건만 존자는 나이도 젊고 건강하고 집도 넉넉하고 가족도 변고가 없다. 어째서 모든 즐거움을 버리고 출가를 하셨소?”

뢰다화라는 대답하였다.

“왕이시여, 저는 부처가 가르치시는 네 가지 사항에 따라 출가했다. 이것은 사람으로서 피할 수 없는 고뇌이다.

왕은 현재와 젊었을 때를 비교하여 기력이나 무술에 쇠함이 없는가.

또 왕은 병상에 있으며 심한 고통을 받을 때, 신하들에게 그 고통을 대체시킬 수가 있겠는가.

또 왕은 아무리 부와 영화가 있더라도 죽음을 피할 수가 있겠는가. 죽음이 올 때는 물건을 버리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는 참으로 의지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왕이여, 게다가 사람에게는 끝이 없는 욕심이 있다. 이 나라는 지금 부유하고 영화를 누리고 있더라도, 만일 어떤 사람이 동쪽에 풍부한 나라가 있다고 왕에게 고한다면, 왕은 군사로서 그 나라를 뺏으려고 하리라. 남, 서, 북의 각 방향에도 그러한 나라가 있다면 왕은 마다않고 그 나라들을 공략하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참으로 이 세상에는 만족한 일도 없고 물리는 일도 없다. 그것은 물건 때문이 아니고 인간의 애착지심이 인간에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왕이시여, 나는 이것을 피하기 어려운 네 가지 사항으로 보고서 출가하여 도를 얻었던 것이다.”

 

 

재물 있는 사람도 어리석음 때문에 베풀지 않고, 얻으면 더욱더 구하고 아껴 모은다. 하늘이 땅을 다스린다 하더라도 탐욕은 여전히 나라와 나라를 갈구해 마지않는다. 탐욕이 없어지기 전에 목숨은 다하여 처자는 울고 쌓인 장작 속에 재가 되리라.

죽을 때는 아내도 자식도 좇지 못하고 재물도 소용없어 부자도 걸인도 다를 바 없네.

어리석은 사람, 죄를 만들어 스스로를 결박하고 농익어서 떨어지는 과일마냥 곧잘 망집의 어둠으로 드네.

마음은 아름다운 독을 즐기고 욕심 때문에 해침을 받는다.

 

 

왕이여, 이것을 깨닫고서 나는 부처의 도에 들어갔다오.

왕은 이 가르침을 받자 신심을 일으켜 기뻐하며,

“존자는 능히 망집에서 벗어나셨다. 나는 지금부터 존자에게 귀의하겠습니다.”

"왕이여, 나에게 귀의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와 법과 승가에 귀의하는 게 좋습니다.”

왕은 가르침에 좇아 착실한 신자가 되었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