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 공양이 제불(諸佛) 공양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경북 팔공산 파계사 산내에 있는 성전암에 성철대종사께서 주석하실 때이다. 대종사는 보다 용맹정진을 위하여 부질없이 찾아드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단절하는 목적으로 암자 주변에 철조망을 울타리처럼 치고 있었다. 어느 겨울날이었다. 암자에 함박눈이 펄펄내리는 무렵이었다. 좁은 선실에서 선정을 닦던 대종사는 좌선에서 일어나 암자 뜨락에 내리는 눈을 묵연히 관망하시다가 두터운 누더기 옷을 입고 홀로 암자의 철조망을 벗어나 눈길을 포행(布行)하기 시작했다. 뒤를 따르려던 제자를 손으로 그냥 두라고 하시고 혼자 암자 뒷산 오솔길을 한발한발 걸어 나갔다. 눈은 무심히 대종사의 머리와 어깨에 하얀 나비처럼 날아들어 앉아 쌓여갔다.
성철대종사는 어느덧 산너머 화전민들이 사는 작은 마을까지 발길을 옮겼다. 마을은 몇 가호 안 되는 극히 가난한 화전민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대종사는 눈의 무게 때문에 금방 찌그러져 갈 듯한 토벽의 초가집들을 두루 살피시고 한 가정을 방문했다. 그 집의 사람들은 궁핍에 시달려 몸과 마음이 어둡고 찌그러졌다. 배고픈 얼굴은 슬픔과 절망만 느껴질 뿐이었다. 대종사는 소외당하고 가난한 화전민들을 위하여 부처님 말씀을 따뜻이 전해 주었다. 그들은 뜻밖에 어떤 스님이 찾아와 희망의 법어를 들려 주므로 손을 맞잡고 그저 고마워할 뿐이었다.
대종사는 화전민 마을을 다녀오신 후로 사부대중에게「중생공양이 곧 제불공양」이라고 강조하여 가르쳤다. 그 무렵부터 성전암의 철조망문이 열리는 때가 있게 되었다. 설날이나 결제 · 해제날이었다. 신도들이 불공드리고 남은 음식 - 떡, 과일 등을 깨끗이 포장하여 시자를 시켜 산너머 화전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도록 엄명하시었다. 이러한 대종사의 대자비는 대종사께서 팔공산을 떠나실 때까지 꼬박 만 10년을 두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하지 않았다. 그 후, 대종사의 법어 가운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승속간에 강조되며 살천궁행할 것을 엄히 가르쳤다. 「대중이여, 알겠는가? 중생 공양이 곧 제불 공양인 것을.」 <侍者室>
출전 : 큰빛 큰지혜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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