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주(阿摩晝)의 가계(家系) 86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사케이타에 들어가서 다시 북쪽으로 나아가 교사라국을 유행하셨으며, 이차능가라(伊車能伽羅)라는 바라문 마을에 이르러 그 숲속에 들어가셨다. 그때 비가라사제(沸伽羅娑提)라는 이름 높은 바라문이 바사닉왕(波斯匿王)의 봉함을 받아 풍부한 욱가라(郁伽羅)라는 마을에 살고 있었다.
비가라사제는 전부터 석가족의 태자가 출가하여 부처가 되셨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으므로, 세존이 자기 동리 근처인 이차능가라에 오셨다는 말을 듣자 자기의 제자인 아마주(阿摩晝)를 불러 말하였다.
“아마주야, 교답마가 이차능가라의 숲속에 머물러 있다는데 교답마의 명성을 너도 듣다시피 신들의 이름보다도 높이 알려져 있다. 그러니 그대는 지금부터 교답마한테 가서 그가 과연 그와 같은 분인지 아닌지 알고 오너라.”
“스승이여,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하면 알 수가 있사옵니까?”
“아마주야, 우리들의 책에 설흔 두 가지의 대인상(大人相)이 씌여 있다. 이 대인상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만일 집에 있을진대 천하를 다스리는 왕자가 되고, 출가를 하면 부처가 되어 세간의 어둠을 제거해 주시리라는 것은, 더 일찍이 나에게서 들었으리라.”
이리하여 아마주는
“알았습니다.”
하고 대답하면서 수레를 몰아 이차능가라의 숲속으로 들어갔으며, 많은 제자들이 숲속을 거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교답마는 어디 계십니까?“
제자들은 은근히 마음 속으로 ‘이 젊은이는 이름 있는 가문의 태생으로 또 유명한 비가라사제 바라문의 제자이니 만큼, 세존이 만나시는 것도 좋으리라’생각하고 아마주에게 말하였다.
“저 닫힌 문의 안쪽이 세존의 방이지요. 조용히 다가가서 헛기침을 하고 문을 두들기십시오.”
아마주는 가르쳐 준 대로 헛기침을 하고 문을 두들겼더니, 세존은 문을 열고 방에 들게 하셨다. 아마주는 방에 들어가 선 채로 또 걸으면서 앉아 있는 세존에게 인사를 올렸다.
세존이 말씀하셨다.
‘아마주여, 지금 앉아 있는 나에게 대하여 그대가 선 채로 또 걸으면서 인사를 하는 것은 나이 먹은 바라문에게 그 제자가 하는 바라문의 인사법이라고 생각하느냐?“
“교답마여, 그렇지가 않다. 걷고 있는 바라문에게는 걸으면서, 서 있는 바라문에게는 선 채로, 앉아 있는 바라문에게는 앉아서 인사하는 게 도리이다. 그러나 머리를 깎은 천한 출가자에게는 지금 내게 한 인사로 족한 것이다.”
‘그런데 아마주여, 그대가 여기에 온 것은 무언가 볼 일이 있어서이리라. 그 볼 일을 생각해 보도록, 그대는 자기의 학식을 자랑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나쁜 교양을 받지 않고서야 어찌 그와 같은 짓을 할 수가 있을까?“
아마주는 세존의 이 말씀에 화를 내고 세존을 꾸짖는다.
“교답마여, 석가 종족은 참으로 잔인하고 화를 잘 내고 사나와 바라문을 존중하거나 공양할 줄을 모른다. 그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못 천한 자이다.
나는 일찍이 스승의 심부름으로 가비라 성에 간 일이 있지만, 석가 종족은 공회당에 모여 손가락으로 서로 찔러대며 장난치고 한 사람도 나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는 자가 없었다. 생각컨대 나에 대해서 확실히 비웃고 있었으므로 바라문을 존중하고 공양할 줄을 모르는 자못 천한 자들이다.“
“아마주여, 작은 메추라기는 자기의 둥우리 안에서는 자기의 마음대로 지저귈 수가 있듯이, 석가 종족도 자기의 성 안에서 자유롭게 즐기고 있을 뿐이다. 이런 작은 일은 화를 낼 일도 아니다.”
