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의 괴로움 56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얼마 후 세존께서는 북상하여 석가족의 가비라 성의 교외인 니구로타(尼拘盧陀) 숲속에 들어가셨다. 석가족의 왕인 마하나마는 세존 앞으로 다가가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벌써부터 세존께서 '탐욕, 진에, 우치는 마음의 더러운 때'라고 설하신 말씀을 기쁘게 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때때로 이러한 번뇌가 저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만, 저는 그것이 무언가 아직 몰라, 저의 마음에서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하나마여, 그것은 네 말과 같다. 그것은 탐욕, 진에, 우치를 너의 마음 속에서 버리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너의 뇌리에 이러한 번뇌를 버렸다면 그대는 가정에서는 살지 않을 것이며, 욕을 찾아 헤매며 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욕은 어디까지 가더라도 만족하다는 법은 없고 그 자체는 외로움에 차서 소망을 끊고 재앙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바른 지혜로써 안다고 해도, 이 욕 밖의 행복에 달하지 못하면 욕에 쫓기는 일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바르게 그와 같이 알고 동시에 욕 밖의 행복에 달하면 욕의 추수(追隨)를 여의게 될 것이다. 마하나마여, 이것은 나의 경험이다. 내가 아직 각을 얻기 전에는 '욕은 어디까지 가더라도 만족하다는 법이 없다. 그것 자체가 괴로움에 차서 희망을 끊고 재앙으로 빠져 드는 것이다'라고 바르게 알고 있었지만, 욕 밖의 행복에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그러한 욕에 언제나 쫓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후 그러한 일을 바르게 알고 동시에 욕 밖의 행복에 달하였으므로, 지금 그러한 욕의 추수를 면했던 것이다. 마하나마여, 욕의 재앙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직업에 의해 생활해 나가고 더위와 추위 속에 몸을 드러내어, 바람이나 비를 맞으며 벼룩, 모기, 뱀 등에게 물리고,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고생한다. 게다가 이같이 부지런히 힘쓰고 노력해도 부(富)를 얻을 수가 없다. 그 때문에 지치고 괴로와하고 슬퍼하면서 가슴을 치며 운다. '아아, 나의 노력은 무익하였다. 나의 노력은 보람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하나마여, 부지런히 노력한 결과로 부를 얻었다고 하자. 그는 이번에는 그 부를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로 괴로움을 맛보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왕에게 착취 당하지 않을까, 도둑에게 도난 당하지 않을까, 불에 타지 않을까, 물에 떠내려 가지 않을까, 보기 싫은 친척에게 뜯기지 않을까'하고 여러 가지로 근심한다. 그렇지만 결국은 왕에게 빼앗기고 도둑에게 빼앗기고 물에 떠내려가고 불에 타버리고 귀찮은 친척들에게 뜯긴다. 그는 지치고 슬퍼하고 탄식하면서 가슴을 치며 운다. '아아, 내 것이었던 바가 이제는 이미 내 것이 아니다.' 이것이 욕의 재앙이다. 현재의 괴로움은 모두 욕이 인이 되고 욕에 의한 것이다. 마하나마여, 또 단지 욕 때문에 왕은 왕과 싸우고 바라문은 바라문과 싸우며, 부모는 자식과 싸우며, 형제는 형제와 싸우고 자매는 자매와 싸우고 친구는 친구와 싸운다. 말다툼을 하여 드디어는 몽둥이를 들고 칼을 휘둘러 서로 죽인다. 이것이 욕의 재앙이다. 마하나마여, 또 욕 때문에 적과 동지로 갈라져 서로 방패를 들고 칼을 빼들고는 활과 전통을 메고 돌진한다. 화살은 날고 창은 휘두르며 검은 번뜩이고, 서로 찔러 관통하고 서로 목을 벤다. 이것이 욕의 재앙이다. 마하나마여, 또 이 욕 때문에 사람들은 신세를 망치고 약탈을 하며, 강도질을 하고 간음을 한다. 왕은 이런 자를 붙잡아 갖가지 형벌을 가한다. 채찍으로 때리고 몽둥이로 치고 곤봉으로 때리며, 손을 자르고 발을 자르며 귀와 코를 자른다. 머리를 베고 단근질을 하며 가죽을 벗기고 돌로 두개골을 갈아 조개 껍데기와 같이 희게 만들고, 불로 입 속을 태우며 입에서 귀까지를 째고 신체를 베로 덮어 기름을 뿌려 태운다. 손을 태우고 목에서 복사뼈까지 가죽을 또 가슴에서 복사뼈까지 가죽을 벗기고, 팔꿈치와 무릎을 쇠기둥에 못박아 놓고 주위에 불을 지르며, 두 끝이 뾰족한 바늘로 피부나 혈관을 째고 날카로운 도끼로 주사위 눈과 같이 몸을 토막내어 몸에 상처를 낸 후 소금물로 이것을 씻고 신체를 지상에 눕혀 뻗힌다. 두 귀에 철봉을 관통시켜 이것을 말아가지고 신체를 마구 때려 짚단처럼 부드럽게 하여, 신체에 몹시 뜨거운 기름을 붓고 굶주린 개의 먹이로 삼으며, 산 채로 산적 꿰듯하여 검으로 목을 친다. 이러한 고통은 모두 욕의 재앙이다. 또 마하나마여, 욕 때문에 중생들은 신, 구, 의로 죄를 쌓고, 죄 때문에 죽은 후에 지옥에 가서 여러가지 고통을 받는데, 이것이 욕의 재앙이며 미래의 고통도 또한 욕을 인으로 하고 욕에 의한 것이다. 