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전기-19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19. 공주, 향산 금광명사(金光明寺)에 출가하다
놀라웁게도 묘장왕이 대오참회하여 전비(前非)를 뉘우치고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게 되자 송구감격한 재상 “아나라”는 대임을 성취한 기쁨을 가슴에 안고 먼저 묘음, 묘원 두 공주에게 이 놀라운 사실의 자초지종을 세세히 이야기했다. 두 공주 또한 생각지 못했던 부왕의 회개와 회생된 자애심에 경악과 함께 감격해 마지않으며 뛸듯이 기뻐하였다.
부왕마마의 회개로 말미암아 가슴에 맺혀있던 소망이 일시에 이루어지니 더 이상 기쁜 일이 있을 수 없었다. 더구나 동생이 살아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두 공주의 기쁨이란 통곡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동생을 만나보고 또 이 반가운 소식을 알려야 했기에 아나라 재상과 상의하여 부왕의 윤허를 얻는대로 두 공주가 직접 떠나기로 결정했다.
한편 금광명사의 재건은 조속히 진행되어 묘음공주의 부마 초괴(超魁)의 감독아래 망치소리도 요란하게 공사가 진척되어 갔다. 마침내 묘장왕이 지난 날을 회개하고 불교를 인허할 뿐 아니라 곳곳에 큰 불사(佛事)를 일으키고 있다는 기쁜 소식에 접한 백성들은 환호를 터뜨리며 축제를 올리고 기뻐했다. 뿐만 아니라 자진하여 불사(佛事)에 참여하고자 먼 고향을 떠나오는 자들까지 있었다.
이렇듯 단합된 힘과 마음으로 공사에 진력하니 절의 재건은 예정보다 빨리 이루어져 노휴부식하던 암자가 면목 일신되면서 차츰 장엄화려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묘장왕의 특명으로 금광명사에서 궁전까지 큰길이 열리게 되니 마차가 달릴 수 있게 되었고 맹호가 설쳐대던 삼림이 벌채되어 평지로 닦아져 사찰경내로 확장되어 설법장으로 사용을 겸할 수 있게 되었다. 향산의 송림정사에서 독좌수련하는 공주의 고행을 주야로 걱정하고 있던 묘음, 묘원 두 공주는 수일후 보모, 영련, 그리고 일대의 호위병과 더불어 마침내 송림정사로 행하였다.
송림정사는 금광명사에서 사십리가량 떨어진 산중턱에 위치해 있었는데 삼림수목이 울창하여 낮이라 하여도 밤처럼 어두워 오랜 경험으로 숙달된 초부외에는 출입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묘음 , 묘원 두 공주는 좌우의 호위병들이 칼과 창으로 숲을 헤쳐 열어주는 길을 따라 계속 나아가면서 형장에서 돌풍사진(突風砂塵)으로 사라진 묘선공주가 어떻게 이 밀림을 뚫고 나갈 수 있었는지 부사의(不思議)한 신비감을 느꼈다.
공주 일행은 아나라재상이 그려준 약도를 따라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드디어 자운에 그윽히 감싸인 송림정사에 다달아 동생 묘선의 무사한 모습을 보자 와락 달려들어 끌어안고 감격에 복바친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 후에야 겨우 진정한 세자매는 미타불에 예배하고 불타의 높은 은혜에 거듭 감읍(感泣)했다. 죽은 줄만 알았던 묘선공주를 바로 눈앞에 두고 대하니 공주의 모습에서는 예전과 달리 뚜렷한 얼굴 광채와 아울러 백광이 창일하여 두 언니공주의 눈이 부시었다.
두 언니 공주들은 저간(這間)에 있었던 부왕마마의 극적인 심경의 변화와 또한 금후 공주의 수행을 인허(認許)한 사실을 알리고 송림정사를 떠나 금광명사에서 전심수행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묘선공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저는 저로 인해 사망한 오백의 니승 영혼을 위해 조위(弔慰)할 의무가 있어요. 제가 돌풍(突風)에 실려 이곳으로 오게 된 것도 미타불의 뜻이옵니다. 이곳에서 수행하며 한많은 영혼들을 구원하여 서방정토(西方淨土)에의 왕생을 인도할 것입니다.”
