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큰스님 말씀

높은 분이 뵙잡니다

근와(槿瓦) 2014. 9. 1. 02:12

높은 분이 뵙잡니다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성철스님이 해인사 방장으로 주석하시며 많은 사부대중을 위하여 법어를 내리고 있는지도 어언 이십년이 된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다 헤어진 누더기 옷과 주장자, 그리고 가파른 백련암 산길을 통하여 큰절에 왕래하실 뿐이다.

 

어느날 서울에서 왔다는 신사가 은밀히 찾아와 성철스님에게「xx자문위원」이 되었다고 알리고,「높으신 분이 뵙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 신사는 당연히 성철스님이 기뻐하고 높으신 분을 영접할 거라고 내심 확신하는 듯했다.

 

하기야 다른 사람 같으면 높으신 분의 손이라도 마주잡고 싶고 마주잡는 사진이라도 보도기관에 나오기를 바라겠지만 성철스님께선 그렇지가 않았다.

 

서울에서 온 그 신사는 성철스님의 대답을 듣고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성철스님은 파안미소 속에「자문위원」은 수도승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고 말하고, 높으신 분은 정치를 청정히 하면 되는 것이지 산승은 만나서 무엇하느냐고 사양이 아닌 거절을 했다.

 

그러나 기어이 스님을 만나려면 그분 역시 저 유명한「불전 삼천배」를 해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누더기 옷에 주장자를 들고 스님은 의연히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어쩌면 성철스님의 눈으로 볼 때는 사바 세계의 중생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심(自心)을 청정케 하는 일이 급선무요, 부처님 앞에 삼천배와 함께 삼천번의 참회와 청정한 원력을 세워야 하는 지도 모른다.

 

성철스님은 주장자로 법상을 울리며 다음과 같이 세상에 외친다.

 

「길게 뻗친 만리장성은 거품 위의 장난이요, 웅대한 천하통일은 어린이의 희롱이로다. 중생들이여, 칼날 위의 춤을 멈추고 청정한 자심의 주인공을 찾아라. 무상살귀(無常殺鬼)는 어김없이 오느니」

 

성철대종사의 눈에는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하고 허상을 따라, 욕망속에 바쁘게 살다가 짧은 인생을 마감하는 중생이 한없이 가엾게 비치는 것이다. <侍者室>

 

출전 : 큰빛 큰지혜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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