마하나마여, 어느 때 나는 왕사성의 영취산에 체재하고 있었는데, 그때 또 이시가라 산 옆 흑암(黑巖)에 많은 니건자(尼乾子)가 선 채로 꼼짝 않고 고행을 하며 심한 고난을 당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선정에서 나와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어찌하여 그대들은 항상 선 채로 꼼짝 안 하는 고행을 하며 이 심한 고난을 감수하고 있는가?" 그들이 대답하기를, "저희들의 스승인 니건자는 전지 전견(全知全見)하여 무한한 지혜를 갖추고 있습니다. 스승은 자기 심중에는 행주좌와(行住坐臥)에 항상 지견이 열려 있다고 말하시면서 '제자들이여, 너희들은 전세에 악업을 쌓았다. 그것을 이 고행에 의해 여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신, 구, 의를 억제하고 고행에 의해 전생의 업을 타파하고, 새로 업을 짓지 않으면 미래에는 번뇌의 고름이 나오지 않게 된다. 번뇌의 고름이 나오지 않게 되면 업이 다한다. 업이 다하면 고진(苦盡)한다. 고진이면 모든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스승이 한 말씀을 저희들은 기쁘게 지키고 있사옵니다." 마하나마여,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과거에 존재했는지, 안 했는지를 알고 있는가?" "모르옵니다." "너희들은 과거에 악업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알고 있는가?" "모르옵니다." '너희들은 이미 어느만큼의 고뇌가 제거되었고 어느만큼의 고뇌가 남았으며, 어느만큼의 고뇌가 제거되면 일체의 고뇌가 말끔히 제거되는지를 알고 있는가?" '모르옵니다." "그러면 너희들은 전세에 존재했는지 안 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전생에 악업을 했는지 안 했는지조차 모른다. 또 어느만큼의 고뇌가 남았고 어느만큼이 제거되면 모든 고뇌가 말끔히 제거되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참혹하게 손에 피를 묻힌 사람들만이 니건자의 무리로서 출가하게 된다." "교답마여, 행복은 행복에 의해 얻어지지 않는다. 고뇌에 의하여 얻어지는 것이다. 만일 행복은 행복에 의해 도달하는 것이라면 빈바사라왕은 행복에 이르렀을 것이다. 왜냐하면 빈바사라왕은 교답마보다는 현재 행복한 생활을 하고 계시므로 말입니다." '너희들은 생각함이 없이 제멋대로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과연 빈바사라왕은 나보다도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오오, 교답마여, 우리들은 약간 제멋대로 사려함이 없이 말씀드린듯 하옵니다. 여기에 저희들은 교답마에게 묻겠는데, 두 사람 중 행복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이옵니까?" "니건자들이여, 그것에 대해서는 도리어 내가 묻겠다. 좋다고 생각하는 바를 대답해 달라.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빈바사라왕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않은 채 7일 7야 동안 완전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하옵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빈바사라왕은 6일 6야, 5일 5야, 4일 4야, 3일 3야, 2일 2야, 혹은 1일 1야 동안이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않은 채 완전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합니다." "너희들이여, 나는 1일 1야, 몸을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지 않으면서 완전한 행복을 느끼면서 생활할 수 있다. 또 2일 2야에서 3일 3야, 4일 4야, 5일 5야, 6일 6야, 7일 7야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지 않으면서 완전한 행복을 느끼고 생활할 수 있다. 이런 사정으로 보아 두 사람 중 보다 행복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빈바사라왕일까 나일까?" "교답마여, 그렇게 듣고 보니 그것이 교답마인 것은 물론입니다."라고 하였다. "마하나마여, 이것이 니건자들과 나와의 문답이었다." 마하나마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세존께서 역시 니구로타의 동산에 계실 때의 일이다. 세존께서 아침 일찍 가비라성에 탁발하고 그날 하루를 큰 숲 깊숙히, 싱싱한 비르바나무 밑에서 더위를 피하며 앉아 계셨다. 그때 석가족의 단다바니는 산책하러 이 숲속에 들어갔다가 무성한 비르바나무 밑에서 세존을 뵙고 세존과 인사를 교환한 다음 지팡이에 의지한 채 한쪽에 서서 말하였다. "출가자여, 당신의 주의는 어떠한 주의입니까? 무엇을 설하는 것입니까?" "벗이여, 나의 주의라는 것은 어떠한 세계에도 매달리지 않고 서는 일이다. 욕에 집착되지 않고 머물며 의심과 미혹을 여의고 산다. 죽는다는 갈애를 벗어난 참된 바라문은 이미 이것저것 말하는 상념을 좇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설하는 바의 것이다." 이런 말씀을 듣자 단다바니는 고개를 새삼 끄덕이고 혀를 홰홰 내두르며 얼굴에 주름살을 지으면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떠나가 버렸다. 