“묘선! 한번 더 생각해 보아요. 그 죄는 묘선이 범한 것이 아니어요. 부왕마마가 범한 죄여요. 설혹 묘선이 범했다 해도 이곳에 머물면서야 어떻게 그 죄를 사하여 대중 니승들의 영혼을 구제할 수가 있겠어요? 부왕께서는 백작사를 다시 지어 장로 니승을 주지로 삼아 니승뿐 아니라 불교홍포와 더불어 신불대중(信佛大衆)의 보호발전을 약속하셨어요. 그러므로 이 기회에 금광명사로 가서 출가 수행함이 좋다고 생각해요.”
묘음, 묘원 공주는 서로 바꾸어가며 성의를 다해 묘선공주를 설득했다.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듣고만 있던 공주가 이윽고 고개를 들어 일동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두 언니들 뒤에 있는 보모와 영련은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말없는 가운데 애타게 호소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공주와 더불어 운명을 같이하고 공주를 따라 일생을 수행코저 하는 결의가 넘쳐 보였다. 공주는 그들을 보고 마음에 느낀 점이 있었던지 잠시 묵상한 채 사념을 통일하는 듯 했다.
공주가 금광명사에의 출가를 망설이고 있는 원인은 송림정사에서 끝까지 수행하여 기어이 성취하여야 할 두가지 서원을 세워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가지는 수미산으로 구법행각을 나서 노도승의 예언대로 증과(證果)코저 함이요, 또 한가지는 오백여명의 니승의 영혼을 제도하여 지옥망령을 구원코저 남해보타산(南海普陀山)에 구령도량(求靈道場)을 구하는 일이었다.
수미산 행각(須彌山行脚)도 남해행각도 다같이 험난한 고난의 길이나 어디까지나 혼자서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자기 스스로 증득하여야 바로 다시 중생이 도를 구득(救得)하게 될 수 있다」라는 결의를 굳히고 있는 바이었다.
마침내 보모가 입을 열었다.
“공주! 홍원(弘願)을 성취함에는 단계가 있다고 생각하옵니다. 부왕마마의 회심성의(廻心誠意)를 받아들임은 부왕마마의 마음을 구원하는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금광명사에 들어가서 바로 숭고한 홍원을 성과(成果)할 수 있다면 더욱 좋지 않사오리까? 그때에 저희들도 공주를 도울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원혼구제만을 위함이 아닌 보리살타를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다시 한번 생각을 깊이해 주소서.”
보모의 말이 끝나자 한참 후 공주의 얼굴에는 한없이 자애로운 미소가 잔잔한 물결처럼 일었다. 두 공주와 보모는 묘선공주의 지금의 이 모습이야말로 보살의 화신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모든 영혼제도를 위해 자신을 비워(虛) 나가는 것이 보살도(菩薩道)를 행하는 사람의 마음 자세입니다. 증과(證果)못해 고해에 방황하는 부왕마마의 하늘같으신 은혜를 엎드려 받겠사옵니다.”
묘음, 묘원 두 공주와 보모, 영련의 네사람은 묘선공주의 말을 듣고나자 한결같이 가슴 밑바닥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 한편 공주는 불은의 무한무량에 감격하며 지금까지 자신의 신행을 증오하여 출가수행을 박해해 온 부왕 묘장왕의 개심(改心)과 불도의 선양원조에 예배를 올렸다. 그리하여「일단 금광명사에 참여하리라. 그곳에서 한동안 수행설교하여 때를 보아 득도행법(得道行法)에 나서리라」고 결심케 되었다. 보모와 영련의 두 사람은 공주에 청원하여 그대로 남기로 하고 언니 두 분은 다시 곧 금광명사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섭섭한 마음을 뒤로 하면서 호위병들의 호위하에 하산하였다.
공주의 수행에는 이와 같이 음으로 양으로 묘음, 묘원 두 공주의 비호와 노력이 있었음은 특기할 만한 것으로 공주의 인덕에 끌려 언니가 동생에게 감화받은 데에서 선인선과(善因善果)를 낳은 것이리라.
한편 금광명사의 재건은 급속히 진전되어 갔다. 모든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일심동체가 되어 연일 쉬지않고 심신을 다해 노력한 끝에 약 오개월이 지나자 완전히 내비외장(內備外裝)이 다 되어 바야흐로 묘선공주의 내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사이 보모와 영련은 공주를 따라 오백니승의 고혼의 명복을 빌며 반드시 성도하여 기필코 구도성취(救道成就)를 행하겠노라는 서원을 발하였다.