“교답마여, 바라문과 찰제리와 비사와 수다라의 네 계급은 엄연한 존재이다. 이 네 가지 계급 중 뒤의 세 계급은 바라문을 섬겨야 할 자이다. 석가 종족이 천한 계급이면서도 바라문에게 존경과 공양을 하지 않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그때 세존은 생각하셨다. 이 젊은이는 부질없이 석가 종족을 천하게 깔보고 있지만, 만일 그의 가계를 들려 준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아마주여, 그대는 어떠한 가문인가?”
“나는 칸하야나의 가문이다.”
“아마주여, 만일 그대의 가계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조사해 본다면, 석가 종족은 주인뻘이 되고 그대는 그 하인의 자손임을 알게 되리라. 전하는 바에 의하면 석가 종족의 조상은 감자왕(甘蔗王)으로서 왕은 그 애비(愛妃)가 낳은 왕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형인 네 왕자를 나라 밖으로 추방했던 것이다. 이 추방된 사람들은 히말라야 산의 기슭인 연못가에 나라를 세워 그 자손이 석가 종족이 되었던 것이다. 또 그 감자왕의 하녀로 데사라고 불리는 계집이 있었는데, 누구의 자식인지 모르는 검둥이 아들을 낳고 칸하라고 불렀다. 칸하는 태어나자 마자 곧 ‘어머니, 저를 씻어 주세요. 어머니, 이 더러움을 깨끗하게 해 주세요. 그러면 어머니의 복이 됩니다’고 한 말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때 사람들은 ‘검둥이(칸하)가 태어났다. 악마가 태어났다’고 말했던 것인데. 그것이 칸하야나 가문의 조상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젊은이들이 참견하였다.
“아마주를 너무 심하게 말씀하지 마시옵소서. 아마주는 집안도 좋고 훌륭한 조상도 가졌고 학문도 깊으며, 웅변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하녀의 자손이라고 경멸을 하지 마시옵서소.“
“젊은이들이여, 만일 그대들이 아마주가 무식하여 나하고 논의를 하는데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아마주를 제쳐놓고 그대들 자신이 묻도록 하라. 만일 그렇지 않다면 아마주에게 자유로이 말을 시키도록 하라.”
세존은 다시 말씀하셨다.
“아마주여, 나는 이제부터 도리에 맞는 질문을 하고자 생각하지만 그 물음에는 자기의 좋고 나쁨을 떠나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말을 얼버무려 달아나는 일이 있다면, 그대의 머리는 일곱 조각으로 갈라지리라. 아마주여, 그대는 바라문의 기숙들이 칸하야나 가문의 기원을 여하히 설명하고 있었는지 들은 일이 있는가?”
아마주는 이 물음에 대하여 잠자코 대답하는 바가 없었다. 세존은 말씀하셨다.
“아마주여, 지금은 잠자코 있을 때가 아니다. 부처에게 세 번씩 물음을 받고 잠자코 있으면 머리는 일곱 조각으로 깨지고 말리라.”
그때 아마주의 눈에는 새빨갛게 달은 커다란 창을 손에 잡고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이 몸을 가눈 금강수 야차(金剛手夜叉)의 모습이 비쳤다. 아마주는 이 무서운 모습에 몸서리를 치고 세존에게 보호를 청했고 세존 곁에 바싹 다가앉으며,
“세존이 무엇을 분부하셨는지 다시 한 번 들려주십시오.”
라고 말씀드렸는데, 세존의 말씀을 듣고서,
“분부한 대로입니다.”
고 자백하였다. 젊은이들은 아마주의 이 자백을 듣고 별안간 아마주를 깔보는 생각을 일으켜 ‘계집종의 자손이여’라고 욕했다. 세존은 이것을 구제하려고 칸하의 위대했음을 말씀해 주셨다.
