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참된 호국의 의지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세모에 즈음하여 정부는 그동안 정치적인 문제로 수감된 많은 사람들을 형집행 정지등으로 석방시켰고 정부측에서 계속 추진중이지만, 아직까지 영어의 몸으로 자유를 잃고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또한 분단된 조국이 통일될 기미는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한국불교의 수도승들이 갖고 있는 호국의 참뜻에 대해서도 한 말씀 좀.....
답) 정치와 종교는 당연히 분리되어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이 잘하도록 종교인은 자연스럽게 조언과 협조는 할 수 있을지언정 정치에 깊이 개입하는 도가 지나쳐 종교인의 허울을 쓴 정치인지 종잡을 수 없는 입장에 서서 늘상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 국가가 위난에 처해 있을 때는 문제가 다르지만 말이다.
종교는 정치이념의 근본 산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종교가 정치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서로가 전도(顚倒)된 것이어서 국가나 종교가 다함께 혼란과 파멸의 구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우리의 역사를 보라. 통일 신라시대에는 불교가 국정의 지도이념이 되어 우리 5천년 역사위에 가장 찬란한 금자탑을 세웠지 않느냐?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종교가 정치의 지도이념으로 기능을 성실히 다했을 때 국가가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종교인이 종교인의 입장이 아닌 지도이념으로 정부에 맞설 때 국가를 혼란과 함께 파국으로 이끄는데 큰몫을 차지한다. 가까운 월남과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종교인들의 극렬투쟁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가 없는데 종교가 존재할 수 있을까? 남북 분단문제는 우리 민족이 자청한 것이 아니다. 강대국들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다. 우리의 통일은 강대국들의 이익을 단호히 배제하고, 이념을 초월한 민족주의로 뭉쳐 평화통일의 염원과 그 시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바로 그러한 역사적 과업을 우리 불교인들이 앞장 서서 성취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정부에서 다수의 정치인들을 해금한 것은 결자(結者), 해지(解之)의 당연한 귀결이 아니겠는가. 정부 당국은 한 사람의 인재라도 아껴야 한다. 인재는 저절로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피나는 노력과 국가적 운이라고 보면 인재가 얼마나 귀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은 역사의식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병서에 이런 말이 있다.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요, 천하 사람의 천하이다. 천하의 이(利)를 함께 하는 자는 천하를 얻고, 천하의 이(利)를 오로지 혼자하는 자는 천하를 잃는다」
(天下非一人之天下 乃天下之天下也 同天下之利者 則得天下 檀天下之利者 則失天下)
한국불교의 호국사상은 임진왜란 때 수도복을 선혈로 적시며 나라를 지킨 역사가 있다. 국난이 끝나고 평화가 왔을 때 조정에서는 사명대사께 영의정 벼슬을 내렸었다. 그러나 사명대사께서는 한사코 벼슬을 사양했다. 국난을 구할 때 벼슬을 계산하고 투쟁한 수도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즈음 세대의 세인들은 사명대사님의 호국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국가가 어지러울 때 백의종군하고 국가가 평화로우면 논공행상을 바라지 말고 각기 본처로 향하는 정신이 선양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사명대사님의 호국정신을 오늘의 수도승들이 국민의식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역할에도 앞장 서야 할 것이다.
진정한 호국정신은 무엇인가? 집권여당을 위해서인가? 아니다. 이 나라가 잘 사는 나라로 중교인의 역할을 다하는 것일 것이다. 그럼 어느 때고 시국이 불의가 활개를 치고, 만중생이 신음한다면 수도승들은 그 옛날 왜적을 무찌르기 위해 항마군(降魔軍)으로 궐기하듯이 이 땅에 자비와 정의가 넘치도록 모두 일어서야 할 것이다. 부처는 중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더냐.」
출전 : 큰빛 큰지혜(성철큰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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