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광야귀(曠野鬼) 야차(夜叉) 85

근와(槿瓦) 2014. 9. 14. 01:05

광야귀(曠野鬼) 야차(夜叉) 85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존은 길을 조금 뒤로 되돌아와 아다비에서 쉬시였다. 그 무렵 이 고장에는 아라와카라고 불리는 흉악한 야차(夜叉)가 있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때에 아라비왕이 사냥을 나갔다. 사냥감을 쫓으며 단신 길 없는 곳에 이르러, 그 돌아오는 길에 피로를 풀기 위하여 성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커다란 니구로타수의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이때 아라비왕은 야차에게 붙잡혀, 하루에 한 사람씩을 제물로 보내겠다는 약속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도둑질을 하여 사형 선고를 받은 자가 제물로써 보내졌지만 죄인이 없어지자 갓난아이를 보내고 그것도 거의 다함으로 마지막에는 왕의 귀여운 왕자가 그 슬픈 무거운 짐을 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성 안 사람들은 모두 가슴을 움켜쥐고 떨고 있었다.

 

 

세존은 이 광경을 보고 가엾게 여기시고 성 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단신 야차의 집을 찾아 가셨다. 마침 그때 아라와카 야차는 히말라야 산에서 야차의 모임이 있어 부재중이었지만, 세존은 문지기인 가르바란 야차에게 광폭함을 말하며 거부하였는데 세존의 두세 번의 부탁에 그렇다면 주인에게 일단 알리고 오겠습니다 하고 히말라야 산을 향해 달려갔다. 세존은 궁전 안에 들어가 자리를 정하시고 야차의 여자들에게 법화(法話)를 들려주어 기뻐하게 하면서 때가 이르기를 기다렸다. 사타갈라라는 야차는 평소 세존을 믿고 있었는데 이날 히말라야 산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마침 이 아라와카 야차의 궁전 위를 날으고 있었지만, 세존의 법력으로 날을 수가 없었다. ‘어쩐 일인가’하고 수상히 여겼으나 세존을 뵙고 법문을 듣고서 다시 하늘을 날아 회의에 참석했으며, 아라와카 야차의 옆에 자리를 잡더니,

“오늘은 너에게 복된 날이다. 세존께서 너의 집에 숙박하셨다.”고 축하하였다.

 

 

아라와카 야차는 광폭한 성질인데다가 공경할 줄을 모르는 자여서 자기의 허락도 없는데 집에 들어가 주인이나 된 듯 여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보고 크게 성을 냈으며, 게다가 사타길라 야차가 세존의 덕을 칭송해 마지 않으므로 더욱더 화가 나서,

“나는 아라와카이다. 오늘이야말로 본때를 보여주고 말테다.”

하며 급히 돌아와 바람을 일으켜 비를 내리고 검을 던지고 화살을 퍼붓고 창으로 찌르고 불을 뿜으며 공격했지만, 그 같은 무기는 한결같이 세존의 옥체 가까이에 이르자 신기로운 꽃이 되어 자리의 주위에 조용히 내려 깔렸다. 아라와카는 이것을 보고 놀라면서도, 그렇다면 누구에게도 진 일이 없는 자기의 마지막 무기인 「무명」으로 덮어 씌우려고 세존의 몸에 펼쳤다. 이 무명을 펼칠 때에는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고 땅은 메마르고 바닷물도 줄고 산까지 무너진다는 것인데, 세존 앞에서는 아무런 위력도 발하지 못하고 발 씻을 걸레 정도의 무명이 되어 떨어졌을 뿐이었다.

 

 

이 광경에 놀란 야차는 생각했다. 이 무서운 무기마저 쓸모가 없다는 것은 아마도 그의 자비심에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그를 초조하게 만들고 나서 싸운다면 이길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이번에는 방법을 바꾸어 꺼져버리라고 외쳤다. 세존은 야차의 마음을 누그러뜨려 가르치고 타이르고서, 그의 말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시려고 하셨다. 야차는 세존이 너무나도 순순히 자리를 일어나므로 조금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아직도 세존을 시험할 속셈으로,

“들어와도 좋다.”