그리하여 무릇 모든 중혼(衆魂)을 구원함에는 우선 스스로 정법득수(正法得受)를 경유하여 무상낙경(無上樂境)의 피안에 도달할 것을 다짐하였다. 이러한 서원을 세운 두 사람은 공주와 더불어 대자연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곤륜산맥 중앙부 일각에 위치한 송림정사에서 그들의 수행을 순숙히 단련하며 좌선을 틀고앉아 법륜의 순전(法輪順轉)을 기도하였다.
어느날 좌선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영련이 이런 말을 했다.
“공주님! 금광명사에 갈 때에는 사냥꾼과 같이 가야 하리라 생각하는데요.”
“수행자가 엽사(獵師)를 데리고 가다니 무슨 말이에요?”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금광명사가 있는 야마산에는 맹호가 자주 출몰해서 사람들에게 자주 해를 끼쳐 부근일대에는 아무도 없고 이 때문에 이전의 절은 폐사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맹호에 대비코자 사냥꾼을 데리고 함께 가는 것이 안전하겠사와요.”
“그런 일이라면 두려워 할 것 없어요. 호랑이의 성질은 영맹하나 산중의 왕으로 뛰어난 영감을 지니고 있어요. 불가에서는 호랑이를 순산야차(巡山夜叉)라 부르며 산야를 순회하는 역할을 주고 있어요. 범에 습격받는 사람은 무엇인가 사(邪)된 면이 있거나 악업을 범한 사람들로서 이들은 범의 눈에는 인간으로 보이지 않고 금수축생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범의 눈에 진정한 사람으로 비치게 되면 절대로 습격하지 않는다 합니다. 우리는 불법(佛法)을 신봉하여 미타에 귀의하여 일심으로 수행하고 있는 몸이므로 안심해도 됩니다. 결코 우리를 해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공주님! 그 말씀은 사실과 다르옵니다. 전에 금광명사에서 살던 스님들도 모두가 승려의 몸으로서 염경예불(念經禮佛)하고 있었으나 몇사람의 승려가 맹호에게 물려 죽었다 합니다. 이는 어찌된 까닭이옵니까?”
“영련이여! 수행에는 외형의 행은 반드시 내면의 심의(心意)와 일치해야 된다는 것은 분별해 알아야 합니다. 외형의 행은 계율을 지키며 경책을 독송하며 근행(勤行)에 힘써 재식수행(齋食修行)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같이 따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마음으로부터 그러함을 원하며 즐거이 지켜 나가지 않으면 아무 뜻없이 세월을 허송할 뿐인 것입니다.
정과(正果)의 성취에는 형식을 폐하며 허식을 제거하여 깊은 신심이 따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비유하여 한사람의 독신녀(篤信女)가 있어 불문에 귀의하여 염불송경(念佛誦經)에 부지런하다가 원념을 제거하지 못하고 마음으로나 몸으로나 간음, 절도, 살인, 방화 등의 죄악을 범하고 있다면 이는 몸은 불문에 들어 있어도 마음은 악마와 같아 불제자라 할 수 없습니다. 수행자의 범죄에 대한 업보는 범속세인(凡俗世人)의 것보다 수배가 가해져 그 몸에 그만큼의 업보가 내리게 됩니다. 무상의 정과(正果)를 받을 몸이 무하(無下)의 업과를 거듭해 받게 됩니다. 아까 말한 재난을 받은 승려들도 모두 업연이 없는지는 모르나 숙연(宿緣)이 있었던 것입니다. 수행은 쉽지 않으며 수난은 언제나 있는 것입니다. 모든 사물에는 연(緣)의 일어남이 있고 끝남이 있습니다. 시작됨을 삼가 조심하며 마침을 잘 마무리함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힘들여 고생하여 수행하더라도 도중에서 좌절하든가, 마장에 굴복해서는 도로(徒勞)로 끝나고 맙니다. 자신의 피해에 두려워 말며, 모든 생물에 대해 가해를 시도하지 말며, 보살심(菩薩心)을 내어 시종 불퇴전의 서원신심을 세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공주의 설법에 감동한 영련은 양무릎을 꿇으며
“생각을 잘못 가졌사옵니다. 생물에 일체평등한 자비관을 갖는 일에 부족했사옵니다. 널리 용서해주소서. 서원을 세워 일생수행에 퇴영(退嬰)없도록 노력하겠나이다.”
공주는 영련의 성의를 관찰해서 마음으로 만족하여 좋은 장래의 수우(修友)를 얻음에 기뻐하였다.
적막한 산중턱에 있는 암자 가운데의 단방(丹房)은 한마음으로 모인 세사람의 진실한 마음이 극락을 이루고 있었으니 바로 그림자없는 광명경지였던 것이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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