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오무기 왕자(五武器王子)와 효도의 길 88

근와(槿瓦) 2014. 9. 20. 00:03

오무기 왕자(五武器王子)와 효도의 길 88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많은 제자를 데리고 아라비로부터 사마케이터를 지나 사위성으로 들어서 기원 정사에 머무르셨다. 그때 어떤 제자가 지금까지 면려하며 닦았지만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으므로 마침내 나태한 마음을 일으켜 뒤뚱거렸다. 세존은 상기한 일을 경계하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먼 옛날 베나레스에 범달왕(梵達王)이란 왕이 있었다. 그 왕자는 오무기라고 이름하며, 멀리 타카시라에게 배웠고 학업을 마치고 돌아가고자 할 때, 스승이 다섯 개의 무기를 주며 도중 각별히 조심하라 하면서 따뜻하게 주의를 주었다.

왕자는 길을 재촉하여 베나레스로 돌아 오는 도중, 어느 날 숲속에 이르렀는데 사람들이 만류하며 말하기를 ‘이 숲속에는 유모(油毛)라는 야차가 살고 있어 누구 한 사람 무사히 지나간 자가 없으니 가지 않는 편이 좋으리라’고 말했지만, 스스로 믿는 바가 있는 왕자는 이 사람들의 만류를 귀담아 듣지 않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바로 숲속 중간쯤에 이르렀다고 생각될 무렵 과연 야차가 나타났다. 야차는 나무만큼이나 키가 크고 쟁반처럼 둥근 두 눈은 불길마냥 번쩍이고 날카로운 송곳니와 독수리와 같은 부리는 뾰족하기만 한데, 배는 자주빛으로 부풀어 올랐으며 손바닥, 발뒤꿈치는 검푸르게 번쩍이고 온몸에 털이 덮인 괴물이었다. ‘어디에 가냐, 멈춰라, 나의 밥아!’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처음부터 고함을 지른다. 왕자는 조용히 대답했다. ‘나는 이 숲속에 들어올 적부터 그대를 만날 것을 예측했다. 내 곁에 온 것은 그대의 불운이다. 나의 손에는 독화살이 있다.’이렇게 말하며 독화살을 시윗줄에 메겨 휙하고 당기자 독화살은 야차의 몸에 맞았지만 단지 가볍게 야차의 털에 붙었을 뿐으로 몸뚱이는 상하지 않았다. 몇 개를 쏘아도 쏘는 화살마다 모두 야차의 털에 붙었을 뿐이었다. 야차는 그 화살을 뽑아 발아래 짓밟고 왕자에게 다가왔다. 검을 뽑아 베었으나 검은 털에 달라붙고 창을 갖고서 찔렀으나 창은 털에 빨려 들어가고 몽둥이도 쓸모가 없어, 어느 것이나 단지 야차의 비계에 들러붙을 뿐이었다. '야차야, 너는 일찍이 오무기라고 하는 내 이름을 들은 일이 없느냐. 나는 이 숲속에 이르렀을 때 나의 화살이나 검이나 창이나 몽둥이를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고 나 스스로를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무쇠 같은 주먹맛을 맛보아라’하고 오른손으로 치면 오른손은 털에, 왼손을 갖고서 치면 왼손도 털에, 좌우의 발도 찰싹 달라붙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좋아, 그렇다면 이 머리로 박살을 내 주겠다’하고 머리로써 가슴을 받으면, 머리도 털에 달라붙어 왕자의 몸뚱이는 허공에 매달렸다. 그러나 왕자는 조금도 공포심을 보이지 않고 졌다는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야차도 그 용기에 놀라 이 숲속에서 이렇듯 배짱이 센 인간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지만, 어째서 이 작은 인간이 죽음을 겁내지 않는 것일까 하고 이상히 여기고서 물었다. ‘너는 지금 완전히 내 손아귀에 있는 것인데 너는 어째서 조금도 겁내지를 않느냐?’‘겁내다니 야차야, 누구라도 한번은 죽지 않으면 안되는 게 아니냐. 하물며 나는 아직도 하나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내 뱃속의 금강의 무기이다. 너는 나를 잡아먹더라도 그 무기를 소화시키지 못한다. 금강의 무기는 너의 뱃속에 들어가 안에서 너를 잘게 자르고 너를 죽음의 운명으로 몰아 세우리라. 그러므로 나는 조금도 겁내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야차는 놀라며 생각했다. 이 젊은이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다만 이렇듯 용감한 젊은이의 고기 한점이라도 나는 소화시킬 수가 없다. 놓아줘야지. ‘젊은이여, 라후(羅睺=월식의 신의 손)에서 달이 달아나듯이 나의 몸에서 떠나 급히 돌아가 어버이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어라.’‘오냐 야차야, 나는 돌아가마. 그러나 네가 이렇듯 고기를 먹는 야차가 된 것도 모두 전생의 업이다. 만일 이 죄를 언제까지라도 계속한다면 너는 더욱더 어둠 속에 빠지리라. 나를 만난 것을 계기로 앞으로는 더 죄를 범하지 않는 게 좋다.’왕자는 이것을 기회로 오악(五惡)을 경계하고 오선(五善)을 설하자, 야차도 설법을 기뻐하며 오계를 받기에 이르렀다. 왕자는 그 다섯 가지의 무기를 가지고 무사히 베나레스에 돌아오고 부왕의 뒤를 이어 바른 정치를 폈던 것이다.