“젊은이들이여, 칸하는 고행을 쌓아 위대한 성자가 되고 데칸 지방에서 뛰어난 주문을 배웠는데, 어느 날 감자왕한테 와서 왕녀인 쿠츠다루우피를 아내로 맞이하겠노라고 청했다. 가문의 전통을 자랑으로 삼는 감자왕은 크게 성내며 화살을 메겨 칸하를 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화살은 시윗줄을 떠나지를 않고 손은 화살에서 떨어지지 않아 어찌할 수가 없게 되었다. 신하들은 놀라 칸하에게 빌고 왕을 용서해 줄 것을 청하자, 칸하는 말했다.
‘만일 왕이 화살을 아래로 향하여 쏘면 왕의 국토는 남김없이 균열을 보게 되리라. 만일 위를 향해 화살을 쏘면 칠년 동안 왕의 영토에 비가 내리지 않으리라. 태자를 모셔다가 화살을 쏘도록 하는 게 좋다. 태자의 털 한 올도 다치지 않게 되리라’고 하였다. 이리하여 칸하의 말대로 무사할 수가 있었으며, 감자왕도 칸하의 위대한 힘에 겁을 먹고서 청하는 대로 왕녀를 준 것이다.“
세존은 이어서 아마주에게 말을 걸어 바라문과 찰제리의 우열을 논했고 계보나 성씨를 자랑하는 어리석음을 가르쳤으며, 지혜와 계행을 갖춘 자가 인간이나 신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라고 말씀하셨다.
‘교답마여, 그 지혜와 계행이란 어떠한 것이옵니까?“
“아마주여, 더할 데 없는 지혜와 계행을 갖추는데는 종성(種性)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계보도 필요치 않다. 나하고 그대는 어울린다거나 적당하지 않다든가 하는 일은 혼인할 경우에만 필요한 일로서 종성에 계박되고 계보에 계박되고 지위의 고하(高下)에 계박되고 있는 사람은 더 할데 없는 지혜와 계행을 마침내 갖출 수가 없는 자이다.”
이리하여 세존은 지혜와 계행이 어떠한 것인가를 설했고, 온갖 선정에 의한 마음의 수양을 가르친 뒤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아마주여, 계행과 지혜의 구족을 몸에 갖추고자 하더라도 영원히 실현시킬 수가 없는 네 가지 것이 있다.
첫째로는 어떤 출가자가 나는 땅 위에 떨어진 열매만으로 목숨을 잇겠다고 여러 가지 모양의 자루를 가지고 숲속에 들어가 머물러 산다.
둘째로는 땅 위에 떨어진 열매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으므로 열매나 나무 뿌리로 목숨을 잇겠다고 호미와 광주리를 갖고서 숲에 들어간다.
셋째로는 열매나 나무 뿌리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으므로 마을이나 고을 근처에 화실(火室)을 만들어 불을 섬기며 중생들의 보시에 의해 목숨을 잇고 불을 섬기는 공덕으로 효험을 얻으려고 한다.
넷째로는 고을의 큰 네거리 한가운데에, 문이 사방으로 달린 오두막집을 엮고서 여기에 살며 사방에서 오는 출가자에게 힘이 닿는 한 보시를 하여 효험을 얻으려고 한다.
아마주여, 이것들은 모두 형식에 구애되는 것으로써 영원히 지혜와 계행을 구족하지를 못하고, 다만 겨우 그 지혜와 계행을 구족한 사람의 시자가 될 정도인 자이다. 그렇지만 아마주여, 그대는 일찍이 스승으로부터 지혜와 계행을 구족해야 할 법의 가르침 받고 그만한 행을 한 일이 있느냐?”
“교답마여, 없습니다. 저는 그 분부인 지혜와 계행을 갖추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아마주여, 그대는 제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지혜와 계행을 갖추지도 못하고 또 이들 행마저도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그대의 스승인 비가라사제 바라문은 대머리인 출가자로 비천한 검둥이다. 신의 발뒤꿈치에서 태어난 자이다. 그런데도 존귀한 바라문과 말을 나누고자 생각하고 있다니 얼마나 괘씸하냐고 욕을 하고 있다. 이것은 그대 스승의 죄의 하나이다.