세존께서는 저녁때 선정에서 일어나시어 니구로타 숲속으로 돌아와 마련된 자리에 앉아 제자들에게 그 이야기의 경위를 말씀하셨다. 그때 한 사람이 말했다. "세존이시여, 그 일은 아직 저희들로서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답하시기를, '제자들이여, 어떤 연이 있고 보면 곧 희상(戱想)이 작용하는 것이다. 만일 말할만한 것, 즐거워할만한 것, 집착할만한 것이 없다면, 이것은 실로 탐욕이란 번뇌의 종지부인 것이다. 진(瞋)의 번뇌, 견(見)의 번뇌, 의(疑)의 번뇌, 만(慢)의 번뇌, 유탐(有貪)의 번뇌, 무명의 번뇌의 종지부인 것이다. 몽둥이와 검을 들고 시비, 투쟁, 말다툼이나 서로간의 아첨, 거짓말의 끝장인 것이다. 여기에 모든 악이 남김없이 소멸된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실(私室)로 들어가셨다. 제자들은 세존께서 떠나시는 것을 보고 말했다. "벗이여, 세존께서는 이 가르침을 간략하게 설하시고 사실로 들어가셨다. '누가 이 세존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을 널리 설해 줄 사람은 없을까?' 그리고 제자들은 다시 생각하였다. '대가전연(大迦栴延)은 스승의 칭찬을 받았고 동문의 지자(智者)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그분이라면 세존께서 설한 가르침을 설명해 줄 것이다.' 우리들은 존자에게 가서 이 뜻을 물어 보자."
그리하여 그들 일행은 다같이 대가전연이 있는 곳에 가서 이 말을 했다. 대가전연은 말하기를, "벗이여, 비유컨대, 빨간 심이 있는 나무를 발견하고 그 나무에 올라가 가지나 잎에서 그 빨간 심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그대들은 스승을 떠나 나에게 그 뜻을 찾으려고 생각한다. 벗이여, 우리들의 세존이야말로 지인(知人)중의 지인이요, 견인 중의 견인으로 법의 교시자이며 의(義)의 개현자(開顯者)로 법왕이신 부처님이 아닌가. 앞서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마음에 새겨 두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대가전연이여, 참으로 말씀한 대로입니다. 그러나 당신도 스승의 칭찬을 받고 동문의 지자들로부터 존경 받는 자로 세존께서 설한 바를 널리 설명할 수 있는 분입니다. 모쪼록 우리들의 마음을 살피시어 설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설하리다. 주의해서 잘 들어 주기 바란다. 벗이여, 나는 세존이 요약해서 설하신 간략한 말씀을 광의로는 이와 같이 이해하고 있다. 눈이 색을 대하면 안식(眼識)이 일어난다. 이 눈과 색과 안식 등 세 가지가 서로 접촉하므로 감촉(感觸)이 일어나고, 감촉하는 것에 의해 감수(感受)가 일어난다. 감수하면 상념이 일어나고 상념에 의해 사유(思惟)한다. 사유하므로 분별이 일어나고, 분별하므로 그 연에 의해 여러 가지의 색에 의한 희상이라는 것이 작용한다. 벗이여, 귀, 코, 혀, 몸, 뜻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눈과 색과 안식이 없다면 눈의 감촉이 일어나지 않으며, 감수가 없으면 상념이 일어나지 않으며, 상념이 없으면 사유가 일어나지 않고 사유가 없으면 희상이라고 하는 작용도 나타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귀와 코, 혀, 몸, 뜻의 경우에 있어서도 이와 같다. 벗이여, 나는 세존께서 요약하여 말씀하신 가르침을 듣고 이와 같이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특별한 생각이 있다면 세존께 나아가서 이 뜻을 물어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새겨 둠이 좋을 것이다." 제자들은 대가전연의 설명을 듣고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 앞에 나아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저 대가전연에게 가서 세존께서 요약하여 설하신 바의 뜻을 물었습니다. 대가전연은 저희들에게 이런 식의 말로써 그 뜻을 풀어 주었습니다." "제자들이여, 대가전연은 학자이며 대지자(大智者)이다. 만일 너희들이 나에게 그 뜻을 물었다 해도 나 또한 대가전연이 밝힌 것처럼 설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리이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그와 같이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때 아난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굶주림과 피로에 지쳐 죽게 되었을 때 꿀로 만든 환약을 얻었다고 합시다. 그가 그것을 먹어 감에 따라 더욱 감미로움을 얻을 수 있듯이, 마음이 있는 현명한 불제자는 이 가르침에 따라 지혜에 의해 뜻을 묻는 것을 좇아서 더욱 만족을 얻고 마음의 기쁨을 얻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가르침을 무엇이라 이름해야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아난이여, 이 경(經)을 약 가루를 꿀에 반죽하여 환을 만든 밀환유경(蜜丸喩經)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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