제자들이여, 이 이야기를 잘 음미하라.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애써 노력하면 마침내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세존의 덕화(德化)는 왕궁의 안에까지 미쳐 말리(末利) 부인을 비롯하여 비(妃)들은 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뻐하며, 사람의 몸도 얻기 어려운데 더구나 불타의 출세는 만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들은 정사(精舍)로 자주 세존을 찾아뵙기가 어렵고 세존께 직접 가르침을 듣는 일도 매우 드물다고 생각하고서, 어느 날 왕께 모쪼록 대왕의 허락을 얻어 교단의 제자를 초대하고 싶다고 청하므로 왕은 기꺼이 이것을 허락하였다.

어느 날, 왕이 화원에 놀러 가려고 생각하여 준비를 하고 있으려니까 그곳에 화원지기가 와서 말하기를 ‘세존께서 들어오시어 나무 아래 계신다’고 했다. ‘알았다’고 대답하고서 왕은 일어서서 수레를 몰아 화원으로 세존을 찾아갔다.

세존은 나무 아래에 자리를 점하시고, 그 발 밑에 한 사내가 웅크리고 앉아 무엇인가 가르침을 받는 모양이었다. 왕은 이것을 보고 잠시 주저했지만 저런 태도로 세존의 가르침을 듣고 있는 것을 보면 덕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안 될 것이라고 안심하며 세존께 다가가서 배례를 하고 자리를 잡았다.

한 사나이란 차타파니라는 신자인데, 세존을 신봉하는 일이 두텁고 지금도 세존을 모시고 가르침을 받고 있으므로 세속의 왕을 맞이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배례한다는 것은 세존께 예를 결하는 일이다 생각하여 그대로 있었다.

왕은 이 모양을 보고서 마음 속으로 심히 불쾌하여 울화가 치밀었다. 세존은 왕의 심정을 아시고 왕의 마음을 달래실 속셈으로 그가 지혜를 갖추고 깨달음을 얻은 유덕한 사람임을 말씀하셨다. 왕은 세존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 사람이니 만큼 보통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고

“무엇이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들려주시오.”

라고 자청했다. 차타파니는 다만

“고맙소.”

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날도 왕은 세존의 가르침에 기쁨을 느끼고 후궁들의 청을 잊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왔다. 며칠인가 지난 어느 날, 기원 정사로 가는 도중에 또 차타파니를 만나 불러서 말했다.

“세존으로부터 듣자하니 그대는 박학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의 후궁들이 모두 법을 듣고 싶다하므로 부디 법문을 들려주시오.”

차타파니는

“법을 설하는 일, 특히 궁중에 들어가 설법한다는 것은 재가자에게 있어 걸맞지 않은 것입니다. 그것은 승가가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거절했다. 바사닉왕의 원에 의하여 아난은 세존의 분부를 받아 그로부터 매일 후궁에 가서 설법하게 되었다.

