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가비라 성과 구리성(拘利城)의 수론(水論) 30

근와(槿瓦) 2014. 5. 26. 01:12

가비라 성과 구리성(拘利城)의 수론(水論)  30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성도 제 4년에 세존은 비사리의 숲속에 잠시 머무르시다가, 거기에서 길을 북쪽으로 취하여 오랜만에 사위성에 들어가 기원 정사에 머무르셨다.

그 해 5월, 한발이 오래 계속되어 모든 강물이 줄어들고 논밭의 관개에 심한 곤란을 주었다.

가비라 성과 구리성 사이의 중간을 흐르는 로오히니 강을 두고 싸움이 일어났다. 마침 곡식이 열매를 맺는 긴요한 때였는데, 물 부족으로 두 성의 백성들이 서로 악담을 하게 되었으며, 드디어는 활을 들고 검을 뽑아 피를 보는 일보 직전에 이르렀다.

세존은 기원 정사에 계시면서 이 소식을 듣고 급히 가비라 성으로 돌아가 바로 싸움을 벌이려는 두 집단의 한가운데에 섰다. '세존이시다, 세존이시다'하는 소리가 두 집단에서 흘러나왔다. '지금 세존을 뵙고서는 도저히 적에게 활을 쏠 수가 없다'고 하면서 사람들은 모두 무기를 던져 버렸다. 세존은 이 모양을 보고 두 집단의 수령을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여기에 모였는가?"

"싸우기 위해서입니다."

"무슨 일로 싸우려 하는가?"

"관개수(灌漑水) 때문입니다."

"사람의 목숨에 비해 물은 얼마만한 가치가 있는가?"

"물론 물은 매우 적은 가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가치 없는 물 때문에 사람의 생명을 죽이려 하는가?"라고 말씀하신 후,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이것은 옛날 이야기이다. 깊은 산 속에 검은 사자가 있었는데, 언제나 바나다 나무 밑에 누워 있으면서 다른 짐승이 오기를 기다렸다. 어느 날 바람에 나무의 마른 가지가 부러져 사자의 등에 떨어졌다. 놀란 사자는 정신없이 도망쳤는데, 슬그머니 뒤를 돌아다 보니 아무도 자기를 쫓아오는 자가 없었다. '이것은 오로지 나무 귀신이 나를 미워하여 그 나무 밑에서 나를 쫓아내려는 것이리라'고 생각하여 화가 나서 되돌아 갔다. 그리고는 나무의 줄기를 물어뜯으면서 '나는 너의 잎 하나 먹은 일이 없고 가지 하나 꺾은 일도 없다. 그런데 너는 다른 짐승에게는 여기 있는 것을 허락하면서 나에게는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범했다는 것인가. 좋다, 앞으로 나는 너를 뿌리 째 뽑아 토막을 내 주리라'고 하면서 온갖 악담을 다하고 사람을 찾으러 나갔다. 그런데 거기에 윤장(輪匠)이가 나무를 구하려 오므로 검은 사자는 그 사람에게 바나다 나무 있는 데를 일러 주며 그 나무를 베게 하였다. 윤장이가 톱으로 나무를 쓸기 시작하자 나무의 신이 놀라 모습을 드러내면서 '너는 이 나무를 베어서 수레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 수레바퀴에 검은 사자의 목가죽을 조금 붙여 놓으면 매우 튼튼하게 된다. 저 검은 사자를 죽여 가죽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 하면서 부추겼다. 윤장이는 기뻐하면서 나무 귀신이 가르쳐 준 대로 검은 사자를 죽이고 나무를 베어 가지고 마을로 돌아갔다'고 한다.

공자들이여, 이 이야기에도 나타나 있듯이 인간은 대단찮은 오해 때문에 싸움을 일으켜 서로 상처를 입히고 서로 죽이는 것이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서쪽 해변에 침엽수가 무성한 숲이 있었는데, 한 마리의 토끼가 그 숲속에서 자란 종려나무 밑에서 살고 있었다. 토끼가 문득 '만일 이 세계가 파괴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고 생각하였다. 마침 그때 침엽수의 열매가 종려나무 잎 위에 떨어지면서 버석이는 소리를 냈다. 토끼는 '큰일 났다, 세계가 파괴되기 시작했다'며 놀라 뛰어오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쳤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다른 토끼들도 호들갑을 떨며 도망쳤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아무도 그 영문을 모른 채 뛰었다. 다만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면 '세계가 파괴되기 시작했다'고 하면서 도망쳤다. 제2의 토끼도 '그거 큰일 났다'고 하면서 뒤질세라 도망쳤다. 제3의, 제4의 토끼도 도중에서 한패가 되어 도망쳤는데, 나중에는 수천 마리의 토끼가 도망쳤다. 거기다가 사슴이 끼어들고 멧돼지가 끼어들었으며, 물소와 무소(廉), 호랑이, 사자, 코끼리 등 모든 짐승이 줄지어 큰 행렬이 수십 리에 뻗쳤는데, 모두가 세계의 파괴를 두려워하여 도망쳤다.