아마주여, 게다가 그대의 스승인 비가라사제는 바사닉왕의 봉함을 받고는 있지만 왕 앞에 나아가 의논에 참여할 수는 없는 자이다. 이야기가 있을 때에는 휘장을 사이하고 말하는 자가 아닌가. 아마주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사닉왕이 대신들과 의논을 하고 있음을 듣고서 한 노예가 ‘왕은 이렇게 말했다. 대신은 이와 같이 말했다’고 할 뿐인데도 그 노예는 왕이며 대신일 수가 있는 것일까. 마치 이와 같은 것으로 지금 사람들이 노래하고 있는 성주(聖呪)의 작자인 옛 성자들을 흉내내어 성주를 외우고 노래한다고 하여 그대는 성자이고 성자의 지위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일까. 아마주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라문의 기숙들에 의해 이야기되는 옛 성자들을 지금 그대가 제자의 한 사람으로서 행하듯 머리털이나 수염을 손질하고 몸에 향수를 뿌리고 화환이나 팔찌를 끼고 흰 옷을 입고서 오욕을 누리며 즐기고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교답마여,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성자들은 지금 그대가 하고 있듯이 새하얗게 밥을 지어 검은 낱알을 제거하고 많은 즙(汁)과 채(菜)로 간을 맞춘 흰 밥을 먹고 장식품을 단 여자들이 옆에서 시중을 들게 하고, 꼬리를 땋은 암말의 수레를 타고 긴 채찍으로 채찍질하고 해자를 에워싼 성채(城砦)를 쌓고 검을 가진 병사들에게 수비되는 성에 살고 있었던 것일까?”
“교답마여,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마주여, 그렇다면 그대는 성자도 아니고 성자의 지위에 도달한 자도 아니다. 아마주여, 그러나 무엇인가 나에 대해 의심나는 거라도 있으면 물어 봐라.”
세존은 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와 경행(經行)을 하셨다. 아마주도 또한 세존을 따라 경행하였고 세존의 법력에 의하여 설흔 두 가지 대인상을 남김없이 볼 수가 있어, 작별 인사를 하고서 돌아갔다.
그때 비가라사제 바라문은 욱가라 마을을 나와, 많은 바라문들을 이끌고 숲속에 들어가 아마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주는 돌아와 스승께 배례하고 세존과의 사이에 주고 받은 이야기를 자세히 말하자 비가라사제는 크게 화를 내며 말하였다.
“너는 무슨 이 얼빠진 현자냐, 이 무슨 지자이랴. 너는 지옥에 떨어질 죄를 범하고 왔다. 너는 존귀한 교답마의 일을 이렁저렁 말하는 자이므로 나가지 깎아 내려지고만 꼴이다.”
비가라사제는 아마주를 발길질하고 나서 스스로 세존을 만나러 가고자 했으나 때가 너무나 늦었다고들 주위의 사람들에게 만류되어 집에 돌아와 공양할 음식을 준비시키더니 이튿날 채 날이 밝기 전에 햇불을 들고 세존께 나아가 아마주의 죄를 빌었고, 세존의 옥체에 설흔 두 가지 대인상이 갖추어진 것을 보자 식사에 초대하여 세존의 가르침을 기꺼이 받았다.
세존은 보시의 이야기, 지계의 이야기, 생천(生天)의 이야기, 욕심의 위험과 추함을 설한 뒤 욕심을 여의므로서 얻는 이익을 가르쳤고 차례로 법문을 설하여 그 마음을 화락하게 했으며, 다음으로 제불독이(諸佛獨爾)인 사제(四諦)의 가르침을 설하셨다. 비가라사제는 흡사 깨끗한 흰 천이 물감에 물들 듯이 가르침의 빛에 물들어져 평생 신자로 세존께 귀의하였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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