어느 날, 아난이 후궁에 가자, 후궁은 모두 수심에 쌓였고 설법에 의해서도 기쁨의 빛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까닭인즉 왕관에 달려 있던 귀한 보석을 누군가에게 도둑 맞아 후궁이 모두 그 엄한 혐의 아래 놓였기 때문에, 누구나가 목숨에 관계되는 왕의 노여움을 겁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난은 이 말을 듣자 염려할 것 없다고 위로하며 왕께 가서 말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고 찾아내는 길이 있으니 그것에 따르도록 하십시오. 흙덩이로 옥을 만들어 혐의가 있는 사람들에게 주고, 내일 새벽까지 이러저러한 곳에 놓아 두라 분부하시고서, 내일 아침 그것을 조사하십시오. 만일 하룻만에 나오지 않으면 이틀 사흘 하시는게 좋소. 그렇게 하면 누구도 괴롭히지 않고 보옥을 무사히 찾으리다.”

왕은 이 가르침을 받아들여 실시해 보았지만, 그래도 나오지 않았다. 사흘째 되는 날, 아난이 왕궁에 오니, 아직도 효력이 없단 말을 듣고서,

“이번에는 커다란 물독에 물을 가득 담아 그것을 밀실에 두고 휘장을 치고서 그 안에 한 사람 한 사람 들여보내되 옷을 벗고 손을 씻고 나오도록 명령하십시오.”

라고 가르치고서 돌아갔다. 왕은 그렇게 하였다.

보석을 훔친 자는 생각했다. ‘아난 존자가 계속 애를 쓰시는데, 옥이 나오지 않으면 나올 때까지는 끈질기게 계속하리라. 이때에 옥을 내놓는 것이 좋겠다’고 옥을 가지고 그 방에 들어가 잠자코 물독 속에 집어 넣고 나왔다. 모든 사람이 차례로 그 일을 마친 뒤 물독을 비웠더니 보석이 발견되었고 누구 한 사람 괴롭히는 일 없이 왕의 손에 돌아와 이 사건은 수습되었다.

이 소문이 참츰 전해져 기원 정사의 대중들 귀에까지 들어갔다. 어느 해질 무렵, 제자들이 모여 아난의 지혜를 찬양하고 있으려니까 세존이 문득 그곳에 나타나셨으므로 제자들은 그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드렸다. 세존은 이것을 듣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제자들이여, 먼 옛날에도 그러한 일이 있었다. 베나레스의 왕이 많은 비(妃)들을 데리고 화원에서 놀았다. 즐거운 한때를 보낸 뒤에, 여러 비들은 영락을 풀고 옷을 벗고서 맑은 물이 담긴 연못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그때 왕비는 진주 목걸이를 풀어 윗도리에 싸서 상자에 넣어 한 시녀에게 지키게 하고서 물에 들어갔다. 앞서부터 나무 그늘에 숨어 이것을 보고 있던 한 마리의 암원숭이는 시녀의 거동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시녀의 주의가 이완되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자 달아나는 토끼처럼 뛰어나와 그 목걸이를 훔쳐 나무 위에 올라가 다른 원숭이에게 들키면 안 되겠다고 나무 구멍에 숨겨 놓고 시치미를 뗀 채 살피고 있었다. 시녀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자 속이 흐트러지고 맡았던 소중한 진주 목걸이가 없어졌다. 놀라 비명소리를 지르자 근시(近侍)인 무사들이 달려왔다. 시녀는 졸고 있는 새에 잃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므로 방금 한 사나이가 나타나 목걸이를 강탈해 달아났다고 알렸다. 이리하여 무사는 팔방으로 흩어져 도둑을 쫓았다.

한 시골뜨기 사나이가 그 근처에 있었는데, 이 소리를 듣고 놀라 달아나려 하는 것을 붙잡아 캐물었다. 그 사나이는 고문이 겁이나 무고한 죄를 뒤집어 쓴 채 허위로 자백했고 왕 앞에 끌려나가 숨긴 장소를 다그침 받았다.

