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640-128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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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뒤거나 항상 이 법 설함을 듣고는 향하는 도법[乘]에 따라 빨리 멸도를 얻게 할 수 있으리라.'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보상 천자가 생각한 대로 문수사리동자에게 명하시었다.
“네가 이 대중들을 위하여 설법을 좀 해줘야겠다. 지금 이 대중들이 너의 설법을 듣고자 하는구나.”
그 때에 문수사리동자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법을 설해주어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법계 체성(體性)의 인연에 대해 설법하여라.”
“세존이시여, 온갖 법계가 법계의 체성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법계 바깥을 벗어나 있음을 들은 적이 없으니 어떻게 법계를 인연한 법을 연설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교만한 중생이 만일 이 법을 들으면 놀랍고 괴이하게 여기리라.”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법계의 체성은 놀랍고 괴이함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놀랍고 괴이하게 여긴다는 것이 곧 법계의 체성입니다.”
그 때에 대덕 사리불이 문수사리동자에게 물었다.
“문수사리여, 만일 온갖 법이 다 법계의 체성이라면 중생의 어떤 것에 더럽고 깨끗함이 있겠습니까? 왜냐하면 법계의 체성은 더럽거나 깨끗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수사리가 말했다.
“대덕 사리불이시여, 이 모든 중생이 내 몸이 있다는 견해[身見]로 뒤바뀐 생각을 가져 나라는 자만[我勝]과 내 것이라는 자만[我所勝]에 머무르므로 이 범부는 나라는 생각[我想]을 내며, 나라는 생각에 집착하며, 또한 남이라는 생각에 집착하여 마음[心]과 심수법(心數法)을 일으켜 이 마음과 심수법으로 모든 행업(行業)의 선과 불선을 짓나니, 이 모든 중생은 행업의 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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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보를 얻는 것입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만일 이미 남[生]이 있으면 곧 물들어 더럽힘이 있는 것이니, 이 더럽혀 물듦, 그 자체가 법계의 체성입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만일 물듦, 그것이 법계의 체성인 줄을 안다면 이것을 희고 깨끗함[白淨]이라 이름합니다. 그러나 본디 제일의(第一義)에는 더럽고 깨끗함이 없는 것이며 물듦의 법도 깨끗한 법도 없는 것입니다.”
문수사리가 이 법을 설할 때에 백여 명의 비구가 모든 번뇌[漏]를 끊고 무루심(無漏心)을 얻었다.
그 때 대덕 사리불이 문수사리동자에게 말했다.
“말씀하신 법계는 조금도 그릇됨이 없었습니다. 그 법을 말씀하시자 백여 명의 비구가 모든 번뇌를 끊고 무루심을 얻었으니 말입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이 법계가 본디 결박되어 있었던 것을 이제 풀어놓은 것입니까?”
“문수사리여, 이 법계는 본래 결박된 것이 아니니 이제 풀어놓을 것이 있겠습니까?”
“대덕 사리불이여, 이 모든 비구들은 이제 어느 곳에서 마음에 해탈을 얻었겠습니까?”
“문수사리여, 여래께서 매우 많은 성문을 조복 받아 모든 번뇌를 끊고 마음으로 해탈을 얻게 하셨습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그대는 세존의 성문 제자입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문수사리여,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저는 세존의 성문 제자입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당신은 모든 번뇌를 끊고 무루해탈의 마음을 얻었습니까?”
“저는 무루해탈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대덕이여, 어떤 마음으로 해탈을 얻었습니까? 과거의 마음입니까,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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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마음입니까, 현재의 마음입니까? 대덕이여, 과거세의 마음은 이미 멸한 생각이고, 미래세의 마음은 아직 이르지 않은 생각이며, 현재세의 마음은 머무르지 않나니 어떻게 대덕은 마음으로 해탈을 얻었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문수사리여, 과거의 마음으로 해탈을 얻은 것도 아니요, 미래·현재의 마음으로 해탈을 얻은 것도 아닙니다.”
“대덕이여, 그러면 어찌하여 마음으로 해탈을 얻었다고 합니까?”
“문수사리여, 세속제(世俗諦)에 머물기에 마음으로 해탈을 얻었다 말하는 것이지 제일의제(第一義諦) 가운데서는 도무지 마음이 얽매였다거나 해탈하였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그대는 법계의 체성에 세속제와 제일의제가 있다고 하셨습니까?”
“문수사리여, 법계의 체성에는 세속제와 제일의제가 있을 수 없습니다.”
“대덕이여, 그러면 당신은 어찌하여 세속제에 머물면서 마음으로 해탈을 얻었다고 하십니까?”
“문수사리여, 어찌하여 마음으로 해탈을 얻음이 있을 수 없습니까?”
“대덕 사리불이여, 만일 마음이 안과 밖과 중간이 있다면 이것은 해탈을 얻었다고 하겠지만, 대덕이여, 이 마음은 안·밖·중간이 없어 얽매임도 해탈도 없는 것입니다.”