그때 한 마리의 사자가 이것을 보고 그들이 세계의 파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그런 일이 일어날 까닭이 없다. 어떤 소리를 잘못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내가 방관만 하고 있으면 그들은 모두 전멸할 것이다'고 불쌍하게 생각하여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앞질러가, 산기슭에서 기다리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앞장서 가던 토끼가 딱 멈춰 서자, 몇 만이나 되는 짐승들이 뒤섞여 멈춰 섰다. 사자는 그 한가운데로 나아가 '왜 도망치느냐'고 물었다. '세계가 파괴되기 시작해서 도망친다'고 했다. '누가 그것을 보았는가?' '코끼리가 알고 있다.' 코끼리는 그 말을 듣고 '나는 모른다. 사자에게서 들었다.' 사자는 호랑이에게서, 호랑이는 무소에게서라고 하는 식으로 점점 원점으로 돌아가, 결국 첫번째의 토끼가 보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자는 그 토끼에게 물었다. '너는 정말로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단 말인가?' '사실입니다. 나는 직접 보았습니다.' '너는 어디에 살고 있었느냐, 언제 그것을 보았느냐?' '서쪽 해변 가까운 침엽수 숲 종려나무 아래에서 살고 있었는데 세계가 무너지면 어쩌나 하고 생각하던 바로 그때 덜커덕거리며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도망친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사자는 대체로 짐작이 갔으므로 짐승 떼를 거기에 기다리게 하고, 토끼를 등에 업고 쏜살 같이 종려나무 숲으로 돌아가 어느 곳에서 들었느냐고 물었다. 토끼는 벌벌 떨면서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사자는 그 장소를 면밀히 조사하고 떨어진 침엽수 열매를 집어들어 본 후 '이것 때문이었구나'고 생각한 다음, 세계는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짐승 떼가 있는 데로 돌아와 침엽수 열매를 보이면서 그들의 공포를 덜어 주었다. 만일 사자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그 많은 짐승들은 도망 가다가 바다에 빠져 틀림없이 멸망했을 것이다.

공자들이여, 사람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 하찮은 오해가 원인이 되어 만인이 이에 뇌동하여 비참한 최후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니 주의해야 한다."

양쪽 성 사람들은 세존의 간절한 가르침을 듣고 기쁨을 얻었다. 그리고 명문의 많은 자제들이 불문에 귀의하였다. 세존은 이 사람들을 거느리고 두 성에서 가르침을 편 후 잠시 가비라 성의 교외인 니구로타 숲에 머무르셨다.

마하파사파제(摩訶波波提)는 어느 날 새 옷 두 벌을 가지고 니구로타의 숲으로 세존을 찾아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두 벌의 새 옷은 제가 몸소 실을 뽑고 베를 짜서 만든 것이옵니다. 모쪼록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이것을 받아 주시옵시오."

"그것은 승가에게 공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승가도 나도 공양을 받은 것이 된다."

마하파사파제는 두 번 세 번 같은 소원을 말씀드렸다. 세존은 역시 마차가지로 승가에 공양하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을 옆에서 보고 있었던 아난(阿難)이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모쪼록 마하파사파제가 바치는 옷을 받아 주십시오. 그녀는 세존께 대하여 큰 공이 있는 분으로 세존의 이모이며 양육자이고, 모후께서 돌아가신 후에는 자기의 젖으로 세존을 기른 분입니다. 세존 또한 그녀에게 큰 이익을 주셨습니다. 그녀는 세존에 의해 삼보에 귀의하여, 살생하지 않고 주지 않는 것은 취하지 않았으며, 사음을 범하지 않고 거짓말 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 등, 이 오계를 지켜 삼보와 불괴의 신심을 가졌으며 사성제(四聖)의 가르침으로 의심을 거두었습니다. 모쪼록 그녀의 원을 용납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존은 아난의 소청에 의해 파사파제의 보시를 받으시고, 이어서 보시의 공덕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