“대왕이시여, 저 같은 가난한 자에게 무엇 하나 값나가는 물건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그런 보물을 훔쳐 보았자 써먹을 길도 모릅니다. 장자의 분부를 받아 훔쳐서 장자에게 건네 주었습니다‘고 발뺌을 했다. 장자를 불러 물었더니 ’마름에게 주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마름에게 물었더니 ’‘악사에게 주었습니다’고 말했다. 악사에게 묻자 ‘창부에게 주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창부를 불러 물었더니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고 말한다. 그러는 새에 날도 저물어 모두 하옥되었다. 그날 밤 한 대신이 집에 들어와 생각하기를 ’이것은 이상한 사건이다. 목걸이가 없어진 것은 화원 문을 굳게 지키고 외인이 훔칠 리가 없다. 또 안에 있는 사람이 훔쳐서 달아날 수도 없을 것이다. 그 가난한 사나이가 장자에게 주었다고 하는 것은 단지 모면하려는 구실일 것이고 장자가 마름에게 주었다고 하는 것은 마름을 끌어들여 살아나겠다는 수작이리라. 마름이 악사를 끌어댄 것은 어차피 옥에서 며칠인가 지내야만 될 것이라면 악사를 데리고 즐거운 음악이라도 듣겠다는 것일테고 악사가 창부한테 주었다고 하는 것은 하다 못해 한 사람쯤은 아름다운 얼굴이라도 갖추고 싶다는 것이리라. 이것은 아무래도 달리 훔친 자가 있어야만 되는데, 그 꽃밭에는 원숭이가 떼지어 있으므로 암원숭이 중의 어떤 것이 숨긴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은밀히 부하를 보내어 옥 안을 살피게 했더니, 과연 다섯 사람은 서로 책망하며 마음 속을 털어 놓았다. 다섯 사람의 죄 없음을 알자 대신은 수많은 원숭이를 붙잡게 한 뒤 그것에 일일이 거짓 옥으로 만든 목걸이를 달게하여 꽃밭에 놓아 주었다. 원숭이들이 크게 기뻐하며 목걸이를 짤랑거리면서 꽃밭 속을 쏘다니고 있는데, 예의 암원숭이는 그같은 가짜 구슬의 목걸이가 무엇이냐, 진짜인 진주 목걸이는 이것이라는 듯 우쭐대며 숨긴 장소에서 꺼내어 목에 걸고 나왔다. 이것을 지켜 보고 있던 관리들은 재빠르게 이것을 발견하고 빼앗아 대신에게 가져갔다. 대신은 왕에게 그 목걸이를 돌려드리고 다섯 사람의 무죄를 증명했다. 왕은 기뻐하며 다음의 노래로써 대신을 칭찬했다.

 

 

싸움에는 용자요, 회의에는 진지한 사람, 좋은 일은 사랑하는 자에게, 유사시에는 지혜 있는 사람이야말로 소망되도다,

 

 

제자들이여, 먼 옛날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아난은 바로 일단 유사시에 촉망되는 지혜자이다.”

 

 

사위성에 신심이 두터운 한 젊은이가 있었다. 아버지가 죽은 뒤는 어머니를 잘 봉양하고 여생이 짧은 어머니의 안락을 그 소원으로 무엇 하나 부자유함이 없도록 섬기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자식이 성인이 되었건만 아내도 맞지 않고 자기를 섬겨 주는 것이 기뻤지만, 아내를 맞이하도록 권해도 듣지 않으므로 몸소 한 아가씨를 택하여 집에 데려다가 며느리로 삼았다. 젊은이는 어머니의 인자로움을 기쁘게 여겼고 집안은 화목하고 단란하여 때때로 정사에 찾아가서는 세존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는데, 며느리는 별안간 마음이 변하여 시어머니를 미워하기 시작했고 남편에게 권하여 시어머니를 딴 살림을 하도록 충동질했다. 이 때문에 화락한 소리는 집안에서 끊기고 다투는 고함소리가 생기어 번뇌로 더럽혀진 바람이 일어났다. 그러나 젊은이는 쉴새 없이 부처의 힘을 얻어 참고 견디었으며 마침내는 아내도 고집을 꺾고 또다시 성의껏 시어머니를 섬기게끔 되었으며, 평화의 기쁨이 다시 집안에 찾아오게 되었다. 젊은이는 어느 날 세존 앞에 나아가 법을 들으며 세존이 어머니를 잘 봉양하고 있느냐 하는 물음에 지금까지의 지난 일을 말씀드렸다. 세존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여 효자를 격려하셨다.