그 때에 대중 가운데 2백 비구가 문수사리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런 말을 하였다.
“만일 해탈이 없고 해탈할 마음이 없다면 우리들이 무엇 때문에 집을 나와서 도를 닦으며, 만일 세간을 벗어나는 법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도를 닦겠습니까?”
그 모든 비구들은 욕을 하고 그 대중을 등진 채 떠나 버렸다.
그 때에 문수사리동자는 이 비구들을 조복받으려고 그들이 간 곳을 알고는 길을 앞질러 가서 한 비구로 변화하여 나타났다. 그 비구들이 변화한 비구의 처소에 이르러 이렇게 물었다.
“대덕께서는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변화한 비구가 여러 비구들에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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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이여, 나는 문수사리가 설하는 법을 이해할 수 없고 알 수도 없고, 믿지도 못하겠고 따를 수도 없기 때문에 그 대중을 떠나 온 길입니다.”
그러자 여러 비구들은 다시 변화한 비구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설법을 이해할 수 없고 알 수도 없고, 믿지도 못하겠고 따를 수도 없기에 그만 그 대중을 떠나 온 것입니다.”
변화한 비구가 말하였다.
“대덕이여, 문수사리의 설법 가운데 어떤 것이 맞지 않으며 당신 뜻에 거슬렸기에 그곳을 떠나 온 것입니까?”
여러 비구들이 말하였다.
“대덕이여, 문수사리는 말하기를 향해 들어가는 과[向果]도 없고 증득하는 과[證果]도 없다 하며 또 해탈도 없다고 하였으니, 우리들은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만일 향해 들어갈 과도 없고 증득할 과도 없으며 해탈도 없다 할진대, 우리들은 무엇 때문에 범행을 닦겠으며, 생사를 벗어남도 없다면 무엇 때문에 도를 닦겠는가? 이런 이치를 생각한 까닭에 그 대중을 떠나 온 것입니다.”
그러자 그 변화한 비구는 이렇게 말했다.
“대덕이여, 당신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비방하기 위하여, 욕설하기 위하여, 그 대중을 떠나 온 것입니다.”
“우리들은 비방하거나 욕설하기 위하여 떠나 온 것이 아니라 다만 해탈법을 보지 못했으므로 떠나 온 것입니다.”
그러자 변화한 비구는 곧 이 비구들을 칭찬하여 말했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대덕이여, 우리들은 이제 마땅히 같이 잘 생각하고 의논합시다. 만일 욕설함이 아니라면 다투어 송사함이 아니요, 다투어 송사함이 아니라면 이것은 제일의제의 사문(沙門)의 법이외다. 당신들의 마음은 어떤 모양인가요? 그 빛깔이 푸른색입니까, 노란색입니까, 붉은색입니까, 흰색입니까, 보라색입니까, 파리(頗梨)색입니까? 실다운 것입니까, 실답지 못한 것입니까? 항상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까? 색(色)입니까, 색이 아닌 것입니까?”
비구들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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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이여, 마음이란 것은 색(色)이 아니어서 볼 수 없으며, 형상의 대조가 없고 또한 접촉할 대상이 없으며 어떤 처소도 없고 가르침도 없는 것입니다.”
변화한 비구가 말하였다.
“대덕이여, 이 마음이란 것은 실로 색이 아니어서 볼 수 없으며, 형상의 대조가 없고 또한 접촉할 대상도 없으며 처소도 없고 가르침도 없으니, 이 마음이란 것은 안에 머무는 것입니까, 밖에 머무는 것입니까, 안팎에 머무는 것입니까?”
그러자 여러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변화한 비구가 말하였다.
“대덕이여, 그대들의 마음이 색이 아니어서 볼 수 없고, 형상의 대조가 없으며, 또한 접촉할 대상도 없고, 처소도 없으며 가르침도 없고, 안·밖·중간도 아니니 이 마음을 바로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성취할 수 없습니다.”
“대덕이여, 그대의 마음은 색이 아니라 볼 수 없으며, 형상의 대조가 없고 접촉의 대상이 없으며, 처소도 없고 가르침도 없으며, 안·밖·중간이 아니니 이 마음을 바르게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성취할 수 없습니다.”
“대덕이여, 만일 마음이 실로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성취할 수가 없다면 어떻게 해탈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말할 수 없습니다.”
“대덕이여, 그렇기 때문에 문수사리가 법계의 체성은 더럽고 깨끗함이 없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대덕이여, 범부가 뒤바뀐 생각으로 나와 나의 것에 집착하여 마음의 행위를 일으켜 모든 경계에 반연심을 일으키나니, 능히 일체에 반연하여 나고 멸하는 마음을 다 멸해 버리고 변화하는 법에 머무르지 않으며 만일 마음으로 집 떠나기를 꾀하여 구족계를 받고 도를 닦으면 과(果)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 마음은 체성이 비어서 실체가 없건만 망상(妄想)으로부터 일어나나니,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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