고 말했으며, 세존이 자리에 앉으시자 또,

“꺼져버려.”

하고 외쳤다. 이렇게 하기를 네 차례에 이르자. 때를 엿보던 세존은,

“야차야, 나는 세 번이나 너의 말대로 했지만 이번에는 네 말한 대로는 되지 않는다. 너의 생각대로 해보라.”

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야차가 말하였다.

“좋아, 그렇다면 묻겠노라. 만약 당신이 대답할 수 없을 경우, 나는 당신의 심장을 찢어 놓고 당신의 다리를 들어 항하의 저편으로 던지겠노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야차야, 나는 온갖 세계에서 나의 심장을 찢고 나의 다리를 들어 던질 수 있는 자를 찾을 수 없지만, 네 마음대로 해 봐라.”

 

 

아라와카 야차에게는 일찍이 그 부모로부터 전해진 의문이 있었다. 야차는 언젠가는 이 의문을 풀어줄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 의문을 잊지 않고자 붉은 글씨로 금반(金盤)에 적어 간직해 두었던 것이다. 그는 이것을 생각해내고 지금 그 의문이 담긴 금반을 세존 앞에 바쳤다.

 

 

“이 세상에서 뛰어난 부(富)란 무엇이냐? 평안함을 가져다 주는 건 누구인지. 맛 가운데 맛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면 뛰어난 생활이라고 불릴까?”

“믿음은 극히 뛰어난 부이고 올바른 행은 평안함을 가져다 주고 참은 맛 가운데 맛, 지혜로운 생활이야말로 뛰어나다고 일컫는다.”

“어떻게 하면 강물을 건너고 어떻게 악미를 이기고 어떻게 번뇌를 여의며, 어떻게 청정함을 얻을까?”

“믿음에 의해 강물을 건너고 방일(放逸)을 여의며 악마를 이기고 정진에 의해 번뇌를 여의고 지혜로써 청정함을 얻으리.”

 

 

“지혜를 얻는 길은 여하히, 부를 쌓는 길은 여하히, 여하히 하면 영예를 얻고 여하히 하면 벗과 떨어지지 않을까. 현세에서 후세까지 여하히 하면 슬픔 없음을 얻으랴?”

 "성자를 믿고 깨달음의 법문을 듣고 방일하지 않으며 분별을 한다면 지혜는 얻어지리라. 행을 바르게 하고 무거운 짐에 견디고 굳이 서두르지 않는다면 부를 얻으리. 참되게 말하면 영예를 얻고 베풀어 아낌이 없으면 벗은 떠나지 않으리. 참됨과 올바름과 착실함과 베푸는 마음인 이 네 가지를 가지고 믿음이 있다면, 재가할지라도 이승을 떠나서 슬픔은 없다."

 

 

세존의 분명한 이 대답을 듣고서 아라와카 야차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지금까지 사납기만 하였던 노여움을 부끄러워하고, 세존의 가르침을 좇아 신자가 되기를 맹세하였다. 마침 그때는 날이 밝아 오는 무렵이었다. 왕궁의 사람들은 야차에게 제물을 바치기 위해 울며불며 어린 왕자를 떠메고 왔다. 보니까 무서운 야차는 세존의 무릎 밑에 엎드려 손을 모으고 머리를 늘어뜨려 배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뜻밖의 광경에 한편 놀라고 한편 기뻐하며, 약속에 의해 어린 왕자를 데려 왔으니 받아달라고 말하자, 야차는 두 손으로 왕자를 받아 세존에게 바쳤고 세존은 다시 사람들의 손에 돌려주며,

“이 왕자를 건강하게 키워 성장한 다음, 다시 나한테 데려와 주기를 바란다.”

고 말씀하셨다. 손에서 손으로 건너졌으므로 왕자는 이로부터 하타카, 즉 수공자(手公子)라고 불리게 되었다. 하타카는 성장한 뒤 세존에 의하여 목숨이 구해진 것을 알고 세존께 귀의하여 부처님 법을 기뻐하는 사람이 되었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