 

 

“젊은이여, 옛날 그대와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돌어가신 뒤에 어머니를 소중히 모시는 효성스런 아들이 있었다. 어머니가 같은 문벌의 딸을 데리고 와서 짝을 지어 주자 처음에는 집안도 원만했지만, 여자 끼리의 응석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자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내쫓을 궁리를 했다. 효성스런 아들도 여자의 마음에 이끌려 잠시 어머니를 밖에 내보낼 결심을 했으므로, 어머니는 울며불며 친척 집을 의지하고 바느질 품삯 등으로 근근히 생계를 꾸리며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집을 나가자 곧 아내는 어린이를 잉태하여 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으며, 남편이나 이웃 사람들에게 ‘이걸로서도 시어머니가 나쁘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그 사람이 집에 있을 동안은 얻고 싶던 어린이도 없어 쓸쓸했지만 그 사람이 없게 되자 이렇듯 좋은 아이가 태어났습니다’고 떠벌렸다. 쓸쓸하게 무미건조한 생활을 보내고 있던 어머니는 이 소리를 인편으로 듣자 분해 견딜 수가 없었다. ‘이렇다면 세상에 올바른 일이란 살아 있지 않는 꼴, 어머니를 내쫓고도 의좋게 훌륭히 세상살이를 할 수 있고 어린이까지 생겨 잘되기만 하니. 세상에 정의는 죽은 것이나 같은 격, 이젠 정의의 장례식이나 치러야지’하고 마음을 전도하여 남비와 국자와 쌀을 가지고 묘지에 갔다. 근처에 있는 물에 들어가 백의를 걸치고 머리를 흐트리면서 쌀을 씻기 시작했다. 때마침 제석천(帝釋天)이 인간의 세계를 둘러보고 있다가 이 꼴을 발견하고 딱하게 여겨 바라문의 모습이 되어 어머니 앞에 나타나 ‘그대는 그와 같은 짓을 하기 전에 잘 생각해 보는 게 좋다. 누가 그대에게 정의가 죽었다고 이야기했는가. 힘이 세고 천 개의 눈을 가진 올바른 법인 내가 죽지는 않았잖느냐?’아니요, 확실히 정의는 죽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이 영화를 누리고 있는 게 그 증거요, 어린이가 없었던 집의 며느리가 저를 내쫓았는데도 어린이가 생겼고 남편을 다그쳐서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닙니까?’‘여인이여, 곧 법이기도 한 나는 이렇듯 확실히 살고 있다. 나는 그대를 위하여 이 세상에 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대의 나쁜 며느리도 손자도 나의 불로 함께 태워버리자.’이 말을 듣자 어머니는 놀라며 손자가 타면 큰일이라고‘웬걸이요, 신이여, 모쪼록 저의 며느리도 손자도 저도 의좋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여인이여, 그대가 학대 받더라도 그대 스스로 바른 길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대는 귀여운 손자나 며느리와도 화목하게 살 수가 있으리라. 겁낼 것은 없다. 그대의 아들도 며느리도 나의 힘으로 깨닫게 되어 지금쯤 그대를 맞이하고자 이곳에 오리라. 애써 게을리 하지 않고 선을 닦으라’고 이르고 모습을 감추어 천계(天界)로 돌아갔다.

 

 

과연 아들과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찾아 무덤에 왔고 지금까지의 쌓인 죄를 빌고 어머니를 모시고 집에 돌아가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젊은이여, 스스로 법을 버리지 않는 자에게는 법은 영원히 죽는 일이 없다. 어머니를 소중히 여기고 집안이 화목하게 살도록 하라.”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